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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마솥 님의 서재입니다.

수상한 던전의 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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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6
최근연재일 :
2023.06.23 1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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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수 :
249,566

작성
23.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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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


푹신한 침대 위에 누운채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다 밤을 지새운다.


새벽이 되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이것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똑같은 공간에서, 별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


하지만.. 서린이 잠을 청한 그 순간만큼은 평소와 달랐다.


머리를 누인 순간 온몸을 덮쳐 오는 이상한 위화감.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한 채 몸을 누인 것처럼.


부드러운 침대 아래 어딘가를 뚫고 바닥 너머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흐아암.."


'오늘 잠은 잘 오겠군.'


자취방의 주인 서린은 그를 감싸는 기묘한 감각을 '오늘은 유독 피곤했나?'로 치부하고 몰려오는 수마에 나른한 몸을 맡겼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몽롱함 속을 떠다니는 것도 잠시.


완전한 숙면에 빠졌던 서린이 이유 없이 맑아진 정신에 이상함을 느끼고 눈을 동그랗게 부릅떳다.


"어?"


개운함. 맑은 정신. 환상적인 컨디션.


오랫동안 숙면을 취한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주변은 어둡다.


"..아직도 저녁.. 일리가 없는데."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에 서린이 의문성을 내뱉다 조용해졌다.


아무리 깊은 밤이라 해도 이렇게 칠흑 같은 어둠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언제나 그의 주변에 있어야 할 스마트폰은 사라져있었고 푹신한 매트리스가 만져져야 할 바닥은 생명체의 뱃속처럼 축축하다.


"꿈?"


서린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뜨며 앞을 보려고 노력해봤다.


장님이 되어 버린건가 의심될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불안으로 부르르 떨리는 몸이 느껴진다.


미쳐버릴 것 같이 답답하다.


불편한 자세를 고쳐잡으려 해보지만 경련을 일으키는 몸.


억지로 힘을 주자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이 흐물흐물하게 축 늘어진다.


길을 걷다 바닥에 냅다 고꾸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심각한 탈력감이다.


"..썩을."


서린이 이내 얼굴을 구겼다.


그는 내심 깨닫고 있었다.


이건 아마 평범한 상황이 아니다. 정말, 정말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양손을 내밀어 벽을 더듬어본다.


쭈욱- 하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감촉이 생생하게 손가락에 전해진다.


축축하고 부드러운 막이 펼쳐진 완만하게 경사진 벽.


"끈적해."


비릿함에 따뜻함과 끈적임을 곁들여 섞어낸 것 같은 액체.


따뜻하고 미끄러운 젤이 담긴 괴상한 욕조에 삼분지 일은 담가진 그의 몸.


몽땅 벗어 던진것 같이 허전하지만 알몸은 아니다.


고급 카펫을 만지는 듯한 낯선 감각.


"이건?"


몸을 더듬어본 서린의 머릿속에 의문 부호가 차올랐다.


그의 온몸에 빽빽하게 자라나있는 털들.


흔적만 남아있는 '인간'의 솜털과는 확연히 다른 길이와 밀도를 가진 모피가 그의 몸에 자라나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말 없이 몇 번이고 몸을 툭툭 만져봐도 털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미끌거리는 감촉은 애완견을 씻긴다거나 부드러운 빨랫감을 문지를 때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서린이 눈을 끔뻑거리다 부정해본다.


"아니.. 아니야. 역시 꿈인가? 아니, 꿈이겠지?"


그는 늑대인간이 아니고, 희귀병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은 이런식으로 몸에서 털이 잔뜩 자라나지 않는다.


"...젠장."


찜찜한 기분은 해결되지 않은 채, 어둠과 침묵이 내려앉은 수상한 공간.


몸에 털이 수북해졌지만 팔은 두 개다.


눈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만져지는 이목구비는 사람과 유사해보인다.


"아무래도 약간 이상해."


어둠 속에서 서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가 갇힌 이 좁은 공간을 손으로 더듬어보는 일 뿐이었다.


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자유롭다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는 공간.


축축하고 후덥지근하며 비릿한 냄새는 덤.


자유를 잃어버린 서린의 머릿속에 두려움이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바로 코 앞에서 움직이는 손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아침에 장님이 되어버린걸지도 모른다.


축축하고 좁은 곳에 계속해서 있자 생각보다 답답하다.


어딘가에 납치되어 갇혀 버린 건지도 모른다.


"후으읍.."


