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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임의 글 공장입니다.

싱글벙글 고시원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드라마

완결

홍차임
작품등록일 :
2015.10.23 23:35
최근연재일 :
2016.04.02 21:40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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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6.02.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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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 두번째 유혹.

DUMMY

피어싱을 한 여자는 캐시 뮤직에 저녁 6시에 출근했다. 분홍은 오전에 오기도 하고 오후에 오기도했으므로, 손님이 종업원을 맞이하는 야릇한 시스템이었다.


어딘가 엉성한 셀프 연습실, 캐시 뮤직의 운영 상태는 지속되었다.


무주공산.


캐시 뮤직에 있으면 분홍은 ‘무주공산’이란 말이 떠올렀다. 오전에 미숙 씨와 수업을 할 때는 복도 불을 안 켜고 방의 불만 켜기도 했다. 열정 주부 미숙 씨는 수업이 끝나고 나가면서 복도의 어둠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분홍또한 아침 수업이 밤 수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둠과 방치를 볼 때마다 분홍은 캐시 뮤직이 안쓰럽다고도 생각되었다. 공간이란 누군가 머물며 사랑해주면 살아난다. 더군다나 음악을 하는 분홍에겐 연습실이 집보다 중요할 때도 있다.


1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캐시 뮤직에 도착한 분홍은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슬리퍼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1층이 아닌 지하에서 들리는 것이다. 검은색 소파에는 진짜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연습실 출입금지였던 그녀가 다시 꼬아올린 다리 발 끝에 보라색 슬리퍼를 걸고 까닥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분홍이 들어서자마자 “사모님이 그 치를 정리했어.” 라고 말했다.


“아휴~~~ 사모님도 차암. 우리 딸이 애 날 때가 다 돼가는데, 내가 음악실까지 어떻게 맡어. 아이고 나참. 사모님은 나는 어쩌라고 그러셨나 몰라.”


아주머니는 자신의 속 마음과는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눈으로 웃으면서도 걱정이 태산인 듯 말하였다. 분홍은 프론트를 쳐다본다. 피어싱 여자가 붙여 놓은 사진이 사라졌다.


“그지들이야... 아니, 수세미 하나도, 고무장갑 하나도, 다 챙겨갔어. 아무 것도 없어서 내가 올라가서 수세미를 다 가지고 내려와서 청소를 했다니깐!”


그때 피어싱 여자가 사온 수세미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지들. 지껀 하나도 없이 맨 몸으로 와가지고 아주 꼴깝을 떨어요. 아주.”


분홍이 캐시 뮤직에 와서 마음 고생 없이 처음으로 편하게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피어싱 여자였다. 그런 그녀와 국악을 사랑하는 꽁지머리 남자를 ‘거지’라고 욕하는 아주머니에 대한 반감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분홍은 오늘의 사태를 이미 예상했던 터였다. 그들이 캐시 뮤직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이제 그럼 연습실은 다시 언니가 하시겠네요?”

“사모님이 이모가 해야지, 어떡해, 하더니 요로~고 씨익 웃어. 그 양반이 꼭 그렇게 뭐 미안한 일만 있으면 씨익 웃는다구. 아이구 나참.”


아주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데 자세히 보니 어딘지 근심이 있다.


“애 나올 때가 다 됐는데, 내가 이렇게 일복이 터졌으니... 아우~~~ 정말. 사모님도 배기 싫트라두 그냥 그치한테 쫌만 더 보라고 하시지, 아휴~~~ 어떡해. 하필이면 이때. 청소 언니도 매일은 못 오잖어.”


딸의 출산이 다가온다더니 정말 근심은 근심인 듯 했다.


“내려오라고 해야지.”


아주머니는 폴더폰에서 문자를 하나 찼더니 그 문자의 발신자에게 전화를 건다.


“언니, 일루 내려와. 아니! 지하 음악실이지, 어디긴 어디야!”


얼마 안 있어 컷트 머리에 키가 작은 아주머니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내려와 연습실로 들어온다.


