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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타임

황금수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나한
작품등록일 :
2016.01.13 16:46
최근연재일 :
2016.01.28 23: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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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04

작성
16.01.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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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황금수 13화

DUMMY

진시운을 모욕 주려고 한 말이었는데 팽자악을 쓰레기라고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게 인마, 항상 주둥일 조심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일만 냥 가지곤 안 되겠어.”

“더 올리란 말이냐?”

“이놈 목숨값도 내야지.”

진시운은 팽자악의 팔 위로 다시 오른발을 올렸다. 그런 다음 지그시 눌렀다.

“컥!”

팽자악의 입이 쩍 벌어지고, 고통스러운 비명이 흘러나왔다.

“내기고 뭐고 죽여 버리는 수가 있다, 진시운!”

상관후의 몸에서 진득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이놈에게 도가 있는 걸 보니까 하북팽가의 팽자악 같은데…… 마음대로 해.”

진시운은 오른발에 힘을 가했다.

“꺼어억!”

목젖이 보일 정도로 팽자악의 입이 벌어지고, 고개가 뒤로 사정없이 젖혀졌다. 그대로 두면 당장 목이 부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개자식!”

상관후는 빠르게 검을 뽑았다.

“이놈 목숨하고 내 목숨하고 바꾸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지. 그럼 하북팽가 가주가 아주 좋아할 거야. 자기 체면을 위해서 하북팽가 장자의 죽음을 방치했다고 박수를 쳐 줄지도 모르겠구나.”

“어, 얼마를 바라느냐?”

잠시 진시운을 바라보던 상관후는 이를 부드득 갈며 말했다.

“팽자악, 숨쉬기가 곤란해서 정신이 없겠지만, 네 가치가 결정되는 순간이니까 정신 바싹 차리고 잘 들어.”

진시운은 팽자악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안에 있는 자들 모두가 들었다.

“말해라, 진시운.”

“이놈 가치는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오백 냥을 더 얹겠다.”

상관후는 품속에서 전표 다섯 장을 꺼내 던졌다.

사실 더 꺼내 놓고 싶어도 가진 돈이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돈을 빌릴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팽자악, 상관후가 생각하는 네 가치는 오백 냥이란다. 참고로 말해 주겠는데, 조금 전에 상관후는 음희설을 잡았다는 명예를 거머쥐고자 일만 냥을 뿌렸어. 그러니까 상관후가 생각하는 팽자악 너의 가치는 구체적인 형태도 없는 공명심의 이십분의 일밖에 안 된다는 말이야. 이제 구양휼과 철군악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고.”

진시운은 철군악을 보았다.

“나도 내놔야 하는 거예요?”

철군악은 기이한 눈빛으로 진시운을 보았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한다는 게 천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 정확하게 없거든요.”

“정말 그래요?”

“네.”

“가진 거 전부 털어도 이천 냥밖에 없네요.”

철군악은 돈을 꺼내 진시운 앞으로 던졌다.

그러자 돈은 살아 있는 것처럼 날아가더니 진시운 발치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나도 이천 냥을 내놓지.”

이번엔 구양휼이 백 냥짜리 전표 스무 장을 꺼내 진시운 발치로 던졌다. 그가 던진 전표 또한 나비처럼 날아가더니 조금 전 철군악이 던져 놓은 전표 위로 겹쳐 쌓였다.

“참고해, 팽자악. 네 가치를 돈으로 평가한다는 게 모욕적일 수도 있지만, 너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평가일 수도 있어. 현상범들도 그래. 나쁜 놈이니 나쁜 년이니 하면서 말들이 많아도, 진짜 죄질을 결정짓는 건 목에 걸린 현상금이지 세간의 소문이 아니거든. 저 둘만 봐도 그래. 음희설은 일만 냥이고 봉추는 삼만 냥이야. 너희는 소문만 듣고 음희설을 더 나쁜 년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론 봉추가 훨씬 나쁜 놈이라고. 그게 바로 객관적인 평가라는 거야.”

진시운은 돈을 봉추에게 내밀었다.

“왜 날 주는 거냐?”

봉추는 진시운을 노려보며 물었다.

“가만 생각하니까 영감이 정말로 모함을 받은 것 같기도 해서 그래.”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게 아니라면 저기 수라마돈가 하는 작자가 영감을 찾아올 이유가 없잖아.”

“그게 무슨 소리냐?”

“무맹이나 마림, 흑사는 영감과 비슷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건 일도 아니라는 말이야.”

“그, 그러니까…….”

봉추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

이제야 사건의 내막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일 년 전부터 꾸준하게 접촉을 해 왔던 무맹, 마림, 흑사. 그들은 자파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심지어 어떤 조직에서는 구체적인 자리까지 만들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봉추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육 개월 후 일가족 강간 살해 암매장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봉추는 고개를 돌려 구양송인을 보았다.

“저놈 말을 믿는 거요?”

