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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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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7.30 08:09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3,423
추천수 :
133
글자수 :
1,694,679

작성
23.06.0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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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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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3화 재침공

DUMMY

73화 <재침공>



“뭐야! 갑자기 왜?!”


에이린은 경악하여 일어섰다.

곧장 요람의 마법을 살피며 마법 몇 개를 더 사용했다.


“어째서? 분명 안정되어 있었는데?”


끊임없이 각혈하는 캣니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강한 마력에 노출되어서인가 살폈지만, 외부의 자극으로 위중해진 건 아니었다.


“뭔데. 대체 무엇 때문에? 술식 구성에서 무언가 잘못했나? 아니면 사제들의 신성력이 생각보다 더 볼품없던 거야?”


이유야 어찌 되던 최악의 상태임은 분명했다.

아무리 고위 신관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려고 해도.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젠장. 고위사제가 올 때까지 버티려 했는데!”


몸 상태를 완화 시키는 모든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사도 치유마법을 사용하지만. 그건 대상의 생명력을 끌어 쓰는 수단이기에 오히려 역효과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에이린은 마지막까지 밀어뒀던 최후의 수단을 준비했다.


“블루 마법진을 준비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이 공간이동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야 했다.

모든 마력과 신경을 캣니스에게 쏟아부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모든 지식과 수단을 동원하였다.


-챙그랑.


그 탓에 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였다.

마법사의 금기라고 여겨지는 행동인 오만.

제 실력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칼이 되어 돌아왔다.


“잡았군.”

“윽!”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운 직후였다.

공간이동 마법 술식을 그리던 팔을 붙잡혔다.

뒤늦게라도 공격과 방어용 마법진을 전개했지만. 목 앞에 칼이 들어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뭐야. 너 어떻게···?”


마법으로 속박되어 있어야 할 알버스가 풀려났다.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목에 들어오는 칼을 자극하는 행동밖에 되지 못했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애송이.”


뒤통수에 기분 나쁜 숨결이 닿았다.

등 뒤로 꺾인 팔이 더욱 옥죄였다.

심지어 상대가 등 뒤에 있는 바람에 눈동자에 담아둔 마법도 사용하지 못한다.

찰나의 방심이 불러온 역전된 상황.

에이린은 무력하게. 그가 읊는 말을 경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최후의 한 수는 숨겨두는 법이란다. 마탑의 정체 모를 애송아.”


에이린은 뒤쪽을 흘겨봤다.

조금 전까지 그가 누워있던 바닥에 작은 구멍이 있었다.

형태 자체는 조금 전에 판 구멍이 아니었다. 언젠가 그 안에 마법을 해제할 수 있는 물건을 숨겨둔 것이다.

그 물건의 정체는 아까부터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마족에게서조차 보기 힘든 어둡고 칙칙한 마기였다.


“우리 마법사 양반은 나와 생각하는 게 같나 보군. 이토록 비슷한 수단을 사용하는 걸 보니.”


까드득-


“으윽!”


무방비하게 드러난 목덜미를 물어뜯겼다.

에이린은 입술을 짓씹으며 고통을 참아냈다.

이내 붙잡고 있던 팔이 풀렸다.


“퉷, 너희 덕분에 더러운 경험을 했다.”


팔이 풀리고 몸이 자유로워졌지만 조금도 서 있을 수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몸을 둥글게 말았다.


“으. 으으으윽-!”


경련하는 입술 틈으로 신음이 새어 나온다.

새까맣게 변한 목덜미서부터 끔찍한 통증이 전신으로 뻗었다.

어지러운 시야 앞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사제 계집도 분수에 안 맞는 일을 벌여서 곧 죽을 모양이군. 그런 너희들에게 특별히 이번 일의 진실을 알려주마.”


알버스는 거짓된 눈물 자국을 지웠다.

그가 내리꽂은 발에 블루 슬라임이 터졌다.

이번에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서 휘둘렀다.

캣니스의 몸 상태를 안정시키던 마법진이 산산이 부서졌다.


