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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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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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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1,721

작성
23.06.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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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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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토사구팽 (5)

DUMMY

12화


“볼일...? 아, 안 돼!”


덩치가 산만 한 놈이 또다시 잔상만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멀리 가진 않았다.

한 삼십 보 정도 움직인 것 같은데, 놈의 발 앞에 있는 것들이 문제였다.


‘이 자식, 말하는 중에 우측으로 걸으면서 우리를 따라 움직이게 유도한 거야.’


전사들의 목표는 로저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에 매달리는 것이다.

조금씩 로저를 중심으로 간격을 좁혀 가며 동시에 달려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로저의 움직임을 쫓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 백정이 되지도 않는 가식을 떨길래 다들 이상하다 여겼더니 역시나였다.


왕과 마법사를 보호하는 험프리 왕의 진정한 친위대가 고작 열일곱 남았다.

놈들의 대부분이 왕실 직영지에서 뽑아, 왕궁에서 직접 키운 왕 놈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인 놈들이다.


‘두 벌레나! 벌레들의 개들이나! 아무나 죽어라!’


방금 전 로저가 바닥을 구를 때 전사들이 던져 준 검들이 손에 든 것까지 열 자루나 있었다.

자신이 쓸 검 한 자루만 남기고 전부 집어 던졌다.


왕에게 먼저 세 자루, 이어서 마법사에게 여섯 자루를 팔이 아홉 개로 늘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집어 던졌다.


왕의 좌우에 있던 놈들이 목과 가슴에 검을 한 자루씩 꼽고 왕을 지켜 냈다.

나머지 한 자루는 왕이 직접 왼팔로 때웠다.

심장에 박힐 뻔한 걸 용케도 피했지만 팔에 박히는 것까지는 어쩌지를 못했다.


왕 놈도 토러스 피를 처먹고 강화된 인간이어서 그나마 치명상은 피한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로저가 던진 검이 팔에 박히는 순간, 팔이 어깨째로 뽑혀서 검에 박힌 채로 한참을 날아갔을 것이다.


물론 애초에 왕 놈이 계속 마법사의 등 뒤에서 눈치나 보고 있었으면, 팔이 덜렁거릴 부상을 입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제 놈이 죽으라고 전사들을 등 떠밀어 내보내 놓고는, 격려한답시고 따라서 처나갔다가 타이밍 좋게 맞은 것뿐이다.


왕에 비해 날아온 검의 수가 두 배임에도 마법사의 사정은 훨씬 나았다.

옆에 있던 놈들이 사정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위대한 마법사는 그딴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거기다 손에 든 검 한 자루를 빼고는 로저에게 여분의 흉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꽃밭을 거니는 소녀의 마음처럼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씨발, 아무리 아무나 맞으라고 던졌다지만... 진짜 아무나 맞았네! 고작 벌레 다리 하나라니... 아니, 험프리 저 새끼는 어디서 저런 충성스런 놈들을 구해 왔지? 죄다 몸으로 막고 자빠졌네! 저런 만고의 충신들을 봤나.’


물론 로저의 오해였다. 여기서 로저가 던진 흉기들을 몸으로 막은 놈들 중에 제가 의도해서 몸으로 때운 놈은 거의 없다.

다들 자신의 병기로 쳐낼 의도로 앞으로 나선 것인데 실패한 것뿐이다.

왜 동료들이 쳐낼 생각은 안 하고 전부 몸으로 때웠는지는 정면에서 로저가 던진 무엇인가를 직접 마주해야만 깨달을 수 있었다.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빨리 도착한다.

운 좋게 타이밍을 맞춰도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살짝 방향만 바뀐다.

엄청나게 무겁다는 느낌을 팔에 받을 때쯤이면, 가슴으로 날아오던 물체가 방향이 틀어져 이미 목이나 면상을 뚫고 들어오고 있다.


착각 속에 빠져 험프리 왕을 부러워하던 로저는 오른발을 뒤로 빼면서 허리를 틀었다.

동시에 부드럽게 수평으로 검을 그었다.

검을 긋던 동작을 멈추지 않고, 팔을 등 뒤까지 돌려 검 손잡이를 자신의 신체 좌측으로 던졌다.

쳐다보지도 않고 왼손으로 검 손잡이를 잡은 로저는 그대로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툭!

털썩!

끄윽!


로저가 왕과 마법사에게 검을 던지는 동안 지척까지 접근했던 두 전사가 쓰러졌다.

등 뒤로 뛰어들던 전사는 머리통이 먼저 떨어진 후 몸이 따라 엎어졌고, 앞에서 달려들던 전사는 우측 횡격막부터 왼쪽 어깨까지 베어져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우측으로 검을 올려 벤 자세에서 로저는 그대로 우측으로 몸을 던졌다. 그가 지나온 공간에 불의 창 두발이 간발의 차로 지나갔다.


‘영감탱이가 아직도 이런 걸 쏠 기운이 남았네. 징글징글하다.’


무엇보다 로저를 징글징글하게 한 것은 결국 전사들에게 양쪽 다리를 잡혔다는 것이다.

오른 다리를 잡고 있던 놈의 정수리에 검을 꽂아 주고, 왼 다리를 잡고 있던 놈의 옆통수에 꿀밤을 먹였다.


