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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k 님의 서재입니다.

리셋 : 격투천재의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아슬란.k
작품등록일 :
2020.11.23 17:14
최근연재일 :
2021.03.01 20:5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494
추천수 :
112
글자수 :
95,721

작성
21.02.22 22:04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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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19화. 일촉즉발.

DUMMY

“일어나. 일어나!”


빠악- 빠악-


“이 새끼들이 어린놈 하나 감당을 못하고!”


차진 빠따 소리가 온 공간을 가득 메웠다.


으윽-


끄윽-


억센 사내들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광철은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혀..혀혀형님! 그게 아니고요”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광철은 야구방망이를 집어던지고는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


빡 빠악 빠악-!


으으으헉-! 억! 읍!


광철은 준석의 눈빛과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분했다.


분해서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광철에게 그렇게 말하는 인간은 없었으니까.


자존심을 구긴 광철은 똘마니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광철의 눈엔 핏발이 섰고, 눈빛은 분노로 번들거렸다.


당장이라도 준석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냉철한 이성이 분노를 억눌렀다.


이런 미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미친 전투력을 가진 놈이 꼭 필요하다.


무슨 짓을 해서든 저 미쳐날뛰는 짐승 같은 놈을 길들여야 살아남기에 유리하다.


광철은 분노에 사로잡혀 숨을 몰아쉬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준석을 잡아두고 싶어 요란하게 눈알을 굴렸다.


생각을 마쳤는지 광철이 쓰러진 부하를 뒤로하고 몸을 홱 돌이켰다.


크게 한 숨을 내쉰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후...그 새끼가 반항하면 다시는 반항하지 못하게 반 죽여놓고 데려와. 다음에 또 이런일 생기면 그땐 늬들이 먼저 죽는다. ”


“예 형님!”


“꺼져”


와다다닷-


똘마니들이 쓰러진 놈들을 부축하며 우르르 문밖으로 나갔다.


광철이 깊은 한숨을 내쉬자 오른쪽에 있던 곰같은 사내가 담배를 두 손으로 공손히 건냈다.


찰칵 찰칵-


"쓰으읍- 후-"


광철의 표정이 담배연기와 함께 일그러졌다.


* * *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준석은 처음으로 건욱에게 집중했다.


건욱은 호흡을 고르더니 드디어 입을 뗏다.


“형..형님. 센 놈도 있긴 한데요 그 두 명 봤죠? 곰같은 놈들. 대장 옆에 붙어있는 애들이요. 걔들이 좀 칩니다. 둘다 보통이 아닙니다. 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많아요 형님. 제가 약해서가 아니고요 형님. 형님 저 국대에요! 근데 쪽수에 연장까지 들고 덤비니까 반항해봤는데 와 근데 사시미를 빼니까. 칼이 무섭긴 하더만요. 몽둥이는 맞을 만 하잖아요. 근데 사시미는 아니죠. 사시미를 보니까 도저히 맞설 생각이 안들었거든요. 형님도 아시잖아요.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타이슨 뱃때지에도 연장은 들어간다 이런말이 있을정도잖아요. 제가 칼만 아니면 제가 다 잡는건데 그놈의 사시미 때문에 순순히 잡혔습니다 형님. 헤헤”


결론은 약간의 승강이를 벌이다가 칼 보고 쫄아서 무릎 꿇었다는 거다.


‘하...이걸 말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였다니...’


준석이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는 한 숨을 내쉬었다.


“어 알겠다. 어휴”


건욱의 속사포같은 말솜씨에 준석은 정신이 아늑해졌다.


마치 양쪽 관자놀이가 강타당하는 것 만 같았으나 왠지 싫진 않았다.


무척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사람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서글서글한 건욱이 맘에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준석은 정신없이 말을 이어가는 건욱이 싫기는커녕 마음에 들었다.


건욱은 말없이 묵묵히 들어주는 준석이 좋았다.


동준이도 잘 들어주지만 준석은 뭔가 달랐다.


동준이는 그냥 말이 없는 형 같은데 준석은 기다려주는 형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몹시 동경했던 영웅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니 건욱은 더더욱 신나서 떠들 수밖에!


창고에 잡혀있는 주제에 세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운동선수라는 점, 같이 잡혀있는 포로 신세라는 것이 그 셋에게 묘하게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부상은?”


“뭐 이정도야 긁힌 거죠. 형님 그래도 우리가 엘리트 체육인 아닙니까? 이건 뭐 간지러운 정도죠. 하하 그치 동준아?”


동준이는 말없이 웃었다.


피식-


셋은 한참을 얘기했다.


준석은 질문했고 건욱은 답했으며, 동준은 웃었다.


운동이야기, 국대에 뽑힌 과정, 건욱이 특유의 허세와 유쾌함에 준석은 점점 더 마음을 열었다.


물론 준석은 그럼에 끊임없이 그들을 살폈다.


어둠인지라 표정을 명확하게 볼 순 없었다.


