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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마솥 님의 서재입니다.

수상한 던전의 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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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6
최근연재일 :
2023.06.23 16:0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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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
추천수 :
38
글자수 :
249,566

작성
23.05.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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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5.떠돌이

DUMMY

***


5화


***



"...조금 심한데."


넝마가 된 모험가의 옷가지를 바라보던 서린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들추어본다.


질척거리는 무언가가 끈적하고 가느다란 실을 늘어트린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아도 몸에 걸친다는 용도보단 쥐덫에 가까워 보이는 옷.


슬라임 군집체들이 집주인의 허락(?)도 안 받고 들어와 살면서 난장판을 벌여둔 모양이다.


끈적한 옷을 벗겨내는 것을 포기한 서린이 그나마 멀쩡한 외장을 탈의시켜본다.


허리를 감싼 벨트는 세 개 쯤 되는 버클을 풀어내니 얌전히 떨어져 나온다.


조끼의 품속에선 작고 묵직한 주머니가 발견되었다.


주머니 안에는 쌀알 같이 굵은 한 줌의 사금과 찌그러진 금화 몇 장을 포함한 다양한 크기의 금붙이들. 대부분은 금으로 만들어진 이빨이다.


"대체 왜 금 이빨이 들어 있는 거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에 고민한 서린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 모험가가 수해의 가운데 지어진 탑의 최상층인 이곳까지 올라왔다면.


"혼자 오진 않았겠구나. 다른 사람들이 있었을 거고.."


수십 개는 되는 이빨이 전부 한 사람의 것일리는 없으니 그들의 최후는 짐작해볼 만 했다.


동료들이 죽어 가는 와중에도 금이라는 금은 전부 챙겨둔 모험가.


얼마나 억척스러운 건지, 얼마나 탐욕스러운 건지 상상해 보던 서린이 쓰게 웃었다.


금붙이들을 귀중하게 챙겨둔 것을 보면 적지 않은 가치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이것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겠지.


"감사히 쓰겠습니다."


...


와르르륵


모험가의 배낭은 아무래도 세월의 흐름과 방금의 격렬한 전투로 내구도가 바닥났는지 아랫바닥이 터져 내부의 물건을 쏟아내고 말았다.


쓸 만한 물건과 두고갈 물건들을 분류하던 서린은 탐내던 배낭이 완전히 폐기되는 광경에 아쉬운 얼굴을 한다.


"덧댈만한 천이나 바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칠 방법이 없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쏟아진 잡동사니 중 어쩐지 눈에 띄는 천 조각을 확인한 서린의 얼굴이 굳었다.


이름 모를 모험가의 속옷을 들어 올리던 서린이 멀리에서 그를 쳐다보는 두개골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여성분이셨군."


사소한 해프닝 끝에 대강의 분류를 마친 서린이 마지막으로 발견한 물건을 꺼내어본다.


아마도 모험가 누님의 일기장이나 모험일지로 보이는 물건.


종이라기보단 직물에 가까운 거친 재질. 감촉은 거칠기 짝이 없지만 내구성 하나는 튼튼해 보인다.


수첩을 주워든 서린이 바스라지지 않게 조심하며 책장을 넘겨본다.


".. 흐으으음..?"


한참 동안 인상을 쓰며 내용을 훑어본 서린이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벌러덩 누웠다.


"무슨 문자라기보단 별자리를 보는 기분이네. 이건 못 읽겠다."


각종 동영상을 섭렵한 그조차도 완전히 처음 보는 형태를 가진 언어.


그림들 같은 경우에는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기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상한 구덩이 같은 지형들과 자세한 특징들을 그려 둔 기이한 동식물들.


서린이 있는 탑. 무슨 랜드마크 같은 이 망할 탑도 그려져 있었는데 정작 주석을 읽지 못하니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귀중한 정보가 적혀 있는 일지라도 당장은 휴지와 다를 바 없다.


"..나중일은 모르는 법이지."


한숨을 쉬며 모험가의 사체를 쳐다보던 서린은 얌전히 수첩을 챙겨 넣었다.


