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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섬 님의 서재입니다.

반드시 자살하는 가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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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섬
작품등록일 :
2023.05.29 15:17
최근연재일 :
2023.07.03 23:26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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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수 :
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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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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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르면서 비슷한 둘

DUMMY

“오늘은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될 것 같다.”


조례 시간에 들어온 세튼은 가라앉은 표정이었다.


“마법과의 한 학생이 실종 했고 그 충격으로 한 학생은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조만간 외출은 조심해서 하는 것이 좋겠다.”


실종사로 처리 됐나. 분명 제든에게 시체를 처리하지 않고 방치한 상태로 두라고 했으니 이단의 흔적을 모르지 않을 터, 어두운 사정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입을 다무는 건가.

베리안은 아카데미의 판단을 납득했다. 학생의 안위를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빌번의 의도가 돋보이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됐다.


‘이번 기회에 학생들이 위험을 인지해야 해.’


괜히 제든에게 시체에서 흔적은 남기지 않고 두라는 독특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다. 교육의 장인 아카데미는 제국에 악 감정을 지닌 단체가 일순위로 노릴 목표다.


‘조만 간은 예정된 태러는 없지만 결국 나비 효과로 인해 흐름이 바뀐 이상 안도해서는 안돼.’


단순히 아침이 맛없거나 덥다는 이유로도 태러의 시각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예상은 끝도 없으니 적당히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눈 앞의 떨어지는 불이 두 개나 있는 지금은 더 더욱-


‘엘리나는 역시 출석은 하지 않은 건가.’


아카데미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행동이 무산으로 돌아간 것보다 입맛이 쓰다.


“가라앉는 얘기는 여기서 끝이고! 오늘부로 동아리의 활동이 시작된다. 원하는 부로 입부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도록 해라.”


이 시점부터 동아리였지. 베리안은 잠시 잊고 있던 용건을 떠올렸다.


“검술 동아리 마법 동아리 같은 보편적인 것 말고 미식 동아리나 제국 역사상 가장 독특한 생물 동아리 같은 것도 있다. 물론 신입생을 받는 일은 동아리의 자율적인 판단이니 무조건 들어갈 수 있지는 않다.”


아카데미의 동아리란 단순한 여가 생활 정도로 치부하기는 막대한 경향이 있다. 예로 검술 동아리에는 전설적인 얘기지만 가끔 식 검성이 들른다는 소문이 있다. 단순한 낭설이 아닌 진실임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써 동아리의 선택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다.


“회장과 부회장은 학생회에 당연히 소속 된다. 물론 이중 동아리를 가입 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 예로부터 학생회의 탁자에 피로 회복 마법이 새겨진 마도구가 배치되어 있는 이유를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구나!”

“네? 저 다른 동아리 가입하고 싶은데요!”


억울한 헤나의 목소리에 학생들의 웃음 소리가 반이 가득 찬다. 참으로 활기찬 분위기다. 실제로 세튼은 덩치와 맞지 않은 미소를 내보이고 있었다.


“하하! 말하였듯이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절대 추천하지는 않지만, 좋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보건실에는 과로사를 방지하는 보건 선생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까지 말하니까 학생회의 무게가 여실히 느껴지네요.”


웃음 꽃이 피어지는 교실에서 웃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페니스타의 회장을 지지한 이들은 내면은 큰 낙담까지는 느끼고 있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이 웃음을 참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이 지지한 사람, 아페니스타의 존재 때문이었다. 지금도 차갑게 굳은 얼굴로 창문밖만을 보고 있는 모습은 웃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리안은 아페니스타를 흐뭇하게 지켜봤다.


‘과연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분노? 쪽팔림? 장담하는데 둘 다 아니다. 분명 느끼고 있는 감정은 이질감이겠지. 추론을 할 필요도 없다. 미래의 자신이 한 말이니까.


‘그릇된 오만함에서 일찍 벗어났다면...’


이미 예전에 계획했 듯이 혜나의 경우처럼 친절하게 도울 생각 따위는 없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오로지 지배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을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녀석이니 철저히 굴욕 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충분 할 거다.


“그럼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라!”


조례를 마친 세튼이 반을 나섰다. 학생들만 남은 반에서 베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혜나의 자리로 향했다.


“헤나, 잠깐 얘기 좀 할까.”

“다른 곳에서 얘기하기로 하지 않을래?”


위를 올려다보는 헤나의 게슴츠레 뜬 눈이, 쓸데 없이 하얀 피부라 돋보이는 홍조가 베리안의 떨리게 했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이렇게 적당히 할만한 얘기가 아니잖아.”


