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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08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0.10.29 17:17
조회
791
추천
12
글자
8쪽

5화. 그 희비에...

DUMMY

매캐한 연기를 피어 올리며 불타고 있는 마을, 그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살해하고 있는 하얀 갑옷의 기사들.

“이, 이건...?”

“에쉬스 기사단?”

세리에의 중얼거림, 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그들의 전신갑옷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문양을 살폈다. 에쉬스, 눈 속에서만 피어난다는 화사한 붉은 꽃, 그리고 그 증표를 사용하는 것은 에쉬에일 공작가 소유의 기사단.

“설마 했는데...”

핏기가 빠진 얼굴로 그녀는 힘없이 뇌까렸다.

“도망가요 세인.”

“에?”

“아버지가, 아버지가....”

그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에게 호소했다.

“베럴 자작을 반역자로 지목했을 거에요.”

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져서 붕어라도 된 듯이, 입을 뻐끔거릴 수 밖에 없었다.

반역자? 반역자라니, 임금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나라에 대한 사랑과, 충성은 남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반역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니 설사, 했다고 해도 그런 낌새를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를 구해야 돼!”

새하얗게 비어버린 머리에는 오직 그 생각만이 똬리를 틀었고 나는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세인!”

세리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스치는 아버지의 모습에 미친듯이 달려가고 싶을 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몇 번이나 지쳐서 헐떡이면서 나는 영지의 중앙에 있는 본성에 도착했다. 요새의 뒤편에 위치한 성이라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성은 아니었기 때문에 성벽은 낮았다.

그래서 더욱 잘 보였다.

붉게 물든 하늘과 금속음, 신음소리 그 모든 것이 조합된 한 편의 악의적인 풍경화를.

“제길!”

저도 모르게 욕지기가 흘러나온다. 내 삶의 대부분을 함께해왔던 공간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머뭇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한걸음에 영주성까지 달려갔다. 문 앞을 점령하고 있는 기사단의 모습에 나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어렸을 때 자주 사용하던 조그만 굴이 보였다. 고군분투 끝에 굴에서 빠져나와 성의 뒷문으로 달려갔다.

돌아가는 낌새를 보려고 갸웃거렸지만, 끝내 기사들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뭐냐, 너는?”

이렇게 되면 강행돌파다.

아무리 숙련된 기사라도 사람은 사람. 급작스런 기습에는 당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검을 빼어듬과 동시에 뛰어들어서 검을 흩뿌렸다.

한 명을 쓰러뜨렸고, 한명에게는 치명상을 입혔다. 서둘러 움직여야 된다. 여기서 저들이 고함 한 번 만쳐도 끝장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세리에가 뛰어들어 부상자를 쓰러뜨렸다.

세리에...

“돌아가요.”

“싫어요.”

“당신 아버지인데도...?”

“전 아버지가 싫어요.”

억지로 웃는 듯이 보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서글퍼보였다.

“무리하지 말아요. 에쉬에일 공작가가 우리 가문을 반역자로 몰았다면, 더 이상 저한테 미래는 없어요. 아실텐데요?”

스스로도 이런 말을 하면서 비참해짐을 느꼈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세상은...”

“네?”

“세상은 때론 머리보단 가슴으로 살 필요도 있어요.”

그 말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나도 모르게 울상이 된다. 그녀는 굳게 결심한 얼굴로 부드럽게 말했다.

“17년, 그 17년의 순간들 중에서 요 몇일 간이 가장 행복했단 걸아시나요?”

가슴이 뛰었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를 위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저는 앞으로 그렇게 살게요.”

세상을 모르는 철없는 어린애들의 허황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리에가 내민 손. 그 손을 잡고 싶어졌다. 이성적으론 거부하라고, 진정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절대로 잡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반면 가슴에선 푸근한 온기로, 함께하라고 외치고 있다.

“꺄!”

대담하게 키스부터 한 사람 치고는 상당히 어설픈 비명소리였다. 품에 전해지는 온기. 나는 그 따스함을 즐기며 말했다.

