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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아빠가 되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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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9,727
추천수 :
1,099
글자수 :
467,525

작성
11.05.04 16:56
조회
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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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9쪽

아빠가 되주센! - 005

DUMMY

2019년, 평범한 나날의 그들.





승희와 효성이는 같은 회사의 같은 직원이었다. 이거 무슨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어 회사까지 같냐고, 막장 쓰레기 억지 설정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 있지만, 사실은 이러했다. 승희는 스물 세 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좀처럼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승희는 그럭저럭 큰 중소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채용된다. 취직에 있어, 승희는 깨달은 점이 하나 있었다. 승희는 굉장히 뛰어난 인재였다. 꼼꼼한 성격과 성실한 성격을 겸비하고 있어, 일처리에 있어 정말 선배들보다도 더한 처리를 보여, 빠른 승진도 보여줄 정도였다. 그러나, 처음 취직할 때, 사원을 뽑는 이들은 이러한 일처리 능력을 보지 않는다. 그저 점수나, 평가, 글쓰는 솜씨 등 허울 좋은 ‘사회적 점수’ 만을 평가했다. 간단한 말로, 능력이 있다 해도 그를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효성이가 스물 다섯 살이 되어 직장을 구할 때, 승희는 소위 ‘빽’을 이용해, 효성이를 자기가 다니는 회사로 취직시킨다. 아무것도 없이 면접을 보는 것과, 적절한 정보가 있는 상태로 면접을 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면은, 승희와 효성이는 같은 회사의 같은 직원이라는 것이다.



“진효성씨! 잠깐만 이리 와 봐요.”



‘수군수군...’



회사. 승희는 당당히 회사의 상사이지만, 효성이는 일개 부하직원일 뿐이다. 그것은, 승희가 입사시기가 빠른 탓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능력의 차이가 심해서이다. 승희는 되게 열정적이고 성실하며 꼼꼼했다. 게다가 창의적이여서, 많은 아이디어와 좋은 생각을 내 단시간 내에 실적을 올려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효성이는 아니었다. 효성이가 무능하고 나태하고 게으른 건 아니었지만, 그는 그냥 그런 사원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의 직위도 그냥 그런 위치였다.

승희가 효성이를 불렀다. 직원들은 또 수군수군댔다. 직장동료들은 모두 승희와 효성이가 부부인 걸 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효성이는 업무에 실수가 많아, 자주 승희에게 꾸중을 들었다. 사회가 많이 변해, 양성평등이 당연시 되는 2019년이지만, 사회적 편견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지아비가 지어미에게 혼나는 꼴은, 여전히 미래에서도 그리 보기 좋은 꼴이 아닌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일처리를 해야 이렇게 되는 거야? 정말 무능함의 표본이야, 효성씨는!”



“......”



승희는 아주 직설적인 표현으로 효성이를 꾸짖었다. 종당에는 효성이가 쓴 보고서 비슷한 종이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효성이는 고개를 숙인체 서 있었다. 한참이나 그렇게 혼이 난 효성이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앉아 있더니, 효성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바깥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일하던 승희도 얼른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효성이를 따라갔다. 그 광경을 보고, 효성의 동료직원들이 수군댔다.



“에휴, 항상 저러니...”



“어쩌겠어, 남편이라고 매번 두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래도, 결국에는 항상 해피엔딩이잖아?”





효성이는 창가에 서 있었다.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더니, 불을 붙였다. 그러더니 길게 빨고 길게 내뱉었다. 담배 연기가 창가 바깥으로 허엏게 뿜어졌다.



“하아...”



고독한 표정으로 담배를 다시금 무는 효성. 이 때, 승희가 등장한다.



“진효성!”



“......”



승희의 부름에도, 효성이는 아무 미동도 않고 다시금 담배를 빨았다. 이에, 승희는 한걸음 더 다가와 담배를 든 효성이의 손목을 잡았다.



“담배 꺼!”



“내버려 둬!”



효성이는 손목을 잡은 승희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승희는 그런 효성이를 착찹하게 쳐다봤다. 다시 담배를 빠는 효성이를 보고, 승희가 말했다.



“알잖아, 이러는거, 내가...”



“알아.”



효성이는 담배를 창틀에 비벼 끄며, 승희의 말을 끊었다. 승희는 입을 다문 체 효성이를 바라봤다. 효성이가 쓸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나 삐더뜸ㅋ”



“푸훗.”