게다가 동준과 건욱의 얼굴은 팅팅 부었고, 피딱지가 곳곳에 붙어서 관상을 살피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얼굴을 살피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준석은 두 사람의 음성과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 제스춰, 특유의 표현법 등을 면밀히 살폈다.


준석은 그들에게 호응하며 웃고는 있었으나 머리는 미친 듯이 돌아가는 중이다.


결코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된다.


믿을만한 놈들을 고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아무 걱정없이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는 천군만마와 같으나 인성에 문제있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섣불리 동료로 두어서는 안 된다.


인성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은연중에 노출된다.


아주 미세한 단서가 입을 통해, 표정을 통해, 단어를 통해 흘러나온다.


준석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희미하고 미세한 냄새를 수집하고 수집해 최대한 빨리 계산을 마쳐야 했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것과 신뢰할 수 있는 성품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공권력이 무너진 시대에 누구나 준석과 같은 전투력을 가진사람을 보면 친절하게 굴 수밖에 없다.


타인을 배려하고 성품이 좋아 친절한 매너가 나올 수도 있으나 그가 가진 힘을 이용하고 싶어서 친절을 연기 할 수도 있다.


전형적인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인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준석은 눈치가 빠르다.


상대를 파악하는 눈이 좋다.


언제 깡패놈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이 둘의 됨됨이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작전으로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


* * *


“그래서 작전이 뭔데?”


“아 형님 그 놈은 도저히 우리 편이 될 놈이 아니라니까요. 눈 보셨죠? 그런 놈들은 그냥 작살을 내놔야 합니다. 형님”


피식-


마른 안경잡이가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해냈다.


큰형님 말씀도 이해가 가지만 도저히 그놈은 굴복할 놈이 아니라는 거다.


맞다.


안경잡이가 눈치 하나는 빠르다.


“아니 그래서 어쩌자고? 니가 후드려 패줄거야 어쩔거야? 응?”


“아...그..그게 아니고요. 형님이 곰돌이 형님들이랑 친하니까 곰돌이형님들께 말해서 아주 죽사발을 만들고, 큰형님께는 반항하길래 손 좀 봐줬다고 하는거죠”


“얌마 쓸데없는 소리 말고 망이나 잘 봐. 이쁜이들 안 보이나 잘 보란 말이야. 근질근질하니까”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어휴 답답해라. 보세요 제 말이 틀린지 맞는지”


안경잡이가 안경을 고쳐쓰며 눈을 빛냈다.


퍽-


아윽-


“아! 왜 때려요! 진짜!!”덩


“얌마! 웃기고 있네. 너 한 번만 더 씨부렁거리면 잡아 던져버린다! 그리고 임마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해?! 니가 직접 곰돌이 형님들한테 말을 하든지! 하여튼 이 새끼는 잔 대가리만! 어휴 쯧쯧 망이나 봐 임마!”


안경잡이가 입을 삐쭉이며 뒤통수를 요란하게 문질러댔다.


‘어휴 이 멍청이들 진짜 속 터지네 아휴 속 터져! 두고 보라고 그 새끼는 분명 크게 사고 칠 놈이다 이 멍청아!!’


“아! 짜증나!”


안경잡이는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론가 휙 가버렸다.


“어휴 저 저 저... 확! 저 꼴통새끼가!”


사내도 안경잡이를 잡을 생각은 없는지 그자리에서 일어나진 않았다.


비릿한 바람이 퉁퉁한 사내의 머리통을 쓸고 지나갔다.


* * *


5년 전.


준석의 체육관.


빠악- 퍼퍼퍽-


윽-


퍼퍽-


읍-!


땡-!


후하-


체육관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킬 쯤이다.


“헉헉. 이제그..만 그만... 그만...”


“어쭈? 넌 내가 그만할 때까지 계속 하는거야. 킥킥”


이레즈미 문신이 눈에 띄는 건장한 사내가 링 위에서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찢어진 눈, 짧은 머리, 아무리봐도 고등학생 같은데 흉측한 도깨비와 잉어가 뛰노는 그림이 온몸을 뒤덮었다.


맞은 편의 통통한 사내는 겁에 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 부절이다.


“이번 라운드는 특별히 내가 갈고닦은 필살기로 조져 줄 테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킥킥”


링 밖에선 비슷한 인상을 풍기는 놈들 3명이 특유의 건들거리는 태도로 뭐라고 떠들어 댔다.


“야 대훈아 살살하라고 애 죽겠다 어? 캬캬캬”


“야 안죽어. 대훈이가 이번에 챔피언 먹으면 고기 사준다고 했어. 실전처럼 해라 대훈아! 키킥”


앳된 얼굴과 달리 한결같이 위압감을 뿜어내는 덩치들이었다.


형광색 반바지와 스판 재질의 운동복을 입고 있는걸로 보아 링밖의 애들도 같이 운동하는 놈들로 보였다.


쓸데없는 소리를 주고받는 사이 다시 한 번 종이 울렸다.


땡-


“자. 간닷!”