"유품이라고 생각하고 챙겨두면 언젠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려나"


어떻게 쓸 만한 물건을 전부 분류한 서린이 끙차! 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디.. 이것으로 끝인가..?"


그런 서린의 눈에 가방 속에서 발견한 여벌의 모자가 보인다.


주름이 잡히긴 했지만 나름대로 상태가 괜찮은 모자를 착용해 보지만.


"엄청 거슬리네."


아무래도 툭 튀어나온 귓가가 눌리니 평범한 모자는 평범하게 착용 할 수가 없다.


잠깐 고민하던 서린이 멀쩡한 모자에 칼을 들이대며 멈칫거리다 좌,우에 구멍을 두 개 뚫어 즉석에서 개조를 마쳤다.




개조한 돔햇을 머리에 덮자 그의 작은 머리가 쑥 들어간다.


튀어나온 귀를 용케 움직여 모자를 툭툭 건드려보던 서린이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크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비슷한 이유로 한참이나 고민하던 끝에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채비를 마친 서린이 옷매무새를 마지막으로 점검해 본다.


배낭 속에 들어 있던 캔버스 천을 몸에 두르고 파우치에 들어 있던 등반용 대못을 핀으로 삼아 고정한다.


마무리로 버클을 잠가 벨트를 착용하니 그럭저럭 옷과 비슷한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서린이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차림새를 살펴본다.


"엉덩이가 허전해... 그렇다고 감싸자니 불편하기 그지없고."


뒤를 완전히 노출한 모양새가 상당히 신경 쓰인다.


꼬리뼈. T존의 근처를 바지처럼 묶으려니 표현하기 어려운 낯선 자극이 느껴진다.


결국 활동성과 편안함.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사이에서 최대한 타협한 모양새가 이 모양.


말은 그럴싸하지만 대놓고 말해서 어설프게 앞치마를 두른 듯한 모양새다.


"..그냥 완전히 벌거벗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어중간하게 걸친게 완전히 벗은 것보다 부끄럽다는 미묘함.


생각지도 못한 털복숭이 수인의 딜레마에 현기증을 느낀 서린이 쓰게 웃었다.


"알몸이 아닌 것으로 만족해야지.."


서린이 마지막으로 장비들을 벨트 이곳저곳에 고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등에 고정한 암벽 등반용 소형 곡괭이.


허리춤의 칼집에 수납된 벌목도.


아래에는 나침판, 위에는 작은 손거울이 달린 상자.


딱딱한 보존빵이 소분되어 들어 있는 주머니.


금붙이가 들어 있는 주머니.


그리고 모험가의 일지.


얼룩이 진 손거울을 털로 문질러 광을 낸 서린. 그가 자신의 얼굴 이곳저곳에 손거울을 대며 자세히 살펴본다.


"완벽하게.."


말을 잇지 못하던 서린이 결국 인정했다.


"수상해 보여.."


어떻게 보아도 인간을 어설프게 흉내낸 작은 반인반수.


그나마 만지면 보드라워 보이는 게 다행일까.


솔직히 말하면 그의 눈에도 조금.. 아니 상당히 귀여워 보이긴 했다.


굳이 따지면 고양이 나라의 왕자님, 공주님을 보는 듯한.


그러니까 애완동물과 비교했을때의 이야기.


"비교 대상이 고양이라는 점부터 방향성이 이상하다고..."


땅에 양손을 짚고 좌절하던 서린이 결국 배덕감의 정체를 알아냈다.


"젠장. '나는 귀여워'라고 생각하게 될 날이 오다니. 우욱.."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흡혈귀처럼 심리적인 타격에 비틀거리던 서린.


"...."


어찌저찌 마음을 추스르고 완전히 층계하강 준비를 마친 서린이 퀭한 눈으로 발치의 수통을 쥐어들었다.


수통의 유용함은 설명이 필요 없다. 지금의 서린이라면 플라스틱 쓰레기만 주워도 감사하며 써야 할 법한 상황.


