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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란.k 님의 서재입니다.

리셋 : 격투천재의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아슬란.k
작품등록일 :
2020.11.23 17:14
최근연재일 :
2021.03.01 20:5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510
추천수 :
112
글자수 :
95,721

작성
20.11.28 23:40
조회
222
추천
6
글자
9쪽

6화. 맹수의 눈.

DUMMY

준석은 눈을 찡그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


발바닥이 시려 잔뜩 오므렸지만 아랑곳 않고 거칠게 창문을 열어 재꼈다.


드르륵-


상쾌한 찬바람이 준석의 콧속을 후볐고, 머리칼을 하늘로 치켜세웠다.


꺄악-!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지않은 곳, 어지럽게 주차된 골목길 사이 불그스름한 주택에 딸린 컨테이너 주차장 초록색 지붕에서 난 소리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금방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차림새, 익숙한 체구의 카페 알바생이다.


얼굴이 자세히 보이진 않았으나 허둥거리는 몸짓으로 볼 때 적잖이 당황해 보인다.


위협하듯 발로 지붕을 쿵쿵 거렸으나 놈들은 오히려 더 몰려왔다.


“꺅-! 저리가! 저리가!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발을 열심히 구르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순간 준석은 알바생과 눈이 마주쳤다.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마주쳤다. 준석의 얼굴에 당혹스러움과 알 수 없는 표정이 서렸다.


준석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혼란스럽다. 그 짧은 찰나에 준석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미안하지만 나는 저 여자와는 상관은 없어. 사적인 얘기를 나눈 사이도 아니고, 내가 그녀를 구해야 할 의무도 없다. 저 여자도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 나도 그렇고. 게다가 지금 좀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좀비들이 모일지는 모른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말도 안 돼. 나는 저 여자 이름도 모른다고! 젠장!’


준석은 창문에서 떨어져 소파에 앉았다.


그의 손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머리칼을 양손 가득히 쥐고 힘을 줬다.


손가락 사이로 무질서하게 삐져나온 머리카락들이 마치 그의 복잡한 심경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이 그러면 안 되지. 약자를 위해 힘을 써야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아니 나도 체육관 얘들에게 약자를 위해 힘쓰라고 그렇게 말해야 왔는데 내가 모른 척 하면 안 돼지! 물론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세계 레벨의 격투기 선수다. 선수라고! 저 놈들은 이성도 없고 전략도 없는 놈들이야.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렇지만...하아. 이런 썅.’


준석의 손이 거칠게 얼굴을 문지르다 말고 멈췄다.


길고 두꺼운 손가락으로 이마와 두 눈을 꾹꾹 눌러댔다.


‘구해준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라고! 전혀 나에겐 이득이 없어! 그래 만약 구해줬다 쳐! 그 다음은? 그 여자 집까지 데려다줘? 아니면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 식량도 부족한데? 만약 내가 잘 못되면 누가 책임져주는데?’


준석은 누군가에게 소리치듯 속으로 말했다.


준석의 머리가 지끈거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마음 한 가운데에 무거운 돌덩어리가 짓누르는 것만 같다.


어느덧 얼굴을 감싸 쥐던 두 손은 얼굴에서 내려와 무릎근처에서 불안한 듯 깍지를 꼈다 풀었다.


준석은 손을 모은 채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고민했다.


흐읍-! 후아.


준석은 크게 심호흡했다.


마치 심장이 터지도록 미트를 후려친 뒤, 회복을 위해 양손을 뒤로 재껴 횡격막을 움직여 최대한 폐부에 공기를 집어넣듯,

소파에 앉아 그 어떤 때 보다 격렬하게 호흡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오로지 콧구멍으로만 있는 힘껏 공기를 들이마셨다.


흐읍-!


그 공간에 가득 찬 고민들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흡입 하듯 격렬하게 들이마셨다.


흡-하고 숨을 참는다.


점점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오른다. 심장소리가 가슴을 때리고 귀를 울려댈 때 까지 참는다.


곧이어 장마철의 댐이 수문을 열어 1초에 수천톤의 물을 쏟아 내듯, 준석의 입이 수천톤의 고민들을 일순간 쏟아냈다.


가슴속 쌓여있는 탁한 고민의 한숨이 준석의 입을 통해 파악 하고 터져 나온다.


푸하-!!


준석은 동시에 손바닥으로 두 허벅지를 철썩 후려치고 벌떡 일어났다.


부릅뜬 눈에 비장함이 쏟아져 나왔다.


준석은 손을 뻗어, 식칼과 테이프로 칭칭 감은 조악한 창을 재빨리 집어 들었다.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맸다.


괜히 현관문 앞에서 발을 굴러본다.


쿵- 쿵-


한 번 더 심호흡을 하며, 세차게 양쪽 뺨을 때렸다. 철썩 철썩.


준석의 머리칼이 흔들거렸고 뺨이 벌겋게 물들었다.


주먹으로 꼭 쥐고 기세 좋게 기합을 질러본다.


‘합! 하! 합! 하!!’


문득 첫 번째 경기가 떠올랐다.



* * *



둥두두둥-


비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엄청난 관중의 함성과 현란한 조명에 정신이 없다.


와아-


“말씀드린 순간 임준석 선수! 임준석 선수가 등장합니다!”


“네 임준석 선수. 들리는 소문으로는 엄청난 선순데요. 오늘이 첫 번째 프로경기입니다. 과연 오늘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네 사실 임준석 선수는 프로에서 뛰기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는데요. 오늘 경기 매우 기대가 되네요."


두두둥둥둥-


준석이 천천히 몸을 풀며 스텝들과 링을 향해 걸었다.


슉슉- 쉐도우복싱을 하듯 팔을 뻗어본다.


