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BeautifulWorld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267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0.09.25 11:13
조회
856
추천
9
글자
9쪽

5화. 그 희비에...

DUMMY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냥 맡기는 것은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죄, 죄송해요...”

“아, 아니요 맛있네요.”

어떻게 데우는 것뿐인데도 태우냐!

잠깐 잔 나뭇가지를 주우러 갔다 온 사이에 스프는 시커멓게 변색되어 식욕을 저해하는 냄새를 물씬물씬 풍기고 있었다.

앞날이 막막하다.

그녀는 자괴감에 빠져 허우덕 거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회복했다. ‘나라는 인간은...’이라는 말이 간혹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 체념한 것이 아닐까싶다. 아니, 그래도 고작 이런 거에 저렇게 까지 괴로워할 필요가 있을까 싶냐 만은, 아직 그런 얘기를 하기엔 거리가 느껴진다.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저희 영지로... 그런데 그냥 이렇게 나오셔도 되요?”

“휴가냈죠.”

그녀는 베시시 웃었다.

순간 아찔해졌지만, 필사적으로 정신을 부여잡으며 묵묵히 걸었다.

세리에는 기사 작위를 받았지만, 공작가의 자제이니만큼 이곳저곳 뺑뺑이 돌리는 것이 아니라, 황실기사단의 견습으로 입단해 있었다. 견습이라지만, 황실기사단 자체가 가문과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개인을 존중해주는 기사단이다.

“작년과, 제작년. 휴가를 안 썼었거든요.”

“그래서, 며칠이나?”

“한달이요.”

부러운 직장이군.

그녀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인 정도의 실력이면 받아줄 걸요?”

“글쎄요, 저희 가문이래봐야...”

“베럴 가가 어때서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제7차 국경분쟁전투 승리, 제3차 침략 저지, 대승. 제2차 확장 전투 승리... 이것만해도 엄청난 전과인 걸요. 선대로 올라가면...”

나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선선대 국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네?”

그녀는 몇가지를 더 중얼 거리더니 내 시선을 의식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곧이어 얼굴이 붉어지더니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 아니 베럴 자작님은 우리 나라에서 손 꼽히는 장군님이니까, 그,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뭐가 그게 아닌 건데?

나는 결국 웃고 말았다.


으윽, 아직도 옆구리가 쓰리다. 여자는 치사한 종족이다. 손 하나에 그렇게 많은 무기를 감춰 두다니. 무려 손톱과 비틀기가 들어간 꼬집기에 내 옆구리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으으...”

“마침 잘됐네요, 저도 가서 인사 드릴래요.”

역시 여자란, 안면 뒤집기의 명수다.

“그래도, 공작님이 먼저 아닌가요?”

“됐어요, 신경도 안 쓸 걸 뭘.”

어딘지 씁쓸해 보이는 말투였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가?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꽤 좋은 편이었기에,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저 여행은 처음이에요.”

“네? 완장구보라던지, 하는 거 있지 않아요?”

“그래도, 시종들도 전부 따라오는 걸요. 우리가 하는 거래봐야 훈련 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요? 그럼, 집으로 갈동안 만은 요리 제가 할 테니까. 리에는 잠자리를 준비해줄래요?”

나는 은근슬쩍 말을 던졌다. 그리고, 은근슬쩍 던진 말은 최고의 암살자가 던진 단검과도 같이 세리에의 심장에 박혔다.

“그래요, 그렇군요...”

악귀라도 불러들일 듯한 모습에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나도 먹고 살자고...

우리는 야숙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얘기를 꺼내면 끝이없다.

"칼에서 불이 난다고요?"

"꼭 칼날에 불꽃이 걸린 것 같아요. 좀 허무맹랑한 얘기죠?"

공작가의 자제인 그녀마저도 놀라는 걸 보면, 역시 루리안의 검은 범상치 않은 물건임이 분명했다.

"혹시...."

"네?"

"아니에요."

뭔가 알고 있는듯한 눈치였지만, 물어보기도 뭐해서 나는 말을 돌렸다.

"요즘 유명한 대장간은 어디에요?"

"아, 그거라면 카멜 공방이죠. 저도 한 번 검을 맡긴 적이 있는데 새것처럼 돼서 돌아오던데요?"

"헤에."

"마법만 안걸렸다 뿐이지, 정말로 마법으로 제련해주는 것 같은 곳이에요."

"이 녀석도 한 번 보내봐야 겠네요."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세리에의 검하고는 대조되는 물건이지만, 적어도 내 손때가 묻었기에 정이가는 녀석이다.

"관리를 잘하셨네요, 오래쓰셨나봐요."

"네, 몇 번이나 보강도 하고, 부러지기도 하고 그랬죠."

"전쟁터에서 쓰기엔 힘든 물건이네요."

"그런가요?"

"네, 날카롭기는 하지만, 검신의 경도가 약해요. 갑옷이나, 방패에 세게 부딫혀서, 그런 충격이 누적되면 금방 부서질 거에요."

"후후, 몇 번 들고나가긴 했죠. 다들 말려서 제대로 싸워 본 적은 없지만. 그런데 정말 바삭하군요."

"취미니까요. 아버지 취미도 검수집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보기도 많이 봤고요. 여러나라의 검도 봤는데, 역시 철은 파일로스 산이 제일 쓸 만한 것 같아요."

"아에니스가 아니라?"

내 물음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갑옷이나 일체의 병기류는 단연 파일로스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오직 검만은 아에니스를 이기지 못했다.

"아에니스의 검이 뛰어난 건, 양질의 철이라기보다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접기 때문이죠."

"접어요? 하,핫하하."

