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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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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23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12.0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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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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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8화. 그 남자

DUMMY

“...그렇게 해서 이곳에 당분간 신세지게 되었다.”

“아, 얼마든지요.”

라고 할 상황이 아니잖아!

나는 ‘발로 페르간트’라고 소개한 남자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루리안, 질문 하나만 할게요.”

“네, 얼마든지요.”

“저 덩치 큰 아저씨,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는 거에요?”

“후후후 글쎄요?”

저 대책 없는 미소를 보자 한숨이 새어 나왔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걸까?

“그리고 루리안이 누군지 아는 거에요?”

“아마도 이름난 검사겠지.”

“맞기는 한데, 그건 일부분이거든요?”

정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이렇게 대담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놀라지 않을 리가 없다.

“그것보다도 유명한 이름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역시 이 아저씨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표정이다.

세이갈 출신이라고 했지, 우리랑 사고방식이 다른 걸까.

“루리안은 공인이라구요. 아직 이 나라의 풍습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를 갑자기 양자로 삼은 것도 그런데, 이렇게 외부인을 집에 둬도 되는 거에요?”

“후후후, 고마워요. 괜찮아요. 얘기만 안 하면 되니까.”

“네?”

“음, 그러니까 사소한 특권 같은 거랄까요.”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국가에서는 왕들에게는 사생활이라고 할 만한 게 없잖아요? 하지만 대신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죠. 아에니스는 아무래도 특권이라는 것에선 많이 부족한 편이니까요. 그래서 최소한 사생활이라도 보장해주가고 합의를 한 거죠. 그래서 이 집에는 웬만한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돼요.”

정말? 난 여태껏 한 번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집의 앞에 위병들이 서있거나, 신분을 검사한다던가 하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저택 전체에 마법이 걸려 있어요. 제 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은 들어 올 수 없어요.”

“허....”

하긴 어쩐지 황제가 사는 곳인 데 하인 하나 없이, 호위병 하나 없는 게 이상하다. 싶긴 했었다.

“첨언하자면, 이 저택의 설립 당시, 그러니까 갈라스 대제 때 라이돌리아 공화국과의 정전협정 때, 당시 대 마법사였던 이에게 이 저택의 기반이 되는 마법들을 제공 받았다고 해요.”

“잠깐, 그러니까 이 집이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라는 소린가?”

하기야 지금 와서 눈치를 못 챈다면 사람이 아니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도 입장이 곤란하다구요.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 갈 데는 없으신 거죠?”

“불행히도, 돈 도 없다. 이렇게까지 폐를 끼칠 생각은 없는 데 말이야. 차라리 약간의 돈을 빌려줄 수 있겠나? 어떻게든 갚도록 하지.”

“괜찮아요.”

루리안은 평소와는 다르게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 이것 참.”

“루리안, 침구를 빨아 놓을까요?”

“그래줄래요, 세리에?”

세리에 넌 누구 편이냐. 내가 뭐하냐는 눈짓을 보내자, 세리에는 그저 눈웃음을 지을 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후후, 그럼 조금 뻔뻔해지도록 해볼까?”

“얼마든지요 .”

“이왕 뻔뻔해지기로 한 거 말이야. 당신 시간이 비나?”

아니 이 아저씨는 신분을 밝혔는데도, 말이 짧다! 대담한 거야, 아니면 바보인거야? 하지만 내 불만과는 무관하게 두 사람의 대화는 아주 익숙한 분위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만 적응 못하는 바보 같잖아? 내가 비정상적인거야?

“음,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요.”

“좋군.”

내 한탄과는 아랑곳없이, 발로씨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어이, 저기요?

“어떤가?”

발로는 자신의 허리에 메어둔 검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루리안은 미소로 화답했다.

“얼마든지요.”

루리안한테 대련을 신청하는 미친..., 어이구 취소. 음, 그러니까 아악 몰라! 아무튼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있단 말이야?

“어라라? 웬 일이에요.”