후욱 – 후욱-


긴장감에 호흡이 거칠어진다.


두근거린다.


두려움과 설레임의 그 어느 중간. 마치 첫사랑에게 고백하기 직전의 두근거림이다.


무조건 자신 있다. 반드시 승리한다.


준석은 링을 향해 걸으며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에 몰입한다.


후욱 후욱-


한 참 이미지 트레이닝에 열을 올릴 때 우악스러운 손아귀가 준석의 뒷덜미를 잡았다.


꽈악-!


뒤이어 호랑이 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관장이다.


“준비됐냐?!”


“예!”


“준비됐어?!!!”


“악! 악! 예!!”


준석도 지지 않으려는 듯 악을 질러 댔다.


그 모습이 흡족 스러운 듯 관장은 씨익 웃어보였다.


“준석아 미쳐있지...? 오늘 무조건 이기고 내려온다. 알겠나?!!!!”


“예!! 악! 악!”


준석의 기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준석아!! 가즈아~!!!”


철썩 철썩-


관장이 호랑이 같은 표정으로 포효하며 준석의 두 뺨을 두 번 후려쳤다.


“악! 악!”


준석은 관장의 응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덧 두려움의 자리를 설렘이 채워갔다.


준석이 힘차게 링으로 뛰어 올랐다.


링에 올라선 순간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본다.


정신없이 쿵쾅거렸던 심장은 어느덧 평소 심박 수를 되찾았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관중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관장은 여전히 침을 튀겨가며 뭐라고 소리치지만 관중의 함성에 가려 들리진 않는다.


후욱 후욱-


날이 선다. 들숨과 날숨의 무게조차 잴 수 있을 정도로 온 몸의 신경이 곤두 섰다.


준석의 눈이 번들거렸다.


흡사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이다.


정글의 지배자가 살기를 가득 품고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눈에 소름이 돋는다.


땡-!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 소리에, 준석은 단숨에 날아올랐다.



* * *



철컥-


현실이라는 링에서 경기 시작을 종소리가 울렸다.


준석은 창을 꼭 쥐고, 현관문틈 사이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 눈이다. 먹이감을 찾는 맹수의 눈이다.


하지만 아직 먹잇감은 보이지 않는다.


준석은 슬며시 나와 문을 닫았다.


띠리리리-


우렁찬 도어락 소리에 맹수의 눈은 순식간에 깜짝 놀란 토끼눈이 돼 버렸다.


“아이 씨. 놀래라.”


준석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통로 쪽으로 빠끔히 내밀었다.


없다.


준석은 소리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어느덧 현관까지 내려왔다.


준석은 멀리 보이는 놈들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집에서 목표지점까지 거리는 약 50m. 숨도 안 쉬고 뛰면 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6분이 걸릴 수도, 60분이 걸릴 수도 있다’


어느정도 각오를 마친 준석이 슬금슬금 현관문 밖으로 나왔다.


승용차들이 레고를 엎질러 놓은 듯 질서 없이 주차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좁은 길이 더욱 좁아 보인다.


50m밖에 안 되는 거리가 더욱 험난하게 느껴진다.


조심스럽게 한 놈씩 처리하고 전진해야 한다.


준석은 마치 도둑고양이가 먹이를 노리듯 앞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긴장감에 상체와 팔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금방 숨이 차올랐다.


준석은 최대한 코로 숨을 쉬며 살얼음판을 걷듯 한 발짝을 옮겼다.


벌써 회색 승용차와 파란색 용달차를 지나왔다.


그르렁 거리는 놈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3m 앞에 두 놈이 등지고 있다.


준석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더니 전광석화처럼 놈의 뒷목을 찔렀다.


‘콰악!’


창끝에서 이질적인 감각이 전해져온 동시에 피가 터져 나왔다.


촤악- 주르륵-


검붉은 피가 놈의 상의를 순식간에 적시도록 흘러 내렸다.


일반적으로 이정도 피라면 얼마 못가 쇼크사를 할 것이다.


준석은 한 방에 제압에 성공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놈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악-


‘뭐야 목을 찔러도 데미지가 없네? 목을 잘라야 하나?’


준석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이 씨 뭐야 이거 진짜!”


창을 잡은 준석의 손이 두려움에 떨려왔다.


하지만 정작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찾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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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냄새. +1 21.03.01 91 2 11쪽
19 19화. 일촉즉발. +2 21.02.22 96 6 12쪽
18 18화. 누구냐 넌. +2 21.02.08 116 3 9쪽
17 17화. 폭주. +3 21.02.01 125 4 10쪽
16 16화. 양아치 냄새 21.01.26 128 6 10쪽
15 15화 왜 그래쓰까? 21.01.18 142 6 9쪽
14 14화 생존자들. 21.01.11 150 4 12쪽
13 13화. 왕이 될 남자 21.01.04 155 6 12쪽
12 12화. 왔구나 왔어! 20.12.28 156 6 12쪽
11 11화. 혼돈. 20.12.21 157 5 13쪽
10 10화. 기똥찬 준비 20.12.15 169 6 12쪽
9 9화. 본격적인 준비. 20.12.07 179 6 12쪽
8 8화. 마지막 기회. 20.12.03 175 6 11쪽
7 7화. 목소리. 20.11.30 180 6 10쪽
» 6화. 맹수의 눈. +1 20.11.28 223 6 9쪽
5 5화. 설마?! 20.11.26 224 6 12쪽
4 4화. 달려. 20.11.24 231 7 8쪽
3 3화. 다시 시작. 20.11.23 245 8 8쪽
2 2화 기침. 20.11.23 257 7 11쪽
1 1화 시작. 20.11.23 31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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