하지만 그게 저 이름 모를 모험가 누님의 사인(死因)으로 추정되는 흉물이라면 손대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얼굴을 찡그리며 고민하던 서린이 수통을 들어 흔들어 본다.


뭔가 들어 있다.


촤악.


수통을 바닥을 향해 휘두르자 바닥에 뿌려지는 투명한 액체.


오랜 시간 증발하지도, 썩지도 않은 물.


액체는 물처럼 투명했지만 코를 킁킁거리던 서린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 미약하지만 익숙하고 기분 나쁜 단내.


서린이 눈을 찌푸리며 공동에 널브러진 괴물의 잔재들을 살펴본다.


가설에 불과하지만 어쩐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분 나쁜 상상엔 어느 정도의 설득력이 있었다.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뇌를 파먹는 아메바라던가 동충하초 등의 숙주의 몸을 파먹고 기생하는 생물들이 떠오른다.


"어디에서 채취한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염된 물을 마시면 몸에 불법 세입자가 생기는 건가?"


모험가의 소지품 속에는 그 양이 많진 않았다고 해도 보존 처리된 빵이 남아 있었다.


대체 어떤 상황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아사도 탈수도 아니라면, 이 슬라임으로 오염된 물이 모험가의 사인(死因)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


"문제는 알았냐, 몰랐냐인데.. 왜인지 모르고 먹은 게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정글의 한복판, 낭떠러지 같은 구릉지를 타고 올라와 이 빌어먹을 탑의 최상층까지 올라올 때까지 그걸 몰랐을까?


찝찝한 정황에 혀를 찬 서린.


이 수통은 저주 아이템이 확실하다. 하지만 당장 쓰지 못할 수상한 수통이라고는 해도 버리기엔 아깝다.


버리기엔 아깝고 가져가자니 꺼림칙한 계륵.


"불로 소독하거나 정화한다면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결국 고민 끝에 오염된 수통을 챙긴 서린이 한숨을 쉬며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우뚝 멈췄다.


뒤를 돌아보자 사방에 널린 괴생물의 잔해와 버려진 모험가의 잔해.


"..."


스윽, 파악.


"후."


자루가 썩어버린 삽을 들어 모험가의 잔해를 모은 서린이 배낭을 해체해 만든 삭은 천을 사체 위에 덮었다.


이름 모를 모험가의 사체 앞에 마지막으로 두고 갈 잡동사니들을 놓은 서린이 마지막으로 꾸벅 인사하고 아래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



딱, 딱.


천천히, 부지깽이로 돌계단을 두드려가며 아래를 향해 내려가는 서린.


"..바닥이 두꺼운 건지, 복층으로 설계된 건지.."


체감상 수십미터는 내려간 것 같다고 느낄즈음 바닥이 보인다.


아래층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소리라던가, 기척을 느껴보기 위해 모자위에 뚫린 구멍 위로 귀가 쫑긋 선다.


아래층은 위층과 똑같이 생긴 원형의 대형 공동.


하지만 유일한 차이점은 다음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없다는 것.


아무래도 무슨 백화점도 아니고, 내려가기 위해선 반대편 혹은 이곳의 어딘가에 있을 출구를 찾아야 하나보다.


"....나 참."


한숨을 푹 내쉰 서린.


비상구라고 만들어 놓은 듯한 계단은 사람 잡을 것 같이 생겼고. 내려가는 길인 출구는 굳이 어렵게 분산시켜두었다.


어쩐지 방문자들을 헤매게 만들려는 듯한 악의가 느껴진다.


이해할 수 없는 모양도 그렇고 이 탑의 주인이 사이코패스. 혹은 이 시설이 그가 모르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지어졌을 확률이 높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요새 혹은 감옥."


이곳이 구릉지의 위에 지어져 있다는 것을 보아 감옥일 확률보다는 일종의 요새. 혹은 성채일 확률이 높다. 어째서 정글 한복판. 거대한 바위 구릉지 위에 지어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층계하강을 하기 위해선 내려가는 출구를 다시 찾아야 한다.