침구를(사실 발로가 누웠던 침대의 침구들은 오랫동안 쓰지 않아 상당히 지저분했다.)을 큰 통에 넣고 물을 붓고 있던 세리에는 우리가 밖으로 나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 집의 정원은, 정원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컸다. 예전엔 텃밭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 집 식구들의 연무장으로 쓰일 뿐 다소 횅한 공터였다. 루리안과 리리스 씨가 어렸을 때 만들었다고 하는(맙소사!)자그마한 꽃밭도 있었는데, 관리를 안 해서 그런지 솔직히 볼만한 건 없었다.

“두 사람이 대련 한다나 봐.”

“대련이요?”

세리에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솔직히 나도 동감한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저렇게 차원이 다르게 강한 사람은 보지 못했거든. 아에니스에서도 최강자로 손꼽히는 사람이라니까, 알 만하다.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검의 성지의 수장이라는 로넬스 공작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솔직히 1분 버티면 대단하지.”

“세인, 내기할래요?”

세리에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좋지, 후후후 기준은 뭐로 잡을까? 아 지난 번에 발 마사지 정말 좋았어.”

의외, 아 의외가 아닌가? 세리에의 손아귀 힘은 엄청났다. 덕분에 꽤나 시원했지.

“두고봐요, 이번엔 이길거니까.”

세리에가 이를 갈면서 분연히 외쳤다.

훗, 미안하지만 질 생각은 없어, 세리에.

“좋아, 3분 어때?”

“비겁해요. 방금 1분이랬잖아요.”

쳇 쓸데없이 예리하긴.

“그래 줘서 2분.”

“그 정도라면, 설마 루리안이 초반부터 박살낼 리가 없잖아요?”

아 제길! 당했다.

나는 순간 세리에의 등에 여우 꼬리가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후후후, 이번엔 뭐로 할까나?”

이미 이겼다는 듯이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고민에 감싸였다.

“이익, 두고 봐.”

“아, 실비아 하고 바르에를 포함해서 저녁 한 끼 쏘는 걸로해요.”

어후어, 여자들은 항상 돈으로 남자를 괴롭히지.

이럴 땐 솔로가 부러워!

“으, 대신 메뉴는 내가 고르는 걸로.”

“글쎄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얼굴이 오늘은 굉장히 얄미워 보인다. 캬악!

“아, 시작하시려나 봐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섰다.

“루리안, 처음부터 바주는 거 없기에요!”

“세인!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어딨긴 여기 있지. 루리안 꼭이에요!”

후후후 최후의 반격이다.

“예, 시간도 부족하니까 그게 날 것 같네요.”

“하긴, 간 만 보기엔 아깝지?”

무슨 소리야 저게? 내 의도와는 다르게 두 사람은 진지하게 대꾸했다.

스르릉

루리안의 허리춤에서 나그나쉬크가 유연한 몸매를 과시했다. 띠처럼 둘러진 붉은색의 칼날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작열했다.

발로 씨 역시 검을 빼들었다. 그의 긴 팔은 넓은 호를 그리며 검을 뽑았다. 얼핏 보기에도 검신의 길이만 라그나쉬크의 1.5배는 되어 보이는 대검이었다. 하긴 저 검 때문에, 바르에가 무거워서 죽으려고 했지. 긴 검신은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색을 띄고 있었다. 그 기다란 검신에는 파도치는 듯한 형상의 청록색 무늬가 그러져 있었다. 그 길이에 걸맞게 손잡이 역시 상당히 길었는데, 검신은 푸른색 계통이었던 반면 손잡이는 불그스름한 적갈색을 띄고 있다는 게 이색적이었다.

“명검이네요...”

루리안이 감탄한 듯이 중얼거리자, 발로 씨는 어딘지 씁습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만큼 피를 많이 먹은 녀석이라서 말야, 악명도 높아.”

“글쎄요, 그렇게 따지면 이 검 만큼 피를 많이 먹은 검도 드물 텐데요.”

하긴, 갈라스 대제로부터 벌써 500년이니 저 검이 본 피는 이루 세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저 꼬맹이의 말대로 시작해볼까?”

꼬맹이라니!

악악! 뭐야 저 인간!

“풉.”

세리에는 내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어이, 이봐!

“아니, 세인이 너무 귀여워서.”

어머니!

여자한테 귀엽다는 소리를 듣다니...

내가 페닉상태로 허우적거리자, 루리안은 후후후 하고 웃으며 발로 씨에게 말했다.

