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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일 님의 서재입니다.

데우스 논 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백일
작품등록일 :
2020.09.05 23:48
최근연재일 :
2020.11.02 08:1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5,692
추천수 :
311
글자수 :
370,832

작성
20.09.1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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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거울 (4)

DUMMY

마리와 유다가 사과를 한 날.

당연하다는 듯 두번째 통과자가 나왔다.

두번째 통과자는 바로 카인.


자신을 보지 않고 말도 따르지 않아 유다를 신경 쓰는 케파와 달리.

카인은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다를 싫어했다.

좁디좁은 빈민가의 허름한 집, 아홉 남매의 다섯째로서 익숙한 자신과 달라서.


자신과 다르게 빠릿빠릿하게 행동하지 않고.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걸로 보여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아이로 보였기에.


그 자그마한 차이 때문에.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기에.


***


자신의 검격이 스승의 몸에 닿고 통과라는 소리가 나오자 펄쩍 뛰며 기뻐하는 카인.

나머지 아이들이 부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유다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시몬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덕담을 하고서 기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목검 회수를 하지 않고.


카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앉아 있는 유다를 노려본다.


자기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우리들은 땀을 흘리고 흙먼지를 뒤집어써가며 기사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저 백발 놈은 뚫어져라 보기만 하고.

계집애처럼 생긴 놈이.


“야, 유다!”

“어, 어?”


신경질을 내며 유다를 부르는 카인.

남자가 자신을 부르자 유다는 식겁했다.


“너는 인마 다른 애들이 고생하는데 뭘 하는 거야?”

“나, 나도 노력하고 있는 거야.”

“뭐 이 새끼야?”


저벅저벅.

카인은 목검을 내린 채 유다에게 다가갔다.

몸을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다.


마리도 도전 중이었기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하. 지랄병이라도 도진 거야? 왜 그리 벌벌 떨어?”

“칼···위험하니까, 내려놔.”


겨우겨우 말을 잇는 백발 아이.

옅은 금발을 지닌 카인은 목검을 어깨로 당겼다.

스승 시몬에게서 눈대중으로 배운 자세 중 하나.


“칼? 이게 칼로 보여? 이걸로 찌른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카인, 목검 반납 해야지.”


그 때 유다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유다의 거울이자 안 닮은꼴, 케파.

케파가 카인의 어깨를 꽉 쥐었다.


짙은 신성 때문에 강건하고 굳센 신체, 힘.

카인은 신성력의 차이를 어깨로 뼈저리게 느꼈다.

강한 악력으로 바르르 떨리는 어깨.


케파는 눈을 부릅뜨고 카인을 노려보았다.


“설마 그걸 막 휘두르거나 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난 그냥 시범을 보이려고 한 것뿐이야.”

“시범?”

“그래. 유다 저 자식 단 한 번도 도전 안 했잖아. 자기만 땀 안 흘리고 편안~하게.”

“음.”


맞는 말이라 뭐라고 반박을 하지 않는 케파.

케파의 반응에 카인은 말없이 목검을 건넸다.

조금 찝찝한 듯 잠시간 카인을 바라보는 검은 머리 소년.


“알았어. 그럼 간다.”

“수고해줘, 대장.”


대장이란 말에 케파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목검을 챙기고 사라지는 케파.

케파의 뒤를 시스가 졸졸 따라갔다.


“자, 이제 됐냐? 칼 내려논 거 보이지?”


혀를 내밀고 자기 손을 앞뒤로 흔드는 카인.

마리는 그 행동을 보고 비웃었다.


‘참 유치하다.’

“똑바로 하라고. 우린 놀러 온 거 아니니까.”

“···”


케파의 말을 그럴 듯하게 따라하는 아이.

카인의 말에 유다는 입을 열려다 말았다.

어차피 이해하지도 못할 것을 알고서.

눈앞의 무식쟁이가 알 리 없으니까.


“뭐, 하는 거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꼴찌로 통과하겠지만.”


카인은 코웃음을 치며 목욕탕으로 향했고, 아이를 기다리던 아벨과 에녹도 유다를 힐끔거리며 사라졌다.