설램이 아닌 두려움이 등골에 땀을 흘리게 했다.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목소리가 반에 퍼져 나갔다. 베리안은 흠칫 놀라며 조심히 주변을 둘러 보자 다들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층 줄어든 목소리에 혜나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여자의 부탁을 기다리게 한 약간의 심술일까.”


지금의 이 대화로 얼마나 많은 소문이 증폭하여 퍼져 나갈까. 말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격언이 떠올랐다. 천리?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학교에서의 소문은 만리도 우습게 간다. 국경을 나누지 않는 연애사라니 얼마나 설래는 일인가. 솔직히 연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나도 이런 애기를 들었으면 귀가 쫑긋 했을 것 같다.


“잠깐 옥상으로 따라와라.”


도저히 여기서 대화를 이어갈 자신이 없다. 베리안은 황급히 혜나의 팔목을 잡고 일으켰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옥상으로 가자는 거야?”


혜나의 목소리는 쓸데없이 설래는 연기에 충실하고 있었다.


‘망할.’


*


베리안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냐.”

“음? 아닌데?”

“그러면 왜 이런 장난을 했어.”

“그냥 너무 조용히 사는 것 같아서 그랬지.”

“그거야 말로 아카데미에서 내 보여주는 면의 지향 점이다.”


완만한 학우관계 같은 어울리지 않은 짓은 예전에 지구에 있을 적에 포기 한지 오래다. 생사 정도는 기억 나는 반 학생의 포지션이 지향하는 내게 달콤한 오해 같은 건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다.


“해명은 해둬라.”

“해명이라니 없는 말은 하지 않았어. 우리가 풀어야 할 얘기도 있고 옥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얘기할 줄 알고 있었고 무엇 보다 나를 기다리게 한 죄는 작지 않다고?”


윙크와 함께 뱉는 말은 장난스러우나 나름의 진심이 들어가 있었다. 베리안은 스스로의 머리를 강하게 해짚었다.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데.”

“마법반의 평민 출신 학생들을 꼬신 방법이랑 이번에 실종된 학생이랑 출석하지 않은 학생을 선생님이 얘기할 때 너가 알고 있던 것 같은 반응을 보였는지 정도 일까?”


하나 같이 맹점만 찌르는 의문이었다. 베리안은 태연하게 반응했다.


“첫 번째는 이미 말하기도 했고 방법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데다가 두 번째는 잘 모르겠는데?”

“에이··· 내가 확신 없이 말을 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알잖아.”

“그렇다 해도 내가 너에게 모든 비밀을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나?”


베리안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는 회장이 되고 싶고 나는 너를 회장으로 만들어서 가벼운 부탁을 하나 받는다. 단순한 일이잖아”

“그게 문제인거야 베리안.”


혜나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우리가 이해 관계가 맞아서 같이 움직인 것도 사실, 혼자 말 없이 움직여서 짜증이 난 것도 사실, 성공적으로 됐으니까 당연히 나도 보답할 거야.”

“그럼 뭐가 문제지?”


눈이 가만히 머물러 있다. 이유를 아예 모르고 있다는 반증에 헤나는 머리를 짚었다.


‘분명 머리는 비상 한데 왜 이럴까.’


조금 짜증이 난다.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큰 문제 까지는 아니다. 홀로 움직인 것? 이것도 짜증은 나지만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문제는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은 탐구심을 일으킬 정도다.


‘태생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성장 과정? 분명 둘 다겠지. 안 그러면 이렇게 심할 수는 없어.’


그러나 문제는 한쪽만 있지 않다. 과연 참견해도 되는가? 애초에 내가 고칠 수 있는 문제인가? 어쩌면··· 고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단지 헤나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생명의 은인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문제의 정체조차 판별 내릴 수 없지만 가까이서 지켜보고 힌트를 조금 식 주는 일은 오래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겠지만, 이 정도는 돼야 생명의 값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길을 걸어온 선배의 도움이니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확신이 섰다.


“그냥, 엘른이랑 다른 반 친구들이랑 나까지 조금은 친절하게 대해 달라는 소리야.”


혜나의 말은 정답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더니 이런 말이었나.’


단 하나 그녀의 틀린 점은 베리안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그런 문제는 예전에 잘라낸지라’


결국 감정이란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알겠어.”


사과의 순간, 베리안의 표정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알아야만 했다.


‘연기는 나아 졌지만 어설프네.’


무릇 이미 경험한 자에게는 안되는 법, 알아차린 순간 혜나에게 베리안의 사고는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이번 다툼은 이 정도로 마치고, 베리안은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 생각이야?”