“귀여운 제자에요.”

“음, 조금 불쌍해지는군.”

루리안 마저! 발로 당신, 병 주는 거야? 약 주는 거야? 하나만 확실히 해!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슬슬 시작하지.”

“그러죠. 세인 부탁해요.”

쳇, 쳇 나는 퉁퉁 부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중간에 섰다.

그리고 크게 숫자를 셌다.

“셋, 둘 하나. 시작하세요.”

그리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괜히 가운데 서있다가는 피 보기 십상이다.


카가가강

귀가 마비되는 것 같은 강렬한 소리.

눈이 멀 것 같이 빛나는 검광.

나는 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시야를 점멸하는 검의 춤사위에 넋을 놓고 말았다.

속도도, 힘도, 그에 수반되는 기술도, 내 상식의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루리안의 손에선 레아, 라헤, 사헤, 나헤를 망라하는 총체적인 검술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떠한 대기 동작도 없었다. 검이 뻗어나가는 궤적을 따라, 루리안의 의지에 따라 검술들이 펼쳐진다.

발 로씨는 그 변화무쌍한 공격을 단순히, 정말 단순하게 막아간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단순함은 루리안의 공격을 침착하게 하나하나 걷어낸 뒤, 흉포한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해일이 대륙을 노리고 달려들 듯이, 그의 검술은 막힘이 없었고,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루리안 그 힘에 마찬가지로 힘으로 대응했다.

내가 봤던 최강의 공격을 자랑하는 ‘라헤’의 기술이 그의 검과 맞붙는다.

원을 통해 얻어진 최대한의 힘, 그것은 태양과도 같은 힘으로 발로 씨의 검을 버텨낸다. 하지만, 발로 씨의 힘이 더 위였다. 루리안의 라헤는 그의 검 앞에서 밀려났다.

루리안의 표정엔 미소가 아로새겨진다.

그리고, 루리안의 공격이 단순한 힘 위주가 아닌, 속도 위주의 검술로 돌변했다.

‘사헤’인가.

아니,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알고 있던 ‘사헤’와는 달랐다.

힘이 부족하다면 보태면 된다.

루리안의 검은 발로의 검이 한 번 휘둘러 질 때 최소한 세 번 이사은 부딪치며 그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나헤’의 일격이 모든 것을 으스러뜨리며 쏟아졌다.

그야말로 필살의 일격이었지만, 발로 씨는 그 검을 눈치채고 그의 검을 풍차처럼 휘둘러 그 것을 튕겨내 버렸다.

“하, 하.”

마치 내가 검을 쥐고 대련한 듯, 정신을 차린 나의 몸은 흥건한 땀으로 젖어 있었다.

“여기까지 해야 되겠군. 조금 아쉬운 걸.”

“정말 놀랐어요.”

“이쪽이야 말로, 마지막에 그거, 하마터면 목게 바람구멍이 뚤릴 뻔했어.”

“그 정도엔 당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으니까요.‘

“하하, 그런가?”

“‘나헤’는 제가 완벽히 펼치기 힘든 검술이니까요.”

“그 검하고 관련이 있는 거군?”

“예.”

“덕분에 오랜만에 상쾌했다.”

“이렇게 땀을 흘려 본 게 얼마만인지.”

루리안의 말대로 그녀의 몸을 온통 땀 투성이었다. 그건 발로도 마찬가지였지만, 오히려 두 사람은 상쾌한 표정이었다.

“맙소사, 괴물이 두 마리가 됐어.”

내 말에 세리에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소감이 겨우 그 거에요?”

“정확하잖아.”

세리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 젓더니, 곧, 만면에 화색을 띄며 말했다.

“저녁, 기대할게요.”

아악, 세리에 너는 악마야!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입과는 달리, 내 쥐어진 손의 힘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쉴려고 했는데 ㅠㅠ.
선작이나 조회수가(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증가해 버리는 바람에 웬지 글을 올리지 않으면 역적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 편 끄적입니다.
p.s. 파워 인플레가 심해 보이지만, 이 건 어디까지나 '지금까지'한정입니다. 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위의 두 사람은 사기 먼치킨이 맞...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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