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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레전드헌터 회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비레
작품등록일 :
2017.11.13 07:59
최근연재일 :
2018.03.07 20: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4,475
추천수 :
369
글자수 :
141,245

작성
18.02.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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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1화-전조(2)

DUMMY

"...저게 뭐야?"

도망친 S급 괴물 차원거미(Dimension spider)를 쫓던 카타프릭스와 채동훈이 맞댝뜨린 것은, 송전탑 크기의 검은 코일같은 구조물이 산 능선을 타고 늘어서있는 모습이었다.

카타프릭스는 차원거미가 그 구조물을 말뚝처럼 지면에 박고 있는 광경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저건 뭔 개수작이지?"

그때 본부장 아밀 휘리에스를 통해 무전이 들려왔다.

"조심해. 균열연구본부에 따르면 자율방어기능을 가진 구조물이라고 한다."

"포탑 같은 건가요?"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고출력 에너지 필드를 생성한다는 군."

아밀이 말하기 무섭게 구조물이 서로를 잇는 청색 빛을 내뿜었다. 그러자 그 사이에 있던 나무들이 흔적도 없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 거대한 돔 형태의 장벽을 바라보며 동훈은 질색했고, 카타프릭스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서 저걸 손 빨고 지켜보고 있으라는 거냐?"

"난 최대한 빨리 처리하라고 했지 지켜보라고 한 적은 없어."

"네? 방금 전에는 조심하라고 하셨잖아요?"

"알아서 조심해서 빨리 처리해."

아밀의 말에 동훈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지만, 카타프릭스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역시 그래야 본부장 답지."

카타프릭스는 검지를 들어 자신의 머리 위에 수십개의 화염구를 만들어 냈다. 그 모습을 본 동훈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왼팔을 걷어 문신처럼 새겨진 마법 각인을 보이며 녹음해둔 주문음성을 틀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7개의 번개는 카타프릭스의 화염구와 같이 장벽을 향해 날아갔지만...


"...사라졌어?"

동훈은 장벽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불과 전격의 폭풍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이윽고 무전에서 아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고 말했을 텐데?"

"...알고 계시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달라고요."

"투정부리지마. 이 쪽도 지금 서해안 쪽에 나타난 균열 때문에 여력이 없어."

"그거 중국에서 일어난 거 아니에요? 그쪽에서 알아서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쪽이 제대로 처리 못하면 바로 이쪽으로 넘어오니까 대비는 해둬야지."

아밀의 말에 동훈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여튼 추가적인 지원은 없단 소리군요."

"걱정하지마. 상황은 지켜보고 있으니까. '정 안될 것 같으면' 지원해주지."

아밀의 말 뜻을 이해하고서, 카타프릭스는 입을 뒤틀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한 동훈은 투덜거리며 카타프릭스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멍청한 소리 하지마라. 적이 있으면 때려부술 뿐이야."

"...저는 그 방법을 물은 건데요."

"그것도 멍청한 소리로군. 지금 상황에서 방법은 둘 중 한 가지 밖에 없지. 아래로 뚫고 가거나, 아니면 공간이동을 하거나."

"장벽이 어느 높이까지 있을지 모르는데 위로 넘어가는 건 위험해요. 그리고 공간이동은 저 배리어의 특성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도 위험고요. 그나마 제일 나은게 지하인데 그건 아무래도 시간이..."

동훈이 말하기 무섭게, 카타프릭스는 자신에게 가속과 충격강화 마법을 걸고 곧장 아래로 돌진했다.

이윽고 산이 통째로 뒤틀리며 박살나는 것을 바라보며 동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지하를 통해 차원거미가 있는 장벽 너머로 튀어나온 카타프릭스는 장벽 안의 공간을 보고는 안색을 굳혔다.


장벽 안에는 차원거미 셋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차원거미를 소환하고 있는 차원거미를 바라보며, 카타프릭스는 중얼거렸다.

"...과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냐."

카타프릭스가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차원거미들이 동시에 그를 덮쳤다.


***


균열대책본부 회의실 밖 여자화장실.

그곳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 아밀은 문을 걸어 잠그고 휴대폰을 들었다. 이미 현장에 나가있는 춘봉과 연락하기 위해서였다.

"장벽 안쪽 상황은 어때?"

휴대폰 너머로 어두운 춘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좋아. 카타프릭스 혼자 차원거미 서넛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긴 한데, 그걸 깨닫고 이제 도망만 다니고 있어."

"...도망다니면서 그 장벽을 깔고 또 다른 차원 거미를 소환하고 이런 식으로 숫자를 불리려는 건가?"

"그렇겠지. 그러다 확실히 숫적 우위를 점할 시점에 다시 습격하겠지."

"최악이군. 우리는 지켜야할 지역에 비해 전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동성도 떨어지는데..."