“언니, 커피좀 마시고 해. 피곤할 때는 달다알한 걸 마셔줘야돼.”

“아니... 난 괜찮아요.”

“아이구. 한 잔 마시고 하라니깐!”


슬리퍼 아주머니는 미니 자판기에 동전을 넣어 커피를 뽑는다.


키가 작은 아주머니는 바가지 모양 생며리여서 젊어보이는데 고시원 아주머니보다 나이가 많은 모양이다. 무척이나 수줍어하며 고시원 아주머니가 뽑아주는 커피를 황송한 듯 받아든다.


“언니, 나 인제 크은 일 났어. 사모님은 어쩌자고 이런 때 남자를 내보내가지구설라믄.”

“그래, 이런 때 남자를 내보내가지고는 동생이 힘들겠네.”

“사모님은 내가 일을 척척 잘 하니까, 나한테 맡겨놓으면 걱정이 없겠지. 근데, 나도 바빠. 딸이 곧 애를 난단 말이지.”

“그래요, 애를 낳으면 힘들지.”

“산후 조리원 가고 어쩌고 해도 엄마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다르다구.”

“그래, 엄마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 달르지.”

“아휴. 언니. 이쪽으로 좀 와서 앉아!”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긴 소파 구석에서 엉덩이도 쑥 들여넣지 못하고 걸터 앉아 있는 컷트 머리 아주머니한테 슬리퍼 아주머니는 소리를 지른다. 컷트머리 아주머니는 옆에 내려놓은 걸레를 조금 옮기더니 걸레를 옮긴 만큼 가까이 다가와 앉는다.


“아휴! 등좀 대고 앉어요.”


슬리퍼 아주머니의 타박에 바가지 머리 아주머니는 등을 등받이에 가져다 댄다. 그러자 작은 키의 짧은 다리가 바닥에서 휙 떨어져 올라 대롱대롱하다.


“언니가 오는 날은 맡겨놓으면 괜찮은데, 언니 안 오는 날은 나 어떡하지?”

“그러니까... 내가 오는 날은 괜찮은데, 내가 안 오는 날은 어떡하지.”


분홍의 귀에는 슬리퍼 아주머니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바가지 머리 아주머니의 말씨가 영 이상하게 들리지만, 슬리퍼 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컷트 머리 아주머니는 자판기 커피에 입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두 손으로 잡아 들고 있다.


“오늘은 나간 애들이 몇 있어서 청소할 방이 많아.”


슬리퍼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컷트 머리 아주머니는 다리를 바닥에 내려딛고 번쩍 일어난다.


“그래. 할 일이 많아.”


그러면서 한 손에는 걸레를 한 손에는 종이컵을 쥐어들고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그 모습을 보고는 슬리퍼 아주머니는 깨소금 맛이라는 듯이 웃는다.


“아이고. 내가 저 언니 때문에 웃겨 죽겠어. 누가 청소를 지금 하래? 그냥 방이 많다는 거지. 쉬었다가 쉰 만큼 빨랑빨랑 치우면 되는 건데, 내 한 마디에 저렇게 벌떡 일어나서 가네.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니까 내가 일이 느려도 계속 오라고 하는 거지. 어떡하겠어. 먹고 살려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잘 해줘야지.”

“네... 그나저나 언니 이제 또 바빠지시겠네요.”


꽁지머리 남자와 피어싱 여자가 떠날 거라는 예감이 있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그냥 접기로 한 분홍은 아주머니를 염려해 준다.


“어우! 내 말이! 지비가... 이 연습실을 맡어!”

“...... 네? 제가요?”


분홍은 깜짝 놀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얼굴로 언니를 쳐다보자, 아주머니는 다시 부드러운 말씨로 고쳐 말한다.


“연습실 지비가 맡으면 안 돼?”

“아휴... 언니. 안 돼요. 저 안 돼요.”

“얼마나 좋아. 세 끼 밥 내가 다 해주지, 방마다 뜨거운 물 펑펑 나오지, 연습실 꽁짜루 쓰지.”


