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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유니버스

방상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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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작품등록일 :
2015.11.06 14:34
최근연재일 :
2016.12.27 02:36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572
추천수 :
25
글자수 :
20,143

작성
16.12.10 14:09
조회
403
추천
10
글자
10쪽

1. 자경단 (2)

DUMMY

“혀, 형님, 저기!”

캠코더를 돌리던 짱돌이 못 볼 것을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구를 가리켰다.

입구에 서 있는 거뭇한 실루엣.

얼굴에는 기이한 탈을 쓰고 있었다.

마치 불가(佛家)에서 전해지는 나찰(羅刹)과도 같은 형상.

게다가 네눈박이다.

그 모습이 음습한 지하실에서 맞닥뜨린 탓인지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졌다.

“누······누구냐! 어떤 자식인데 겁 없이······.”

가죽재킷이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안면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며 끔찍한 비명을 질러야했다.

“으악! 내 얼굴!”

귀면(鬼面) 탈을 쓴 자는 단숨에 계단을 날아 가죽재킷의 안면을 두 무릎으로 찍어 누른 뒤, 이어서 신체의 탄력을 이용하여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더니 옆에서 아무런 방비도 없이 서있던 말총머리의 턱을 후려 찼다.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른 사내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귀면 탈 쓴 자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귀면 탈은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 침묵이 오히려 사내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귀면 탈을 쓴 자가 바닥에 쓰러진 두 사내에게 저벅저벅 다가가더니 먼저 가죽재킷의 오른쪽 어깨를 잡고 팔을 부러뜨리고 나서 말총머리의 두 발목을 사정없이 꺾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머지 사내들은 알 수 없는 기운에 눌려 무기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다.

마치에 뭔가 홀린 기분이었다.

“크아악!”

가죽재킷과 말총머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것을 보고 나서야 뒤늦게 사태파악을 한 중년남자가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명령을 했다.

“이런 병신 새끼들아 멍하니 보고 있지 말고 부셔버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정신을 수습한 짱돌과 멸치가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쇠파이프를 집어 들더니 맹렬한 기세로 휘두르며 귀면 탈에게 달려들었다.

2개의 쇠파이프는 날카로운 파공성을 울리며 동시에 귀면 탈을 쓴 사내의 허리와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이 새끼! 아아아아!”

“뒈져버려!”

두 건달의 악에 찬 고함이 지하실 안에 메아리쳤다.

그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당장이라도 귀면 탈을 쓴 사내를 요절 낼 분위기다.

“흇!”

흡사 휘파람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귀면 탈을 쓴 남자가 몸을 돌려 벽을 차고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의 몸이 허공에서 거꾸로 뒤집히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멸치의 양쪽 관자놀이를 찍었다.

조건반사처럼 멸치는 ‘꽥’하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으로 착지한 귀면 탈은 미처 방비를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짱돌의 명치에 팔꿈치를 꽂아 넣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부하들이 바닥에 뒹구는 신세가 되자 중년남자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귀면 탈을 피해 뒷걸음을 쳤다.

그가 계단으로 달아나려 하자 귀면 탈은 벼락처럼 발을 뻗어 그 앞을 막았다.

중년남자는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몇 걸음 더 나아가다 기둥처럼 단단하게 고정된 귀면 탈의 다리에 목이 걸려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꼴사납게 나동그라진 중년남자는 목을 움켜쥐며 고통을 호소했다.

“헉! 쿨럭, 쿨럭······ 이······이봐······.”

귀면 탈을 쓴 사내는 바닥에 쓰러진 중년 남자를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더니 구석으로 밀어 붙였다.

“살려주게, 이봐, 제발.”

겁에 질린 중년남자는 무릎을 꿇으며 자비를 구했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 표정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그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건달세계에서 오랫동안 적을 두어왔지만 이런 실력을 지닌 자는 보지 못했다.

중년 남자는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려가며 목숨을 구걸했다.

“사······살려 주······주세요. 제······지······발······ 나······.”

중년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귀먄 탈은 등을 돌려 혜진에게 갔다.

혜진은 그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머뭇거리며 계속해서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그의 손이 다가오자 움찔거렸다.

귀면 탈은 개의치 않고 그녀를 결박하고 있는 끈들을 풀어주었다. 혜진은 몸이 자유로워지자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났다.

귀면 탈을 쓴 남자는 몸을 돌려 여전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중년남자에게 혜진을 묶었던 끈을 던졌다.

“이, 이건······?”

중년남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귀신 탈을 올려봤다.

귀면 탈을 쓴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끈과 바닥에 쓰러져있는 사내들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부하들을 끈으로 묶으라는 것 같았다.