와다다닷-


대훈은 친구들의 응원에 부응하고자 링 위를 날아오르다시피 점프하여 뒷차기를 날렸다.


퍼억-!


출렁-


육중한 점프 뒷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소년의 몸이 로프에 거칠게 튕겼다.


“간다! 대훈이 풀 파워 52연타 소나기펀치! 와다다닷!”


퍼퍼퍼퍼퍽-


윽으윽-!!


좌우 연타가 통통한 소년의 온몸을 강타했다.


누가 봐도 이건 스파링이 아니다.


스파링으로 위장한 명백한 학교폭력이다.


평일 오후 3시에 고등학생들이 체육관에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체육관엔 이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3개월 전 대훈은 아무도 없을 때 운동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관장에게 사정했다.


대훈은 늘 싹싹했고 체육관 선배들에게도 예의를 갖췄기에 관장은 기특하게 여기며 대훈에게 키를 맞긴 것이다.


대훈은 격투기 유망주였지만 학교에선 악마돼지로 불렸다.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함과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급우들을 괴롭혀댔다.


특히 체육관에서 배운 격투 기술을 과시하듯 힘없는 아이들에게 행사하곤 했다.


툭하면 급우들에게 숙제를 시켰으며, 매점으로 심부름을 시켰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기미가 보이거나 웃지 않으면 무차별적인 폭행이 이어졌다.


덩치가 크고 조금 맷집이 좋은 애들은 체육관으로 불러 스파링이랍시고 이렇게 두들겨 패는 게 대훈이 패거리들의 낙이었다.


한참 대훈이 신나게 연타를 날릴 때였다.


딸랑-


준석이 한 손에 아이스라떼를 들고 체육관 문을 열었다.


평소와 달리 준석은 그날따라 조금 일찍 체육관에 도착했다.


연타 소리에 딸랑 소리를 못 들은 것인지 대훈이 패거리들은 준석이 오는지도 몰랐다.


“누구냐?”


“예? 옛?”


대뜸 준석이 패거리들에게 말을 걸자 링을 보고 있던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쳤다.


대훈은 체육관 입구를 등지고 연타를 때리고 있었기에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형광색 반 바지 사이로 용문신이 보이고 바가지머리를 한 아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준석에게 설명했다.


“아 아, 저 친구도 운동하는 친군데 대훈이 도와주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어요. 헤헤”


“그래?”


준석이 곧장 락커룸으로 가지 않고 링에 잠깐 시선을 두었을 때, 대훈의 상대가 링위에서 쓰러졌다.


철푸덕 -


으윽-


그는 주저앉아 고통스러운지 눈을 감고 신음을 내뱉었다.


대훈은 쓰러진 상대의 머리를 밟고 조롱하듯 소리쳤다.


“야 20대밖에 안 때렸는데 벌써 쓰러지면 어떡해? 어? 일어나라고!”


대훈은 상대의 머리를 발끝으로 툭툭 차댔다.


“성훈아 이 새끼 벌써 뻗었다? 어? 어쩌지?”


대훈이 링 위에서 몸을 돌리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죽일듯 노려보는 준석과 눈이 마주쳤다.


꿀꺽-


대훈이 침을 꿀꺽 삼킬 때 살벌한 맹수의 그르렁소리가 들려왔다.


"하...나...이 씨..."


시간이 정지된것만 같은 무거운 침묵이 내려왔다.


준석의 눈이 가라앉았는가 싶더니 잠시 뒤 굶주린 맹수가 눈을 떳다.


"야..."


애정과 온기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준석의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차디 찬 송곳 같은 한 마디에 그 순간 대훈도, 링밖의 아이들도, 침묵도 얼어붙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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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냄새. +1 21.03.01 89 2 11쪽
» 19화. 일촉즉발. +2 21.02.22 95 6 12쪽
18 18화. 누구냐 넌. +2 21.02.08 116 3 9쪽
17 17화. 폭주. +3 21.02.01 125 4 10쪽
16 16화. 양아치 냄새 21.01.26 127 6 10쪽
15 15화 왜 그래쓰까? 21.01.18 142 6 9쪽
14 14화 생존자들. 21.01.11 150 4 12쪽
13 13화. 왕이 될 남자 21.01.04 155 6 12쪽
12 12화. 왔구나 왔어! 20.12.28 155 6 12쪽
11 11화. 혼돈. 20.12.21 157 5 13쪽
10 10화. 기똥찬 준비 20.12.15 167 6 12쪽
9 9화. 본격적인 준비. 20.12.07 179 6 12쪽
8 8화. 마지막 기회. 20.12.03 174 6 11쪽
7 7화. 목소리. 20.11.30 179 6 10쪽
6 6화. 맹수의 눈. +1 20.11.28 222 6 9쪽
5 5화. 설마?! 20.11.26 222 6 12쪽
4 4화. 달려. 20.11.24 229 7 8쪽
3 3화. 다시 시작. 20.11.23 244 8 8쪽
2 2화 기침. 20.11.23 257 7 11쪽
1 1화 시작. 20.11.23 31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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