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7.30 08:09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3,427
추천수 :
133
글자수 :
1,694,679

작성
23.07.25 19:34
조회
26
추천
0
글자
13쪽

88화 동향과의 재회

DUMMY

88화 <동향과의 재회>



“서큐버스라더니. 그런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될 괴물이 있구나.”


알렉산드로스는 여러 장의 성서를 꺼냈다.

새하얀 종이가 캣니스를, 자일리를, 브레드를, 벨라를, 네 번째 칼의 수행자들을 보호했다.

그 뒤에는 여러 겹의 축복을 온몸에 중첩하여 상대와 마주 섰다.


“정체는 묻지 않으마. 너는 이곳에서 죽어야 마땅한 존재인 걸로 충분하다.”


한 손에는 기요틴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러 개의 은 말뚝을 공중에 떠오르게 하였다.

온몸에서 넘쳐나는 신성력의 힘이 그를 강하게 만들고 보호하였다.


“···하여간 이래서 이 몸은 불편해.”


줄곧 알렉산드로스의 가슴팍을 바라보던 가더가 눈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그 행동조차 번거로운지 다시 가슴팍을 바라봤다.


“시체 정도는 남겨두는 게 좋으려나···?”


작게 중얼거린 한마디에 알렉산드로스가 움직였다.

거대한 기요틴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는 가더의 육체.

멀리서 지켜보던 자일리가 입을 쩍 벌렸다.


“저, 저게 뭐야···.”


비명이 나올 줄 알았는데 놀란 목소리만 나왔다.

놀란 그의 심정만큼이나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반으로 갈라졌던 가더의 몸이 흐물흐물하게 무너졌다.

한 번 바닥에 녹아내리더니,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알렉산드로스 휩노스.”


수백 장의 성서가 휘몰아치며 두 사람을 감쌌다.

성서가 공기 중에 녹아내리듯 모습을 감췄다.

이내 두 사람의 모습이 풍경에서 사라졌다.

장막이 걷힐 때는 누구 하나가 끝장을 보게 될 터였다.



*****



“커헉! 괴물···!”


벨라는 회색 눈동자를 뜨자마자 숨을 토해냈다.

땀에 흠뻑 젖은 검은색 머리카락 사이로 불안한 눈동자를 움직였다.

단검을 찾으려 허리춤을 더듬다가, 눈앞에 있는 형체를 보고 흠칫 놀랐다.


“정신을 차렸나요?”

“캣니스···?”


얼떨떨한 목소리를 냈다.

벨라는 두 손으로 본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 괴물은?”

“···죄송하지만 제 용건이 먼저예요.”


캣니스는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알렉산드로스와의 전투로 지쳤지만, 그의 수행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혼수상태에서 치료했다.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는 벨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두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던 본론을 꺼냈다.


“힘을 빌려주세요.”


선뜻 손을 맞잡음에도 벨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에게 캣니스가 말하였다.


“이대로라면 선생님이 위험해요.”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벨라.

그제야 그들 주위에 알렉산드로스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선생님은 어디에···!”


벨라는 눈에 띄게 당황하여 알렉산드로스의 흔적을 쫓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가, 제 몸 위에 놓인 한 장의 성서를 발견하고 표정이 굳었다.

처형자의 밑에서 일하는 수행자답게 상황 파악은 빨랐다.

쓰러지기 전의 기억과 현 상황을 비교하여 한 가지 사실에 접근하였다.


“선생님이··· 죽는 거야···?”


돌연히 접근한 마족에게 선생님이 살해당한다.

평소였다면 우스갯소리로 여기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벨라의 머릿속에는 네 번째 칼의 죽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지 않기 위한 협력이에요.”


캣니스도 벨라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로스는 실력이 보장된 팔라딘이었지만, 어째선지 제 동행자를 이기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여성체라는 약점이 있는데도, 당당하게 알렉산드로스와 맞선 가더.

캣니스가 반쯤 기절한 상태에서 봤던 상황이, 불안한 불씨를 가슴속에 지폈다.


“아, 안 돼! 선생님을 돌려줘!”

“진정하세요. 벨라 님. 저도 벨라 님과 같은 마음이에요.”

“뭐든 할게. 그러니 제발···!”

“벨라 님. 저도 선생님이 죽는 일을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행동하세요.”


몸에 매달리는 벨라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다행히 벨라도 더 이상 막무가내로 매달리지 않았다.


“내가··· 뭘 하면 돼?”

“우선 모두를 설득하는 일을 도와주세요. 아무리 제가 선생님의 제자이긴 하나, 이곳에서 제 말을 들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벨라는 주위를 살폈다.

캣니스의 말대로,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 모두가 적대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분명 벨라가 말해도 돕지 않으려 할 거다.


“자세하게 무얼 한다고 설명하면 돼?”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벨라는 다른 동료가 반대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생각이었다.


“현재 선생님은 문지기님과 단둘이 장막 안에 있어요.”