이제 마리와 유다만 남은 훈련장.


“유다. 애들 말하는 거 신경쓰지마. 넌 잘생겼으니까.”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저 놈들 케파한테 밀리니까 너한테 그러는 거야.”

“응.”

“그래도 분석? 이란 걸 끝내면 너도 통과할 테니까.”

“응···”

“···”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탓이다.

주의력이 없고 집중력만 높기 때문이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관심.

유다는 마리를 관심 밖에 두었다.

엄마와 하나도 안 닮은 여자아이.

배려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아이.


소년은 앨리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동시에 둔감하다.


그렇다면 더욱 둔감해질 거야.

그리고 또 더 예민해질 거다.


나를 괴롭히든 말든 신경도 안 쓸 거고.

나에게 중요한 것만 꼭꼭 씹어 먹을 기세로 볼 거야.

배우고 또 배워서 그 무식쟁이랑은 다르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고심할 거라고.



현재 유다가 관심을 보이는 것.

케파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는 소년.

그건 바로 대련, 기사들의 대련 뿐이다.


저 멀리서 기사 둘이 대련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철이 부딪히며 울리는 금속성의 울림이.


시몬과 거의 똑같은, 그렇지만 조금씩 다른 자세.

정말 조금이지만 사람마다 다른 움직임.

유다는 그 다름에 주목하였다.


멍하니 대련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예 가까이 다가가는 유다.

몇 걸음 떨어져서 바닥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유다의 행동에 의아해하는 기사들.


“응? 혹시 보려고 왔어?”


끄덕끄덕.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유다.


기사들은 서로 눈을 마주했다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계속 대련을 했다.

한 번 게으름을 피우면 기술이 녹슬기 마련.

옆에 꼬마가 있든 말든 서로만 쳐다본 채 대련을 계속한다.


“유다, 뭐하는 거야? 목욕하러 안 가?”


“자꾸 그러면 혼자 두고 간다?”


“유다! 유다!”


이제는 들리지도 않는 마리의 목소리.

마리는 자기 말을 안 듣는 유다를 툭툭 치더니.

반응이 없자 흥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한가을의 바람은 유독 차가웠다.


***


셋째 날은 카인의 절친한 친구, 아벨이 통과했다.

손목을 노리는 날카로운 공격으로.


넷째 날은 에녹이었다.

실전성은 충분하지만, 대련 시에는 금기로 치는 기술.

사타구니를 노리는 공격으로 통과했다.

통과 이후에 험악한 경고를 들은 건 덤이다.


그리고 남은 세 아이.

유약한 소년, 여자아이, 어린 막내.


닷새째에 통과한 건 막내 시스였다.

한참 어리고 힘과 신성력이 가장 달리는 아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어린 아이.


“익···익!”


아이는 눈물과 콧물을 훌쩍거리며 시몬의 배를 노렸다.

그 모습을 보고 고민하는 시몬.


‘시스? 마리?’


누구를 먼저 통과시킬까.

둘 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나이 어린 애를 먼저 통과시키면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을까.


“이익!”

“시스 힘내라!”


눈물을 머금고 목검을 휘두르는 꼬마와 응원하는 여자아이.

그 모습을 보고 시몬은 자신의 배를 내어주었다.


퍽.


가죽갑옷에 닿아 나는 김새는 소리.


“오늘의 통과자는 시스.”

“훌쩍···”


시스는 그 말을 듣고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목검을 놓은 채 콧물을 훌쩍이는 시스.

고된 훈련과 엄한 스승 덕택에 끊이질 않는 눈물.


기사와의 대련도 잠시 그만두고 번뜩이는 눈으로 지켜보던 케파는 바로 달려갔다.

시스를 끌어안고 달래는 케파.

다른 아이들도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네 주었다.


“마리, 유다. 이쪽으로.”

“네.”

“네에.”


떨어져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시몬에게 다가갔다.


한여름의 잎처럼 파릇파릇 생기가 넘치는 소녀.

반대로 늦가을의 낙엽과도 같은 소년.