겨우,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중년남자는 끈으로 자신의 부하들을 묶기 시작했다. 어설프게 묶었다가는 그 무시무시한 주먹이 자신에게도 떨어질 것 같아서 필요 이상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단단하게 묶었다.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혜진을 향해 귀면 탈은 말없이 입구를 가리켰다.

“저보고······ 가라고요? 가도 되는 거예요? 저······정말요?”

혜진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귀면 탈을 쓴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혜진에게서 등을 돌리며 부하들을 모두 결박하고 무릎을 꿇은 채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중년남자에게 다가갔다.

혜진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서둘러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다행히 눈에 익은 거리가 나타났다. 혜진은 곧바로 파출소를 찾아 달려갔다.

“이······이봐, 사······살려줘.”

중년남자는 귀면 탈을 피해 구석으로 도망쳤다.

감히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부하들이 단단하게 결박을 당한 채 침대 위에 짐짝처럼 쓰러져 있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귀면 탈을 쓴 남자가 기름통을 가져와 바닥에 투명한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

강렬한 냄새를 코를 찌르자마자 중년남자는 투명한 액체의 정체를 파악했다.

휘발유였다.

“뭐 하는 거야! 허억, 이건 휘······휘발유잖아.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이봐!”

중년남자는 귀면 탈의 행동을 저지하려다가 강인한 주먹에 턱을 맞고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이상하게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귀면 탈은 계속해서 남은 휘발유를 모두 비우더니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자······잠시만, 잠시만······기다려. 이러지 말라고······.”

귀면 탈을 쓴 남자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어들더니 불을 붙였다.

중년남자는 불붙은 종이를 보자 흰자위가 보이도록 눈을 뒤집어가며 거의 발악에 가까운 비명을 질러댔다.

“살려줘! 이봐, 부탁이얏! 살려줘. 나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이봐, 난······.”

방상시 탈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의 침묵이 공포심을 배가시켰다.

다음 순간, 불붙은 종이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놀란 중년의 남자는 기겁을 하며 종이를 받으려고 했다.

화르르륵.

불길이 시뻘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삽시간에 지하실을 휘감았다.

귀면 탈은 조용히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중년남자가 곧바로 뒤따라 계단을 올라가려 했지만 거센 불길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안 돼! 난 살고 싶어! 살고 싶다고!”

중년남자는 그때서야 지옥의 업화(業火)아 같은 불길 속에서 비로소 항간에 떠도는 한 가지 소문을 떠올렸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방상시(方相氏).

가끔 가십기사로 신문의 사회면 일부를 차지하는, 언론으로부터 ‘방상시’라고 불리는 자의 소문에 대해서.

최근 들어 방상시 탈을 쓴 자에게 거물급 조직폭력배들의 보스를 비롯해서 악덕포주들, 필름쟁이들이 죄질에 따라 반신불구가 되거나 죽음을 당했다는······

그리고 그가 지금은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것을.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이제 거대한 불길은 모든 것을 태우고 중년남자를 삼켜버리기 위해 노도처럼 밀려왔다. 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지옥의 입구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크아아아아악!”


***


30여분 후. 혜진이 경찰들과 함께 지하실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형편없이 두들겨 맞고 널브러진 두 사내들이 있었고 지하실 안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커멓게 타버린 6구의 시체를 발견했다.

“흐윽. 정말 지독하군.”

역한 냄새가 밀려 올라오자 시체를 확인하러 들어갔던 경찰들은 코를 감싸 쥐었다.

살인현장에 익숙한 그들이었지만 너무나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사내들의 모습에는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 이놈은 의식이 있는데. 이봐, 이봐!”

입구에 쓰러졌던 사내 하나가 의식이 돌아오면서 경찰들과 얼굴이 마주치자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경사 계급장을 단 나이가 지긋한 제복경찰관이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으아아! 사, 살려 줘······! 귀, 귀신······ 으······저리가······아아.”

사내를 진정시키던 경관의 눈에 그의 상의주머니에 꽂혀있는 목패(木牌)가 들어왔다.

“이것은······.”

중년의 경사는 지문이 묻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목패를 손수건으로 감싸 쥐며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재질은 흔히 벽조목이라 불리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보였는데 앞면에는 귀면이, 뒷면에는 방상시(方相氏)라고 한자(漢字)로 양각되어 있었다.

근래에 회자되고 있는 자경단원, 방상시의 상징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악인들만을 골라 응징하는 방상시, 그는 언제나 자신이 다녀갔다는 증표로 이 목패를 두고 떠난다.

마치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아직은 모른다.

그가 눈먼 법망을 대신하여 악인을 처단하는 정의의 구현자인지, 아니면 사적인 원한에 사무친 살인귀인지는. 그것도 아니면 그저 망상에 빠진 미치광이 사이코일지도.

중년의 경사는 굳은 얼굴로 목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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