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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마솥 님의 서재입니다.

수상한 던전의 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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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6
최근연재일 :
2023.06.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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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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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추수제(1)

DUMMY

***


33화


***


[신록의 레갈리아]


서린이 베스타에게 받아낸 권능은 일순간 기적적인 괴력을 육신에 부여하는 강력한 신비, 그러니까 액티브 스킬이다.


현실을 상태창으로 전부 뭉뚱그려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을 해오는 것처럼 상태창에서 설명되지 않는 많은 자질구레한 조건들. 그리고 그것들에게서 파생되는 능력들도 있다.


이것을 히든피스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이 세상이 게임이 아니라는 증거로 봐야할진 보는 관점에 따라 모호하다.


대표적으로 하나 콕 찝어서 말해보자면 서린이 각성한 마법. [신록의 레갈리아]라는 권능은 일종의 버프기일 뿐.. 이지만 생뚱맞게도 대적자를 '심사'하는 기능이 있다.


서린 그 자신이 눈이 홱 돌아가서 하스카베의 무고한 시민에게 [그라비스 베스타]의 일격을 날린다면 신비가 깃든 필살기가 아니라 평범한 '서린 진심 펀치'가 나가게 되는 방식.


어떻게 알았냐고? 직접 마음에 안들던 녀석에게 진심 펀치를 날려보고 알게 된거다.


덩이쇠를 엮어만든 갑옷 덕에 피똥을 줄줄 흘리긴 했지만 목숨은 건졌다던가..?


"···."


권능의 사용조건이 오로지 도시를 지키기 위해 써야한다는 제약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혼수품이라는 베스타의 말은 틀림이 없다.


온전히 서린 자신의 힘에게 주어진 능력이 아닌 힐라스의 권한에 따라오는 렌트카 비슷한 것이 신록의 왕홀. 레갈리아의 실체.


권능을 통째로 몰수한다던가 하는 건 서린쪽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기에 불가능하지만. 억지로 베스타의 힘을 쥐어짜내거나 하는건 불가능하다.


하여간 이 신록의 레갈리아라는 권능이 그와 베스타를 이어버린건지, 아니면 권능 자체에 베스타의 의지가 깃든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서린이 말하고 싶었던 요지는 바로 이 레갈리아라는 권능을 통해 베스타의 의지 일부가 그에게 전달된다는 소리다.


"겨울이 다가온다··· 인가."


추수제가 끝나는 삼일 뒤.


하스카베를 바깥의 안개로부터 보호하던 베스타의 권역은 사라진다.



***



추수제의 시작.


창고에 비축된 신주(神酒)들이 몰라와 서린. 어린 녹인들과 중간 관리자들의 손으로 지구라트의 정문에 모여든 주민들 전원에게 배분된다.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하스카베의 인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잔류','합류','번제'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삼일 밤낮으로 진행될 마지막 '추수제'는 하스카베의 전 주민들이 선택을 내려야 할 마지막 순간이기도 했다.


'잔류파'는 베스타의 유해. 화덕신목의 유해 아래에 만들어지는 인공적인 영지(靈地). 구(新) 하스카베에 남아 마소의 망향과 괴물을 감내하며 살아갈 사람들.


상당수의 인간들과 극히 일부의 녹인. 그리고 그 동안 베스타의 영성에 짓눌려있던 벌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벌레들에겐 조금 다른 사정이 있지만.


'번제'는 당연히 베스타의 심부에 있는 주술적인 시설. 서린이 몸을 담근 적 있는 수많은 웅덩이들의 집합. '씬 하트'에서 추깃물이 되어 재탄의 씨앗에 공양되는 선택지를 택한 사람들이다.


이족형, 사족형의 녹인들. 세르비우스들이 대부분 베스타의 직계인 게베르엘라 세 자매를 따라갈 것은 예측했지만. 인간들도 생각보단 많이 지원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 전체 인간의 삼분지 일이 자신을 공양하겠다고 의견을 밝혔다는 소리.


인간의 기억을 가진 서린은 아주 솔직히 말해서 저 인간들의 선택이 무지와 용기. 둘 중 어디에서 근원했는지 궁금했다.


서린은 운이 좋게도 귀한 핏줄을 타고나, 평범한 인간이라면 말 걸기도 어려운 존재들의 관심과 호의를 받았음에도. 시간과 정보와 힘. 세 가지가 모두 충족 되어서야 선택지가 생겨났다.


그런데 그처럼 온전한 정보와 타고난 힘을 가지지도 않은 인간들이 내세라는 하나의 주장만을 믿고 기꺼이 심장에 칼을 박아 넣겠다고 한다는 것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서린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서린의 뇌리를 스친다.