다른 사람이 보기에 눈빛이 팍 죽어 있었다.

지나치게 집중하여 피로가 쌓인 것이 그 이유.


“내일 모레는 안식일이야. 그리고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계속 대련하는 건 무리이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시몬은 낮은 목소리로 선언하듯이 말했다.


“네.”


말로 대답하는 마리와 고개를 끄덕이는 유다.

내일은 특별히 두 사람을 통과시킨 다는 의미.


“그리고 유다 너는 잠깐 남아.”

“네?”

“남으라면 남는 거야. 자, 나머지는 어서 목욕하러 가!”

“네~”


힘차게 대답하며 이쪽을 바라보는 아이들.

네 명의 아이는 유다를 비웃으며 목욕탕으로 갔다.

오늘 통과한 막내, 시스를 포함해서.


마리는 잠시 이쪽을 바라보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기억하고서.

흥 소리를 내더니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검은 머리 소년.

케파는 다른 다섯 명과 달랐다.

팔짱을 낀 채 노골적으로 유다를 노려보았다.


잠깐만 쉬는 거라고 착각했는데.

잠깐이 아니라 한참, 다섯 날 내내.

한 번도 대련을 안 하고 한 번도 안 뛰었다.


언뜻 기사들 이야기를 듣기로는.

두 번째로 신성력이 높다고 들었는데.

실망이다.


겁쟁이.

게을러 빠진 놈.

자기 몫 하나 못하는 모자란 녀석.

저런 놈이 성기사, 기사가 될 자격은 없다.

평생 멍하니 앉아만 있다가 내쫓기라지.


소년은 속으로 유다를 저주하고 기사와 대련을 시작했다.


모두 멀리 떠나거나 제 할 일을 하자 한숨을 푹 쉬는 시몬.

자신이 데려온 아이였기에 조금, 아주 조금 더 애착이 간다.

특히 이렇게 유약해 보이는 아이는.

어릴 적의 자신과 똑 닮았기에.


“하아. 그래, 유다. 왜 남으라고 한지는 알겠지?”

“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다시 돌아가고 싶어?”


시몬은 평소의 높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돌아가고 싶냐는 말에 무겁게 고개를 젓는 유다.


“아뇨. 당연히 여기에 있는 게 좋아요. 밥도 잘 나오고, 침대도 폭신폭신하고, 천부님께 재대로 기도도 드릴 수 있고.”

“그런데 왜···”

“저는 케파랑 다르니까요.”

“뭐?”


뜬금없는 대답에 당황한 시몬.

유다는 가라앉은 눈빛을 하고서 계속했다.


“대련하는 걸 수도 없이 보고, 또 봤어요. 다르더라고요···조금씩, 사람마다. 자세랑 습관, 방식. 그런 것들이요.”

“그래서?”

“케파는 용감하지만, 저는 겁쟁이라서요. 겁쟁이는 위험한 샛길로 다니지 않아요.”


시몬은 유다의 말을 듣고 기억을 더듬었다.

유다가 자신을 바라보던 나날을.


멍하니 허공을 보는 듯한 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몸.

가만히 앉아서 눈만.

오직 한 쌍의 보라색 눈동자만 자신을 따라왔다.

허공을 바라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무기술, 더 나아가 무술은 직접 경험해봐야 실력이 느는 거야.”


엄한 표정으로 유다를 내려다보는 시몬.

유다는 시몬의 말을 듣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연습도 실전처럼···이게 실전이었으면 백 번이고, 이백 번이고 죽었을 텐데. 목숨은 천부님이 내려 주신 단 한 번의 삶이 전부인데. 전부 엄마처럼 자살하려고 그래.”

“···”

“그래서 저는 겁쟁이에요.”


시몬은 할 말을 잃었다.

소년은 눈물을 한 줄기 흘렸다.

눈물을 닦고 꾸벅 고개를 숙이는 아이.


재를 날리며 타오르는 장작은 그 자리에 굳었다.

깊게 뿌리를 박은 고목나무처럼.


***


가을의 하늘은 높고 푸르르다.

소녀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마리, 통과!”

“야호!”


