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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일 님의 서재입니다.

데우스 논 불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백일
작품등록일 :
2020.09.05 23:48
최근연재일 :
2020.11.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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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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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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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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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샛별 (3)

DUMMY

티오네 폰 트리어는 스물이 넘는 대륙의 크고 작은 나라 중 한곳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정확한 고향은 알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

네 살인지 다섯 살인지 기억도 못하는 시절.

전쟁의 참상으로 고향이 파괴되고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

이름도 없는 전쟁, 이름도 없는 고향, 이름도 없는 아이.


흔해 빠진 비극의 주연도 아닌 조연도 아닌 단역.


비극이란 이름의 세상에서 태어나 아무런 족적도 흔적도 역사도 남기지 못한 채 대지라는 이름의 어머니의 품속에서 나고 나락이란 이름의 자궁으로 다시 돌아갈 단역의 평범한 삶.

그랬을 터였다.

비극의 단역이 되어 허무하게 굶어 죽을 판이었다.


“흠. 이런 곳에 아이들이 울지도 않고, 피골이 상접한 채 끔찍한 모습으로 있다니.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군요.”


“하지만 여길 보십시오, 전우들이여. 본래 비극이란 작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법이랍니다. 괜히 전쟁에 미친 원소학파가 이따금 훌륭한 비극을 써내는 것이 아니지요.”


동맹국을 위해 마법사들과 함께 파견을 나온 기사들 중 하나, 절제는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얼굴을 본 딴 가면을 낀 채 연극의 주연처럼 고상하게 말하며 폐허 속의 어린아이들을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인가?

이곳저곳 수많은 상처를 입은 시체.

서른의 나이도 채 못 채운 젊은 남녀.

아이들을 껴안은 채, 이를 악물고, 생살이 썩어가는 악취를 풍겨가면서까지.

자식을 꼭 껴안고서 죽어 있다.


아니, 그들은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살아있으리라.

티오네의 방식대로 말하자면 영원한 하늘의 나라에서.

최후의 순간 자신이 하고 싶었던 대로 목숨을 내놓은 참된 인간이자 부모이리라.


절제는 두 사람과 두 아이를 보고서 눈물을 흘렸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투명한 액체를.


“흑흑.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세례도 받지 못한 이 아이들을 이대로 두면 나락으로 떨어질 터인데. 우리 부대의 지휘권을 가진 자가 누구이죠?”


순식간에 눈물을 거둔 절제.

그는 자신의 가슴을 과장된 몸짓으로 쾅쾅 두들기더니.

신성 깃든 몸으로 가볍게 두 아이를 폼에 안아 들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광대를 보고 중얼거리는 아이.


“아, 아···누나. 광대···”

“남녀 쌍둥이라. 보통 한쪽은 버려지기 마련인데 여기 두 사람은 참된 부모일 게 분명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절제가 휘하 기사들에게 묻자 그들이 맞습니다, 하고 일제히 대답한다.


“그럼 제 개인적인 권한으로···데리고 가볼까요.”



“핫.”


티오네는 눈을 떴다.


눈썹께를 강하게 문지르고 관저놀이도 꾹꾹 누른다.

번개를 맞은 듯 찌릿찌릿한 느낌이 드는 머리통.

어릴 적의 꿈을 꾸면 늘 그랬다.

천재지변을 눈앞에 둔 한없이 작은 인간의 반응.

머리가 아파오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느낌.


“후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유다와 앨리스가 서로 껴안은 채 잠들어 있다.

흙바닥이 이불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안하게.

여우불로 불을 붙인 모닥불 옆에서.

좁고 어두운 동굴 안에서.


-외출금지 당했으니까 쪽지만 남기고 밤에 몰래 나가자. 대신, 대신 꼭 들르고 싶은 데가 있어.


옅은, 이제는 희미해져 사라져가는 잔향이.

낡은 바구니에 가득 담긴 죽은 꽃송이가.

이곳에 도착해 엉엉 울어 댄 유다의 행동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추할 수 있게 하였다.


이빨을 꽉 깨물고 유다를 지긋이 바라보는 기사.


‘약해 빠진 놈.’


상상 이상으로 눈물이 많다.

소문대로 강하기는 하니 자신의 목적을 이룰 때 쓸 수 있겠지만.

뒤사정을 알고 나면 마음이 무너져 내릴 거다.

최대한 사정을 숨겨야 한다.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별이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났구나.”

“응?”


동굴 벽을 타고 울리는 소리.

높은 목소리의 울림이었다.

연기를 그만 둔 성기사.

그는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농담을 곁들이는 것을 잊지 않고.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어? 어린애는 자라. 그래야 쑥쑥 크지.”


농담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외신.

유다의 품 속에서 꼬리를 살랑거린다.


