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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Minato
작품등록일 :
2013.03.04 18:17
최근연재일 :
2014.10.26 16:3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6,863
추천수 :
1,513
글자수 :
29,956

작성
13.03.04 18:20
조회
2,206
추천
34
글자
9쪽

# 0. 프롤로그

DUMMY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는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었다. 실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백색의 천장. 한참이나 눈을 깜빡거리다가 몸을 일으켰다. 몸은 생각보다 쉽게 일으킬 수 있었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생각을 더듬었다.


날뛰던 말. 끊어진 고삐. 위협적이었던 말발굽. 놀란 하인들과 아버님. 당황과 함께 약간의 질책이 섞였던 그의 눈빛까지.



「아가씨!」



유모의 경악성을 뒤따른 것은 날카로운 통증이었다. 어깨뼈가 으스러진 것만 같았다. 원치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비명을 토해냈었다. 아, 그래. 난 말에서 떨어졌었구나. 그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몸의 반쪽이 끊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아니, 아파야 했다. 헌데 아프지 않았다. 난 천천히 오른쪽 팔을 들었다. 떨어졌을 당시, 내 몸의 반쪽이 부서진 것만 같은 착각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오른쪽 어깨였다. 가장 심하게 다쳤을 부위인데도, 어째서인지 멀쩡했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붕대로 칭칭 감겨 있어야 할 두 손엔 아무런 조치도 취해져 있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두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난 이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은 내 방이었다. 내 취향에 맞춰 아름답게 꾸며진 침실.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종을 집었다. 능숙하게 흔드니, 방 밖에서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요란스럽게 다니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도 저리 시끄럽게 달려오다니. 나중에 엄하게 교육을 시켜야지. 난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얼마 안지나, 침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노크도 없이 저렇게 경박하게 열다니! 집사를 시켜 아예 하녀를 바꿔야 하나?



‘르헨! 그게 무슨 짓이야? 게다가 그 꼴은 대체 뭐니?’



난 인상을 찌푸렸다. 르헨이 내 하녀가 된 지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저런 행동이 용서가 될 수는 없었다. 경력과 상관없이, 하녀로서 기본적인 몸가짐은 모두 숙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날카로운 질책에도 불구하고, 르헨은 문가에 서서 우뚝, 멈춰 있었다. 동그랗게 뜬 눈은 그녀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려 주었다. 대체 뭘 하다 온 건지, 정갈하게 틀어 올려 묶어야 하는 머리칼은 잔뜩 헝클어져 있었다. 언제나 단정하고 깔끔해야 할 하녀복도 리본의 길이가 제대로 맞지 않는다거나, 단추가 다 채워지지 않았다거나 하는 둥, 엉망진창이었다. 설마, 어느 놈팡이 같은 하인과 놀아나다가 달려온 거야? 언젠가 한 번 고용인들의 경박스러운 놀음을 목격한 일이 있던 나로서는 정말이지 경악스러울 노릇이었다. 내 하녀가 그럴 줄이야!



‘르헨!’


“아, 아가씨?”



조심스러운 그녀의 물음에 나는 화가 더욱 치솟는 것을 느꼈다. 괘씸한 녀석 같으니! 당장에 달려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모자를 판에 무얼 미적대고 있는 거야? 난 이불을 치우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르헨의 눈은 더더욱 커졌다.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천치 같았다. 집사는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런 멍청하고 둔해 빠진 녀석을 내 하녀랍시고 배정하다니!



‘당장 나가버려! 쓸모없는 것 같으니!’



짜증스러운 내 외침에 르헨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인사도 안 하고 가는 것 좀 봐! 문도 닫지 않고 쌩하니 사라진 르헨을 한참이나 욕하던 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걸음을 돌렸다. 일어나자마자 이게 무슨 꼴이람. 투덜거리며 거울 앞에 섰다. 대체 얼마나 쓰러져 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내 모습을 확인해야 했다. 팔이 다 나은 것을 보니 꽤 오랜 시간을 누워 있었던 모양인데, 그 사이에 피부라도 상했으면 어쩌지? 내 아름다운 백금발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했을 텐데, 그 사이에 거칠어지진 않았겠지? 그러고 보니 그와 함께 퐁테의 오페라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날짜가 지난 건 아니겠지?



‘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길고 탐스러운 백금발에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로 칭송받는 절세미인이 보여야 했다. 난 천천히 손을 들었다. 딱딱하고 매끄러운 거울의 감촉이 느껴졌다. 거울의 표면은 차가웠다. 등 뒤로 자리 잡은 침대가 보였다. 마치 거울 속에 다른 세상이라도 있는 양, 모든 것이 비쳐졌다. 하지만 당연히 보여야 할 파란 눈동자도, 찬란한 백금발도, 희고 고운 피부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손끝이 닿은 표면에 보여야 할 나의 가느다란 손가락도 보이지 않았다. 이 넓은 방안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데. 오직 나만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나는 거울 표면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물러섰다.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 깔끔한 침대도, 고풍스러운 책상과 의자도, 심심할 때 잠깐 읽는 몇 권의 소설책도, 지금 밟고 있는 부드러운 카펫도 그대로였다. 모두 그대로인데.