엿새째이자 마지막 날.

마리는 허벅지 공격을 성공한 뒤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었다.

그 반동으로 공중으로 붕 떴다 떨어지는 목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흙바닥에 안착했다.


“마리! 무기를 함부로 다루면 안 돼!”

“아, 아···죄송합니다!”


어느 때보다 크게 울리는 시몬의 목소리.

그 기세에 마리는 허겁지겁 목검을 주웠다.

마리를 보고 키득거리는 남자아이들.


마리가 목검을 집고 난 뒤에 두 아이가 움직였다.

케파와 유다.

거울처럼 닮았고, 또 하나도 안 닮은 아이들.


케파는 어제처럼 대련을 그만두고 유다를 쳐다보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다가 일어선 소년.

유다는 시몬에게 향하지 않았다.

기다란 자루를 든 기사에게 다가갔다.


자기 키 만한 자루를 건네는 기사.

다름아니라 대걸레 자루였다.

시몬은 잠시 기사를 노려본 다음, 유다가 든 자루를 가리켰다.


“유다. 설마 목검이 아니라 그걸 쓰려고?”

“네. 저는 칼을 다루지 못해서요.”

“봉술을 배운 적은 있니?”

“아뇨. 대걸레를 다룬 적이 많아서요.”


사창가에 있을 적에.

바닥에 떨어진 온갖 체액을 닦으려고.


그 두마디를 빠드린 채 유다가 말했다.


한편, 유다를 보고 깊게 신음하는 시몬.


봉술은 검술과 명백하게 다른 길.

웬만큼 숙련되면 검을 압도할 수도 있다.

호신용으로 뛰어나고, 간격도 훨씬 길고.

하지만.


“유다. 그런 게 외신한테 통할 것 같니?”

“네?”

“외신을 확실하게 끝장내려면 목을 도려내야 해. 그리고 대걸레라니.”


말을 마치며 엄지로 자기 목을 긋는 시몬.


“대걸레를 다루던 실력으로 봉을 다룰 수 있는 게 아냐. 내가 말했지? 칼은 전천후로 사용이 가능하고 목을 베는데도 탁월한···”

“동료가 있잖아요.”


준비한 말을 꺼내고 시몬 앞으로 가는 유다.

유다의 말에 시몬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달콤하면서 쓴 과자를 먹었을 때, 그런 느낌.


시몬은 고개를 돌려 재목들을 쳐다보았다.

다른 무기를 쓴다고 지적을 하는 아이는 없는 상황.

오히려 저런 무기로 뭘 하겠느냐는 듯한 표정이 대다수였다.


“다들 뭐 할 말없어?”

“없어요.”

“없습니다.”


일제히 대답하는 아이들.

그 중에는 케파도 있었다.

확실하게 확인한 그녀는 자세를 잡았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유다도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잡는다.

사창가의 창부들이 가끔씩 직접 손님을 쫓아낼 때 쓰던 허접한 봉술.

기다란 대걸레 자루 끝이 조금씩 흔들린다.

신성으로 힘이 강해져도 미동을 끊는 기교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은 시몬.

기사답게 칼끝이 흔들거리지 않는다.

대신 목검보다 기다란 것이 자신을 향해 뻗어 있다.

훨씬 좁아진 무기 사이의 간격.


‘그래도 다 방법이 있지.’


검술의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경계.

그건 단순한 힘과 기술의 차이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무기를 상대할 줄 아는 것.

창, 철퇴, 폴암 같은 무기를 상대로 이기는 것.

그게 바로 고수의 시작이다.


그녀는 상대법을 아주 잘 알았다.

특히 아직 어리고 어리숙한 초보라면.


‘일단 어떻게 나오나 봐야지.’


그러나 이건 실전이 아니라 시험.

유다가 어떤 공격을 해오는지, 어떤 재량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

의외로 봉술에 재능이 있을 수 있다.

비록 대걸레질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생각을 마치고 가만히 방어를 준비하는 시몬.

유다는 잠시 자세를 낮추었다.

한쪽 손을 뒤로 빼고 꼼지락 거리는 유다.