신주를 받아가는 인간들의 면면을 살펴보던 서린의 얼굴이 착잡해졌다.


익숙한 여인의 얼굴이다.


"오랫만이네요."


"···아, 힐라스님."


"남기로 하셨나요?"


"아니요. 공희를 택했어요."


"조금 의외로군요."


"힐라스님. 정말, 죄송해요···. 미안합니다···."


서린은 힘을 얻은 이후, 적어도 사소한 무엇인가는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늙은자, 병든자, 구걸하는자, 굶주린자. 매일 밤 포주에게 당한 주먹질에 치열이 일그러진 홍등가의 여인들.


인간을 능가하는 힘을 얻어 하스카베의 암흑가를 통째로 뒤엎어도 얻어맞는 포주를 감싸고.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 제 손으로 족쇄를 채우는 여인들은 막을 수 없었다.


신록의 권능 역시 그에게 힘을 보태주지 않았고. 세상이 혼란해진게 아니라, 원래 혼란했었고 오직 전생의 그만이 그걸 몰랐던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생각할수록 찝찝해지는 기분이지만, 서린은 애써 고개를 돌려 멀리 털어내었다.


언젠가 마주해야 될 때가 올거라는 확신은 들었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에게 주어진 일은 부조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



"열심히 일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추수제의 개막이 끝나고 신주 한 병을 훔쳐내어 슬그머니 빠져나온 서린.


올해 0살인 서린이 술을 홀짝이며 어쩐지 맹해보이는 외부인 소녀 루치아에게 합류했다.


루치아는 서린과 함께 마을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며 하스카베의 추수제를 구경했는데 놀랍게도 루치아라는 소녀는 태어나서 이런 축제라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로아르크에 넘겨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으로서 이게 맞나 싶지만, 신기해하며 또 즐거워하는 루치아의 모습을 보니 축제에 딸을 데리고 나온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술이 좀 들어가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길을 걷다보니 평소의 하스카베와는 다른 여러 모습이 보인다.


인간과 세르비우스가 한낮의 대로에서 꼭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예고된 시련 앞에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꼭 사람 많은 대로에서 굳이 저런 꼴을 보여야하는건가 싶다.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 역할을 맡은 서린에게 루치아가 대로 한복판을 손으로 가르키며 곤란한 질문을 해온다.


"저 두 사람(?)은 연인인가요?"


"···인간과 세르비우스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사례가 없진 않다고 하더군요.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사랑이지만."


"함께 이곳을 떠나는건가요?"


"음. 루치아씨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망향화에 대해 말씀 드렸지만, 평범한 인간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 곳을 떠나지 못합니다."


"···?"


맹한 소녀의 얼굴을 보니 너무 말이 어려웠나 싶다.


"요약하자면 인간과 사랑에 빠진 세르비우스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도시에 남는 것을 택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금 감동적이네요. 혹시 인간들의 사랑도 비슷한가요?"


"안 알랴줌."


"..네?"


"알아봤자 좋을게 없다는 소립니다."


가축인지, 인간인지를 스스로 결정내려야 하는 이곳에서 인간들의 사랑이 가지는 의미는 서로에게 새기는 고통스러운 흉터에 가깝다.


닳고 닳아 이해했다면 감동하지 않을테고, 동심이 가득하다면 이해하지 못할테니 애초에 말을 하지 않는게 최선이겠지.


루치아란 소녀는 아무래도 옆에서 보고있자니 한창 자랄때.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 사이의 소녀임이 확실했다.


어떤 녀석이 구덩이로 끌고왔는지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바깥의 인간들은 양심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보인다.


물론 평균 결혼 연령이 십대 중,후반인 중세 수준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하여간 루치아는 구덩이 위로 길을 개척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합류파'에 속해 손을 거들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잘은 모르지만 베스타의 권역에서 망향화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 중증의 몽유병만 참아낸다면 바깥으로도 나갈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니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번제와 잔류라는 선택에 연이 닿지 않을 어린 소녀에게 로아르크나 공양 같은 심난한 것들을 굳이 나서서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루치아는 하스카베를 그저 사슴들이 인간과 뛰노는 동화풍의 신비로운 도시쯤으로 인식하고있다.


'굳이 내 손으로 낭만을 부숴버릴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사실 사랑이 뭔지 모르는 건 서린 역시 마찬가지.


그는 솔로 출신이었다. 생각이 많으면 연애를 못한다고 허구한 날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까이던 그런 사람.


퍽!