효성이의 표정과 입에서 나온 말이, 상황과 너무 맞지 않아, 승희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효성이는 쓸쓸한 미소에서 조금 환한 미소로 표정을 바꾸었다.



“나 삐졌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어떻게 해야 풀어질껀데?”



효성이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혼잣말하듯 말했다.



“그냥, 지아비로써 위엄이 안 설 뿐이야. 다른 건 없어. 음...”



“지아비고 지어미고 그런 조선시대적 생각, 지우기로 했잖아.”



“그래도! 그냥... 꿇린다고.”



둘은 티격태격 말싸움을 했다. 한동안 그러더니, 둘은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효성이가 먼저, 승희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입술... 어쩌면 10년 넘게 교제해 온 둘이기에, 이런 키스는 당연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우욱! 진짜 영화를 찍는다 찍어!”



“왜, 보기 좋잖아.”



동료 직원들의 소리에, 둘은 깜짝 놀라 떨어졌다. 그러나 곧 웃음이 둘의 얼굴에 피어났다.






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





2028년, 유나 중학교 입학식.





“선서! 우리 입한중학교 신입생들은...”



중학교 입학식. 몇수십년이 지나도, 학교의 입학식만큼은 변함이 없다. 죽 늘어선 의자, 긴장한 듯 앉아있는 신입생들. 그 와중에, 맨 앞자리에서 일어서서, 오른손을 들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선서를 하고 있는 아이. 키가 크고, 눈이 똘망똘망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대표선서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 바로 유나이다.



“벌써 유나가 중학교에 입학하다니.”



“우리도 이제 40이네.”



“아직 아니잖아! 그렇게 좌절시키지 마!!”



나이도 꽤나 먹었지만, 여전히 애들처럼 티격태격하는 둘이었다. 별로 변한 게 없다. 유나는 선서를 다 마치고 앉으며 엄마아빠쪽을 봤다. 티격태격하고 있는 둘을 보고, 유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린다.



‘엄마아빠는 사이가 너무 좋다니까!’








2031년. 행복했던 그들의 마지막.





“......”



유나네 집은 아주 조용했다. 평상시라면 이렇게 조용할 리 없었다. 아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의 표상과도 같은 유나네 집이었다. 부모님은 친구처럼 친근했고, 유나도 여동생 미나와 친했다. 유나는 그런 가족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 유나네 집은... 적막했다. 사람하나 없는 듯 절간과도 같은 정적이었다. 소파에 누워,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있던 유나가 천천히 일어났다. 멍하고 힘없는 표정. 유나는 천천히 아빠 방에 들어갔다.



“아빠...”



“유나니?”



유나는 조용히 아빠에게 다가갔다. 초췌해 보이는 얼굴, 면도하지 않아, 검고 까칠하게 나 있는 수염. 피곤해 보이는 눈. 조금만 더 지나면 폐인이 될 것 같은 효성이었다. 효성이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며 유나를 맞았다. 유나는 아빠 앞 침대에 걸터 앉았다.


“......”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정적에 가까운 침묵을 깬 것은 효성이었다.



“유나야.”



“네?”



“아빠가 너 만할 적에... 너희 엄마한테 고백한 적이 있거든.”



“......?”



효성이는 기운 없는 말투로, 그러나 확실하게 한 마디씩 말했다.



“아마 고 1때였지... 그 때에... 네 엄마가 고백을 안 받아 준걸로 기억하거든.”



“...네. 그래서요?



유나의 말에, 효성이는 미소지으며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표정과 손길은 자애로웠지만, 유나는 괜히 슬퍼졌다. 효성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서... 2년쯤 지나고서, 고3 때 수능 끝나고서야 다시 말을 붙였던 걸로 기억해...”



“......”



유나는 효성이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빠가 지금 왜 이런 얘기를 하나 싶었다. 그러자, 효성이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런 얘기를 왜 하나 싶지?”



‘뜨끔.’



생각을 읽힌 듯한 효성이의 말에, 유나는 뜨끔했다. 그리고서 효성이는 방금 전까지 짓던 미소를 싹 지우고, 전에 없던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고등학교 때 승희와 지낼 때가...”



효성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유나는 보았다. 숙인고개 밑으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을. 효성이는 순식간에 고개를 들고 괜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효성이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유나도 순간적으로 눈물이 왈칵 고였다.



“......”



“......”




두 부녀는 한동안 서로를 외면하고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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