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슬란.k 님의 서재입니다.

리셋 : 격투천재의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아슬란.k
작품등록일 :
2020.11.23 17:14
최근연재일 :
2021.03.01 20:5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492
추천수 :
112
글자수 :
95,721

작성
20.11.26 22:29
조회
221
추천
6
글자
12쪽

5화. 설마?!

DUMMY

준석은 티브이를 꺼버리고 부지런히 포털사이트 뉴스에 눈을 돌렸다.


오늘 봤던, 그리고 꿈에서 봤던 그 일로 도배가 되었다.


사람들은 뉴스 댓글창에 세상이 망했다며 한탄했다.


-좀비다!! 세상이 좀비로 망할 줄 이야!!


-아..우리 엄마 아직 집에 안 왔는데...그런 말 쉽게 하지 마세요...


-내가 회개하라고 했지? 내 댓글들 보면 알거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회개해!!


-진심 사이비들 극혐


-정부와 군대가 대처하고 있다고 하니 잠잠히 기다려봅시다


-파티원 모집 1/9999


준석은 소파를 뒤에두고 우두커니 서서 의미 없는 댓글을 읽었다.


점점 스크롤을 올리는 엄지손가락의 속도가 빨라졌다.


‘무슨 날벼락인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UFC 진출인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준석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일단 땀으로 젖은 옷부터 갈아입고 샤워부터 하자’


준석은 재빨리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쏴아-


뜨거운 물줄기가 머리를 두드렸다. 마음이 진정된 준석은 눈을 감은채 천천히 생각했다.


‘일단 나는 살아남았다. 그동안 기침도 하지 않았다. 컨디션은 매우 좋다. 3층이고 현관문은 철문이고 잠겨있다. 최소한 1주일은 버틸 수 있다. 그 다음은? 일단 지켜보자. 씻고 밥부터 먹자’


준석은 샤워를 재빨리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거실로 나왔다.


아직 차가운 공기에 팔목부터 솨악- 소름이 돋았다.


준석은 몸서리를 치며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반찬통을 꺼내 식탁에 던지듯 놓았다.


탁. 탁.


나무로 된 식탁에 유리로 된 반찬통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리를 잡았다.


곁눈질로 반찬통의 회전을 보면서 국그릇에 적당히 밥을 담았다.


뜨거운 김이 솔솔 올라오는 그릇에 물을 붓는 솜씨가 제법 능숙하다. 뜨거운 밥은 적당히 미지근해졌다.


준석은 김치통을 열어 재꼈다. 새콤한 김치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잘 익은 김치는 묵은지 바로 전 단계로 새콤하고 매콤했다.


한 수저 크게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젓가락으로 김치를 크게 집어 한 입에 집어 삼켰다.


‘정신은 없어도 밥은 맛있네. 그래 일단 먹어야지.’


새콤한 김치가 침샘을 자극했다. 오물오물 부지런히 턱과 혀를 움직이며 아삭거리는 찰나의 기쁨을 만끽했다.


‘입맛 없을 때는 역시 이게 최고지.’


준석은 말린 멸치2마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태양초 고추장에 푹 찍어 입에 털어 넣었다.


뭉툭하고 매콤한 고추장과 말린 멸치의 꼬독꼬독 씹히는 맛이 짠맛과 매운맛의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준석은 오로지 먹는 것에 집중했다.


어느새 핸드폰도 식탁에 내려놨다.


와구 와구- 달그락 달그락-


준석은 정신없이 밥과 김치, 고추장에 멸치를 진공청소기마냥 흡입했다.


흰쌀밥에 부어진 물, 적당히 익은 김치와 고추장에 처박힌 멸치들은 준석의 마음을 상당히 진정시켜줬다.


준석은 순식간에 설거지까지 끝낸 뒤 브라운 색 가죽 소파에 털썩 앉았다.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응시하더니 앞에 놓인 스포츠 음료를 까 한 모금 크게 넣고 꿀떡 삼켰다.


꿀꺽- 꿀꺽-


목젖이 요란하게도 움직였다.


마침내 혀끝으로 이를 닦아내며 쩝 소리를 크게 내고 마음의 안정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준석은 왼손등으로 입술을 쓱 닦아내고 양팔을 벌려 소파에 걸쳤다.


다리를 꼬아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발목을 몇 번 까딱 거리더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너머를 응시했다.


조금전의 당황한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선 넘어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고, 들릴 듯 말 듯 비명소리들이 들려온다.


준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멍하니 천정을 응시했다. 그의 집게 손가락이 부지런히 턱을 쓸어댔다.


