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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수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나한
작품등록일 :
2016.01.13 16:46
최근연재일 :
2016.01.28 23: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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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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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404

작성
16.01.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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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황금수 12화 - 여의박如意縛

DUMMY

5. 여의박如意縛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쓰는 녀석들은 도대체 돈의 소중함을 몰라. 돈을 아무렇게나 버리는 놈치고 제 손으로 버는 놈은 한 명도 못 봤어. 돈을 함부로 버리는 건 아주 나쁜 습관이야.”

진시운은 툴툴거리며 흩뿌려진 전표를 주워 탁자 위에 놓았다.

“돈을 줬으니까 천요 음희설을 데려가겠다.”

상관후는 음희설 뒤편에 있는 대원에게 눈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상관후의 지시를 받은 자는 하북팽가의 장자 단천신도斷天神刀 팽자악이었다. 팽자악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서는 음희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내 밥을 건들면 죽인다고 했어, 친구. 좋게 말할 때 그만두는 게 좋아.”

진시운은 팽자악을 보며 말했다.

“쿡!”

팽자악은 조소를 머금었다.

콰악!

그리고 진시운을 빤히 바라보며 음희설의 목을 틀어쥐어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슉!

진시운의 허리춤에서 은빛 섬광이 쏘아져 나갔다. 은빛 섬광이 나아가는 속도가 워낙 빨랐고, 음희설의 얼굴을 향하고 있어서 팽자악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조심해라, 팽자악!”

상관후가 경고를 보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깜짝 놀란 음희설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은빛 섬광은 팽자악의 목을 감아 돌았다.

“컥!”

팽자악은 비명을 지르며 목을 감싸 쥐었다.

진시운의 허리춤에서 시작된 은빛 섬광의 정체는 죄인을 포박할 때 사용하는 천라은삭天羅銀索으로, 손가락 두께의 포승줄이었다.

진시운은 팽자악이 내기를 끌어 올릴 틈을 주지 않고 천라은삭을 사정없이 잡아챘다.

“커억!”

비명과 함께 팽자악의 신형이 그대로 탁자 위로 떨어져 처박혔다.

콰앙!

탁자가 부서지면서 깨진 접시와 음식이 사방으로 튀었다.

“개자…….”

팽자악은 욕설을 뱉어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휙! 휙! 휙!

하지만 그가 자세를 채 잡기도 전에 진시운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강한 바람 소리가 흘러나오고, 팽자악의 몸 주변으로 은빛 섬광이 흐르기 시작했다.

“컥! 억! 큭!”

팽자악은 계속 비명을 질렀다.

“저건……?”

천유단 대원들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팽자악을 보았다.

그는 오대세가의 한 곳인 하북팽가의 장자다. 그런 그가 손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진시운에게 당하고 만 것이다.

‘대단하군.’

봉추 또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진시운의 허리춤에 감겨 있던 줄이 포승줄이었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포승줄을 이용해서 팽자악을 포박하는 기술은 더 대단했다.

팽자악의 몸 주변에 흐르는 기운으로 보면, 후기지수들 사이에서는 결코 약자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고양이 앞의 쥐처럼 진시운에게 당하고 만 것이다.

물론 갑작스럽게 엄청난 힘이 목을 조이자 미처 대응하지 못했고, 실전마저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팽자악의 실수라고 하기엔 진시운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줄로 목을 강하게 조이고, 넘어뜨려 충격을 주고, 순식간에 포박해 내는 일련의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건 목을 조이고 넘어뜨리고 포박하는 분리된 세 가지 동작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무공 초식이었다. 팽자악은 그 초식에 당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맙소사!”

여기저기서 놀람에 찬 신음이 터져 나왔다.

팽자악은 배를 바닥에 댄 채 두 팔과 두 다리를 등 뒤로 돌려 맞잡은 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두 팔과 두 다리는 은빛 줄로 묶인 상태고, 줄의 일부는 목에도 걸려 있다. 마치 사냥한 짐승의 다리 네 개를 묶어 놓은 듯한 형상이었다. 다만 등 뒤로 돌리고 목까지 제압했다는 사실이 달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묶여 있는 팔다리를 약간만 움직여도 목을 강하게 조이는, 그야말로 조그마한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 완전한 포박이라는 것이다.

“여의박如意縛?”

철군악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저 포박술이 정말 여의박이란 말인가?”

구양송인은 깜짝 놀라 물었다.