“나는 여행 동아리에 가볼 생각이야?”

“진짜로?”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방금의 표정으로 베리안의 내면을 확신 내린 상태였기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행 동아리는 부원끼리 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검술이나 마법 같은 실질적인 영향이 아닌 각 지역의 수산물이나 명소를 즐기는, 말 그대로 「여행」을 하는 동아리야”

“그럼 내가 모험 동아리에 모험을 하러 가지, 사람을 죽이러 가겠냐?”

“그거 라면 오히려 납득이 가네. 타 지역에 간 순간 아카데미에서 보다 살인의 흔적을 숨기기 쉬울 테니까. 목표는 누구인데? 아페니스타 정도만 아니면 나도 얘기를 들어보고 도와줄 생각 있어.”


베리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나를 어떻게 보는 거냐.”

“음... 마음에 상처 입을 걸.”

“상처는 이미 충분히 받아서 넘어 가도록 할게.”

“그것도 좋고. 대신에 나도 동아리에 입부할게.”


슬슬 자리를 벗어나던 베리안의 목이 어색하게 움직였다.


“너가?”

“응, 내가.”

“학생회는 어떻게 하고?”


헤나는 싱긋 웃었다.


“둘 다 다니면 되지.”


차마 좋은 반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온갖 의문들과 바뀌는 상황의 흐름 속에서 베리안은 입을 꾹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면 어떻게 해야 되지.’


여행 동아리에 본래 입부하는 1학년은 엘리나다. 제대로 된 여행은 여름 축제 이후 방학에서 하겠지만 그 전에 동아리 활동에서 엘리나에게 몇 가지 작업을 칠 생각이었는데, 눈치가 빠른 혜나가 낀 이상은 무리다.


‘잠깐, 오히려 좋지 않나?’


비상하게 떠오른 쓰레기 짓을 베리안은 즉시 말했다.


“혹시 엘리나라고 한 여학생이 있는데 가스라이팅 하는 것 좀 도와줄 수 있어?”

“진짜 쓰레기네.”


혜나는 질린듯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어떤 선까지 할 생각인데?”

“가치관이랑 목표를 살짝 바꾸는 정도겠는데.”

“페긴이랑 이단이랑 다른 점이 없는데?”

“엄연히 다르지. 그 놈은 잘못된 집단의 이득을 위해서 지만 나는 엘리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페긴도 그렇게 생각할걸?”

“만약 그렇다고 해도···큰 문제 있나? 어차피 모두에게 좋은 일인데”


단순한 의문을 포함한 질문을 혜나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나도 예전에 저랬을까?’


분명 어릴 때 키운 던 사자의 심장이 보고 싶어서 배를 가르거나 곤충의 다리를 하나 하나 식 뜯는 기행을 했다 고는 들었다. 대화를 할 수록 자꾸만 부모님 생각이 나서 슬퍼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나름 정상적으로 클 수 있도록 무한히 쏟아낸 애정이 떠올라 조금 가슴이 먹먹해졌다.


“알아서 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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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툼 23.06.29 16 0 14쪽
29 이상「理想」(2) 23.06.28 17 0 8쪽
28 이상「理想」(1) 23.06.26 19 0 12쪽
» 다르면서 비슷한 둘 23.06.25 22 1 12쪽
26 매(2) 23.06.24 22 1 11쪽
25 매(1) 23.06.23 23 0 16쪽
24 진리회 23.06.22 20 0 14쪽
23 나쁜 짓 (2) 23.06.21 20 0 13쪽
22 나쁜 짓(1) 23.06.20 21 0 14쪽
21 하이에나 23.06.19 22 0 15쪽
20 성질 23.06.18 24 0 14쪽
19 운동 23.06.17 31 0 12쪽
18 오만 23.06.16 23 1 13쪽
17 악연 23.06.15 23 0 16쪽
16 대련(2) 23.06.14 28 0 18쪽
15 대련(1) 23.06.13 24 0 12쪽
14 입학 23.06.12 23 0 13쪽
13 입학 시험 23.06.11 25 0 17쪽
12 눈 먼 대장장이 23.06.10 36 0 14쪽
11 용사와 흑마법사(3) 23.06.09 28 0 15쪽
10 용사와 흑마법사(2) 23.06.08 33 0 14쪽
9 용사와 흑마법사(1) 23.06.07 45 1 10쪽
8 훈련 23.06.06 56 0 14쪽
7 내기(3) 23.06.05 56 0 18쪽
6 내기(2) 23.06.04 67 0 12쪽
5 내기(1) 23.06.03 68 0 16쪽
4 감옥 23.06.02 8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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