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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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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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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11.2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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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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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6화. 그 여자

DUMMY

황궁의 중앙 회의실

처음에 나는 그 엄숙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몸이 굳는 걸 느꼈다.어언 200년간 대륙의 최강국의 힘을 보여주었던 아에니스 제국의 심장부라고 해도 좋을만한 공간.

하지만 그런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건, 상등품이 분명한 포트갈해국(海國 )로마(Roma)석 바닥이나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황혼이 아스라이 비치는 아름다운 색유리 창보다도, 바로 그 권위를 상징하는 좌(座)에 앉아있는 한명의 여자였다.

눈이 부실 듯이 반짝이는 금발과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지만 저절로 기품이 흘러나오는 눈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분위기에 절로 어우러지는 붉은색의 새가 수 놓아진 장및빛의 비단 드레스. 그것은 마치 동화에서나 보는 요정의 여왕 같은 모습이었다.

“후후 어서오렴.”

언제나처럼 그 미소가 지어지자 비로소 나는 그녀가 내가 알던 루리안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허험, 그래 어서들 오시게나. 나는 데말크 라고 하네.”

헛기침을 하며 말을 붙이는 중년의 남성. 키는 중키지만 떡 벌어진 어께나 힘줄이 툭툭 튀어나온 팔은 절로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후 저 사람이 바로 제국의 공작(公爵)이라고 할 수 있는 간(gan)의 수장인가. 확실히 팔뚝 하나로 사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리카세인 이라고 합니다.”

“세리에 라고 합니다.”

내 옆에서는 절묘하게 어울려 보이는 흰꽃이 수놓아진 광택이 나는 드레스를 입은 세리에가 서 있었다. 이런 말을 내가 하기는 뭐 하지만, 루리안과는 또 다른 의미로 눈이 즐거워지는 차림새다. 살짝 상기된 뺨이라던지, 약간 긴장되 보이는 파란색 눈동자라던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그림이다.

“세인 뭐 해요.”

“에?, 아 실례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핫핫하, 청춘이로구만, 하기야 나도 그 나이 떈 마누라 얼굴만 면서 몇시간이고 웃을 수 있었지.”

어이쿠 이런. 귀가 다 울린다. 엄청난 성량이야.

나는 굳어지려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뻔뻔하게 대꾸했다. 그래, 좀 뻔뻔하면 어때?

“그럼 지금은 어떠신가요?”

“예끼 이 사람.”

“후 이런게 내 남편이라니.”

뜨악!

뭐, 뭐야!

‘데말크 마’라 불리우는 마간(gan)의 수장 옆에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미모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아니 그런데, 정말로 진심으로 둘이 부부로 보이지 않거든?

탐스러운 흑발을 틀어 올려서 그 사이에 길쭉한 막대기를 낀 여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데말크 공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래서 지금은요?”

“험험 당신이야 언제나 아름다우니까.”

뭐야 이 활극은. 난 어안이 벙벙해짐을 느꼈다.

“것들 참. 엄숙한 자리에서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겐가.”


깡마른 얼굴에 신경질적으로 치켜올라간 눈초리. 하지만 절대로 걍팍해보이는 인상은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30년 경력의 집사 정도의 느낌이랄까.

“호현 공 귀공이 너무 딱딱한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나?”

데말크 공이 퉁명스레 대꾸하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흠, 저 사람이 세간(gan)의 수장, ‘호현 세’ 인건가.

“자자, 그만들 하세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일단 할 건 해야죠?”

루리안이 상큼하게 웃으며 끼어들자. 두 사람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애야,애.”

데말크 공의 부인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녕 얘들아? 나는 마간의 부수장인 엘피스라고 한단다. 짧게 엘피 아줌마면 돼.”

“안녕하세요.”

세리에와 나는 어정쩡하게 인사를 했다. 확실히 저 외모는 아줌마란 이름을 붙이기엔 거부감이 생긴다.

