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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263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12.08 01:32
조회
557
추천
10
글자
8쪽

8화. 그 남자

DUMMY

“헉, 헉”

남자의 입에서 거친 숨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그라 해도 이제 몸의 상태는 한계에 달해 있었다.

세이갈의 전사들이 정면대결에만 능하다는 것은 거짓된 소문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들은 야수와 대결하기 위해, 기척을 감추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데 단련되어 있는 자들이 많았다.


세이갈 특유의 칼끝이 나뉘어진 단검이 남자의 검에 튕겨나갔다. 저 나뉘어진 칼날 사이에는 갈고리와 유사한 장치가 있어서, 한 번 찔리면 살을 뭉텅이로 헌납해야 된다.

약 네 달. 그 짧은 시간에 남자는 북부의 세이갈에서, 한참 남부에 있는 아에니스에 도달했다. 국경에 도달했을 때, 아에니스의 치안을 믿은 남자는 안심했다. 하지만 그 건 세이갈의 암살자들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여관에서 한 숨 돌리며 술 한잔을 시키자, 술잔 속에 날카로운 쇠붙이-용도는 모르겠지만 무지하게 위험해 보이는-가 들어 있었다. 기겁하면서 술잔을 버리자, 그 뒤부터 전면전이 시작 되었다.

간신히 도망치는 데 성공했지만, 암살자들의 은밀한 공격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하지만, 지금 남은 암살자는 눈 앞에 단 한사람이 전부였다.

“괴물 같은 놈... 피에 미친 놈... 그 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 살아 있고 싶은 가?”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음성. 암살자들이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약초즙을 마시면 저런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난 생물이니까.”

“말은 잘하는 군, 네놈은 죄책감도 없는 건가?”

“아아, 안면몰수한 흉악범이지 난.”

“솔직히 말해라. 그래도 한때나마 존경했던 널,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말한들, 뭐가 달라지지? 내가 부족민들을 몰살했다는 건 진실이고, 세이갈에서 날 추방한 것 역시 진실이다.”

“하지만...!”

“그리고 한 가지 더, 너는 너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군.”

“그야 당연히...!”

남자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피로 된 옷을 입고 있는 듯, 의복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허벅지에는 긴 검상이, 그리고 가슴에서도 참혹하리만치 붉은 피가 샘솟고 있었다.

“이런, 이런 우리 나라 말에도 있잖아? 상처 입은 맹수를 조심하라고.”

그 말 그대로 남자는 맹수처럼 흉험하게 웃었다.

카가가강

남자의 검과 암살자의 검이 충돌했다. 암살자의 검을 파고드는 남자의 대검은 지친 기색 한 점 없이 무엇이라도 부숴 버릴 듯한 기새로 앞으로 나아갔다.

“괴물 같은...”

“언제까지 그 말만 해댈거냐. 질리지도 않나?”

“이익!”

예의 그 단검이 날아들었다.


피가 튀긴다.

그리고 암살자의 눈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어떻게...”

“너희들이 그렇게 불렀잖나, 악마의 검이라고.”

순식간에 길어진 대검은 암살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어, 어째서 지금까지... 그 걸...”

피가 샘 솟는 입으로 암살자는 힘겹게 중얼거렸다.

“왜 쓰지 않았냐고? 내 나름의 속죄라고 생각했으니까. 누군가를 위해 싸우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그럼, 왜...”

왜 나를 죽였냐는 듯한 그의 모습에 남자는 서글프게 웃었다.

“살고 싶어졌거든. 이렇게 죽기는 억울해.”

“큭.”

암살자가 힘겹게 웃어 보였다.

“그래... 그 거면 된거야...발로...”

“넌 누구지...?”

남자는 암살자의 복면을 걷고, 침음성을 흘렸다.

그는 부족 ‘페르간트’ 발로가 속해 있었던 곳의 족장이었다.

“살아라... 그리고 고맙다.”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던건가?”

“그래, 하지만... 너한테... 무, 묻고 싶었...”

“뭘.”

“그...런...삶..에.. 만..조...”

“만족한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이젠 아니라는 걸 알았어.”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족장은 미소 지으며 그 한 많은 일생을 마감했다.

“바보 같은 노친데... 행복해질 수 있었을 텐데...”