빌어먹을.

아밀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휴대폰을 세게 움켜쥐었다.

모든 3차원의 괴물들을 통솔하는 가이아(Gaia)란 존재는 언제나 그런 녀석이었다. 순식간에 상황을 분석해서 이쪽에게 있어서 최악의 선택을 강요해온다.


그 때 휴대폰을 타고 춘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이제 내게 맡겨."


춘봉의 말에, 아밀은 답답했던 속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괜찮겠어?"

"자기가 부탁해놓고 이제와서 뭔 소리야?"

애처럼 칭얼거리는 춘봉의 말을 듣고, 아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뭐 마음의 준비가 됐냐고 묻는 거지."

"그런 건 수십년 전부터 되어 있었어."


...하긴 넌 언제나 그랬지.

아무리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와도 가장 먼저 앞에 나서서 모든 것을 해냈다.

그건 수십년 전 대격변 때도, 심지어 SS급 괴물, 볼카누스(Volcanus)의 힘을 흡수하기 전에도 그랬다.


"야, 왜 말이 없어? 무슨 일 있어?"

걱정스러운 춘봉의 목소리에 아밀은 추억을 반추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니.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

"뭔 생각?"

"너..."

아밀은 너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하려다 머쓱해져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너 요새 늙은이 말투 안쓰는거 같다?"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야?"

춘봉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덧붙였다.

"그 두 용족과 있을 때 편하게 말하기 거시기 해서 그냥 내내 서울 말 썼더니 그새 입에 붙어서 그렇지. 왜? 이상혀? 원래대로 말할까?"

"아니. 괜찮아. 젊은 척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저, 저 말하는 뽄새 봐."

아밀은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린 다음, 춘봉에게 말했다.

"그럼 멋들어지게 다 해치워버리라고."

"걱정 말고 잘 지켜보고나 있어."

아밀은 휴대폰을 끊은 다음 세면대 거울을 보았다. 평소 피곤과 스트레스에 쩔어있던 자신의 표정이 한층 누그러져있었다.


좋아, 갈까.


아밀은 손으로 두 뺨을 짝, 소리나게 친 다음 다시 상황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간부들이 아밀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채동훈 요원의 보고에 따르면 카타프록스가 당했다고 합니다! 다른 헌터들이 지원하려고 하지만 지리적 위치때문에 쉽지 않다고 합니다!"

"거기에 차원거미가 차원거미를 소환해서 숫자가 급속도로 증식하고 있습니다! 지원을 하려고 해도 이 숫자로는 역부족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 모든 헌터와 군 병력을 긁어모아도 역부족일 겁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지원을 받아야... 아니, 미국이 더 빠른가? 아무튼 지원이 시급합니다!"

"이대로라면 지원이 와도 늦어! 당장 정부에 알리고 긴급 대피를 해야..."

그 혼란 속에서 아밀은 침착하게 고개를 들어 자료화면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그새 열마리 넘게 불어난 차원거미들이 산을 누비고 있었다.

그건 지금 간부들 반응이 이해가 갈 정도로 지옥같은 광경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아밀은 손을 뻗어 한 지점을 가리켰다.

"잠깐, 저건 뭐지?"

간부들은 모두 아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그곳에는...


***


차원거미의 몸통박치기에 당해 산등성이에 처박혀있던 카타프릭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저 지쳐서, 절망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단지 거기에 신기(神器) 바르바토스를 갑주처럼 두른 강춘봉이 있었기 때문이다.

"좀 늦었군."

"좀 늦은게 아니잖아. 망할."

카타프릭스는 바위더미 사이에 깔려있던 몸을 일으켰다.

"몸은 괜찮나?"

"이 정도는 너랑 훈련할 때에 비하면 다친 축에도 못 끼어. 그냥 도망다니다 떼를 지어 몰아치는 거지같은 싸움방식에 피곤해졌을 뿐이야. 그래서 다 쓸어버릴 건가?"

"그래."

"하나만 남겨줘. 저 망할 놈의 거미의 사지를 한번만 이 손으로 찢어주고 싶거든."

"글쎄, 내가 하나를 놓치면 그걸 노려보던가."

춘봉은 그렇게 말한 뒤, 로켓처럼 폭발하는 기세로 위로 떠올랐다. 그런 춘봉을 시선으로 쫓으며 카타프릭스는 투덜거렸다.

"그럼 하나도 안 남잖아. 젠장."


그리고, 몇십 초 뒤.


인제에 나타났던 차원거미 열 다섯 개체는 모두 일거에 폭사(爆死)했다.




잘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요새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엄청 졸리고 피곤하네요. 독자님들은 푹 주무시고 개운하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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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영웅의 귀환(1) +2 18.01.29 1,506 1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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