온몸에 털이 빼곡하게 자라나 있고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의심암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귀한 병에 걸려 실험체가 되어버린걸까?


애초에 어제까지의 내 기억을 믿을 수 있는걸까?


"....좋은 생각. 좋은 생각."


서린이 애써 긍정적인 것을 떠올리기 위해 몸부림쳤다.


"..단순한 악몽. 일어나면 평소처럼 냉동식품으로 아침밥을 떼우고, 컴퓨터를 키고 낄낄거리는 거야."


침대 위, 머리맡의 핸드폰을 붙잡고 장난스러운 영상을 보며 낄낄거리는 그를 상상한다.


하지만 좁은 우리에 갇혀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 역시 떠오르고 만다.


수십, 수백 가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부딪치고, 충돌한다.


생각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었다.


끝까지 남아있는 것은 지독한 현기증 뿐.


과호흡.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맥박. 또렷하게 느껴지는 심장의 고동.


턱 밑까지 차오른 열기.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는 체온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스읍, 후. 스으읍, 후."


폐소공포증이 무엇을 뜻하는지 본의 아니게 체감하게 된 서린이 위기를 느낀다.


'침착'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강제로 되새기며 불안을 떨쳐내어본다.


컴퓨터를 강제로 종료하는 느낌처럼, 움직임을 멈춘 서린이 의식적으로 불안정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하아. 후우."


5분.


10분.


20분.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의 정확한 경과는 확실하지 않지만, 규칙적으로 변한 호흡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노력이 통한건지 턱 밑까지 차올랐던 열기는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숨쉬기 편하진 않지만, 습기가 가득한 캡슐 사우나라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손가락 하나 꿈쩍하지 않고 한참 있어보니,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이렇게 냉정하게."


사방을 손으로 더듬어본다. 부드러움 너머에 딱딱함이 느껴지는 감촉.


균형 잡힌 호선을 그리는 벽면을 보면 이곳은 번데기 모양 캡슐의 내부 같다.


하지만 위, 아래를 빠짐없이 훑어보아도 탈출구나 손잡이는 없다.


놀라울 정도로 인위적이지 않다.


"매장당한 것과 다를 바 없지만 관 속은 아닐테고."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에 처할 거라는 생각은 해 본적 없다.


"몇 번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현실 같지가 않네."


무의미한 부정이라는 것은 이제 안다. 하지만 그만큼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이유도, 맥락도 없이 그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악몽처럼만 느껴진다.


"..."


뺨을 짝 하고 치며 정신을 차린다.


생생한 환경과 예민한 감각은 이게 꿈 속이라는 확신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현실만을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꿈 속이길 바라는 것은 그의 나약함.


가정을 해보자.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이 생생한 악몽일 뿐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취방에서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면.. 다행.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현실'이라면?


죽어가는 자신을 떠올리며 등골이 서늘해진 기분을 느낀 서린이 잠깐 꿈틀거리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며 축 늘어졌다.


침몰하는 배의 선실 속.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 에어 포켓에 갇힌듯한 공포감.


".....미치겠네."


정신 차리자. 적어도 포기만큼은 해선 안된다.


정신을 다잡은 서린이 냉정을 되새기며 주변의 정보를 닥치는대로 긁어모았다.


온 몸 곳곳에 털이 잔뜩 나 있는 낯선 신체는 그가 다루는 몸이 확실하다.


발가락 사이를 문질러본다. 간질거림과 시원함이 섞인 자극이 느껴지는 신체 말단.


그러니까, 발가락이 네 개.


"넷이라고?"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보던 서린은 이내 깨달았다.


위치가 조금 달랐을 뿐 그의 발가락은 평범하게 다섯 개가 맞았다.


"참.."


발목 옆에 돋아난 작은 다섯 번째 발가락.


"며느리 발톱."


다지증이나 합지증이 아니다. 태생부터 인간과는 다른 신체라는 증거다.


이 낯선 신체는 영장류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과는 달랐다.


인간은 털 달린 모피를 가졌다거나 며느리 발톱이 달리진 않았다.


머리카락을 쓰다듬어보던 서린이 귓구멍과 그 위를 덮은 말랑한 것을 만져본다.


"....하. 이씨."


당혹스러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그의 엉덩이 아래에 꿈틀거리는 길쭉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미지의 생물을 붙잡은 서린.


다행히도 치명적인 생물은 아니었다.


"나의.. 꼬리인가?"


서린은 꼬리뼈 밑으로 느껴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탄식했다.


