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해와의 재회2
관해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런 관해에게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 내가 배신자라고 불린 이유는 간단하네. 화살을 돌릴만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겠지. 그게 바로 나였을 것이고. 그리고 내 생각에 자네 아버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독우 또한 장각의 사람이었을 걸세. 호송병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네. 아까 내가 말한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아마 자네 아버지에게는 그 방법을 초창기에 썼을 것이고, 우리 아버지는 그 방법을 나중에 당하신 거겠지.”
관해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쩔 수 없었다. 나 또한 관해의 입장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터였다. 이것을 본 공융이 말했다.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황건적들이 얼마나 악한 놈들인지 더욱 잘 알겠네.”
“모든 황건적들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황건적에 수뇌부에 있던 자들은 이 행동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수뇌부라 함은 황건적 내에서 높고 낮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이것을 나중에 알았을 뿐더러 관해 저 자도 아마 모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사실은 분명했다. 내가 황건의 4인자였지만 나 또한 몰랐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추측하기로는 장각, 장보, 장량을 포함해 20~30명의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들이 각 방의 우두머리로 있던 것 같습니다. 북해지역에 소방이었던 왕인이란 사람이 그 사람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공융이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저 관해란 자는 지금 그 사실을 믿지 못하지 않는가. 저 자가 끝까지 믿지 못한다면 나는 저 자를 조정으로 보낼 수밖에 없네.”
“그렇다면 저에게 얼마의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네가 이곳에 있는 동안만 시간을 줄 것이네.”
나는 이 말을 듣고 감사의 예를 표한 뒤, 수하 제장들에게 말했다.
“손관님은 지금 1000명의 기병들만 놔두고 모두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형도영과 포륭, 진응도 모두 데리고 가십시오. 장저와 태사자를 이곳에 놔두겠습니다. 아. 그전에 포륭과 진응을 시켜 투항한 황건적 중, 북해와 동래현 출신인 자를 선별하여 주시고 그 인원들이 얼마나 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태사자는 관해를 일단 다시 감옥으로 데리고 가주십시오.”
그래도 어느 정도 무용이 있는 관해였기에 보니 태사자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었다. 태사자가 북해의 관리와 함께 관해를 데리고 감옥으로 향하자 나는 장저를 쳐다보며 말했다.
“장저는 지금 내려가서 1000명의 기병들과 북해 일대를 순찰해 보거라. 혹시 남은 잔당들이 있다면, 네가 판단하여 처리하도록 하라. 절대 무리하지는 말거라.”
“네!”
공융에게 허락받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공융은 굳이 나를 말리지 않았다. 백성들을 위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었다.
나와 북해의 일처리가 모두 끝나자 공융은 유비의 수하들과 북해의 관리, 그리고 나의 수하들을 모두 불러 연회를 열어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공융의 밑에 있는 제장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있었던 관리들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좌승조, 유의손, 왕자법, 유공자, 손소, 시의 등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공융은 왕자법과 유공자, 손소에 대해서만 성의 있게 소개해주었고 좌승조와 유의손, 시의에 대해서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말투로 소개해 주었다.
공융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줄 몰랐다. 어떻게 보면 자만심이 보이기도 했으나 그가 가진 지식과 배경이 좋아서 남들이 보기에는 티가 안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부하들에게 행동하는 것 또한 그럴 것이었다.
나는 이 곳의 인재들을 한 번에 빼올 수는 없겠지만 이들이 공융을 떠나게 된다면 모두 나에게 오게 하고 싶었다. 따라서 나는 좌승조와 유의손, 시의 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왕자법과 유공자는 어차피 공융을 따라다니기 바빴으며 손소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연회는 점점 무르익었고 밤이 깊고 나서야 파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고 나는 제장들을 불러 잠시 회의를 하였다.
“아까 요청했던 황건적의 수는 파악이 되었습니까?”
진응이 말했다.
“네 투항한 황건적은 무려 28000명 이었습니다. 그 중 북해와 동래 출신은 무려 7000이나 되었습니다. 아마도 장군에게 항복하면 모두 살려준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북해, 동래 출신이 아닌데 손을 든 자도 있을 것입니다.”
“7000명이면,,, 유비님이 데리고 갈 수 있는 수가 많이 줄어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그래도 공융님이 허가하신 것이니 유비님도 어쩔 도리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내일 오전 제가 유비님을 뵙고 이 사실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일단 장군들은 내일 점심 전까지 보병 4000명과 투항한 황건적들을 데리고 광릉으로 복귀할 준비를 마쳐주십시오. 여광에게도 서신을 보내놓겠습니다.”
너무 오래도록 형남을 비워둘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바로 복귀하자니 관해가 마음에 걸렸기에 나는 제장들과 병사들을 먼저 복귀시킬 계획이었다.
“타고 갈 배의 자리가 여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서주에 있는 동안은 안전할 것이니 광릉에 복귀하면 여광의 병사와 합쳐서 행동하도록 하십시오.”