‘이건 쉽게 진정될 사태가 아니야. 순식간에 미친 사람들이 불어났단말이지? 아니 이들은 미친 사람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사람을 물어뜯다니, 이것들을 사람으로 여기면 나도 위험해진다. 그래 좀비라 하자. 자. 그럼 좀비가 길거리에 돌아다니게 되고, 이게 장기화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응? 생각을 해보자 준석아. 준석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준석이 오만상을 쓰며 까끌한 턱수염을 거칠게 쓸었다. 코를 매만지더니 잘 안 풀리는 듯 머리를 벅벅 긁어 댔다.


준석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곧이어 종이쪼가리와 펜을 대중없이 들고 왔다.


‘가장 필요한 것부터 적어보자. 무기. 물. 음식. 보호구. 돈. 돈? 그래 일단 적어보고. 또 뭐가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이것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준석은 종이에 이렇게 적어나갔다.



무기 : 칼, 몽둥이, 새총


음식 : 카레, 통조림, 과자, 단백질 파우더, 미숫가루


보호구 : 책, 테이프, 장갑, 워커, 헤드기어


이정도만 적어두고는 애꿎은 볼펜을 꾹국 눌러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필요한 게 생각나지 않는다. 준석은 일단 이것부터 챙기기로 결정했다.


준석은 집을 뒤져 모든 식량을 체크했다.


반찬들은 하루에 2끼 분량으로 아껴먹으면 2주치는 될 것 같다. 쌀은 최소한 2달치는 되는 것 같다.


준석은 모든 식량을 쓸어와, 거실에 늘어놓았다.


운동선수답게 단백질 파우더와 종합비타민, 영양제가 충분했다.


준석은 음식정렬이 끝나자 식칼2개와 밀걸레를 가져왔다.


‘식칼1개는 휴대용으로, 식칼1개는 밀걸레 끝에 테이프로 감아 창처럼 만든다.’


‘보호구는 아무리 봐도 딱히 쓸 만한 게 없다. 낭심 보호대, 마우스피스, 정강이 보호대. 이런 걸로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


준석은 헤드기어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이런 걸 길거리에 쓰고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바닥에 펼쳐진 식량과 잡동사니들이 준석의 마음에 여유를 채워주었다.


어떤 재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났다. 마땅한 무기도, 식량도 충분하지 않았으나 준석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아니 자신감을 넘어 마치 게임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기분까지 들뜨기 시작했다.


준석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전히 포털사이트는 오늘 일어난 난리로 도배되었다.


검색어를 살펴보니 좀비, 여의도, 기자, 뉴스 등이 올라왔다.


그 중 하나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생존.’


준석은 인터넷으로 생존을 검색하고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렸다.


생존과 관련된 지식을 쏟아놓은 개인블로그와 카페들이 생각보다 많앗다.


준석은 전문가들의 글과 포스팅을 정독해 나갔다.


생존 전문가들이 말하길 가장 중요한건 물이었다.


‘2주일은 굶을 수 있으나, 3일 동안 물을 못 마시면 죽는군.’


준석은 한참을 검색하며 여러 가지 정보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한동안 소파에 앉아있던 준석은 벌떡 일어났다.


‘국가 비상사태 시 전기와 물이 끊어질 수 있군. 전기가 끊어지면 물이 안 나오고, 지금이라도 최대한 물을 받아놔야겠네. 전기. 보조배터리. 옛날에 쓰던 스마트폰 모두, 모조리 빼내 충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준석은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모든 휴대폰을 꺼내 충전 시켰다.


어지럽게 널려있는 휴대폰과 충전선을 발로 밀어내며 거실로 나왔다.


바지런히 주방과 창고를 뒤지며 온갖 빈 통을 한아름 품에 안아 들고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곤 모든 빈 통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콸콸콸-


수도꼭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소중한 물을 뱉어냈다.


‘다음은 불 빛 이다. 랜턴, 랜턴’


준석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서랍들을 거칠게 열고 닫았다


철컥, 텅- 철컥, 텅- 사부작 사부작-


준석은 서랍 한 구석에 처박아둔 양초와 라이터, 랜턴을 찾아냈고 그 역시 거실에 놓았다.


3월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비명소리는 여전히 들려왔지만 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좋아. 최소한 1주일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버텨보자. 그리고 추후 상황을 봐서 움직인다. 아직도 밖은 소란스러우니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좋겠지? 집 앞 500m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지만 1주일 기다린다고 해서 모든 물건이 털리진 않을 거다. 지금 나가봤자 좀비들에게 습격당할 확률도 높고, 마트에서 물자를 가져올만한 도구도, 보호구도 부실하니 차라리 기다리는 게 좋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찰라 유난히 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꺅-! 살려주세요!