하지만 남은 열 놈이 그 틈에 로저의 전신에 달라붙었다.

한쪽 다리마다 세 놈씩 달라붙고, 팔 한쪽마다 한 놈씩 매달렸다.

나머지 두 놈 중에 한 놈은 로저의 등 뒤로 달려들어 양 팔로 목을 감았고, 마지막 놈은 정면에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보다 격렬한 스킨십을 본 적이 없다 하겠지만, 당하는 로저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아무리 로저라도 토러스 피를 처먹고 거대화된 장정 열 명을 매달고, 뒤로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고역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 새끼들은 다 떨궈 내야지. 사내새끼들과 끌어안고 죽었다고 소문나면 무슨 수치야.’


고개를 뒤로 젖혀 뒤통수로 등 뒤에 매달린 놈의 코뼈를 으깨 버린 로저는 오른팔을 있는 힘껏 들어 올리며 뒤로 젖혀진 대갈통을 반동을 주어 오른쪽 어깨 위로 그대로 내려찍었다.

오른팔에 매달려 있던 놈이 경추가 가루가 된 채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한 팔이라도 자유로워진 로저는 무릎을 꿇고 죽어 있던 전사 놈의 머리통에서 검을 뽑아,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놈의 겨드랑이에 쑤셔 넣었다 뽑았다.


이제 왼팔에 매달린 놈의 허리를 뚫어 버리려는 순간 정면에서 사람 머리통만 한 불덩이가 날아왔다.

마법사도 더 이상 불의 창을 만들어서 날릴 기운은 없었다.

남은 마력을 쥐어짜서 평범한 불덩이 공격이라도 늦지 않게 한 것이 마법사의 최선이었다.


불덩이 너머로 양 옆으로 전사 놈들의 부축을 받으며 숨을 헐떡이는 마법사 놈이 보였다.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 꼬라지를 하고서도 양쪽 입꼬리는 귀에 닿을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과로사하기 이전에 행복사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런, 씨발!’


아직도 로저의 몸에 일곱 놈이나 되는 전사가 매달려 있는데, 피하는 것은 택도 없고 급한 대로 얼굴이라도 보호하려 왼팔을 들어 올려 막았다.


왼팔에 매달려 있던 놈의 하반신에 불이 붙으며 놈의 입에서 구슬픈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놈은 끝까지 로저의 팔을 놓지 않았다.

거머리 같은 놈의 면상을 보는 순간 로저는 놈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주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킹엄의 아들놈! 하필이면 이 새끼가 여기 매달려 있었다니!’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 놈 때문에 어느새 로저의 팔에도 마법의 불이 옮겨붙었다.


‘아우, 뜨거! 이런, 씨발! 우라질!’


한 번만 더 우물쭈물하면 온 몸이 숯덩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로저는 온갖 쌍욕을 되뇌며 왼팔을 바깥쪽으로 있는 힘껏 회전시켰다.

그러고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왼팔이 도달할 공간을 그대로 베어 버렸다.

어깨의 삼각근과 상완 삼두근 사이가 깨끗하게 잘렸다.

다급한 와중에도 로저의 검술은 절륜했다.


로저의 잘린 왼팔과 사람의 형상을 한 숯덩이가 절벽 아래로 날아갔다.

로저의 왼팔에서 피가 솟구치고, 귀신의 곡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끄하하하학!”

“끼요호호홋!”


로저가 검을 입에 물고 오른손으로 절단면을 꽉 쥔 채 괴성이 들린 곳을 쳐다보니, 왕과 마법사 둘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숨이 넘어갈 듯 웃고 있었다.

흡사 절정에 도달하기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


‘씨발!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처음부터 여유부리지 말고 저 왕 놈부터 때려죽일걸.’


로저도 이 지경에 이르자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다리에 붙어 있는 거머리들부터 떼어 내려, 입에 문 검을 다시 오른손에 쥐고 아래로 내려찍었다.

검이 앞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끌어안고 버티던 놈의 좌측 어깨에 박혔다.


‘뭐야? 머리에다 쑤셨는데?’


순간 떠오른 생각에 로저의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누구보다 괴물들의 팔다리를 많이 자르고 놀던 로저다.

그에게 팔이 잘린 수많은 괴물들은 예외 없이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달아나다 옆으로 처박고, 덤벼들다가 머리부터 땅에 꽂아 버린 채 뒹굴어 버렸다.

팔이 잘린 채 중심을 못 잡고 버둥거리는 것을 수도 없이 본 로저다.


'이런, 빌어먹을! 돌아 버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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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토사구팽 (6) 23.06.17 280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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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토사구팽 (2) +2 23.06.17 325 6 9쪽
9 토사구팽 (1) 23.06.17 370 7 9쪽
8 최초의 전사 (7) +2 23.06.12 391 11 9쪽
7 최초의 전사 (6) +2 23.06.12 393 9 9쪽
6 최초의 전사 (5) +2 23.06.12 419 11 10쪽
5 최초의 전사 (4) +2 23.06.11 458 10 9쪽
4 최초의 전사 (3) +2 23.06.11 592 10 9쪽
3 최초의 전사 (2) +2 23.06.11 747 13 9쪽
2 최초의 전사 (1) +2 23.06.11 1,297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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