이 동네는 허구헛날 미인뿐인가? 나는 피식 웃으며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짧게 자른 머리가 아쉬울 정도로 예쁜 검 푸른색 머리카락이었다.

"흐음, 확실히 귀여운 애들이네 루리안.“

“그렇죠, 엘피 언니?”

“으응, 우리 샤미안은 나이가 너무 ‘들어서...”

“아직 스물 넷도 안된 애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구요?”

“모름지기 풋풋한 게 제일 좋은거지.”

“푹 삭아서 죄송하게 됐소 부인.”

“아이참 뭐 그건 거 가지고 삐지고 그래요?”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곳은 정상이 아니야. 아니, 적어도 공작급-따지고 보면 소국의 왕-정도의 인물들의 수준이 이거라니.

“이해가 안 가는 표정 같은데, 우리는 웬만해서는 격식을 차리는 일이 드문 편이야, 특히 친한 사람들끼리는.”

루시오 씨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친하다고? 서로의 속 사정을 털어놓을 정도로? 그럴 리가 없다. 왕과 가장 근접한 권력을 지녔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왕위를 노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적이라는 의미이다.

“반정으로 올라선 왕 따위를 인정하는 아에니스의 국민은 없어. 그렇기에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거고. ”

“왕위 선정에 국민들이 개입 하나요?

“아아,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인물이 국민들의 1/3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하지만 간들의 수장이 정한 인물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경우는 없었어.”

왠지 부러워지는 이야기이다. 적어도 파일로스에 있어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이쪽의 체제는 절대 권력을 지닌 이에게 불리해,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는 여타의 왕정국가에서는 통제되고 금기시 되지, 라이돌리아 공화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 나라의 전신인 포뮬러 공화국은 부패로 멸망했으니까, ‘봐라, 공화국 체제는 부적절한 것이다’라고 주장하려는 거지. 물론, 아에니스의 체제는 그 둘을 적절히 혼합시킨 것이지만 말이야, 그래서 더 위험한 거지.”

“믿을 수 없군요.”

“뭐가?”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전 머리가 좀 모자라는지 알고 있었..켁, 켁 루리안 살려주세요!”

내 목에 손을 감고 강력하게 조여대는 루시오 씨 때문에 나는 허둥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쯧, 저렇게 빈약해서야, 아클리스(타 왕국의 기사와 유사)에 오르는 건 요원한 일이군.”

“어머, 그래도 제 제자인데 너무 박하세요, 호현 아저씨.”

“제, 제자라고?!”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루리안 남매들과 세리에, 그리고 나늘 제외한 모든 인원들이 경악했다.

“제자라니, 도대체 어떻게?”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루리안은 생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연신 한숨만 내쉬다가 나를 기대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혹시 너를 능가하는 세기의 대천재라던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내가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치자,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 미치지 않는 이상, 그런 괴물을 또 세상에 낼 리가 없잖아.

“하기야, 루리안이 16살 때, 당시 왕국 제일의 검사였던 하펠 자 경을 이겼던 건 아직도 충격이야. 아마, 비공식으로는 전 황제폐하도 능가하는 실력이었을 거 라는 의견이 분분했지. 그런 비상식인 일이 또 일어날리 없어.”

“그거야 ‘라헤’의 도움이 컸으니까요, 그 검술이 잊혀진지 너무 오래되서 그랬지, 만약 하펠 할아버지가 라헤를 알고 계셨더라면 이기는 건 무리였을 걸요. 그리고 세인은 실력이 좋다구요.”

인정받은 건가? 근데 문제는 기쁘기는커녕 부담스럽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런말을 하면 어떡해요 스승님.

“호오, 그래?”

데말크 공의 눈이 호기심으로 번뜩였다.

나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 기사 한명 이길 자신 없어요.”

“사내 자식이 그렇게 패기가 부족해서야. 쯧.”

저 깐깐한 아저씨의 말에 순간 욱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고 나는 물러섰다.

“세인은 사헤를 쓸 줄 알아요”

그리고 루리안의 한 마디에 장내는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사헤라고?! 그걸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나왔단 말인가!”

