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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아빠가 되주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1.09.29 13:55
최근연재일 :
2011.09.29 13:5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9,733
추천수 :
1,099
글자수 :
467,525

작성
11.05.02 21:21
조회
3,360
추천
20
글자
11쪽

아빠가 되주센! - 003

DUMMY

“헉, 허억.”



“학, 하악.”



겨우 고백의 성소에 도착했다. 승희는 숨이 찬 듯 약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숨이 찬 건 아니었지만,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숨이 가빴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린다. 진정해라, 진정해라 진효성!



“할 말이 뭐길레... 와, 여기 예쁘네?”



승희는 겨우 숨을 고르고 말하려다 주위를 보고 말했다. ‘고백의 성소’는 학교 건물 뒤편, 벚나무가 세 그루 있는 곳인데, 학기 초에 길을 잃어 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그 때엔 나무만 앙상히 있어서 황량하기 그지없었는데, 오늘은 벚꽃이 만개해서, 정말 분위기 있어 보였다. 벚나무는 잔잔한 봄바람에 흔들리며, 벚꽃의 꽃잎을 날렸다. 꽃잎은 눈처럼 하얗게 내려서, 참 운치있었다.



“.....”



“효성아, 할 말이 뭔데?”



“저기... 그러니까.”



‘큭, 당황하지 마라 진효성! 침착하게! 당당하게!! 어서 말해라!!!’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승희야, 나 너 좋아해.”



“...!”



“첨에 만났을 때부터... 조금은 좋아했었는데. 조금씩 그 마음이 커

져서... 그...”



“...응.”



“그러니까, 좋아해. 사귀자.”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도저히 떨려서, 머릿속이 반쯤 하얗게 돼 버려서, 승희 얼굴마저 볼 수가 없다. 승희는 잠시동안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얼굴표정이라도 살피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음... 효성아.”



“응!”



“그... 아직은... 제대로 대답은 못하겠는데...”



“......”



승희의 대답을 듣는 순간에, 나는 안절부절 못하던 고개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승희를 보았다. 조금은 난감해 보이는 표정. 상기되어 있는 얼굴. 두근거리던 심장이 멈췄다.



“조금... 대답할 시간을 줘. 헤헷.”



“......”



승희의 장난기 담긴 웃음을, 난 들을 수 없었다. 뭔가 머릿속이 멍 했다. 이거... 차인건가? 그런 듯한 느낌이 든다. 왜, 애니나 드라마 보면 나오는 거 있잖아.



‘나는 네가 좋지만, 그건 ’친구‘로써이고, ’이성‘으로써는 아니야...’



같은 거...



“응... 그... 맘대로 불러내서... 미안.”



“아니야, 미안할 거 까진 없잖아.”



“......”



내 말에, 승희는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애써 웃는 것이 역력하다. 아, 나란 놈은 왜 매너도 없이 여자를 불러서... 승희는 나한테 관심도 없었던 건데. 조금 마음속에서 우울함이 번졌다. 무안한 상황이 되었다. 내가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자, 승희는 무안했던지 입을 열었다.



“가, 가자.”



“...응.”



일단은 그 ‘고백의 성소’에서 나왔다. 나와서 걷는 동안, 한마디 말도 안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승희는 옆에서 뭐라고 얘기를 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



걷고 있다. 나는 걷고 있었다. 운동장을 지나, 교문 앞. 많은 아이들이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저녁시간이니까 당연한 건가. 조금씩 눈 앞이 흐려진다. 왜 눈물이 고이는 지는 알 수 없었다. 절때 차여서가 아니다. 그런 것 때문에 울면, 어찌 내가 불알 달린 사내겠는가. 그냥... 이런 일 가지고 이러는 나 자신이 바보같아서, 그런 것 때문에...





문득 정신을 차리니, 휘황찬란한 거리였다. 정처없이, 생각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 해졌고, 시내에는 밝은 불들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바보, 멍청이, 개찌질이. 나는 날 한없이 욕하며 거리로 나섰다. 저 멀리로, 커플로 보이는 학생 두 명이 걸어간다. 괜히 열등감만 더해진다. 서글픈 마음은 더욱 고조된다. 나는 왠만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안 된다. 나 자신에게 용서가 안 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승희의 그러한 말에, 삐친 것처럼 그런 행동을 보인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그랬을까. 승희는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툭.’



누군가와 부딪혔다. 죄송하다고 말하려는 찰나.



“야, 너 여기서 뭐하냐? 야자 안하냐?”



“...응?”



민준이다. 민준이가, 제 학교 친구인 듯한, 모르는 남자애들 세명 정도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없자, 민준이는 친구들을 먼저 보냈다. 이자식아, 나한테 야자 안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너는 야자 없냐.



“뭐여, 비록 게임은 많이 해도 절때 야자는 안 빼먹는다는 우리 효성이가, 설마 피시방 갈려고 이런 거리를 혼자 다닐 리는 없고. 뭐시여?”



“......”



“하, 그 얼굴 꼭 차인 것 같다.”



그 말에 공허한 마음에 순식간에 슬픔이 가득찼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고였다. 내 평생 그렇게 순식간에 눈가에 눈물이 고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단 한마디에 이렇게 급격하게 슬퍼지기는 또 처음이었다.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자, 민준이는 적잖게 당황하며 말했다.



“야, 노, 농담이여. 왜 울어.”



