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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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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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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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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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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최초의 전사 (7)

DUMMY

7화


반응이 없어 로저는 마지막 극악한 수단을 떠올렸다.

쇠말뚝으로 소머리의 급소를 찍어 버렸다.

‘네놈이 이래도 안 일어나?’하는 심정으로 한 짓인데, 한 대 더 치려고 소머리를 쳐다보니 바닥에 피가 벌써 흥건하다.


‘어! 얘 죽은 거구나!’


로저가 멍한 표정으로 다른 소머리들을 돌아보니 걔들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더니 점점 분노가 차오르는지 면상들이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아, 쟤들 눈에는 내가 방금 한 짓이 시체 훼손이겠구나! 그런데 인상 쓴다고 뭐 달라져?’


로저는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왼편으로 뛰었다.

허리를 틀면서 왼손의 사슬을 던졌다.

제일 왼쪽 놈 오른팔에 감으려고 했는데 감긴 했다.

그런데 쇠말뚝이 감기는 과정에서 소머리의 턱을 갈겨 버렸다.

잡아당기니 생각보다 가볍게 끌려왔다.

그런데 턱을 맞아서 그런지 눈이 좀 풀린 것 같다.

소머리 놈이 정신이 멍해져서 그런지 무릎이 질질 끌리고 있었다.


‘머리 위치 좋네.’


뻥 걷어찼더니 느낌이 왔다.

뼈 부러지는 느낌이.


다른 두 놈도 비슷한 방식으로 죽여 버리고 난 후 두 손에 쥐고 있던 사슬을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마지막 남은 한 놈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 새끼 도망도 안 치네. 의리 있네!’


혼자 개폼 잡고 있는 건지, 쫄아서 얼어붙은 건지 혼자 남은 소머리는 움직임이 없었다.

이제 자신은 맨손이라는 것을 어필이라도 하는 듯 로저는 두 손을 펼쳐 보이며 소머리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러고는 소머리의 발 앞에 침을 탁 뱉었다.


그 순간 소머리도 아주 싸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듯 로저의 머리가 아래를 향하는 순간 오른 주먹을 날렸다.

로저의 왼쪽 무릎이 굽혀지고 허리가 왼편으로 회전했다.


소머리의 주먹을 깻잎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왼 주먹을 약간 위쪽으로 올려쳤다.

소머리의 키가 워낙 커서 지금의 로저보다도 머리 세 개 정도는 더 크다.

그러다 보니 타격 지점이 사람 팰 때보다 훨씬 높았다.

소머리의 횡격막에 로저의 주먹이 박히는 순간 소머리의 허리가 기역자로 굽혀졌다.


“숨 못 쉬겠지? 그래도 그 정도로 안 죽어. 야, 야, 똑바로 서 봐.”


로저는 소머리의 뿔을 잡고 뺨을 갈기기 시작했다.

소머리도 뺨을 맞던 중에 숨통이 좀 트였는지 용을 쓰면서 머리를 빼내려 하였다.


“아, 뺨 맞아서 자존심 상했냐?”


그 순간 로저는 소머리의 뿔을 더 꽉 잡고 확 잡아당긴 다음, 손날로 소머리의 이마빡을 있는 힘껏 내려치기 시작했다.

금세 피가 튀고, 두개골이 쪼개지고, 뇌수가 튀었지만 로저의 구타는 한동안 멈춰지질 않았다.


“네 친구가 내 귀한 마누라를 죽였는데, 네놈들이 잘 살다 늙어 죽으면 안 되지. 너희는 앞으로 내 눈에 띌 때마다 죽을 거다. 네놈들 마누라도 쫓아가 죽일 거고, 자식새끼들도 다 죽일 거다. 내가 뒈지는 그날까지.”


로저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피눈물인지 괴물의 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문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이들에게 이 장면은 죽는 순간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처참하면서도 장엄한 광경이었다.


“와! 어린 친구가 싸움 잘하네.”


웨이버튼 경이 허탈한 표정으로 실없는 소리를 시작했다.

터싱엄 경도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옆에 있던 자신의 기사를 보고 한마디 거들었다.


“야, 내 뺨 한번 쳐봐. 꿈이면 깨게.”


어떻게 하늘 같은 상관의 뺨을 치겠는가.

기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꾸물대자 터싱엄이 기사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야, 아파? 꿈 아니지?”

“뭐 하세요, 당숙! 진짜 아파요!”


기사도 코피가 터지고 이빨까지 흔들리자 짜증이 치밀어, 예의고 나발이고 누가 보든 말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옆에서 보던 브리즌 경이 상종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크게 웃으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백작은 슬그머니 자신의 몸을 옆에 있던 앨런 쪽으로 붙였다.

가보인 보석 박힌 단검을 풀어서 앨런의 등 뒤로 건네면서 귓속말을 시작했다.


“이거 들고 당장 가서 쥬디스 데려와. 한 열 놈 정도 데리고 가서 안전하게 데려와. 네 사촌형들 두 놈에게 이거 보여 주고 최대한 빨리 동생 준비시켜 보내라고 해. 늦으면 그 두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 쥬디스가 말 안 들으면 묶어서 안장에 싣고 와도 돼.”


영민한 앨런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다.

호위 기사 중 셋에게 손가락질을 한 후, 잠시 속으로 숫자를 세다가 숫자가 삼백이 됐을 때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반쯤 내려가던 앨런은 자신이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다른 영주들이 혹시라도 눈치챌까 봐 병사들에게 고함을 쳤다.