흑역사를 떠올리고 앞 발로 머리를 후려치는 서린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루치아.


그렇게 길을 걷던 중 루치아가 사족형 세르비우스에게 줄줄히 끌려가는 벌레들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물어본다.


"저기 이송되는 벌레들은 뭔가 죄라도 저지른 건가요?"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고민하던 서린이 턱을 쓰다듬어본다.


"죄···라고 하기엔 조금 심하고, 타고난 천성이 다르거든요.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니 일단 격리시킨다고 해야할까요."


"격리요?"


"바깥에서 괴물들을 만나셨죠?"


"···."


좋지 않은 기억인지, 과거를 떠올리고 입을 다문 루치아에게 서린이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저는 가장 진화한 괴물이 벌레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화한 괴물이요?"


"이곳의 벌레들은 솔직히 말해서 그리 똑똑하진 않아요. 화덕신목의 영성에 짓눌린.. 전화선이 끊긴 전화기. 아니, 물 없는 물레방아 정도는 되려나."


"물 없는 물레방아요?"


"네. 별 생각 없이 비유해봤지만 적당한 표현이네요. 바깥에서의 '개입'이 없다면 벌레들은 말 그대로 인간과 괴물 사이의 경계선에 위치한 존재들이에요."


"경계선···?"


"네. 경계선. 인간도 아니고 괴물도 아닌 애매한 선 위에 서있는 존재들이 바로 이곳의 벌레들이죠."


"저 바깥에서도 그런 존재들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어요."


"···새로운 지성 종족의 탄생을 직관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새로운···?"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 하여간 결과적으로 하스카베의 권역에 '사로잡힌' 벌레들은 꽤나 온순해요. 바깥과는 전혀 다르게."


"바깥의 벌레들은 어떻길래 온순하다는 건가요?"


"···그거야."


뭐라 말하려는 서린과 루치아 앞에 또각 하는 발굽소리가 들린다.


"힐라스. 개막이 끝나자 마자 홀연히 사라지더니 아주 오붓하게 외부인과 데이트를 즐기고 계시네요. 손에 든 그 술병은 뭐죠?"


"···아, 몰라. 루치아는 외부인이거든, 적어도 안내 정도는 해줘야하지 않겠어? 도시 전체가 떠들썩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해야지."


흰 털에 선혈의 눈을 가진 세르비우스(녹인) 몰라가 자연스럽게 걸어와 서린 일행에 합류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뭐, 그렇다면야. 나들이에 저도 끼죠."


"···바쁘지 않아?"


"도시에 인공 영지(靈地)를 구축할 재료들은 차근차근 갖춰지고 있어요."


"그런가? 역시 부지런하네."


"당분간 할 것도 없으니 마지막 휴가는 즐겨야죠."


"그래. 마지막이지···."


"본격적인 번제는 제가 하는게 아니라 게베르들이 하는거라서. 조금 쉬다 마음이 내키면 직접 가슴을 째서.. 읍..읍!?!?"


흉흉한 소리를 터트리려는 몰라의 입을 손으로 막아낸 서린.


뭔가 읍- 으읍. 거리면서 말하려던 몰라가 코를 킁킁거리며 서린의 체향을 맡더니 조용해진다.


아니. 동공은 왜 위로 올라가는건데,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루치아의 안색을 살피며 몰라의 정수리를 쥐어박은 서린.


제자리로 돌아온 몰라의 귀를 들어올려 살짝 속삭였다.


"외부인 앞에서 그런 흉흉한 의식이 진행중이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지 않아?"


"굳이 따지면, '우리'가 내린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지를 흉흉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인이 아니라 서린님의 딱딱하게 굳어버린 자의식 같은데요."


몰라의 지적에 서린이 띵-한 표정을 지었다.


"···제대로 한방 먹었네."


하긴 자신의 몸조차도 공양물로 다루는 하스카베의 주술장이 그와 관련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몰라가 조용히 한 발자국 양보했다.


"음. 저는 둘이 붙어다니시길래, 이미 이것이고 저것이고 다 털어 놓으신 줄 알았거든요. 굳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이야기는 아니긴 해요."


둘이서 소곤거리는 것을 쳐다보던 루치아가 물었다.


"저 흰 분은···?"


"하스카베의 화로지기이자 주술장(呪術長). 이곳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지."


"반가워요. 전 몰라라고 해요. 침대를 타고 하늘을 나셨다는 외부인. 맞으시죠?"


"···아, 네. 전 루치아라고 해요. 출신지는 시타델이고 크로네 아틀리에의 도제 마녀로 어쩌다보니 이곳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시타델? 아틀리에? 마녀?"