“곧. 몬스터 파도가 시작될 것이다. 한 나라의 인구를 전부 동원해도 막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가 들이닥칠 거다.”


몬스터 파도.

그가 숨겨놓은 꿍꿍이를 풀었다.

그런 생각보다 더 정신 나간 계략에, 에이린이 이를 사리물었다.


“그게 무슨! 기껏 찾은 평화가 아깝지 않은 거야?!”

“평화. 평화라. 패배자의 인생을 걸어본 적 없는 네놈들은 평생 이해 못 하겠지!”

“커윽!”


알버스가 발차기를 먹였다.

발에 차인 에이린이 저만치 날아갔다.

그는 이 공간의 최후의 승자가 되어, 부상자밖에 없는 공간을 유유히 걸었다.


“물론 네가 그 지옥을 보게 될 일은 없을 거다. 몸속에 침투한 마물의 독이 속부터 썩어 문드러지게 할 테니까.”


다 죽을 사람들이라 생각하기에 사실만을 늘어놓았다.

승리에 찬 웃음소리를 내던 그는, 비웃음 소리와 함께 계단 너머로 사라졌다.

비밀 기지에는 적막함이 내려앉았다.

고통 어린 숨소리가 적막함을 채우는 전부였다.


“젠장··· 멍청하게······.”


에이린은 분통함에 주먹 쥐었다.

그가 또 다른 비밀통로로 탈출하였으니, 곧 돌아올 원군과 마주칠 리 없었다.


“다 잡은 놈을 이런 식으로···.”


마법이 사라진 왼쪽 눈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에이린은 터진 상처를 신경 쓰기보다, 망한 일을 자책하였다.


“멍청한! 멍청한! 멍청한! 멍청한···!”


바닥을 몇 번이고 내리쳤다.

진정되지 않는 감정에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아무리 캣니스의 상태가 위중했다지만 해서는 안 될 방심을 저질렀다.

제아무리 상대가 만만했다고는 해도, 지켜야 할 사람이 있는데 안일하게 행동했다.


“쿨럭-”


손으로 틀어막은 입가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마력으로 마독을 몰아내려 했지만, 잠식의 진행을 늦출 뿐이었다.

얼마 안 가서 죽을 거라던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거다.

몸의 이상을 알리듯이 맥박이 미친 듯이 맥동했다.


‘캣니스··· 캣니스······.’


에이린은 지친 몸을 끌었다.

간신히 부서진 마법진 앞에 다다랐다.

마법을 유지하던 블루가 죽은 탓에 캣니스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대로라면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한다.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루나가··· 오려면··· 한참은 더··· 걸리겠지···?”


현 상황을 복기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무언가 더 해보려고 했지만, 애써 뻗은 손은 허공을 방황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나···. 여기서 생명력을 보충할 방법 같은 건 없으니까···.”


에이린은 고개를 떨구었다.

일그러진 미소로 눈물 흘렸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자신은 살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몸에 남은 마력으로 마독을 억누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캣니스는 반드시 죽는다.

물론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말로 방법은 없는 거야···?”


마법사의 두뇌로 현 상황에서의 정답을 모색했다.

항상 효율을 중시하기에 언제나 최선의 답을 찾는 머리를 믿었다.


“그래, 어차피 한 번 죽었잖아. 나는 뭘 모양 빠지게 고민하는 거야?”


에이린은 또다시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머리는 이미 최선의 답을 알고 있었다.

한 번 죽은 캣니스. 죽은 적 없는 에이린.

죽는다면 확실히 망가진 쪽이 나을 것이다.


“하자.”


결심을 내렸다.

한쪽을 저울질하여 버리기로 결심했다.

버리기로 정한 쪽은. 마법사의 이성이 가리키는 대상과 다른 사람이었다.


“몇 번이고 해본 마법이야. 눈 감고도 쓸 수 있어.”


에이린은 마물의 독을 억누르던 마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중간에 방해받았던 공간이동 마법진을 다시 구성했다.