“일찍 잠든 만큼 일찍 일어나게 돼. 그래서 이렇게 유다랑 같이 누워 있는 시간이 길고.”

“그럼 거기서 빠져나오면 되잖아.”

“안 돼. 유다 나 없으면 잠 못 자.”


소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오는 기사.

그는 제자리에 다시 누워 머리를 옆으로 눕혔다.

무방비한 자세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 기사와 외신.


‘애 같은 것도 정도가 있지, 열 여섯 살이나 먹은 녀석이.’

“사실 열 여섯 아니라 여섯 살인 건 아니지?”

“나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기는 해.”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유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다는 듯 꿈틀거리며 배시시 웃는 유다.

딱 여섯 살짜리 아이들이나 보일 법한 반응.


“조금, 조금 마음이 불안정하거든.”

“조금이라. 신이시여, 그대의 아량은 참으로 넓습니다. 이게 조금이라니.”

“유다 정도면 양호한 거야. 더 심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니. 차라리 머리를 다친 바보 멍청이가 걔보다는 더···”


티오네는 앨리스의 행동에 말끝을 흐렸다.

엄마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는 앨리스.

성기사의 얇은 눈썹이 크게 꿈틀거린다.


“나?”

“응.”

“정말로 나?”

“그래.”

“참나.”


그는 유다가 깰 까봐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죽여 쿡쿡 웃었다.

아무 표정변화없이 티오네를 바라보는 여우.

자그마한 소녀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신이시여, 그런 농담을 건네시다니. 내 생각보다 재치가 넘치네?”

“그 정도 연기, 못 알아챌 것 같아? 유다도 비슷한 연기를 했는데.”

“연기? 무슨 연기?”

“매일매일 웃고 다니는 거. 시도 때도 없이, 마음 깊숙한 곳의 불안을 잠재우려고 하는 짓이지.”


소녀의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기사.


“글쎄. 난 정말, 진심으로 웃고 있는데요. 수백 년을 산 지모신.”

“알았어, 하지만 한 가지만 알아 둬. 유다가 그랬고 다른 미친 인간들이 그랬듯이, 언젠가는 그 가면을 벗을 날이 오리라는 걸.”

“···”

“내가 보기엔 너보다 유다가 강해. 가면을 벗고, 괴로움을 매일같이 느껴도···이렇게, 이렇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으니까.”


지모신의 말에 움찔거리는 그의 입술.

정작 할 말이 없어 침묵을 유지하고 만다.

소녀는 혀를 빼 내밀고 몸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입맛을 다시다가 마찬가지로 등을 돌리는 성기사.

외신과 성기사는 서로 등을 지고 잠에 들었다.


***


“퀴드 에스트 베리타스(Quid Est veritas)?”


이곳저곳 더러운 흔적이 가득한 진홍색의 수단.


“진리, 혹은 진실이란 무엇인가.”


개중에는 피가 튄 자국도 보였다.


“재판권을 지녔던 지방관이 한 말입니다.”


각진 얼굴, 베일 듯이 날카로운 턱.


“지방관의 이름은 섹스투스. 천자님의 말씀을 듣고 고뇌 끝에 나온 말이라 해석되는 경구입니다.”


그가 앉은 안락의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앞뒤로 흔들거렸다.


“지방 사람들의 민심이 불안하여, 그러나 예견된 대로 그는 천자를 능지형에 처했죠.”


반백의 머리는 그의 진중함을 한층 돋보이게 하였다.

느닷없이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척척 걸어가는 사내.

그는 머리를 박고 있는 장정 옆에 성서를 들고 섰다.


“그런데 당신은 당신의 자유의지로 못된 짓을 했어요, 안 했어요?”

“···”

“대답!”


대답이 없자 지붕과 벽이 울리도록 외치는 사내.

하지만 지붕은 없고 벽이 반파됐기에 그의 목소리는 겨울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뻗어 나갔다.

집에 틀어박혀 있던 농민 몇몇이 흠칫 놀랄 정도로.


“해, 했습니다!”

“그럼 벌을 받아야 해요, 안 받아야 해요?”

“어···”

“대답.”


이번에는 중얼거리며 성서를 엉덩이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두터운 성서의 무게로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세가 무너지는 장정.

우스꽝스럽게 바닥과 뽀뽀를 하고 만다.


“대답?”

“바, 받, 받아야 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내와 눈을 마주하는 장정.

그러자 수단을 입은 사내는 끈으로 된 안경을 풀며 중얼거린다.


“아주 세게 한 대 맞을래요, 세게 열 대 맞을래요, 살살 천 대 맞을래요?”

“저기, 사제님. 왜 백 대는 없습니까?”

“그렇게 맞으면 죽을 걸.”

“앗, 아···”

“잘 선택해라 뒈지기 전에.”


안경을 풀자 그의 거친 눈빛이 드러났다.