그리고 깨닫게 된 사실. 그가 가졌던 인간성에 뭔가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이유, 원인, 결과 모두 납득이 안가지만 현실은 현실.


아마도 그는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무언가가 되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돌연변이 유인원일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만으로 따져보면 번개를 맞고 살아난 괴물일 수도 있다.


거기에서 상상력을 조금 보태면 외계생물일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을 인지한 서린이 탄식했다.


"어째서?"


자유와 정보가 넘치던 그의 자취방이 벌써부터 그립다.


빛은 없고 행동은 제약되었으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를 덮쳐오는 극심한 혼란. 밀려오는 짜증에 서린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푸슉!


"으갹? 으아악!?"


갑작스러운 격통.


작은 압정으로 손바닥을 찌른듯한 통증에 서린이 당황이 가득한 신음성을 질렀다.


"크으.."


조심스레 만져보며 통증의 원인을 파악해보자, 세게 쥔 주먹에서 돋아난 손톱이 그의 손바닥을 찌르고 들어갔다.


어찌 되어 먹은 손톱인지 낚시바늘처럼 손톱 끝에 작은 미늘 구조가 나있어 파묻힌 살 속에서 빼내기가 쉽지 않다.


어찌저찌 낑낑거리며 손톱을 빼낸 서린의 콧속에 약한 혈향이 느껴진다.


"으, 더럽게 아파.."


갑작스러운 고통에 솟구치던 짜증을 가라앉힌 서린이 이 사단을 낸 손톱을 조심스레 만지작거려본다.


살살 어루만지고 있지만 예리함이 느껴지는 발톱은 인간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처음에는 없었단 말이지."


이런 게 달려 있었다면 가장 먼저 눈치챘을거다.


의문이 풀리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에 힘을 줬다 뺏다를 반복하며, 손톱의 수납기능(?)을 경험해보던 서린.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손톱을 넣었다 빼는게 가능하다.


"이게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아니, 설마?"


이상한 표정을 짓던 서린이 눈을 부릅떳다.


아니나 다를까 손바닥에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도톰한 살덩어리가 있다.


육구.


식육목의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축복받은 신체부위.


자신도 모르게 발 볼록살을 코에 가져다대보던 서린.


엄청 향기롭고, 무진장 부드러웠다.


홀린듯이 향기롭고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다듬자 정신이 돌아온다.


어찌저찌 위기를 뚫고 냉정을 되찾자 상황이 명료해졌다.


뺨을 꼬집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손바닥에 압정 네 개를 일렬로 박아넣은 것처럼 구멍이 생겨났다.


잠에서 깨지 않는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통나무겠지.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길고 낯선 물건이 서린의 말에 긍정하듯 꿈틀거렸다.


"하."


전생(?)의 기억 속에선 가지고 있지 않았던 기관.


꼬리.


그의 일부가 확실한데, 독립된 자아라도 가진 것 처럼 제멋대로 움직이는 무언가다.


다리 사이로 꼿꼿이 세워져 제멋대로 움직이는 꼬리를 붙잡아 고정한다.


서린이 그의 양 손에 잡혀 장어처럼 꿈틀거리는 꼬리를 느끼며 허탈하게 웃었다.


"..허.. 허허. 미치겠네."


그가 가진 기억을 '전생' 이란 카테고리에 우겨넣고.


'어째서'와 '어떻게'를 포기하면 대충 가설을 제시하는 정도는 가능해진다.


홈이나 손잡이 하나 없는 매끄러운 원형의 구조물의 내부.


어둡고 축축하고 비좁은 장소. 웅크린 채 깨어나, 몸은 연약하기 짝이없다.


"알 속. 난생(卵生)의 인외종."


서린은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 앞에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추측하건데, 그는 어느 알 속에서 깨어났다.


인간으로 치면 아직 태아인 상태에서 자아를 갖추게 되어 버린 상황.


그는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 아니다.


조류도 파충류도 아닌, 수상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지만, 결국 완전히 다른 무언가.


하루 아침에 수상한 생물이 되어 버린 서린이 허탈하게 말한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절절한 억울함이 깃든 서린의 불만에 반응해주는 이는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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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마녀 23.06.20 14 1 13쪽
31 30.추락 23.06.17 21 1 15쪽
30 29.강화 23.06.17 15 1 13쪽
29 28.불씨 23.06.17 14 1 11쪽
28 27.대면 23.06.16 12 1 20쪽
27 26.제안 23.06.15 18 1 16쪽
26 25.몰라 23.06.15 1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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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단련 23.06.14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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