가슴께로 늘어진 머리칼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찬란한 백금발이었다. 아름다움을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늘 자기 전 마사지와 오일로 관리를 해온 희고 부드러운 피부도 그대로였다. 천천히 내 몸을 살펴보던 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정면에 보이는 거울. 거울 속엔 아무도 없었다.


벌컥!



“정말이라니까요!”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이들은 낯익은 사람들이었다. 집사와 유모, 그리고 내가 아까 전 내쫓았던 르헨이었다.



‘유모! 집사!’



그들은 내 부름에 반응하지 않았다. 설마. 아니, 말도 안 된다. 난 애써 고개를 내저었다. 풀어헤친 머리칼이 가볍게 흔들렸다. 이렇게 흔들리는 머리칼이 있는데, 난 여기 있는데 왜 날 보지 않아?



‘이봐!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르헨! 감히 거짓말을 한 게냐!”


“아니에요! 정말로 종이 울려서 와보니까……!”


‘감히 날 무시하는 게냐!’



발을 구르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그들은 나를 보지 않았다. 다 잘라 버릴 거야! 아버님께 고해서 모두 자를 거라고! 울컥 치미는 화를 못 이기고, 난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내가 먼저 지치고 말았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난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해. 뭔가 이상했다. 다 이상하다고! 입술을 깨물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정면에 보이는 거울. 거울 속에 비치는―



“어머나!”



유모가 비명을 질렀다. 르헨을 꾸짖던 집사도 말을 멈추었다. 르헨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난, 거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아가씨!”


“주인님께 말씀드리고 오지. 르헨, 얼른 가서 의사를 불러 오너라!”


“네!”



유모는 나를 스쳐 침대로 달려갔다. 못 박힌 듯 서서 거울을 바라보던 난 천천히 뒤를 돌았다. 유모는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울고 있었다. 창문으로는 환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햇빛 때문에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사람은 더욱 빛나보였다. 눈부신 백금발, 새파란 눈동자. 앙다문 입술이 천천히 달싹거렸다. 가느다란 미성이지만 어딘가 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



펑펑 울던 유모가 울음을 뚝, 그치고 그녀를 보았다.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유모를 바라보던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방안을 둘러보던 그녀가 나에게서 시선을 멈추었다. 아니, 그녀가 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뒤에 있는 거울이었다. 난 마른침을 삼켰다. 잠시 멈추었던 유모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아이고, 아가씨! 이 유모가 다 잘못 했습니다! 아이고, 어쩜 좋아!”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름다운 얼굴은 그마저도 밉지 않았다. 입술이 파르르 떨려 왔다. 난 숨을 되삼켰다. 백금발, 파란 눈동자, 흰 피부, 가녀린 저 체구.



“위나!”



급하게 달려온 기색이 역력한 아버님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셨다. 그 뒤를 집사와 다른 하인들이 따라 들어왔다. 르헨과 의사도 보였다. 그들은 침대로 달려갔다. 침대에 앉아 있는 그녀, ‘이시르위나 페르논 F. 휜 옛센’의 표정은 더욱 더 찌푸려졌다. 그녀의 표정은 너무도 낯익었다. 그래서 숨이 막혔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입술을 깨물었지만 떨림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깊숙이에서 우러나오는 공포에 잠식당하는 기분이었다. 내 입술 사이로 나온 목소리는 심하게 불안정했다.



‘너―’



그녀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동시에 나도 입술을 뗐다. 똑같은 목소리가, 서로의 입술 사이로 나왔다.



“……누구세요?”


‘―누구야?’




작가의말

누구긴요, 앞으로 너의 철천지 원수가 될 아가씨죠.

 

제가 누구냐구요? 매주 소설 올리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몇년이나 묵혀두었던 프롤로그부터 냅다 올리는 미나토지요.

 

반갑습니다! 새로 오신 분, 마담 티아라 타고 오신 분, 모두 환영합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여러분은 딱 한가지만 염두에 두시면 됩니다!

다음편은 기약이 없어요.

....쳅터 1을 지금 쓰고 있는 중이거든요.


..........괜찮아요, 조만간 올라오겠죠, 뭐. 하하하하하하.

 

이별의 슬픔을 미처 다 해소하기도 전에 새로운 인연을 맺으려 합니다.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미성숙하게 시작하지만 나름의 발전을 통해 성장할 아이들이랍니다. 여러분, 또 다시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한동안 비축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진 다소 불규칙할 연재주기를 용서해주thㅔ요. 흠흠.

 

그래도 몇 년이나 머릿속에서 굴린 스토리라, 금방금방 쭉쭉 뽑아낼 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주인공 투탑 아니에요.
+ 1인칭+3인칭으로 생각 중이지만 여차하면 걍 3인칭으로 갈아엎을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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