여의박이 세상에 알려진 건 십팔 년 전이었다.

원래 여의박의 주인은 무인이 아니라 사냥꾼이었다.

사냥만 하던 사냥꾼의 포박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호피를 놓고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

사냥꾼이 파는 호피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어떤 무인이 공짜로 얻고 싶은 욕심에 사냥꾼의 아들을 인질로 잡고 내기를 제안했다. 사냥꾼은 자식을 살리기 위해 내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인은 사냥꾼이 동아줄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는 마음대로 묶으라고 하였다. 그런 다음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포승줄에서 벗어나면 호피를 가져가고, 벗어나지 못하면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내기는 시작됐고 사냥꾼은 무인을 묶었다.

웃으며 시작됐던 내기는 반 시진이 지나면서 진득한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사냥꾼의 포승을 그 무인이 풀어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내기에 진 무인은 사냥꾼의 아들을 풀어 주었다. 하지만 포승줄을 풀어 주겠다는 사냥꾼의 제안을 거절했다. 오히려 포승줄을 풀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사냥꾼은 아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때부터 무인은 포승줄을 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내공을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포승줄은 결코 풀어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포승줄은 무인의 혈도를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포승줄을 풀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한 터라 그를 구해 줄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결국 무인은 혼자 발악하다가 목뼈가 부러져 죽고 말았다. 죽어 시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포승줄을 풀어내지 못했다.

그 사냥꾼의 포승줄에 당한 자가 바로 마림의 이인자였던 염왕마수閻王魔手 심일광이었다.

마림의 이인자 염왕마수 심일광마저도 빠져나오지 못한 엄청난 포박술. 세인들은 그 포박술을 여의박이라고 명명했다.

“몸부림치면 칠수록 목을 강하게 조이고 결국에 가서는 질식해서 죽게 만드는 포박술은 여의박밖에 없어요.”

철군악은 놀란 눈으로 진시운을 보았다.

머릿속은, 림林으로 돌아가면 심일광 부림주에게 여의박을 펼친 사냥꾼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상관후를 보았다. 상관후가 어떻게 처리할지 흥미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를 죽일 참이냐?”

상관후는 진시운을 노려보며 물었다.

“글쎄.”

진시운은 팽자악의 팔과 다리가 묶여 있는 부분의 줄 위에 오른발을 올려놓고 살짝 눌렀다.

“컥!”

줄이 당겨지며 목을 압박하자 팽자악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금의위 영반과 친한가 보지?”

진시운은 팽자악의 얼굴을 살피면서 상관후를 향해 물었다. 팽자악의 얼굴은 벌겋게 물들어 있었지만 아직 호흡엔 크게 지장이 없어 보였다.

“네놈을 죽이고 음희설을 빼앗는다고 해도 공무집행방해죄를 받지 않을 정도는 될 거야.”

“발이 넓어서 좋겠네. 아무튼 음희설은 일만 냥엔 못 파니까 그렇게 알아.”

“음희설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일만 냥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거냐?”

“액수는 맞아. 편하고 빠른 일 처리를 하기 위해 현상금을 담당하는 양반에게 뇌물을 먹여야 하니까 내가 벌어들일 금액은 정확하게 구천 냥이야.”

“그럼 천 냥이 남는데 왜 팔지 못한다는 거냐?”

“네가 준 일만 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걸 거기선 얻거든.”

“그게 뭐냐?”

“상관후 네가 얻으려고 하는 것이기도 해.”

“내가 뭘 얻으려 한단 말이냐?”

“명성 말이야.”

“명성?”

“응!”

진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상관후는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어 재끼던 그는 웃음을 그치고는 진시운을 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인간 사냥꾼 놈도 명성을 탐하는지는 몰랐구나.”

“넌 명성이라고 하겠지만 난 경력이라고 해. 어느 바닥이 됐든 경력이라는 건 아주 중요하거든.”

“그럼 네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하겠다.”

“글쎄, 네가 내게 제안을 할 주제가 되는지 모르겠구나. 너는 내게 제안을 할 정도로 친하지도 않고, 상관도 아닌데 말이야.”

“넌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날 모욕했고, 난 널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어, 철왕팔. 즉,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패 죽이겠다는 뜻이야.”

“네 아버지가 참 기뻐하겠구나. 어린애들 모아 놓고 골목대장 노릇 하면서 죄 없는 사람 패 죽였다고 말이다. 어쩌면 잘했다고 상을 줄지도 모르겠구나.”