서린이 여러 갈래로 나 있는 길을 보며 고민하다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무조건 왼쪽부터 간다."


부지깽이로 벽을 긁어 흠집을 낸 서린이 첫 번째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불안한 징조를 맞이했다.


"이건, 생각 못했네."


윗층을 향해 뻗어나간 계단.


아무래도 이 탑의 내부는 여러 개의 층을 통째로 이용해 만들어낸 3차원적인 미궁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이대로 강행하자니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마땅찮은 대안이 없다.


잠깐 멈춰 서긴 했지만 길이 일자로 이어진 것은 사실. 한쪽 벽만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간 출구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윗층의 모험가 누님이 통과했다는 것은 그 역시 통과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믿고 나아가야 했다.


"...아무래도 탐색 시간이 조금 길어질 것 같네."


그나마 함정이 없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갈림길을 나아가던 중 익숙한 환경변화를 맞이한 서린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안개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움직임.


점차 어두워지는 주변환경.


그극, 그그극.


전방,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바닥에 질질 끌고 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역시 한 마리로 끝나지 않는 건가?"


얄팍한 감지장과 함께 일자로 된 복도 너머에서 상체를 질질 끌며 나타난 녀석을 본 서린이 혀를 찼다.


"끔찍한 몰골..."


이번 녀석은 어쩐지 '전투의 흔적'이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두개골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하반신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옷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넝마와 같다.


그래도 인간처럼 보였던 위층의 모험가와는 다르게 아예 크리쳐처럼 생긴 무언가.


모험가의 사체에 있던 군집체들이 감지장을 펼쳐 놓은 채 '배치'된 형태였다면 저 앞에 있는 녀석은 '배회'하는 형태로 보인다.


한 팔로만 기다시피 하며 이동하는 녀석의 감지장에 서린이 다가서자 움찔거리던 녀석이 서린을 향해 이동 방향을 바꾼다.


이번 녀석은 윗층의 군집체와는 다르게 머리뼈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듯 턱뼈를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서린에게 다가온다.


따닥- 따다닥!


"흥!"


서린이 코웃음 쳤다.


괴물과 살인마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희생자들이 해치울 수 없는 무적의 존재이기 때문.


추적해 오는 괴물을 생존자들이 해치울 수 있다면 장르가 조금씩 바뀐다.


서린에겐 지금이 딱 그런 상황으로 보였다.


상태창의 권능을 확인하고 용사로서의 사명을 각성(?)한 서린.


괴물을 해치우면 레벨업을 하고 강해질 수 있다?


이미 그에게 있어 이 탑은 서바이벌 공포물에서 로그라이크 액션으로 바뀐지 오래.


괴물들의 외모가 조금 흉측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좋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고 해야하나."


지나치게 끔찍하니, 오히려 게임속으로 들어온 듯한 감각이 든다.


멀쩡한 사람의 얼굴을 향해 칼을 들이밀어야 했다면..


솔직히, 무리였겠지.


퍼어억!!


서린이 그의 눈앞까지 접근해 물어뜯으려는 슬라임 군집체를 양손으로 잡은 부지깽이를 골프채처럼 휘둘러 쳐 냈다.


힘이 확실히 증가했는지 부지깽이가 약간 뒤틀리며 출렁이는 느낌과 함께 묵직한 손맛이 느껴진다.


확실한 치명타.


피부 대신 뭉글거리는 겉가죽 속에 여러 갈래로 깨어진 턱뼈가 보인다.


먼 곳에 나뒹구는 슬라임 군집체에게 접근해 가슴을 발로 밟아 단단히 고정한 서린이 양손으로 부지깽이를 잡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푸욱!


그 상태에서 전신의 힘을 실어 세차게 머리를 향해 내려찍는 서린.


강화된 힘의 영향인지 부지깽이가 찍힌 머리가 우드득 함몰되며 변형된다.


겉가죽이 관통되진 않았어도, 내부에 있는 장기들이 으스러진 건 확실하다.


으깨진 두개골 사이에서 슬라임의 검보랏빛 체액이 반투명한 겉가죽 내부를 피멍처럼 물들인다.