말이 쉽지, 철을 접는다는 것은 엄청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장인이라고 칭해지는 사람이 아니면 거의 행할 수 없다. 또한 마법의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불꽃의 마법사도 필요할 뿐더러, 그 설비는 엄청난 비용임에도 한 두 번밖에 쓸 수 없다. 그렇게 접힌 검은 마법에 상당한 내성을 지니며, 경도나 예기 또한 여타의 검보다 한 차원 높은 성능을 가진다.

"그런데 접힌 검은 거의 외날검 아니었나요?"

"예에, 너무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기 마련이니까요, 반대편에는 신축성이 좋은 철을 붙이죠."

"하지만 아에니스의 검은 대게 양날검이잖아요?"

"그게 따라갈 수 없는 기술이에요."

"네?"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에니스의 검은 중심부를 신축성이 좋은 철로, 그리고 양쪽의 검신을 접어서 이어붙이죠. 아마도 마법적인 작용이 들어간 것이라고 하는데, 알려진 건 없어요."

"상상도 안가네요."

"아, 마을이네요."

한참을 떠들며 걷다보니, 어느새 눈 앞에 마을이 보였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굴뚝마다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제법 살기 좋은 마을인 것 같았다.

"오늘은 여관에서 자요."

"좀 씻고도 싶고."

우리 둘은 씨익 웃었다.

"어이구야, 젊은 사람들이구만, 부부야? 아님 애인?"

"애인... 쪽이랄까요."

"랄까요는 뭔가 랄까요는 남자가 자르는 맛이 있어야지."

"으음..."

이런 농담은 견디기 힘들다, 정말로 당황스럽달까나.

"방은 하나로 줄까?"

"아뇨, 아뇨."내가 도리질 하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여관주인은 피식웃으며 방의 열쇠를 우리에게 주었다.

세리에는 홍당무가 된 상태로 굳어 있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열쇠를 내밀었다.

"좀 씻고, 밥 먹어요."

"네에..."

저녁때의 여관 식당은 한산하다고 하긴 힘들었지만, 적절하게 사람이 들어차서, 오히려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농사일을 하고 돌아온 농부들이 맥주 한잔씩 하는 게 일반적인 광경이었다.

"미인이구만?"

"상당히, 저 애는 좋겠어?"

음흉한 중년의 웃음이라니... 제길, 그냥 노숙이나 할 걸.

세리에는 생선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걸린 표정이었다.

"올라갈까요?"

하도 불쌍해보여서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이젠 익숙해져야죠."

이보세요, 그런말을 직접적으로 하면....

부끄럽잖아.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우리 둘은 식사를 끝냈다.

그때, 일단의 무리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십수명은 되어보였는데, 그런 인원답지 않게 조용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 간단한 걸로, 몇인분까지 가능한가?"

"예? 아, 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가능한데까지 말해보게."

"한 30인분 정도라면...."

"적군, 그럼 1시간 후까지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며 무리의 앞에 선 남자는 꽤 거금을 주인에게 내밀었다. 주인은 주방으로 달려가서 필사적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은 누굴까요?'

세리에는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리에?"

"예,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우리, 빨리 가도록 해요."

"네?"

"빨리!"

갑자기 득달같이 외치는 그녀에게 놀란 나는 말을 더듬었지만, 그녀는 그럴 틈도 없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겨 나왔다.

"도대체 무슨?"

"말을 돌려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달려요!"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검술로 다져진 체력이니 만큼 우리는 동이 터오를 무렵에는 베럴영지 초입에 해당하는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을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

추석은 잘들 보내셨는지요?

후움, 5화는 암울한 면이 있을지도...?

아무튼 휴일의 마무리 잘 보내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eautifulWorl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10화. 그 뽑아든 검은... +1 12.01.09 390 6 6쪽
54 10화. 그 뽑아든 검은... +1 12.01.08 405 8 11쪽
53 10화. 그 뽑아든 검은... +1 12.01.03 351 6 7쪽
52 10화. 그 뽑아든 검은... +2 11.12.31 401 6 9쪽
51 10화. 그 뽑아든 검은... 11.12.31 351 7 8쪽
50 10화. 그 뽑아든 검은... 11.12.29 441 8 9쪽
49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 11.12.27 419 6 6쪽
48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1.12.18 480 7 9쪽
47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1.12.18 445 7 5쪽
46 8화. 그 남자 +3 11.12.17 441 6 8쪽
45 8화. 그 남자 11.12.12 506 6 10쪽
44 8화. 그 남자 +2 11.12.09 511 9 11쪽
43 8화. 그 남자 +2 11.12.08 558 10 8쪽
42 Beautiful World-중간 정리- +1 11.12.06 634 6 6쪽
41 8화. 그 남자 11.12.06 531 10 6쪽
40 7화. 그 곳은... 11.12.04 595 10 11쪽
39 7화. 그 곳은... +1 11.12.04 616 13 9쪽
38 7화. 그 곳은... 11.12.03 605 10 10쪽
37 7화. 그 곳은... +1 11.11.28 576 9 10쪽
36 6화. 그 여자 +1 11.11.24 642 9 10쪽
35 6화. 그 여자 +2 11.11.22 630 8 12쪽
34 6화. 그 여자 +4 11.07.08 647 10 6쪽
33 6화. 그 여자 11.04.17 666 10 5쪽
32 6화. 그 여자 +2 11.01.20 666 8 8쪽
31 6화. 그 여자 +1 11.01.06 707 9 8쪽
30 6화. 그 여자 10.12.06 738 13 8쪽
29 5화. 그 희비에... 10.11.21 728 9 7쪽
28 5화. 그 희비에... +1 10.11.06 765 8 7쪽
27 5화. 그 희비에... +3 10.10.29 795 12 8쪽
» 5화. 그 희비에... +2 10.09.25 857 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