“뭣들 하는 게냐? 어서 나가서 영웅을 모셔라.”


그 말이 들리자마자 천 명에 가까운 장정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그 많은 인원이 성문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영주들도 기분이 좋아 같이 따라 나갔다.

그 틈에 앨런과 그의 부하들은 위드링튼을 빠져나와 먼저 내려와 뒷문으로 말을 빼낸 기사들과 합류해 콘체스터 성으로 전력으로 말을 달렸다.


일주일도 안 되어 쥬디스와 앨런 일행이 도착했다.


“아버지, 절 묶어 오라고 하셨다면서요?”

“오해가 있구나. 워낙 급한 일이라 전력으로 다녀오라 시켰느니라. 그 와중에 네가 말에서 떨어질까 두려워 말안장에 네 몸을 묶어서 안전하게 데려오라 하였느니라.”


쥬디스가 고개를 홱 돌려 앨런을 쳐다보자, 앨런이 정색을 하고 사과를 했다.


“백부님을 따라 전장을 누비며 매번 고함을 치며 병사들을 지휘하다 보니 내 귀가 벌써 정상이 아니구나. 쥬디스, 미안하다. 그리고 백부님, 백부님의 말씀을 잘못 전달하여 오해를 일으킨 이 죄인을 벌해 주십시오.”

“내 어찌 매번 고생하는 너를 벌할 수 있단 말이냐. 그런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마라.”

“하, 진짜 어이가 없네. 그리고 절 묶어서라도 끌고 올 만큼 급한 일이 저 성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덩치 큰... 아이에게... 절 시집보내는 일인가요?”

“앨런, 이렇게 빨리 데려오기도 힘들었을 텐데 설명까지 다 해줬구나! 이런 기특한 놈! 안 그래도 너에게 빨리 보여 주고 싶어서 세워 뒀다. 큰일을 치르고 피곤할 아이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도 곱상한 얼굴에 우락부락한 덩치가... 딱 네 취향의 사내놈이 아니더냐?”


안 그래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달려오느라 피곤에 절어 있던 쥬디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약 올리는 아버지를 보면서 울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을 보고 오해를 했는지 백작이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 아이가 평민 출신이라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이냐?”


백작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쥬디스도 의자에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아버지 저도 올해 스물이에요. 이런 괴물 소굴에서 이십 년을 살았고, 영주의 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철이 없지도 않아요. 아버지에게 딸이라고는 저 하나인데 누구에게 떠넘길 수도 없고요.”

“고맙구나. 네 오빠들과는 달리 말이 잘 통해서.”

“오면서 앨런에게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대충 들었어요. 저 아이 우리가 갖지 않으면 세 영감탱이들이 달려들 텐데 두고두고 우환이 되겠죠. 제가 저 아이에게 시집가겠어요.”

“거듭 고맙다, 사랑하는 딸아. 그런데 취향이 변하지 않았구나.”

“...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거죠.”

“무얼 말 하는 거냐?”

“저 아이 왜 안 죽었죠? 괴물의 피는 독이 아닌 건가요? 이미 죽은 사람들은 다 뭐죠?”

“나도 내내 그것 때문에 골이 아프다. 알 수가 없구나.”

“방법이야 있죠.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는 방법이라 문제죠.”

“... 노예들에게 피를 먹이자는 말이구나.”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으세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앨런이 쥬디스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다른 방법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쓰시려면 저 아이는 반드시 우리가 가져야 합니다. 노예들 중에 저 아이처럼 변하는 놈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는데 저 아이 없이 무슨 수로 통제를 하시겠습니까? 천한 것들이 갑자기 힘이 생기면 분수를 모르고 날뛸 텐데.”


백작과 쥬디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일단 제가 먼저 저 아이를 만나 조심히 설득해 볼게요. 상처한 지 고작 한 달 정도 지난 아이에게 혼인을 밀어붙이면 오히려 우리에게 앙심을 품을 수도 있어요. 죽은 제 처를 무시한다고.”

“네 말이 맞다. 네가 잘해 줘야 한다. 너에게 우리 가문의 운명이 걸려 있어.”

“저 그런데...”

“왜 그러느냐? 또 뭐가 마음에 걸리느냐?”

“저 아이... 커도 너무 큰 거 아니에요?”

“......”


이들의 대화가 있은 후 어언 이백 년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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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07.28 20:55
    No. 1

    로저와 쥬디스의 운명에
    흥미가 생기는군요.
    적당한 타이밍에
    소머리의 피를 이용하려는 계획이라든지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작가의 노련함에
    무대포 작가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식사 잘 챙겨 드시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최고길동
    작성일
    23.07.30 12:39
    No. 2

    사실 이 앞부분 에피소드들은 프롤로그입니다.
    프롤로그를 최대한 봐주실 수 있을 만큼이라도 써보려고
    머리를 쥐어짜서 만든 에피소드입니다.
    제가 농담처럼 써 놓기는 했지만 정말 이계 깽판물이 맞거든요.
    감사하게도 계속 봐주시면 이 앞부분들을 뭐하러 이렇게 길게 썼는지
    금방 아시게 될겁니다.
    그리고 항상 와주셔서 또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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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초의 전사 (4) +2 23.06.11 458 10 9쪽
4 최초의 전사 (3) +2 23.06.11 593 10 9쪽
3 최초의 전사 (2) +2 23.06.11 747 13 9쪽
2 최초의 전사 (1) +2 23.06.11 1,297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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