고개를 갸웃거리던 몰라가 마녀가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루치아의 대답은 명확했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몰라의 표정은 최신식 서양 문물을 바라보는 선비 같은 모습이 되었다. 물론 서린도 함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고양이나 두꺼비와 대화할 수 있고, 신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사람···?"


몰라가 서린을 보며 알고 있었냐고 묻자 서린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늘을 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사이코 검귀와의 만남을 떠올리는 순간 손과 발을 달달떠는 소녀를 상대로 계속 과거를 신문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러니까, 하늘을 날 수 있다고요?"


"···네."


"당장 해보죠."


"그, 준비물들이 필요한데요."


그렇게 주변을 돌며 빗자루를 수소문한 끝에 조금 사용감이 있는 싸리비를 하나 얻어낼 수 있었다.


다리 사이에 익숙하게 빗자루를 넣어 몸을 걸친 루치아가 통, 하고 발로 땅을 튀기자 약간의 미묘한 바람이 불어오며 둥실하고 떠오르는 모습.


입을 헤벌레 벌린 몰라가 빗자루를 손으로 툭툭 건드려본다.


"···진짜네. 저도 타봐도 되요?"


"제한 용량이 있기는 한데.. 한번 뒤에 올라와보시겠어요?"


몰라를 뒤에 채운채로 빗자루의 기수를 들어올리자 천천히. 그래도 하강하지 않고 상승하는 빗자루의 모습을 보며 서린이 물어본다.


"나도 타도 되나? 모르긴 몰라도 내가 몰라보다 더 가벼울텐데··· 아악!"


빗자루에 손을 잡고 매달리는 서린을 발굽으로 퍽퍽 차서 떨어트린 몰라가 점차 높아지는 시야에 입을 벌린다.


"···와아아."


태생적으로 땅을 밟고 살아가는 자들은 비행을 동경할 수밖에 없다.


하스카베에서 태어나 태양을 본적 없던 몰라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


한바탕 하스카베의 상공을 마녀와 흰 녹인이 꺄아악 거리며 선회하는 모습에 아래에서 주민들이 하나 둘 위를 바라보며 손가락질한다.


"저기 저건 뭐지? 새야? 빗자루야?"


"···인간으로 보이는데? 뒤에 있는 하얀 건 몰라님이잖아?"


"몰라님이 여길 보셨어!"


"아니, 떨어질 뻔 하신 것 같은데?"


···


"게베르엘라의 체통은 완전히 말아먹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네. 축제의 여흥 정도로 생각하는건가."


얼굴에 발굽자국을 빨갛게 남긴 서린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연이지만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주운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비행이라는 건 굉장히 유용하다.


그가 매달렸을때 상승이 멈췄으니 3인승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한계는 있다.


그래도 어젯 밤. 루치아가 잠들었을때 무거운 침대를 둥둥 띄운것을 보면 그녀가 모르는 잠재력이나 그런게 있을법도 하다.


자세한 패러미터는 내려오고 나서 측정해보는게 맞겠지.


상당히 오래도록 하스카베 이곳저곳을 선회하던 빗자루가 원래 있던 곳이 아닌 신목의 앞. 도시 중앙의 지구라트 위에 내려앉는 모습을 본 서린이 얼굴을 찌푸렸다.


"놀이기구. 아니, 비행기를 독점하려고?"


-타악!


건물사이의 요철을 능숙하게 손에 잡고, 발로 차가며 최대 수십m까지 튀어오르는 각력을 이용해 옥상으로 올라간 서린이 지구라트를 향해 달려간다.


하얀 바람이 되어 채 1분이 걸리지 않아 도시의 절반을 주파한 서린이 지구라트에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내려섰을때 보인건 몰라가 루치아를 쥐어짜내는 풍경.


"더··· 더! 언제 다시 날 수 있는데?"


"···반나절은 쉬어야 되는데요."


꽤나 속도감이 있었는지 털이 마구 헝클어져있는 몰라의 모습을 보던 서린이 부러움이 깃든 시선을 보내며 그녀의 땡깡을 말렸다.


"몰라. 그만해."


"완전 재밋다니까요!"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잖아. 반나절이 지난 후에는 이미 저녁이라고. 모이라이를 맞이할 준비도 해야지."


"···흐으. 아, 아깝다."


아쉬워하는 몰라와 안도하면서 서린에게 고개를 숙이는 루치아.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낸 루치아에게 서린이 입맛을 다시며 통보했다.


"다음 차례는 접니다."


비행기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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