분홍은 안해 본 알바가 없다. 연습실이 공짜인 대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분홍은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


‘내가 삼십만원을 내고 여길 쓰는데, 여기 안 내는 대신 연습실을 보라고? 그럼 내 월급이 삼십만원이 되는 거네? 말도 안 되지.’


분홍은 당황한 마음에 방문을 빤히 쳐다본다. 아주머니가 다시 나타날 것 같아서이다.


아주머니는 딸의 출산이 다가오자, 더 초조해진 모양이었다. 고시원 일도 만만치 않은데, 연습실까지 다시 자기가 맡게되자 머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아주머니는 분홍이 연습하는 방의 문을 벌컥 열었다. 분홍은 깜짝놀라 의자 위로 엉덩이가 들썩 올라갔다가 내려앉았다.


“난 지비가 음악실 하면 아주 잘 할 것 같은데. 내가 보니깐 사장님이 할 때는 그래도 음악실에 손님이 꽤 있었어.”

“아휴... 안 돼요, 언니.”


아주머니는 출입금지가 해제되고나서 오랜만에 둘러보는 연습실이라서 방방마

다 복도며 다 돌아보았다. 분홍이 있는 오케스트라 방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아니, 왜 스피커를 다 이렇게 꺼내놓고 장사를 했대? 나참 이해가 안 되네.”


그 문이 열려 있어야 분홍에게 계속 조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분홍이 화장실에 이를 닦으러 다녀오자, 검은색 소파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아휴. 지비가 하라니깐!” 이라고 오른손을 분홍 쪽으로 내질렀다.


분홍은 혼란스러웠다. 처음엔 고시원에 들어와 살라고 했고, 그 다음엔 고시원에 들어와 살면, 연습실 요금이 반값이라고 했고, 그러더니, 이젠 아예 연습실 운영을 하라고 한다.


[꽁지머리 남자가 쫓겨났어. 이제 다시 아줌마가 연습실 하나봐. 근데 자꾸 나더러 여길 맡으래.]

[ㅎㅎㅎ 아주머니가 네가 좋은가 보다. 이따가 퇴근하고 빨리 갈게.]


송에게는 이 연습실의 수많은 변화가 재밌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아주머니가 연습실을 수복한 날로서 검은색 소파는 모든 이들에게 자판기 커피를 대접하는 파티의 장이 되어 있었다. 분홍은 피어싱 여자가 편하고 좋았지만, 꽁지머리 남자의 시도들이 여기 상황에는 잘 맞지 않았고, 또 꽁지머리 남자와 슬리퍼 아주머니의 사이가 좋지 않아 그들이 이 건물 안의 한 부분이 되기엔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슬리퍼 아주머니는 종업원일뿐 주인은 아니지만, 작은 눈에 긴 생머리를 한 사모님은 이 건물에 자주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어쨌건 이 검은색 건물을 장악을 하고 있는 단 한 사람은 슬리퍼 아주머니였다.


캐시 뮤직은 어차피 매상엔 큰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였고, 그렇다면, 사실, 이 건물은 슬리퍼 아주머니 혼자 관리해도 돌아는 갔었던 곳이다. 단, 아주머니가 검은색 건물의 많은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서, 머리가 아프다느니 혈압이 오른다느니 분홍에게 하소연하는 걸 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송은 재밌다는 얼굴로 캐시 뮤직에 나타났다.


“아이고. 오셨어.”


아주머니는 송에게는 존대를 하며 어른 대우를 한다. 송과 동갑인 분홍에게는 자기 딸 대하듯하고 소리도 자주 지른다. 두 사람은 동갑임에도 아주머니에게는 급이 다른 존재이다.


아주머니는 꽁지머리 남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남자가 모차르트 방에 들여놓은 가구를 낑낑거리며 꺼낸다. 송은 아주머니에게 달려가 짐을 나르는 것을 도와준다. 아주머니는 흐뭇해하면 소파에 앉더니 송이 일하는 걸 애정 가득하게 바라본다.


