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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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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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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1,721

작성
23.06.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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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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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토사구팽 (1)

DUMMY

8화


“폐하, 제게 어찌 이러십니까? 저와 저의 가문이 목숨 걸고 싸워 드린 대가가 고작 이것입니까?”


피투성이가 된 청년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들의 우두머리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대와 그대의 가문이 내게 바친 봉사와 정성을 짐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 정수리를 뚫고 나올 지경에 이른 청년은 양손에 들고 있던 망치까지 휘두르며 소리쳤다.


“죽어!!!”


순간, 청년의 좌측에 있던 한 검사가 청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청년의 빈틈이 생기기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그였던 터라, 그 찰나의 순간에 보인 허점을 놓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들고 있던 검을 청년의 겨드랑이를 향해 냅다 찔러 넣었다.


텅!

퍽!

끄윽!

털썩!


이성을 잃고 지랄 발광 중이던 청년이 어느새 왼손의 망치를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휘둘렀다.

검의 측면을 후려쳐 방향을 틀어 버린 후, 오른손의 망치로 검사의 머리통을 으깨 버렸다.


“같잖은 새끼가! 고귀하신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어딜 끼어들고 지랄인가!”

“이보게 로저, 방금 자네가 죽인 이는 내 고종사촌 동생일세.”

“말씀을 참 섭섭하게 하십니다. 그럼 저는 폐하의 처남입니다. 제 손아래 누이가 폐하의 처라고요!”

“누가 그걸 몰라! 이제 그만 하고 좀 죽으라고!! 이 괴물아!!”

“이 돼지 같은 왕 놈아! 네가 누구 덕에 왕이 되었는데. 어,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조카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는 것이 가능했을 거 같냐?”

“말본새 봐라. 네가 이러니까 내가 널 없애려는 거야. 내가 그래서 네놈 집안에 준 것이 적냐? 장원이 이백 개에 백작 작위까지 줬다. 심지어 네 고집 때문에 다른 신하들 원망까지 들으면서 네 누이와 혼인까지 했어. 그 정도 했으면 만족을 했었어야지. 너는 어떻게 욕심이 끝이 없냐?”

“욕심? 무슨 욕심? 내가 뭔 욕심을 부렸는데?”

“루지먼트 가문에 찾아가서 외동딸을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면서?”

“행패라니! 누가 그래? 정중하게 청혼을 한 것을 그런 식으로 폄하하다니.”

“하하하, 망치 두 자루 다 차고 가서, 오즈번 경에게 딸을 내놓지 않으면 머리통을 후려갈겨서 성벽 밖까지 날려 버리겠다고 했다면서? 참으로 정중하구나, 처남.”

“영감탱이가 나이도 처먹을 만치 먹고서 고자질이라니.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요? 그게 뭐가 문제라서 나한테 이 난리인 거요?”

“이봐, 처남. 자네 가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장원의 수가 육백 개가 넘네. 그것만으로도 왕국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야. 내가 즉위하고 나서는 거기에 이백 개를 더 줬어. 그런데 장원을 삼백 개 가까이 가지고 있는 루지먼트까지 욕심을 내! 아, 왜? 서부에 왕국을 하나 만들어서 독립이라도 하시려고?”

“결국 그거냐? 우리 가문이 너무 커지는 게 싫다는 거. 그게 이러는 이유냐? 우리 가문이 그냥 커졌냐? 네 놈 집구석을 위해서 대대로 손에 피를 묻힌 대가 아니냐!”


“폐하, 대화는 다 하셨소? 아직 다 안 끝났으면 내가 조금 있다가 다시 오면 되겠소?”


갑자기 무리의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빛의 속도로 뒤돌아선 왕이 반가운 마음에 고함을 쳤다.


“이런, 빌어먹을! 공은 짐이 부른 지가 언젠데 이제야 오시는 거요?”

“아니! 장소를 하필 이런 인적 드문 사냥터로 잡아 놓은 것이 문제 아니요? 내가 평소에 말 타고 사냥 다니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찾아오라는 거요? 내가 워낙 위대해서 당신들 마력을 추적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뭐야, 저 늙다리 새끼는? 덩치도 조막만한 게. 뭐 하러 온 거야?’


로저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노인인데, 무기도 소지하지 않고 가죽 갑옷 한 벌만 덜렁 입고 불현듯이 등장했다.


‘누구지? 험프리 새끼가 어디 촌구석에서 검술만 갈고닦은 검술 마스터 나리라도 구해 오셨나?’


로저가 노인의 면상을 유심히 뜯어보다가, 갑자기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에 흠칫했다.


‘자세히 보니까 낯이 익네... 왜지? 어디서 본 놈이지?’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러다 자신을 포위하고 있던 전사놈들의 환희에 찬 함성을 듣고서야 노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왜 처음 보는 노인네가 그렇게 친숙했는지도 기억해 낼 수 있었고.