구양송인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난 그런 짓을 저지른 적이 없으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소, 봉 대협. 우리 흑사는 그런 비열한 짓을 저지를 문파가 절대 아니오.”

“명심하시게, 구양 대협. 만일 이번 일이 그대들의 작품이라면 나 봉추는 자네들을 깨뜨리는 데 남은 일생을 걸 거네.”

“우리 흑사도 봉 대협의 누명을 벗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겠소. 그럼 다음에 뵙겠소이다.”

구양송인은 포권을 취하고는 객잔을 나갔다.

“풀어라!”

봉추는 진시운을 보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진시운은 뜨악한 얼굴로 봉추를 보았다.

“방금 네 입으로 모함에 걸렸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데, 잘 들어, 영감. 영감 몸뚱이에 삼만 냥이 걸려 있으면 모함이든 뭐든 현상범이야. 내게서 벗어나고 싶으면 현상범의 굴레를 먼저 벗어. 아니, 몸뚱이에 걸린 현상금을 백 냥 이하로 낮춰. 그럼 잡아가라고 사정사정해도 모른 척할 거야.”

“진시운!”

봉추는 진시운을 쏘아보며 으르렁댔다. 하지만 진시운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럼 싸울 때만 풀어 주는 건 어때?”

이번엔 음희설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진시운은 음희설을 돌아보았다.

“네가 죽으면 이걸 풀어 줄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상관후는 여의박을 제외한 어떤 내기라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진시운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패를 잃은 셈이다.

“난 이길 수밖에 없어.”

진시운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이긴다는 거지?”

“손 내밀어.”

“내가 손을 내밀면 이길 수…….”

음희설이 손을 내밀자 진시운은 그녀 손목에서 호구를 뽑아냈다.

“이걸로 할 거니까,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는 거야.”

진시운은 호구를 들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자식!’

음희설은 혀를 내둘렀다.

절묘하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손목에 호구를 장착하게 되면 십 년 이상의 내공을 끌어 올릴 수가 없다. 정확하게는 십오 년이라고 하는데, 급박한 와중에 십오 년을 맞춘다는 건 쉽지가 않다. 아니, 십 년 내공을 끌어 올려 사용한다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결국 호구를 차게 되면 내공이 전혀 없는 상태로 싸워야 한다. 상관후의 내공이 진시운보다 더 높은지 그것까진 알 수는 없지만, 설사 내공이 높다고 해도 덕을 볼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승패를 결정짓는 건 박투술과 맨주먹의 세기였다.

“내게 그걸 채우겠다는 거냐?”

상관후는 호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약 두 자가량 되는 줄에 매달린 그것은 죄수를 호송할 때 손에 채우는 수갑과 비슷했다.

“아냐. 한쪽은 네가 차고 나머지 한쪽은 내가 찰 거야.”

“함께 찬다고?”

“일단 설명부터 들어. 이 안에는 두 개의 칼날이 들어 있는데, 손목에 채우게 되면 칼날 하나가 이렇게 튀어나와.”

진시운은 날이 약간 튀어나와 있는 호구 안쪽을 상관후에게 보여 주었다.

“그래서?”

상관후의 얼굴이 굳어졌다.

공연히 녀석에게 선택권을 양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게 평소 상태야. 격렬하게만 움직이지 않으면 부상을 당할 염려는 없다고 보면 돼.”

부서진 식탁 주변을 바라보다가 진시운은 튀긴 돼지 다리 하나를 주워 호구 안으로 끼웠다. 그러고는 상관후 앞에서 천천히 흔들었다. 평소처럼 움직이면 다칠 염려가 없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한다는 거냐?”

“내공을 끌어 올리지 않으면 늘 이 상태란 말이야.”

“내공을 끌어 올리면?”

“이렇게 돼.”

진시운은 내기를 가했다.

철컥!

“헉!”

“허!”

관심 어린 얼굴로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삶은 돼지 다리는 대부분 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돼지 다리가 단숨에 잘려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그걸 차면 내기를 끌어 올릴 수 없다는 말이구나.”

“손목이 잘리는 걸 감수한다면 어쩔 수 없고. 아무튼 이 호구를 손목에 채우고 나서 이걸로 싸우는 거야.”

진시운은 오른손 주먹을 들어 올렸다.

“으음!”

상관후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설마 진시운이 저런 식의 내기를 하자고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호구라고 부르는 수갑을 손목에 채우게 되면 내기를 전혀 끌어 올릴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수갑은 두 자(60센티미터) 길이의 줄로 연결돼 있다. 즉, 두 자 떨어진 짧은 거리에서 맨몸으로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난 그 호구라는 형구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설명을 해 준 거야. 그리고 여기에 달려 있는 이 줄은 무영귀린사야.”

“무영귀린사라고?”

상관후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이들의 얼굴에도 놀람의 빛이 어렸다.