직접 봤고, 자일리에게 들은 말이기도 하니 확실한 정보였다.

신성 마법-알렉산드로스 휩노스는 공간 분리 개념의 장막이기에 외부에서 내부로의 진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모두의 신성력을 모아야 해요. 그래야만 선생님이 펼친 장막을 해제할 수 있어요.”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해결에 앞서 불필요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곧장 동료에게 달려가 협조를 구했다.

예상대로 동료들의 반발이 심했다.

알렉산드로스에게 교육받은 자들이기에, 설득이 쉽지 않았다.


“변절자. 옛 제자인 너는 알 것이다. 선생님의 장막을 해제하는 건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다.”


수행자 중 몇몇은 감정적으로, 몇몇은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했다.

그들의 의견은 다른 견해에서 왔지만, 대부분이 캣니스의 의견을 부정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째서! 선생님이 위험한 일이다!”

“벨라. 대체 저 아이의 무엇을 믿고 신성력을 모은다는 거지? 저 변절자가 무슨 꼼수를 부릴 줄 알고?”

“캣니스가 그럴 리 없어!”

“벨라. 적의 말을 쉽게 믿지 마라. 우리의 힘을 훔쳐서 선생님과 적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대로라면 선생님이!”

“믿어라. 셀레브리디 교단의 열 한 명의 팔라딘 중 한 분이자, 여신의 무구인 분이시다. 고작 우리가 손도 못 쓰고 당했다고 해서 그분까지 그러하리라 생각지 마라.”


맞는 말이었다.

처형자의 실력을 믿고 따르는 자다운 견해였다.

하지만 벨라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선생님이 위험해요.


동료 모두가 알렉산드로스가 이기리라고 확신하고 있는 가운데. 캣니스만이 그러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캣니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동료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위험을 예견한 게 캣니스였다.

짧게나마 반나절을 함께했다.

그동안 캣니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았고, 알렉산드로스까지 직접 인정한 여사제였기에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었다.


“···당신들. 알렉산드로스 님 밑에서 일한 지 몇 년 됐죠?”


도저히 상황이 진척될 기미가 없자 캣니스가 직접 나섰다.

수행자들의 사나운 눈빛을 마주하며 그녀 또한 싸늘한 얼굴로 맞섰다.


“2년이다. 그러나 우리도 마르티 님을 따라간 선임분들만큼이나 선생님을 믿고 따른다. 그러니 쓸데없는 말로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지 마라. 선생님은 누군가에게 쓰러질 사람이 아니니.”

“그랬군요. 어쩐지 익숙한 얼굴 한 명 없더라니. 대부분이 마르티 님을 원호하러 가서 그랬군요.”


어떠한 아쉬움도 유감도 없는 목소리.

높낮이 없는 목소리에 수행자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캣니스는 여전히 같은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남의 안위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모습이란. 그 말들. 선생님이 죽은 뒤에도 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 있겠어요?”

“감히! 선생님을 모욕하지 마라!”

“모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그만큼 무지하다는 거겠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세요. 정말로 제 말에 어떠한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겠나요?”

“변절자 주제에!”


수행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두 팔을 뻗어서 캣니스의 멱살을 잡았다.

사제복의 목깃을 조이며 작은 몸을 들어 올렸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말리지 마. 벨라. 선생님이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하는 거니까!”

“멈춰! 제정신? 아무도 건들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어기겠다는 거야?”

“입 다물어! 변절자에게 넘어간 주제에 나에게 명령하지 마!”

“윽!”


과격한 움직임에 벨라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시선보다 높은 곳에서 목이 졸리는 캣니스가 있었다.


“그만둬! 캣니스를 다치게 하지 마!”


먼저 선공을 받은 벨라가 단검을 뽑았다.

목을 조르는 수행자에게 행동으로 경고하던 그때였다.


“···새내기라 봐 드리는 건 여기까지예요.”


쿠웅-

목을 조르던 수행자의 몸이 하늘을 바라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히 서 있었는데. 지금은 여사제의 손에 바닥을 구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


줄곧 수행자의 얼굴을 가리던 두건이 벗겨졌다.

열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얼굴 위로 당황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리네요.”


그가 바라보는 새까만 하늘 밑에서 금빛의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이 누나가 마지막으로 부탁할게요. 지금은 제 말을 믿고 따라주시겠어요?”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캣니스의 목소리.

조금 덩치가 큰 열여섯 살의 수행자는 침묵했다.

실력 차이를 보여주자 다른 수행자들도 별말이 없었다.

물론 별말이 없다는 게 제안을 수락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절반. 우리도 이 이상 양보 못해.”


인원수의 절반만 신성력을 나눠주기로 합의했다.

캣니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에 아쉬움이 따랐지만, 그 이상 욕심을 바라지 아니했다.


“수고했네 캣니스여.”

“브레드 님···.”


브레드 머슬릿이 캣니스에게 다가갔다.

흐트러진 사제복을 정돈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본론을 꺼냈다.