소리가 꽤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듯하다. 준석은 창문을 절반을 열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었다.


뒤이어 고함소리와 여자 비명소리가 뒤섞였고 골목 여기저기에서 좀비들이 어기적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준석은 부지런히 눈을 돌려봤지만 도무지 어디쯤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설령 방향을 찾는다 해도 지금 당장 도와줄 수 있는 용기는 없다.


준석은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도울 수 없다는 합리화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그 순간 준석은 자신의 비겁함에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격투기 유망주랍시고 남자다운 척, 멋있는 척, 강한 척은 혼자 다 했는데 정작 진짜 위기 앞에 한 순간 자기 나약함이 드러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동시에 이런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음을, 남을 섣불리 도왔다가 자신도 죽을지 모르는 현실을 고작 자존심 때문에 외면하기엔 너무 큰 도박처럼 느껴졌다.


이런저런 딜레마에 빠져든 준석은 슬며시 볼을 씹으며 손톱을 물어 뜯었다.


준석은 정리가 잘 안되는지, 머리를 흔들고는 핸드폰을 켰다.


갑자기 주식시장이 궁금해졌다.


준석은 주식거래 어플을 켰다.


생각보다 떡락하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증시가 가라앉긴 했지만 완전히 박살나진 않았다.


해외증시를 살펴봤다. 역시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완전히 바닥은 아니다.


오늘 일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앞으로 전 세계 증시는 폭락 할 것이다.


준석은 2019년도부터 주식을 훑었다.


자신이 투자했던 종목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세상이 망하면 주식이든 돈이든 무슨 소용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그동안 투자한 돈들이 아까워 자세히 살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수익이 났던 종목들이 어느 순간 마이너스가 되어 가슴이 쓰렸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준석은 고민했다. 내일 그냥 뺄지 조금 더 두고 볼지.


준석은 자주 들어가는 주식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역시 난리가 났다.


내일 무조건 빼야한다고 도배를 하는 사람, 우리나라 국방부를 들먹이며 이정도 상황은 1주일이면 해결된다는 사람, 그와 중에 비상사태관련 종목을 추천하는 사람 등 엉망진창이다.


준석은 무조건 내일 빼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최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몇 가지 종목을 보며 아쉬워했다.


‘저거 전부 내가 들어가려고 했던 건데...’


준석은 핸드폰을 끄고 소파에 벌렁 누웠다.


밤이 깊었다.


준석은 소파에 누워 지난날을 회상했다.


고아원에서 자라며 겪었던 설움들, 크고 작은 도움을 베풀어준 고마운 사람들.


격투기선수의 꿈.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던 기억이 떠올라 준석은 픽 웃었다.


밖에서 들리는 간헐적인 비명소리는 어느덧 적응이 됐다.


창밖에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준석은 눈을 감았다. 빗물들이 준석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듯 세차게 창문을 닦아 내렸다.


* * *


어느 덧 아침이다. 몸이 으슬으슬 거렸다.


양손을 교차해 팔뚝을 움켜쥐며 웅크렸다. 그 때였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꺅! 어떡해! 살려주세요!”


준석은 소파에 웅크린채 눈을 번쩍 떴다.


‘응? 이 목소리는... 설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셋 : 격투천재의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20화. 냄새. +1 21.03.01 89 2 11쪽
19 19화. 일촉즉발. +2 21.02.22 94 6 12쪽
18 18화. 누구냐 넌. +2 21.02.08 116 3 9쪽
17 17화. 폭주. +3 21.02.01 125 4 10쪽
16 16화. 양아치 냄새 21.01.26 127 6 10쪽
15 15화 왜 그래쓰까? 21.01.18 141 6 9쪽
14 14화 생존자들. 21.01.11 150 4 12쪽
13 13화. 왕이 될 남자 21.01.04 155 6 12쪽
12 12화. 왔구나 왔어! 20.12.28 155 6 12쪽
11 11화. 혼돈. 20.12.21 157 5 13쪽
10 10화. 기똥찬 준비 20.12.15 167 6 12쪽
9 9화. 본격적인 준비. 20.12.07 179 6 12쪽
8 8화. 마지막 기회. 20.12.03 174 6 11쪽
7 7화. 목소리. 20.11.30 179 6 10쪽
6 6화. 맹수의 눈. +1 20.11.28 222 6 9쪽
» 5화. 설마?! 20.11.26 222 6 12쪽
4 4화. 달려. 20.11.24 229 7 8쪽
3 3화. 다시 시작. 20.11.23 244 8 8쪽
2 2화 기침. 20.11.23 257 7 11쪽
1 1화 시작. 20.11.23 311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