귀신이 만든 줄이라고 알려진 무영귀린사는 도검刀劍으로 자를 수 없을 정도로 질기고, 칼날처럼 날카롭다고 하였다. 설마 특이한 수갑을 연결한 줄이 무영귀린사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최소한 오 갑자 이상의 공력을 지닌 자가 전력을 다했을 때 비로소 잘린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상대가 무영귀린사에 아무런 힘도 싣지 않았을 때.”

휙!

진시운은 상관후에게 호구를 던졌다.

“무슨 뜻이냐?”

“방금 내가 말한 것 말고 다른 기능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야.”

“난 이걸로 한다고 한 적 없다.”

상관후는 호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 주둥일 조심하라고 했잖아. 여의박만 제외하면 상관없다고 한 네 말, 여기에 있는 사람 모두가 들었어. 호구로 하는 내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첫판은 내가 이긴 걸로 하고 다시 하면 돼.”

“두 번째 판에서는 음희설을 걸지 않겠지?”

상관후는 막대기 하나를 주워 호구 안으로 집어넣으며 물었다.

“네가 잃은 돈을 먼저 거는 게 순서잖아.”

“그렇겠지.”

상관후는 호구에 내공을 주입했다.

철컥!

싸늘한 금속음이 흘러나오며 호구 안쪽에서 칼날이 밀려 나왔다.

툭!

순식간에 나뭇가지가 잘려 나갔다.

상관후는 반대편의 호구도 시험해 보았다. 꼼꼼하게 호구를 살펴본 다음 진시운을 바라보았다.

“난 세 살 때부터 박투술을 배웠다.”

“그럼 만 사천오백 냥과 음희설은 네 차지가 되겠네.”

“기관을 해제하는 방법은?”

상관후는 호구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네 근 반의 힘을 가하면 돼.”

“지금 여기선 네 근 반에 해당하는 힘이 얼마나 되는지 알 방법은 없겠구나.”

“내 영업 비밀이야.”

“좋다, 끼워라!”

상관후는 진시운에게 호구를 던졌다.

호구를 받아 든 진시운은 기관을 작동시켜 칼날을 안으로 집어넣었다.

“끼울 손은 네가 결정해.”

“오른손잡이인 모양이구나.”

상관후는 진시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넌 왼손잡이?”

“오른손으로 하겠다.”

상관후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양손잡이란 말이네?”

진시운은 피식 웃으며 상관후 앞으로 걸어갔다.

“천한 것들은 다른 건 몰라도 눈치 하난 빠르더구나.”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자리를 만들어 줄까요?”

두 사람을 지켜보던 철군악이 물었다.

“주인장!”

진시운은 주인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문 연 지 얼마나 됐지?”

“사 년 됐습니다.”

“그럼 탁자와 의자를 교체할 때가 됐네?”

“조만간 바꿀 참입니다.”

“이번에 바꿔.”

“부, 부수겠다는 말입니까?”

“상관후는 어떨지 모르지만 난 내가 승리하면 탁자와 의자 바꿀 돈을 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도 주지.”

듣고 있던 상관후가 말했다.

“이제 양민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상관후.”

진시운은 호구 한 개를 상관후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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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황금수 22화 +2 16.01.25 3,255 157 12쪽
21 황금수 21화 - 그가 강호무림에 던진 건? +2 16.01.24 3,398 158 12쪽
20 황금수 20화 +2 16.01.23 3,696 142 12쪽
19 황금수 19화 - 그림자 왕 +2 16.01.22 3,445 149 12쪽
18 황금수 18화 +3 16.01.21 3,370 140 12쪽
17 황금수 17화 - 과거의 편린 +3 16.01.20 3,541 146 12쪽
16 황금수 16화 +2 16.01.19 3,746 149 13쪽
15 황금수 15화 +2 16.01.18 3,850 162 13쪽
14 황금수 14화 - 약장수 약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3 16.01.18 3,692 154 11쪽
» 황금수 13화 +2 16.01.17 3,658 152 12쪽
12 황금수 12화 - 여의박如意縛 +2 16.01.17 3,849 199 12쪽
11 황금수 11화 +2 16.01.17 3,620 156 13쪽
10 황금수 10화 +2 16.01.16 3,753 156 11쪽
9 황금수 9화 - 내 밥에 눈독 들이면 죽는다 +2 16.01.16 3,992 157 14쪽
8 황금수 8화 +2 16.01.16 4,065 165 11쪽
7 황금수 7화 +2 16.01.13 4,426 183 12쪽
6 황금수 6화 - 일왕일갑一王一甲 +2 16.01.13 4,740 173 13쪽
5 황금수 5화 +2 16.01.13 4,842 171 11쪽
4 황금수 4화 +2 16.01.13 5,064 194 12쪽
3 황금수 3화 - 현상금 사냥꾼 철왕팔 +3 16.01.13 5,526 209 11쪽
2 황금수 2화 +2 16.01.13 5,809 217 12쪽
1 황금수 1화 - 매우 중요한 고객 +4 16.01.13 8,225 2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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