옅은 초록빛의 눈동자가 장정을, 외신을 노려본다.

인간과 피가 섞여 반신이라고도 불리는 외신을.

함부로 마을을 나섰다가 운도 지지리 없게 나락 마을 근처에서 성기사와 마주한 외신을.


“너 때문에 몇 명이나 피해를 본 줄 아냐, 몰리.”

“사제님, 그치만···”

“응.”

“그치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당한 복수를 할 수 없···”

“개뿔. 넌 그냥 맞자.”


그는 재빠르게 성서 모서리로 몰리의 이마를 콱 내려찍었다.

이마에서 피를 주르륵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지는 외신.

넘어지려는 장정을 잡아주고 사람을 부른다.


“거기 남는 손 없어?!”

“없습니다!”

“에휴.”


박살 난 지붕과 이곳저곳에 도끼질이 난무한 현장.

마을 한가운데 있는 주교의 방은 집무실이라고 불렸다.

주변 일대를 봉건시절 영주처럼 다스리는 강한 외신.


외신과 야합을 한 끝에 얻은 주교라는 직책을 짊어지고.

아니, 반신을 짊어지고 집을 수리하는 요정들을 지나쳐.

친히 마차 안에 쑤셔 박은 다음 바깥에서 문을 잠갔다.


마구간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부는 느긋하게 나왔다.

선혈이 선명한 땅바닥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은 기색으로.


“주교님. 이 놈은 뭡니까?”

“못된 놈.”

“어디에서 왔습니까?”

“콘스페라에서. 조심히 다녀와.”


주교에게 무슨 놈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물은 다음 몰고 온 말을 마차와 연결한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에 모자를 들어 인사를 대신하는 마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응.”


마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떠나는 것을 본 주교는 집무실로 돌아왔다.

지붕 조각과 판자, 망치나 못 같은 것들을 들고 날아다니는 요정들의 인사를 받으머.

안경을 쓰고 성경을 펼쳐 부드럽게 읊는다.


“요르한의 복음서 18장 39절. 우리? 나는 관례에 따라, 죄인 하나···풀어준다? 놓는다?”


아젤어로 된 성서를 한 구절씩 해석했다.


“흠···하늘의 아들을 자칭하는 이는, 안 된다. 차라리? 오히려? ‘파라파’라는 죄수를 풀어준다.”


18장의 마지막 구절을 읽으며 안락의자에 앉는다.

거의 동시에. 그의 앞에 드리우는 그림자.

박살 난 집을 따듯하게 보살피는 태양을 가리는 누군가.


“주교님, 주교님!”

“27호. 한 번만 불러도 되는데.”


반투명한 날개를 퍼덕거리는 요정이었다.

녹색으로 된 옷에 27이란 숫자를 매단 요정.

크기는 주교의 반절만 했다.


“기사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별 일도 아니구만. 왜 그리 호들갑이야.”

“두 사람, 이 아니라 수인이랑 사람 하나랑 같이 왔어요.”

“27호. 오늘이 누구의 축일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지?”

“네. 그냥 토요일인데요.”

“토요일. 토요일은 안식일을 준비하는 날이지.”


그는 성경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깨를 풀고 기지개를 펴는 주교.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소문을 듣고 그렇게 고집을 피워서 보내기는 했는데 잘 돌아왔군. 수인이 여우였어?”

“네. 그것도 아주 새하얗고 털도 복슬복슬한.”

“뭐? 진짜야?!”


그 전까지 진중했던 모습과 달리 소스라치게 놀라는 주교.

주교의 반응에 덩달아 놀란 요정은 살짝 물러섰다.

주교도 자신의 반응이 겸연쩍었는지 헛기침을 하며 사과한다.


“미안. 하지만 티오네가 누군가를 잘 구슬리고 설득한다는 게 상상이 돼?”

“음···기사님이 반쯤 정신나간 사람인 건 사실이죠.”

“그지? 나만 이상한 거 아니지? 아무튼.”


그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허리를 두드렸다.

진중하고 근엄한 말투로 되돌아오며.


“손님들 들어오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크흠.”


그는 최대한 있어 보이도록 뒷짐을 지고 고개를 30도 각도로 들어올린 다음, 문을 등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거지꼴이나 다름없는 셋이 들어온다.

지붕이 없고 벽 일부는 무너진 허름한 단층 건물.

유다와 앨리스는 놀란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숫자가 매겨진 요정들이 바쁘게 보수를 하는 현장.

그 가운데 성서를 들고 등을 보이고 있는 반백의 사내.

햇빛에 비춘 진홍색 수단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어, 주교님!”

“···”


손을 들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성기사.

주교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무시하고 뒤돌았다.

지을 수 있는 표정 중 가장 무거운 표정을 짓고서.

눈에 힘을 가득 주고 입술도 굳게 다물었다.