아무래도 큰 계획은 손관이나 형도영 보다는 여광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여광을 책임자로 삼아 이동계획을 즉석에서 짰고 제장들에게 이 계획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우리의 이동계획은 이렇습니다. 먼저 군사를 반으로 나누어 형남 군 3000과 투항한 황건적 2500명을 먼저 형남으로 이동하게 하십시오. 군량은 여유 있게 가져가시되 그들을 형남에 내려놓고 올 때에는 병사는 최소한만 타게 하시고 군량은 다시 실어오도록 해주십시오. 우리가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무른다면 군량은 필히 모자를 겁니다.”
이렇게 많은 황건적이 투항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배의 자리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었고 군량 또한 간당간당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출발하기 전 미축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제가 우선 미축에게 연락을 취하여 군량미를 빌려놓겠습니다. 또한 여광님은 광릉에 계속 남게 하여 주십시오. 광릉에 속죄관 자리가 아직 비어있을 터이니 그 곳에서 남은 3000의 형남 군과 4500의 투항한 황건적들이 잠시 주둔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절대 투항한 황건적들이 무장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교화를 거친 후에야 다시 일반백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손관이 나에게 물었다.
“장군님이 말씀하신대로면 저희가 다시 복귀하여 광릉에 모든 병사를 태우고 가는 데에 최소 3번은 왕복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1달 정도에 시간이 더 걸릴 듯합니다. 그동안 장군님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우선 첫 배가 떠나고 다시 복귀할 때까지 2주 정도에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관해의 마음을 돌리는 데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이 곳에 잠시 머무르며 공융님의 정치방향과 행정에 대하여 배울 점이 있다면 모조리 배워갈 생각입니다.”
다른 제장들 또한 공융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기에 공융을 높이 평가했었다. 따라서 내가 공융의 장점들을 배워간다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배가 광릉으로 복귀한다면 다시 2000의 형남군과 3500의 황건적을 데리고 다시 형남으로 들어가십시오. 만약 진수된 배가 더 있다면 모조리 끌고 오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들을 형남에 내려놓고 한 번 더 복귀하여 남은 1000명의 형남군과 1000명의 황건적을 태우고 복귀하시면 됩니다. 제가 그 때까지 일이 모두 처리된다면 저 또한 그 배를 탈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제가 서주의 배를 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히 이미 한 차례 이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이동계획은 자세히 짤 필요가 없었다. 그저 배 상황에 맞추어 사람을 편성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곳으로 올 때에 7000의 군사와 그들이 먹을 군량 등을 겨우 꽉 채워 왔기 때문에 올라갈 때에는 그 무게보다 조금씩 가벼우면 될 것 같았다.
또한 어차피 3번 왕복해야 할 일이라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말이 끝나자 우리는 모두 해산하였고 잠을 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 해가 뜨자 나는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유비를 만나러 갈 채비를 하였다. 밖에는 아직 고요했고 북해의 아침은 형남보다 따듯했다. 형남은 무릉을 제외하고는 산이 많고 평야가 없어 더욱 추웠기 때문이었다.
대충 준비가 끝나자 나는 유비의 처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유비의 처소 앞에 한 남자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는 바로 조운이었다.
“아니 조 장군님. 이 아침 일찍 어찌하여 이 곳에 계신 것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윤슬 장군님. 혹시 유비님을 헤하려는 자가 있을까하여 보초를 서는 중이었습니다.”
“이 북해 안에서 누가 유비님을 헤한다는 말입니까? 아니 그리고 장군님은 그럼 잠도 주무시지 않는 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저 또한 잠을 잠시 청하고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조운의 충정심에 한 번 감탄하고 전예와 조운, 관우와 장비 등을 모두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유비의 매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밖이 소란스러웠는지 안에서 유비가 나오며 말했다,
“평안한 밤 되셨습니까 윤 장군님. 그리고 조운은 어찌하여 또 이곳에 와있는 것입니까. 이미 제 처소는 병사들이 잘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 평원으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장군님도 조금 더 눈을 붙이시지요. 제가 관우에게 말해놓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자주 있는 듯했다. 조운은 괜찮다고 계속 거절했지만 유비가 명령을 내리자 조운이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이윽고 유비는 나를 안으로 청하여 차 한 잔을 대접해 주었다.
“윤 장군님께서는 아침 일찍 어쩐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유비님께 죄송한 일이 있어 사죄드리러 오게 되었습니다.”
유비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장군님 덕에 저희가 이번 황건적 소탕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시기에 저에게 사죄할 일이 있다하십니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황건적 투항군에 대해서입니다. 조사해보니 북해와 동래 출신의 황건적들이 70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장군께서도 공손찬에게 일부를 보내야 하실 것인데, 그렇다면 장군이 데리고 갈 수 있는 병사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려 아침 일찍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비의 답변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겨우 제 시간 안에 세잎 했네요!!
오늘 드디어..
그동안 일을 위해 무리해주었던
제 무릎이 고장났네요ㅠㅠ
아예 고장나면 소설에..집중할 수 있겠죠..?
좋으면서도 슬픈 이야기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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