나는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기껏해야, 레아의 상위 검술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정도면 웬만큼 숙련된 아에니스의 검사들이면 다 할 줄 아는 거 아냐?

“세인, 그 동안 말하지 않았지만, 사헤를 쓴 사람은 지난 150년 이후로 제가 처음이었고, 그리고 세인이 두 번째에요.”

“네?!”

우리는 그 뒤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주로 사헤에 대해 내가 일방적으로 질문 받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집견실로 향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여러분들 앞에서 인사드리는 것 뿐이니까.”

“그런데 루리안, 저의 출신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말아요, 리에. 그것 내가 신경써야할 부분이니까요?”

루리안은 세리에의 뺨에 양손을 가져다대며 생긋 웄었다. 세리에는 그런 루리안을 보며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이 붉어져 발 밑만 내려다 보았다. 그 모습이 왠지 웃겨 슬쩍 웃다가 괜히 세리에의 눈총만 사고 말았다.

“후후, 국왕은 공인이라서, 이런 사생활적인 부분도 그냥 넘어가기 힘드네요. 미아해요, 세인, 리에.”

“아니요, 천만에요.”

나와 세리에는 황송한 기분에 두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접견실로 가면 갈수록 세리에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지는 게 보였다. 긴장하는 건가? 공작가의 영애였는데 이 정도의 자리는 많이 참석해보지 않았나? 아니면 신분이 밝혀질까봐서?

“세리에?”

나는 세리에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자 세리에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왠지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아뇨,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어쩐지 걱정스럽다.


중앙 접견실

방금 전의 회의실도 멋졌지만 이 접견실에 비길 바는 아니었다. 엄청나게 넓은 광장과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내부를 꾸미고 있는 석상과 같은 예술품이나, 꽃들, 그리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왕좌와 그 주변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의자와 그 위에 앉은 사람들이 어울어져 엄숙하면서도 탁 트인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루리안은 우리를 데리고, 다른 사람들을 앞질러 왕좌로 걸어가 우아한 자세로 앉았고, 우리와 같이 온 수장들이나, 리리스, 루시오씨는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음, 이런 일로 여러분들을 불러 모으게 되어 죄송하네요.”

“그런말씀 마십시오, 폐하. 이 나라는 국민들의 나라이지만, 또한 폐하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폐하는 우리 나라의 얼굴과도 같은 분. 그 분의 소식을 듣기 위해 이 못난 몸들을 이끌고 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귀공들의 생각도 그렇지 않소이까?”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중후한 인상의 남자가 말하자, 자리에 앉은 인물은 저마다 동의의 의사를 표했다.

“감사해요. 그러면 저의 양자, 양녀가 될 아이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이쪽은 세인, 그리고 이쪽은 세리에 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과거를 알아내려는 일은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신분은 제가 보장하죠.”

“하지만 폐하! 그건...”

반대하는 대신들의 모습에 나는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하기야 아무리 개방적인 나라라도, 세리에가 적국의 수뇌부의 딸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건 무리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세리에를 쳐다보자, 그녀의 안색은 이전보다도 더 하얗게 변해 있었다.

“세리에? 괜찮아?”

“네, 네... 그게...”

그녀는 갑자기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세리에!”

“리에?! 무슨 일이에요?”

루리안과 내가 세리에에가 달려가자,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를... 불러....?”

의미 모를 한 마디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리고,

이 방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휴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ㅠㅠ 글이 왜 이렇게 안 써지던지... 그동안 뷰월의 시놉을 완성했고, 그리고 제 글들의 통합 세계관 구성을 끝냈습니다. 이제는 쓰기만 하면 되는데....힘들군요(한숨)
어쨌든 다시 인사드립니다(--)(__)
p.s 제 컴퓨터의 ctrl이 안눌리네요 ㅠㅠㅠㅠㅠ 덕분에 딴 컴으로 간신히 글 올립니다. 아 이걸 그대로 다 치고 있을 수 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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