“드디어 대마법사께서 오셨다!”

“로저 놈도 이제 끝이야! 각오해라! 이 악마 같은 놈아!”


‘아... 가문에서 왕은 몰라도 저 새끼만은 예의 있게 대하라고 신신당부했었지...’


신신당부로도 안심이 안 된 가문의 어른들은 대마법사의 초상화까지 구해 와 그의 침실에 걸어 놨었다.

얼굴 잊어 먹지 말라고.


‘환장하겠네. 마법사까지 불렀구나. 이 미친 왕 놈이. 어리석은 새끼! 나를 잡자고 나보다 더한 놈을 끌어들여!’


청년이 비록 피투성이였지만, 사실 그의 몸에 묻은 피는 대부분이 남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남들은 모두 머리통이 터진 채 그의 주변에 원을 그리듯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 서른 명 정도 죽였다.

사실 그 정도는 청년에게 매우 익숙한 일이었기에, 왕과 수십 명의 전사들에게 둘러싸인 채로도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법사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지만.


왕국 내 마법사는 많다.

하지만 눈앞의 노인네처럼 제대로 된 공격 마법을 사용하고, 그 마법으로 ‘전사’라는 존재들을 죽일 수 있는 이는 이 노인네 외에는 아무도 없다.

이 늙은이만이 그런 대단한 짓을 할 수 있는 이 왕국 내 유일한 진짜 마법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늙은 마법사를 브리갠트 왕국의 최강자로 꼽았고, 피투성이 청년 로저를 그다음으로 여기고는 했다.


물론 제 잘난 맛에 사는 청년 로저는 언젠가 마법사 놈을 찾아가 자신이 진정한 최강자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아니지! 염병할! 진짜 죽게 생겼네. 내가 오늘 안 죽으면 저 배은망덕한 왕 놈은 반드시 산 채로 찢어 죽인다.’


“드레이시 가문의 아이야, 너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다. 하지만 폐하께서 네가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 하시니, 신하된 도리로서 방관할 수는 없지 않느냐. 순순히 투항해라. 버티면 고통만 따를 뿐이다.”

“틸리얼 가문의 늙은아, 너는 고귀하신 본 용사님을 뵌 적이 있느냐?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이가 어쩌고 지껄이느냐? 다 늙어서 떡고물이나 주워 먹으러 나온 주제에 주둥이만 야물구나. 그만 지껄이고 네 잘난 재주를 부려 보아라.”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지껄이는 놈을 처음 조우한 대마법사 거버스 틸리얼은 순간 자신의 청력이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옆에 있던 왕을 보고 저 놈이 방금 지껄인 말을 들었냐고 물어보려 했다.


“원래 저런 놈이오. 오만방자하고 포악하기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놈이오. 그러니 그만 감탄하고 얼른 공격하시오. 오늘 저놈을 못 죽이고 살려 보내면, 우리 모두 밤에 다리 뻗고 자는 것은 포기해야 할 거요.”

“걱정이 참 많으십니다. 덩칫값 못 하는 폐하의 수하들과 이 늙은이는 다릅니다. 그만 안심하시고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말을 마친 마법사는 오른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린 채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덩칫값 못 한다던 전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마법사의 양 옆으로 방어 대형을 만들었다.

마법사가 아무리 자신들을 개무시해도 이 영감마저 뒈지면 그들은 내일 아침해를 볼 수 없다.


‘저 영감이 불을 쓴다고 했지. 그런데 불을 어떻게 막지? 막아지나? 아무리 이 상황이라도 도망 다니는 건 내 취향이 아닌데.’


잠시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던 마법사가 고개를 들어 로저를 응시했다.

애인이 그렇게 쳐다봐도 민망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저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순간 마법사의 눈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불이 피어오른 듯했고, 동시에 그의 손에서 마법사 자신의 몸뚱이만 한 불덩이가 솟아올랐다.


‘염병할... 저게 마법이라는 건가... 막상 눈으로 보니까 장난이 아니네. 빌어먹을, 장난치지 말고 고작 일흔 놈... 후딱 죽여 버리고 튈 것을...’


사실 로저는 저 천박한 왕 놈에게 믿음을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딱히 분노하거나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튀는 피를 일부러 열심히 맞아 가면서 나름 상황극을 즐긴 것뿐이다.

단지 교활한 줄 알았던 왕 놈이 저 위험한 마법사 늙은이를 끌어들일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랐을 뿐이다.


로저가 마법사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 대마법사여, 내 공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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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초의 전사 (4) +2 23.06.11 458 10 9쪽
4 최초의 전사 (3) +2 23.06.11 592 10 9쪽
3 최초의 전사 (2) +2 23.06.11 74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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