남자는 작게 뇌까리다가 몸을 갸우뚱했다.

“이런, 한곈가.”

그리고 어떻게든 몸을 추슬러 남자는 수도로 향했다.

뭘 하든 일거리라도 찾으려면 수도가 나을 테니까. 하지만 결정적으로 수도까지의 길은 개간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사냥을 하기도 쉽지 않았고, 가지고 온 돈도 바닥나고 말아서 남자는 거의 매일을 굶다시피하여 간신히 수도에 도착했고, 그대로 공복과 피로감에 쓰러져 버렸다.


“몸은 좀 어때요?”

다시 온다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드리지. 덕분에 살았어.”

“어머, 우리 애들이 당신을 모셔왔는 걸요.”

“그 애들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야겠군., 그런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탁 좀 해도 될까?”

“예, 얼마든지요.”

이 난폭한 것 같으면서도 예의바른 손님의 말에 여자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답했다.

“식사 좀 부탁하지...”

“어머?”

여자 마저도 놀라게 만든 남자는 멋쩍게 웃었다.

“꽤 오래 굶어서 말이야.”


어두운 방 안을 나서자 남자는 놀랐다. 그의 고향에는 저렇게 환하게 빛나는 금발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화사한 이목구비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녀’보다 아름답다고 느낀 사람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라는 건 단순히 외모 때문이라고 정하기에는 힘들었다. 무언가 미묘한, 가슴을 조이는 듯한 그 묘한 감각에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감정.

무엇이라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 감정에 남자는 웬지 모를 웃음이 나오는 걸 느꼈다.

여자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쓰러져 있을 때와는 다른 남자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마치 야생의 곰과도 같은 남자의 키와 눈대중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갑옷과도 같은 근육들, 그리고 시원하게 생긴 얼굴, 하지만 그 속에서도 확 뛰처나갈 것 같은 야생의 기운이 느껴졌다.

‘남자답다.’ 그 말을 여자는 되내었다.

여자는 남자의 식성에 놀랐다.

그녀의 양자도 성장기이니만큼 먹는 양이 상당했지만, 이 남자하고는 비교조차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솜씨를 부려 마련한 요리들을 남자는 호쾌한 몸놀림으로 한 접시 한 접시 비워나갔다.

위를 달래기 위해서 주로 속에 부담이 가지 않는 요리들로 준비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남자답다’

그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린 여자의 뺨은 살짝 달아 올랐다.

“먹을 만 한가요?”

“아아, 대만족이야. 정말 먹을 게 부실하다는 건 슬픈 일이거든. 우리 마을에 있을 때도 가끔씩 얻어먹는 것 외에는 전부 내가 해야 됐는데, 남자의 요리라는 게 좀 그렇지. 기껏해야 굽고 소금뿌리고...”

“후후후, 그러시다니 고맙네요.”

“그나저나... 대단한 걸?”

남자는 느닷없이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여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네, 당신도 대단하세요.”

“이런, 이런. 업드려 절 받는 기분이잖아.”

“아니요, 진심이에요. 음, 좀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괜찮아,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으니까.”

“제가 ‘이길 수 있다.’라는 걸 느껴보지 못한 건 참 오랜만인 것 같아요.”

“오만하잖아? 하, 하지만 나 역시 동감이라는 게 우습군.”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마주 웃었다.

“하지만 말이야. 난 이렇게 생각해.”

“무엇을 말인가요?”

“우리’ 정도면 오만해도 된다는 생각 말이야.”

“후후후, 제 아이들 같으면 주의를 줬겠지만, 어쩐지 당신에게는 어울리는 말인 것 같네요.”

“아이가 있나?”

웬지 눈에 띄게 낙담해 보이는 남자의 표정에서 여자는 저도 모르게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 양자로 들인 거라서...”

“그런가...”

남자는 슬며시 웃었다.


작가의말

쓰면서 내내 조금씩 웃고 있었습니다. 이 커플 내내 써보고 싶었거든요. 애초에 글을 구성할 때 부터 서로 짝이었으니 어울리는게 당연하지요(웃음) 둘 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케릭터랍니다.
/ 문피아의 한담란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추천란을 보고 '내 눈이 잘못된건가?' 라고 생각했더랬지요, 열령님 감사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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