‘음?’

“뭐하는···”


그 때였다.

그녀의 눈앞에 까만 흙더미가 뿌려진 것은.


“!”

“흡!”


그 다음 온몸의 체중을 실어 봉을 뻗는 유다.

시야가 가려졌으니 닿을 거다.

목검보다 두 배는 기니까 닿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힘껏 뻗는다.


탁.


가죽과 나무가 부딪힐 때의 소리가 아니었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


시몬이 소리와 경험에 의지하여 겨우 막은 것이다.

나무로 된 크로스가드로 방향을 틀어서.

허공을 향해 뻗은 대걸레 자루.


그리고 그녀가 봉을 타고 반격을 보여주려던 순간.

또 흙더미가 그녀의 얼굴을 덮쳤다.

유다가 흙을 발로 찬 직후에.


“또!”

“히얍!”


높은 목소리의 기합.

유다는 제 나름 기합을 내지르며 봉을 아래로 휘두른다.

동시에 그 동안 관찰하고 분석한 것을 써먹는다.


그녀가, 시몬이 처음으로 공격을 할 때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오른발 말고 왼발을 먼저 뻗는다는 사실.


여섯 날 동안 관찰해서 얻은 명백한 사실.

사람마다 다른 편한 발.

시몬은 왼발이 편한 쪽이었다.


그 사실에 기반한 공격.

유다가 봉을 아래로 휘두르는 이유.

바로 왼발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물론 노련한 기사에게는 소용없는 것이 당연하다.

초보자의 눈길을 보고 바로 방어하기 마련.

하지만 지금 시몬은 다시 눈을 감은 상태.

그녀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이건 본때를 보여 줘야지.’


자신이 한 대라도 맞으면 안 되는 시험.

그래도 흙을 두 번이나 맞으니 짜증이 났다.

재량을 시험하는데 난데없는 흙 뿌리기라니.

다른 무기 쓰는 것도 봐주었는데.


원래라면 칼을 거두고 방어를 했을 터이나.

그대로 반격을 감행하는 그녀였다.

유다를 혼내기 위해서.

초심자는 공격이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방어를 하니까.


빠각!


“크흡!”


그러나 행운은 초심자에게 돌아갔다.

대걸레 자루의 반대편에 왼쪽 발가락을 찧은 그녀.

열 몇 살 때의 자신이 치룬 두 번째 시험 때도 이런 종류의 고통은 없었기에.

당황한 시몬은 손의 힘이 풀려 목검이 마구 흔들렸다.


“끅. 발, 발가락···”

“공격 닿았네요. 통과한 거 맞죠?”

“그래, 통···과!”


이를 악물고 지금 당장 신발을 벗어 상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시몬.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와중에 대걸레 자루를 거두고 고개를 꾸벅이는 유다.


“감사합니다.”


통과라는 말을 들은 유다.

유다는 희미하게 웃었다.

엄마와 함께 웃음을 잃은 뒤.

유품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자력으로 되찾은 웃음.

시몬에게 자신의 방법을 인정받고 짓는 미소.


은발의 아이는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 온 뒤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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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땅의 짐승 +2 20.10.16 67 5 17쪽
34 첫번째 뒷이야기 (4) 20.10.15 67 3 11쪽
33 첫번째 뒷이야기 (3) 20.10.14 70 3 18쪽
32 첫번째 뒷이야기 (2) 20.10.13 69 5 15쪽
31 첫번째 뒷이야기 +3 20.10.10 79 3 12쪽
30 Deus Non Vult (5) +4 20.10.09 94 7 35쪽
29 Deus Non Vult (4) +1 20.10.08 97 3 17쪽
28 Deus Non Vult (3) +4 20.10.07 85 4 21쪽
27 Deus Non Vult (2) +1 20.10.06 88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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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재목 (3) +2 20.09.10 165 8 15쪽
4 재목 (2) +1 20.09.09 207 8 14쪽
3 재목 +2 20.09.08 234 10 14쪽
2 광대 (2) +3 20.09.07 309 15 13쪽
1 광대(도입부 수정) +9 20.09.06 53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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