“그건 네 생각이고. 무림에서는 쓰레기 같은 인간 사냥꾼 한 마리 밟아 죽였다고 손가락질할 무인은 없어. 아마 그런 쓰레기는 보이는 족족 없애 버려야 한다며 박수를 쳐 줄 게야. 하지만 난 널 그렇게 없애지 않을 거야. 왜냐면 난 정의를 최고의 선善이라 여기는 무맹의 차기 맹주니까. 신분에 걸맞은 행동을 할 참이야.”

“아무튼 너희는 참 재미있는 족속들이야. 가만히 있는 사람 건드려 놓고, 그 사람이 달려들면 시건방진 놈이라면서 두들겨 패고, 조용히 있으면 무시한다고 두들겨 패. 아주 거지 같은 짓이라고 생각지 않아?”

“우린 가만있는 놈은 절대 손대지 않아. 우리가 손대는 놈들은 너처럼 지 주제도 모르고, 위아래도 모르고, 선후도 모르는,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쓰레기들뿐이야. 왠지 알아? 그런 놈들은 이 세상에 백해무익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나도 그 백해무익한 놈에 들어가나 보지?”

“백해무익한 놈들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이야. 무림에서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놈들은 이유 없이 패 죽여도 죄를 묻지 않아.”

“그럼 난 아주 거지 같은 상황에 처한 셈이구나.”

“물론이야. 넌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했어. 하지만 난 자비로운 사람이야. 그래서 네놈을 그냥 죽이지 않기로 했어. 아니, 네놈에게 기회를 줄 거야.”

“어떤 기회?”

“내기야.”

“내기?”

“그래, 진시운. 난 방금 네게 준 일만 냥을 걸고 넌 음희설을 거는 아주 공평한 내기지.”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기네?”

“물론이야. 진시운 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넌 무조건 나와 내기를 해야 해. 그리고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갈비뼈 몇 개가 부러진 채로 강물에 던져질 거야. 널 강물에 던지는 사람은 팽자악이 될 테고.”

“난 그런 거지 같은 상황을 제일 싫어하는데.”

진시운은 팽자악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헉!”

진시운을 바라보던 음희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팽자악 옆에 있던 그녀는 유일하게 진시운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진시운의 눈에서 일렁이는 녹색 불길을 본 것이다.

전에도 귀화를 보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의 귀화는 그때 본 귀화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 녹색 불길을 보는 순간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 버리는 듯한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음희설은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왜 그러는가?”

봉추가 얼른 음희설을 부축했다.

“아, 아니에요.”

음희설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다시 진시운을 보았다. 검고 깊은 눈동자가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녹안이었는데…….’

“괜찮아?”

“으, 응!”

진시운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기 종목도 내가 정하겠지?”

진시운은 상관후를 돌아보며 물었다.

“난 아주 자비로운 사람이야. 종목 선택의 권한은 네게 주겠다. 한 가지만 빼면 어떤 종목을 택해도 상관하지 않겠다.”

상관후는 자신 있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렇듯 자신 있는 얼굴을 한 이유는 진시운의 입장에서는 할 만한 내기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공에서 밀리면 힘을 사용하는 내기는 택할 수가 없고, 남은 건 주사위처럼 운에 맡기는 내기밖에 없다.

상관후는 도박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한 가지?”

“여의박을 말하는 거야.”

“저건 풀 자신이 없나 보지?”

상관후는 팽자악을 가리켰다.

“풀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저런 형편없는 모양새로 내기를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다. 저런 건 너 같은 쓰레기에게나 어울리지 난 아니거든.”

“너 졸지에 쓰레기로 변했어,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죄수들을 포박했지만 너만큼 어울리는 놈은 처음이야.”

진시운은 팽자악 볼을 툭툭 치며 이죽댔다.

“난 팽자악이 쓰레기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상관후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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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황금수 13화 +2 16.01.17 3,657 152 12쪽
» 황금수 12화 - 여의박如意縛 +2 16.01.17 3,849 19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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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황금수 9화 - 내 밥에 눈독 들이면 죽는다 +2 16.01.16 3,992 157 14쪽
8 황금수 8화 +2 16.01.16 4,065 165 11쪽
7 황금수 7화 +2 16.01.13 4,426 1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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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금수 4화 +2 16.01.13 5,064 194 12쪽
3 황금수 3화 - 현상금 사냥꾼 철왕팔 +3 16.01.13 5,526 20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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