“환영하오, 하늘의 축복이 그대들에게 함께하기를. 비록 외신과 무당이라고 해도 천부, 혹은 하느님이라 불리는 분의 자비에는 한계가 없으니 나는 여러분을 환영하는···”

“아, 또 또 무게 잡으려고 저러네. 내가 말했지? 주교님 저거 만날 똥폼이나 잡고 있어 보이는 척한다고.”


길고 장황한 주교의 인사.

티오네는 그 인사를 끊고 저것 좀 보란듯이 손가락질한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여우와 무당.


“···내가 이곳에 고립된 지 십 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하늘의 계시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하늘의 사자를 만나 뵙게 되어 이곳 코룬 마을을 중심으로 외신과 사람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게 되었···”

“뭘 또 그렇게 인사치레를 하는 거야. 빨리 통성명이나 하고 천사나 만나러···”


또 주교의 말을 끊은 성기사.

두 번 봐주는 일은 없었다.

혹독하고 신성한 대가를 치룬 그.

퍽, 소리와 함께 성서가 엄청난 속도로 그의 얼굴에 처박혔다.


“하, 이 정도로 쓰러질 내가 아니.”


털썩.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깜짝 놀라 앨리스를 꽉 껴안은 유다.

주교는 성호를 긋고 쓰러진 병자를 위해 기도하였다.


기도가 끝나자 자연스레 눈을 마주하는 주교와 배교자.


“그래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유, 유다 드 발도르입니다. 이쪽은 앨리스에요.”

“아, 안녕? 이쪽 사람들은 참···참 별나네.”


화를 꾹꾹 억누르고 있는 주교에게서 느껴지는 마력.

약한 두 사람에게는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다.

적으로 만났으면 죽었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실히 이곳 사람들이 별난 구석이 많기는 하지요. 천교를 믿지 않나, 화풀이로 건물을 부수지 않나, 기사가 주교랑 친구 먹으려고 작정하지 않나, 믿음을 전파했는데도 천사를 천부로 착각하여 우상으로 숭배를 하고···”

“그, 죄송한데 여기는 도대체 어떤 공간입니까? 서재에요?”


자신의 말이 끊기자 사납게 눈을 번뜩이는 주교.

유다는 반사적으로 반 발자국 뒤로 내뺐다.


“여기 말입니까? 한마디로 설명을 드리자면.”


그는 수염 자국이 남은 턱을 쓰다듬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오전까지는 집무실로 쓰던 곳이었습니다.”


유다 옆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성기사를 바라보며.


작가의말

이백일:주교님! 징징거렸더니 댓글이 세 개나 달렸어요!

마그나:(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그래서?

이백일:더 징징거리면 더한 것도 들어주지 않을까요?
마그나:(바퀴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도대체 뭘 요구할 건가?
이백일:(침을 삼킨다)어, 저, 그러니까...주변의 친구와 동무들을 많~이 데리고 와달라고! 헌금(후원) 같은 것도 필요 없으니까 봐주기라도 해달라고 소위 말하는 ‘영업’을 좀...

마그나:(연가시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이유나 명분이라도 있나?

이백일:에이, 솔직히 이거 제 작품도 아니고 원저자가 따로 있는 기록물인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엮은이가 어디 있어요? 그게 곧 명분...

마그나:(읽고 있던 성경을 이백일의 얼굴에 명중시킨다. 기절한 이백일)이딴 놈을 편집자라고 내가 간택하다니.


(검열됨)


마그나:보나 마나 백일 군이 올릴 것 같지만 못 본 걸로 해 주시오. 이 시대에 비극이란 어울리지 않는 뻔한 서사에 불과하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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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별 (3) +2 20.10.21 63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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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샛별 +2 20.10.19 62 5 16쪽
36 땅의 짐승 (2) 20.10.17 68 5 19쪽
35 땅의 짐승 +2 20.10.16 67 5 17쪽
34 첫번째 뒷이야기 (4) 20.10.15 67 3 11쪽
33 첫번째 뒷이야기 (3) 20.10.14 71 3 18쪽
32 첫번째 뒷이야기 (2) 20.10.13 71 5 15쪽
31 첫번째 뒷이야기 +3 20.10.10 79 3 12쪽
30 Deus Non Vult (5) +4 20.10.09 94 7 35쪽
29 Deus Non Vult (4) +1 20.10.08 97 3 17쪽
28 Deus Non Vult (3) +4 20.10.07 87 4 21쪽
27 Deus Non Vult (2) +1 20.10.06 89 5 18쪽
26 Deus Non Vult +3 20.10.05 148 4 20쪽
25 Deus Vult (4) +1 20.10.03 94 3 20쪽
24 Deus Vult (3) +1 20.10.02 110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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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eus Vult 20.09.30 151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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