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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22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12.06 18:01
조회
529
추천
10
글자
6쪽

8화. 그 남자

DUMMY

“미안, 조금 부탁할게.”

“아, 별로 문제될 건 없어. 이 집은 쓸데없이 넓으니까. 그런데, 괜찮은거야?”

“응,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 녀석이 이렇게 가라앉아 있는 걸 보는 건 처음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구태여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갈 게.”

“어, 내일 봐.”

집으로 돌아오자, 루리안이 그 사람을 간호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때요?”

“의사도 특별히 어디가 안 좋은 건 아니라고 하고, 그냥 과로랑 영양 부족 때문이래.”

“다행이네요. 그런데, 도대체 누구일까요? 이 사람.”

“세이갈이나, 아니면 그 즈음의 최북단 사람인 것 같아요.”

“왜요?”

“그 쪽의 사람들은 피부색이 황색 계열이고, 머리색이 검은색 계통이 많거든요. 세인도 북부 출신이니까 머리가 검은색인 거 아닌가요?”

그런가? 별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도 그렇고 기사들도 그렇고 대게 머리가 검은색이었던 것 같다. 그런 특징이 있었다니,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

“여행을 많이 다녀봐서 그래요.”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되나...”

“일단 이분이 일어나신 뒤에 묻도록 하죠, 이만 나갈까요?”

“네.”

“오늘은 뭐 해 먹을까요? 후, 걱정이에요.”

“잘 생각해보세요. 후훗”

“너무 어려운 걸 맡기셨어요.”

세리에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루리안은 후후 웃으며 방을 나섰다.

“흠, 이따가 올 테니까. 그냥 주무시고 계세요.”

누구한테 하는 소리지?


***

날카로운 걸.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오직 복근만을 이용해서 일어난 것으로 상당한 수련을 거친 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긴 어디려나...?’

사실은 어설프게 업힐 때부터 깨 있었다. 하지만 괜히 일어나봤자 서로 어색해질 것 같기도 했고, 도움이 필요한 건 분명하기 때문에 그냥 기절한 척 하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 그 정도의 여자라면... 대략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겠군.”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귀를 맴돈다.

그리고 남자는 한 손으로 머리를 쥐더니 긴 한숨을 내 뱉었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건지...”

어두운 방 안.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나랑 결혼해서 직을 이어줘.”

막 피어난 산수유 열매 같이 상큼해 보이는 붉은색의 머리카락. 남자는 그 머리색을 맘에 들어 했었다.

“싫어.”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은 왜 일까?

“내가 싫다는 거야? 아니면 ‘직’을 잇지 못하겠다는 거야?”

생각 보다 침착하게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너랑 결혼할 생각 따윈 없었어, 그리고 나는 족장 따윈 질색이다.”

“나는 네 구색을 맞춰 주는 장난감이었니?”

목소리가 조금 격해진다.

“스스로를 비하 하지마. 그건 자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남자는 낮게 읊조리며 여자의 뺨을 한 손으로 쓸었다.

“꺼져!, 어디 한 번 맘대로 해 봐!”

이런 미움 받았는 걸.

남자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허리에 달린 검을 만지작 거렸다.

“방법은 하난가...”


어두운 방안, 하지만 고래의 기름을 짜서 아스라이 불 빛을 내는 등로가 두 남자의 사이에 불타고 있었다.

“결국 그 쪽과 결혼시키겠다는 건가?”

“어쩔 수 없네. 그게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비겁하군, 약자란.”

“나라고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줄 아는가?!”

“알아, 그래서 내가 족장이란 빌어먹을 걸 받기 싫어하는 거고.”

“크흠, 자네도 알지 않는가, 설사 자네가 족장이 된다하더라도, 이 걸 막을 수는 없어.”

“뭐, 확실히 내 부모는 어디서 뒈져 버렸는지 알 수도 없는데다가, 남겨준 것도 없지.”

“그건...”

“뭐, 됐어. 하늘이 정해준 길이 아니라면, 그건 여기까지겠지.”

이 남자가 진심이 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알고 있던 족장은 이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저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탄가’라고 했었나.”

“자네, 설마?”

“미친 짓이지.”

남자는 상처 입은 야수처럼 웃었다.

“그만 두게, 설사 그런 짓을 한다하더라도....!”

“알아, 세이갈에, 이 나라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은 없어지겠지.”

“발로...”

그 이름이 어딘지 아프게 들려왔다.


짙은 혈향.

온 몸에서 떨이지는 게 나의 피인지, 다른 이의 피인지 구분할 수 조차 없다. 초점이 흐려지려는 눈을 인내로 버텨내며, 남자는 굳건하게 한 발을 내디뎠다.

“악마...!”

“후, 그래. 나에겐 그 정도가 어울릴지도 모르지. 멍청한 악마.. 그 정도 말야.”

으악!

비명소리가 귀에 맺힌다. 남자의 입가에 조소가 어린다.

그리고 남자는 주위를 둘러본다.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시체들, 그리고 새하얀 누에 튀긴 선명한 붉은 액체...

“그 귀신 붙은 칼에 먹혀버려!”

긴 머리를 땋아 올린, 작은 아니, 그 아이가 던진 돌은 남자의 가슴을 때렸다.

왜 이렇게 아플까

남자는 슬프게 웃었다.


그 날. 세이갈 변방의 부족에서 1, 2위를 다루던 부족인 ‘탄가’는 철저하게 와해 당했다. 단‘한 남자’에 의해서. 그 남자의 검은 악마가 깃들어져 있다는 검으로, 모든 부족민들이 경원시하는 검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공식적으로 그의 부족 ‘페르간트’에서 퇴출 당했고, 세이갈 왕국은 그를 ‘공적’으로 지정했다.

그의 이름은 ‘발로 페르간트’

세이갈 최고의 무인으로 불리던 인물이었다.


작가의말

도입부라 짧습니다. 이 정도에서 끊어야 어울려서(삐질)
이 번화는 세인의 시점이 아니라 3인칭 시점(발로에 초저이 맞춰진)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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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6화. 그 여자 +4 11.07.08 645 10 6쪽
33 6화. 그 여자 11.04.17 664 10 5쪽
32 6화. 그 여자 +2 11.01.20 665 8 8쪽
31 6화. 그 여자 +1 11.01.06 706 9 8쪽
30 6화. 그 여자 10.12.06 737 13 8쪽
29 5화. 그 희비에... 10.11.21 725 9 7쪽
28 5화. 그 희비에... +1 10.11.06 764 8 7쪽
27 5화. 그 희비에... +3 10.10.29 793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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