“우리 아들이 저래. 지금은 살이 쪄서 퉁퉁해졌지만, 키랑 어깨 넓이랑 딱 저렇다구. 근데, 지비가 몇 살이랬지?”

“서른이요.”


“... 우리 아들허고 똑같구먼.”

“제 남자친구도 저랑 동갑이예요.”

“글세, 내가 알지.”


분홍도 아주머니와 나란히 앉아 송이 왔다갔다 일하는 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구경하고 있다.


“그럼, 지비 남자친구가 맡으면 안 돼?”

“네?”


겨울 밤은 깊고 어둡다. 분홍은 송이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 동안 기다렸다가 차가 밖으로 빠져나오자 문을 열어 올라탄다.


“아니, 왜 갑자기 너한테 맡으라고 하는 거지?”

“아주머니도 여자 혼자 큰 건물 맡고 있는 게 무섭겠지.”


송은 또 뜬금없이 아주머니를 위하는 말을 한다. 송은 가끔 세상사람 모두를 염려하는 사람처럼 말하곤 한다.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면서, 송은 한 마디 던진다.


“분홍, 사실, 난 아주머니 말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 너도 지금 노래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돈을 벌려고 레슨도 하고 힘들게 사는 거잖아. 이 기회에 원룸 월세도 안 내고 연습실비도 안 내고, 이게 네가 힘을 모으는 길이 될 수도 있어.”

“뭐? 내가 어떻게 장사를 해. 지금도 힘든데.”

“내가 할게. 장사는.”

“네가 어떻게 해? 회사는?”

“회사는 어차피 나올 생각이었어......”


분홍은 송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못해 겁이 난다.


-싱글벙글 고시원,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싱글벙글고시원_빈센트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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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허풍의 재발견. 16.03.18 852 11 11쪽
35 35화. 송의 프리젠테이션. +2 16.03.13 1,070 12 20쪽
34 34화. 프랑스 사람들처럼. 16.03.11 777 15 11쪽
33 33화. 분홍이 같은 애는 없어. +2 16.03.08 986 14 8쪽
32 32화. 플라자 고시텔. 16.03.02 1,125 15 10쪽
31 31화. 성냥갑 같은. 16.02.29 971 15 9쪽
30 30화. 추억이라는 놈. 16.02.24 880 16 13쪽
29 29화. 고시원 첫날밤 잘 보내. 16.02.23 1,102 20 6쪽
28 28화. 그녀의 대답은 노. 16.02.22 845 17 10쪽
27 27화. 선생님은 능력자 16.02.21 990 17 7쪽
26 26화. 방 두 개. +2 16.02.21 865 19 9쪽
25 25화. 떨리고 두근거려. +2 16.02.19 1,056 17 16쪽
24 24화. 해볼게요. 16.02.18 740 16 7쪽
23 23화. 송, 진심이야? 16.02.16 776 18 11쪽
» 22화. 두번째 유혹. +2 16.02.15 995 16 12쪽
21 21화. 강남 남자. 16.02.14 896 18 13쪽
20 20화. 누런 개, 연이. 16.02.13 791 17 12쪽
19 19화. 사모님 예쁘죠? 16.02.12 923 19 13쪽
18 18화. 번-아웃. 16.02.10 779 21 10쪽
17 17화. 나에게도 남편이 있다. 16.02.09 805 22 11쪽
16 16화. 나는 당신 편이예요. +2 16.02.08 813 19 10쪽
15 15화. 두 지배자의 갈등. 16.02.07 842 19 9쪽
14 14화. 꽁지머리 남자와의 화해. 16.02.07 897 19 11쪽
13 13화. 새로운 지배자. 16.02.05 789 19 12쪽
12 12화. 초록색 교복. 16.02.05 851 20 11쪽
11 11화. 컵밥과 조각케익. 16.02.05 1,029 21 9쪽
10 10화. 깊어진 계약. 16.01.25 1,057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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