“함께 가 줄래요?”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험지일지라도. 나는 그녀를 동반자로 삼고 싶어졌다.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다가 곧 싱듯 웃으며 말했다.

“그럴게요.”


***

“빨리, 서둘러요.”

우리 둘은 성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 최대한 모습을 숨기고 영주실까지 도달했다. 주변에 산재한 시체들은 모두들 안면이 있던 이들, 저절로 이가 악물려졌다.

도대체 권력이란 게 뭐라고, 이런 짓까지 해야 된단 말인가. 절로 적개심이 솟아 올랐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북부군의 사령관은 아버지이지만, 그 소유는 나라에, 더 나아가 군부에, 그리고 왕에 예속되어 있는 군대다. 반역도로 몰렸다면 손을 내밀 수 없다.

기껏해야 휘하의 사병들을 쓸 수 있겠지만, 지금 형편으로 보아서는 그것마저도 요원한 듯 싶었다.

“누구냐?!”

대답해줄 시간 따윈 없다. ‘레아‘ 그 광폭한 흐름에 따라 붉은 원이 허공을 흩날렸다.

“가능하면 손쓰지 말아요.”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어요. 고마워요, 세인.”

그녀는 내내 착잡한 표정이었다. 귀족의 뼈에 새겨진 가문에 대한 충성에 대항하는 일을 하니 괴로울 것이 틀림없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일이나 다름 없다.

문을 열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집무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풍스러운 책상은 반 조각이 나버렸고 아버지가 아끼던 책장도 뒤집혀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장 뒤로 나타난 통로에 시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휴리첼...?!”

그 때, 손으로 피가 흐르는 배를 움켜잡은 한 남자를 발견했다. 아버지의 기사가 되었던 그.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세인을 맞이했다.

“왔어...?”

“이게 어떻게 된!”

“됐... 어, 이미 틀렸어.”

한자 한자 말을 잇기도 힘든 기색이었다.

“자작님, 구해.... 그리고 메이린...을 부탁...해.”

“더 이상 말하지 마!”

철제 갑옷이 핏빛으로 물들어서 괴기스러운 광택을 자아낸다.

“빨리...”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세인.”

세리에의 부름에 나는 속에서 치솟아오르는 무엇인가를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통로는 아래로 내려가는 형식이었다. 몇 번이나 접전이 있었는지, 부서진 병장기나 시체가 종종 눈에 들어왔다.

일층, 그곳은 나도 알지 못했던 깊은 숲 속이었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자, 철과 철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왼쪽!”

세리에와 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렸다.

“큭.”

머리가 하얘졌다.

언제나 보아왔던 듬직한 등 사이로 삐죽히 솟아오르는 쇳덩이를 인정할 수 없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나는 달려갔다.

“수고를 덜었군.”

풍채 좋은 몸. 단정한 머리,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 그리고 섬뜩하리만치 냉정한 눈동자.

“큭, 세인. 그만, 둬!”

아버지는 상처를 부여잡으며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지만, 허무하게 가로막히고 만다.

“질기군, 이건 그대가 자처한 일.”

그는 무감정한 동작으로 검을 휘둘렀다.

안돼.

그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네가...?”

무감정한 눈동자에 경악이 스친다.

“이게 무슨 짓이지?”

“당신 손아귀에서 움직이던 꼭두각시 인형.”

그녀는 결의를 담은 눈동자로 그남자를 바라본다.

“그 실은 끊어졌어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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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도 더 됐군요, 죄송합니다 ㅠ_ㅠ;; 글이 어찌나 안써지던지.... 거의 일주일을 끙끙 거렸네요. 너무 오래 쉰 탓인지 에휴...

좋은 하루 되세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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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1.12.18 444 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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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화. 그 희비에... 10.11.21 725 9 7쪽
28 5화. 그 희비에... +1 10.11.06 764 8 7쪽
» 5화. 그 희비에... +3 10.10.29 792 12 8쪽
26 5화. 그 희비에... +2 10.09.25 854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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