검보랏빛에서 조금씩 백색으로 물들어가는 머리를 본 서린이 다음으로 양팔을 살핀다.


"이 군집체 같은 족속들은 팔 한짝까지 확실하게 죽여놔야한단 말이지."


쿵!


쿵!


그렇게 군집체의 사지 이곳저곳을 잘근잘근 다진 서린이 사라지는 감지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확실히 힘이 올라간 건 바로 체감이 되네."


공격력이 약할 땐 칼날을 가져다 대고 톱질을 해야 겨우 뚫렸던 가죽이 힘이 세지니 둔기로 내부를 으깨버리는 선택지가 생겼다.


경험이 쌓인 그가 침착하고 무자비하게 마무리 일격을 가한 이유도 있겠지만.


[레벨 업!]


====


LV 3 (exp : 23%)


이름 : 용사1

종족 : 플레이어


***


힘 3

기력 2

내구 1

기교 1

신비 1

마력 1

-

가변 1

-


***


특성

- 보유 특성 없음.


마법

- 보유 마법 없음.


====


군집체가 세 마리밖에 안 되는지 처음의 그 경험치와는 다르다.


"어디.. 다섯 마리에 레벨업을 하고도 74퍼센트였고, 거기에 세 마리를 추가했으니.."


따져 보니 한 마리당 16퍼센트 내외의 경험치가 올라간다.


한 마리당 35퍼센트에 가까웠던 기대값이 절반 이하로 폭삭 줄어 있는 모습.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레벨업의 횟수에 비례해서 요구 경험치가 높아진다던가 그런 개념처럼 보인다.


"..역시 슬라임만 사냥해서 세계 최강.. 같은 편리한 느낌은 아닌가."


날로 먹었다면 좋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 '레벨업'에 상승한 수치는 기력이었다.


다만 즉각적인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


"차라리 힘이 올랐다면 좋았을 텐데.. 숨이 헐떡거릴 때까지 달릴수도 없고 말이야."


귀중한 에너지를 아끼기로 한 서린이 툴툴거렸다.


기력이라는 수치가 어떤 형태로 적용되는지는 모르겠다.


'배고픔이나 갈증을 달래주는 능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마지막으로 그에게 주어진 가변 스테이터스를 바라보다 당장 부여하는 것을 보류한 서린.


아래층에는 '배회'하는 형태의 괴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안전한 장소를 구한 다음에 찬찬히 뜯어봐도 늦지 않다.


그렇게


서린은 얼마가 흘렀는지 모를 시간 동안 탑을 헤매며 각종 기괴한 모양의 슬라임 군집체와 조우했다.


한쪽 발만이 남아 움직이는 개체.


정통계 슬라임처럼 천장에 붙어 있다 감지장에 걸쳐진 이의 머리를 향해 기습하는 개체.


그래도 사람의 형상을 취했던 '에크조디아'를 넘어서 삼면 육비의 '아수라' 같이 생긴 빌어먹을 녀석까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외관은 끔찍하기 짝이없지만, 결국 본질은 뭉클거리는 슬라임이라는 것이 다행이다.


어찌저찌 칼침을 먹여주며 계속해서 성장하던 서린이 이동하는 것을 멈추었다.


서린은 괴물과의 싸움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지만, 그도 어찌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무엇을 기대하든 상상 이상이로구만."


서서히 어두워지는 탑 안.


처음에는 슬라임 군집체의 주변에 나타나는 현상인 '안개 흡수'인가 했지만, 그렇다기엔 규모가 지나치게 거대했다.


코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워진 탑의 내부.


주변에서 등을 맞댈 수 있고, 사방이 보이는 넓은 곳을 찾아낸 서린이 주저앉았다.


서린이 난감한 표정으로 얼굴을 긁적이다 장구류들을 풀었다.


캔버스 천을 몸에 둘러 보온력을 높인 서린이 손이 닿는 곳에 마테체와 화장을 올려 둔다.


서린의 행보를 멈추게 한 것은 '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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