“어차피 나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마탑 이외에 돌아갈 장소도 없어.”


떨리는 입꼬리를 애써 올렸다.

진즉에 하고 싶은 일을 잃어버렸고, 다시 만나고 싶던 사람은 이미 만났다.

그렇기에 자신 같은 것보다, 반드시 살았으면 하는 사람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너를 다시 봐서 좋았어. 너라면 이런 나라도 받아주지 않을까 여겼거든. 실제로 그러했고 말이야.”


에이린은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이를 사리물었다.

공간이동 중에 일어날 모든 변수의 부담을 제 몸으로 돌리는 술식을 그렸다.


“캣니스. 듣고 있어? 네가 전해줘. 가람왕국이 지금부터 덮쳐올 위기에 대비할 수 있게.”


모든 부담을 감당해도, 여전히 무사히 신전에 다다를 확률은 낮다.

그래도 그 낮은 가능성에 기대어서 마법진의 술식을 채웠다,


“미안해. 웬만해서는 같이 가려 했는데. 마지막에 실수를 저질러서···.”


목에 남아있던 검은 반점이 얼굴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남은 한쪽 눈마저 빛을 잃어갔지만, 몇 번이고 마법진을 그렸던 기억이 손을 움직였다.

검은 반점이 다른 얼굴 반쪽을 완전히 집어삼켰을 때는.

눈앞의 시야가 뿌옇게 보였다.


“가람왕국 수도원으로 무사히 보내줘.”


마지막 마력을 짜내어서 마법을 발동했다.

마법진에서 빛이 나고 캣니스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에이린은 제 몸을 끌었다.

간신히 벽에 다다라서 기대어 앉았다.


“하하 성공했을까···?”


마법사의 오랜 직감이 마법의 발동이 무사히 완료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이제는 마법사답지 않게 신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쿨럭-”


제 몸 상태가 죽음을 향해 내달렸다.

코피가 멈추지 않는다. 각혈이 멈추지 않는다.

뇌가 불탈 거같이 아픈데 이상하게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게 아직도 완전히 정의 내리지 못하는 현상을 겪고 있는 탓이다.

에이린은 피비린내가 가득한 향기 속에서, 그나마 쥐꼬리만큼 남은 마력으로 눈앞의 어둠을 몰아내는 데에 집중했다.


“에이린냥!”


모든 기력을 다하고 쓰러지던 중에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을 루나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바보···.’


무슨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주위도 확인하지도 않고 다가오는 모습이란.

그래도 그 모습을 보는 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몬스터··· 파도가··· 올 거야······”


마지막으로 무거운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바솔루트의 계략을 한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려고 노력했다.

이야기가 제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말을 제대로 전했다고 믿고 싶었다.


‘아. 이렇게 쓸쓸한 거였구나.’


에이린은 눈꺼풀을 닫았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체감했다.

죽음이란 차가운 것임을 실감했다.


‘너는 이런 것을 홀로 견디고···’


죽음이란 춥고, 외롭고, 슬프고, 쓸쓸하다.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이가 있는 지금도 쓸쓸한데. 홀로 마왕성에 남겨졌던 그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에이린은 그 감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되니 슬프다기보다는 만족스러워서 입꼬리를 올렸다.


“빨리! 빨리 치료해줘라냥!”


루나의 비통한 외침이 동굴 안에 울렸다.

에이린을 끌어안고 사제를 찾았다.

그러나 에이린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눈뜨지 못했다.

재앙이 들이닥친 그 시간까지도, 두 눈이 뜨이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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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86화 동향과의 재회 23.07.20 28 0 14쪽
97 85화 동향과의 재회 23.07.19 25 0 17쪽
96 84화 동향과의 재회 23.07.18 29 0 16쪽
95 83화 동향과의 재회 23.07.17 29 0 22쪽
94 82화 동향과의 재회 23.07.12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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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79화 그의 비밀 23.06.28 42 0 19쪽
89 78화 이안류 23.06.23 72 0 25쪽
88 77화 이안류 23.06.20 37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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