“......”



아오. 그냥 슬프다. 그냥 펑펑 울고 싶다. 그렇다고, 시내 한가운데서, 불알친구인 민준이 붙잡고 울 순 없고... 황급히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에라이 병신새끼, 차였다고 울고 앉았냐?”



“...쳇.”



“가자, 오늘은 내가 피시방 대줄게.”



민준이는 그래도 나름 분위기를 맞출 줄 아는 녀석이여서, 눈물을 닦는 나를 데리고 말없이 걸었다. 그리고는 사정을 말하게 했다. 그러나 사정을 말하자마자 위와 같이 바로 욕질이다. 이놈... 겁나 좋은 친구야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에 바로 욕질을 하니. 그래도, 이렇게 민준이와 함께 피시방에 가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 했다.





“진효성.”



“......”



“진효성. 진효성 없나?”



“에- 가방은 있는데요-”



“그래? 얘 어디 간 지 아는사람?”



“......”




한참 즐기다 보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 갔다. 물론 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아니, 물론 민준이가 대준다고 하니, 당연히 더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청소년 금기시간인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또한 민준이의 지갑사정도 생각하고 해서 9시 45분 정도에 나왔다. 민준이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효성이. 기분은 풀렸나.”



“뭐... 재미있었어.”



“큭... 그래도 부러워. 청춘이야. 아악 빌어먹을 남고!!”



민준이는 평상시에 하던 대로 지갑을 땅에 던지며 크게 소리친 뒤 황급히 지갑을 줏었다. 오래 전부터 민준이가 허세 부릴 때 하던 짓이었다. 민준이와 인사하고,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그러다 문득, 한줄기의 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아. 야자.”



ㅈ됐다. 완벽하게 야자를 까먹고 있었다. 다른 학교는 어쩐 지 몰라도, 우리 학교는 야자를 심하게 단속하기로 유명했다. 여자애들은 거의 야자를 빼먹지 않아서 처벌받는 걸 본 적이 없지만, 남자애들은 간간히 도망가는 경우가 있어서, 그 참혹한 형벌(?)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두려울 따름이었다. 손발이 절로 떨려왔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의 시각은 9시 45분. 야자가 10시에 끝나니, 이미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나는 야자를 도망친 게 되는 것이다. 차마 가방을 가지러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잠시나마 업 된 기분은 두려움으로 일그러졌다. 그냥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얘, 효성아. 학교에서 너 전화왔던...”



‘쾅!’



집에 도착했다. 엄마가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틀림없이 야자 얘기이니... 피해야 상책이다. 얼른 문을 잠궜다.



‘이 좆병신 새끼. 야자 빼먹고 뭘 한거야.’



“하아...”



난 속으로 말하고, 또 서글퍼졌다. 진효성! 왜 이따위로 사는거냐!!



“휴...”



‘푹!’



난 그대로 침대 위에 엎어졌다. 한동한 천장을 보다, 의미없이 침대 위를 뒹굴었다. 그러다,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



“......”



“??”



뒤쪽에서, 뭔가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마치 정말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인기척이 느껴진다. 괜히 무섭다. 으으, 설마 뒤를 돌아보니까 퍼런 조명의 귀신이 있는 건 아니겠지...?



“흡......”



“으아악!”



나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틀림없이 불을 켰는데도 괜히 어두워 보이는 내 뒤에는, 교복을 입은 왠 여자애가 서 있었다. 귀신같이 새하얀 얼굴. 슬퍼보이는 큰 눈망울. 키는 여자인데도 거의 나랑 비슷할 정도로 컸고, 무엇보다 놀란 건 어디서 보던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승희...?”



물론 승희는 아니었다. 풍기는 분위기도 판이하게 다를뿐더러, 키도 승희보다 거의 7~8센치는 커 보였다. 그 여자애는, 여전히 슬픈 듯한 눈망울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귀신인가, 사람인가. 아니, 틀림없이 아까 들어올 때 문 잠궜는데. 그럼 이 아이는 귀신이구나. 슈ㅣ발



“무, 무슨 원한이 있길레... 이 누추한 곳에...?”



나는 처녀귀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 처녀귀신은 여전히 슬픈 눈망울로 나를 응시할 뿐이다.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서. 그것은 도리어, 나에게 더욱 큰 두려움을 안겨줬다.



“......”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냥, 이제 귀신이 나를 죽일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인가.



“...아빠.”



“...엥?”



한참이 지나서야, 여자애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단어 한 마디. ‘아빠’. 아빠?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헉, 아빠 귀신까지 온 거야? 나는 황급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아빠귀신(?)은 있지 않았다.



“누가... 아빠야.”



“아빠, 아빠!”



여자애는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나는 더욱 당황했고, 나의 출생에 혼돈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아빠라니, 그럼 저 여자애가 내 딸이라는 것인가. 나는 언제 사고를 쳤지. 아니, 그보다 생물학적으로, 나는 17살인데, 저 아이가 못돼도 16살은 돼 보이는데. 그럼 나는 2살 때 사고를 친 건가. 더욱 혼돈 투성이구나.



“아빠~!!”



“우와앗!”



갑자기 여자애가 내가 앉아있던 침대 위로, 정확히 말해 내 위로 안기며 쓰러졌다. 그 바람에, 여자애를 안은 체 누워 버렸다.




‘이거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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