“한데. 무슨 수로 저 장막을 걷어내겠다는 건가?”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브레드는 캣니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것이 장막을 걷는 이야기라면 평가가 달라진다.

결계가 외부의 것으로부터 내부를 지키는 수단이면, 장막은 외부의 것과 단절하기 위한 수단이다.

두 힘의 목적이 다르기에, 장막은 외부의 힘에 비교적 취약하다.

하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장막의 이야기. 공간 분리라는 개념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방법이 있거든요.”


캣니스는 그의 걱정을 일축했다.

자신감에 찬 말을 뱉고, 일을 저지를 준비를 끝났다.


“알렉산드로스 님의 수행자분들. 준비되었나요?”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수행자들을 향해 물었다.

조금 전 제압됐던 수행자가 볼멘소리를 뱉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가 말한 방법 중에 불온한 낌새가 보이면 즉시 공격할 거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혹시 모르지. 알렉산드로스 님의 신뢰를 배신했던 정도이니, 얼마나 간악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말이야.”


이미 협력하기로 약속했으면서 불신하는 마음을 보이는 수행자.

캣니스는 덩치만 큰 수행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요즘은 교육 방법이 달라지기라도 했나 보네요. 이런 말도 할 줄 알고.”

“뭐. 뭐가 어째?!”

“아니요. 혼잣말이었어요. 이제 시작할 거니 비켜주세요.”

“아니, 잠깐···!”


소리치는 수행자를 무시하고 캣니스가 신성력을 방출했다.

압도적인 양의 신성력이 공기를 타고 사방으로 뻗어갔다.


“이건 대체!”


벨라를 비롯한 수행자 전원이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줄곧 팔짱을 끼고 있던 브레드는 팔을 내렸다.

마나 호흡하던 자일리는 다리까지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회는 한순간이에요.”


새까만 밤하늘을 밝히는 황금빛 무리가 있었다.

캣니스에게서 나온 수많은 황금빛 뿌리와 가지들이 지면을 타고 흐르며 허공을 더듬으며 나아갔다.

이내 그것들은 서로 얽히고 얽혀서 수십 그루의 나무를 만들어냈다.

도심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신성력으로 가득한 황금빛 숲.

한 교단에서 신의 이름을 부르짖을 공간이 만들어졌다.


“성역 선포-”


이는 캣니스가 전성기 시절에 사용하던 비장의 수.

이제는 조력자 없이는 꿈도 못 꿀 과거의 영광.

성역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에 생명력이 차고 넘쳤다.

형태를 이룬 모든 숲과 나무에 성물 이상의 힘이 담겼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성역을 갈무리하기 위한 마지막 힘이 방출됐다.


“성역 선포, 캣니스 생츄어리.”


성역 내에 부정한 것들을 모두 정화하는 힘.

황금빛 나무뿌리와 덩굴 식물들이 돔 형태의 장막을 감쌌다.

장막에 가려져 있던 알렉산드로스와 가더의 모습이 드러났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6 외전 인연의 시작5 23.08.02 30 1 12쪽
105 외전 인연의 시작4 23.08.01 23 1 13쪽
104 외전 인연의 시작3 23.07.31 21 1 15쪽
103 외전 인연의 시작2 23.07.29 20 0 17쪽
102 외전 인연의 시작1 23.07.28 21 0 15쪽
101 89화 동향과의 재회 23.07.27 30 0 17쪽
» 88화 동향과의 재회 23.07.25 27 0 13쪽
99 87화 동향과의 재회 23.07.24 28 0 21쪽
98 86화 동향과의 재회 23.07.20 28 0 14쪽
97 85화 동향과의 재회 23.07.19 25 0 17쪽
96 84화 동향과의 재회 23.07.18 29 0 16쪽
95 83화 동향과의 재회 23.07.17 29 0 22쪽
94 82화 동향과의 재회 23.07.12 35 0 14쪽
93 81화 동향과의 재회 23.07.10 45 0 13쪽
92 외전 마계의 끝자락에서 23.07.05 44 0 29쪽
91 80화 그의 비밀 23.07.03 43 0 24쪽
90 79화 그의 비밀 23.06.28 42 0 19쪽
89 78화 이안류 23.06.23 72 0 25쪽
88 77화 이안류 23.06.20 37 0 16쪽
87 76화 재침공 23.06.16 50 0 18쪽
86 75화 재침공 23.06.13 37 0 24쪽
85 74화 재침공 23.06.07 40 0 25쪽
84 73화 재침공 23.06.03 38 0 11쪽
83 72화 재침공 23.06.03 47 0 16쪽
82 71화 재침공 23.05.29 51 0 15쪽
81 70화 재침공 23.05.25 43 0 20쪽
80 69화 재침공 23.05.22 54 0 15쪽
79 68화 재침공 23.05.18 37 0 17쪽
78 67화 재침공 23.05.15 47 0 22쪽
77 66화 재침공 23.05.10 47 0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