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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젠 님의 서재입니다.

에몰리오르 레데오-emolior re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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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헤이젠
작품등록일 :
2018.09.12 16:22
최근연재일 :
2020.06.28 22:37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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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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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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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하이델베르크의 성 내부[3]

그들이 사는 세계의 네번째 시간




DUMMY

“성가시게 됐네. 14위가 헬기에서 말한 인물이 당신인가본데, 성전기사인 저는 천설란데를 용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역사는 그랬지요. 성전기사단의 뿌리가 되는 기사단은 비록 해체되었지만 신념만은 유지해 명맥을 이어나갔다······. ‘건국의 시대’ 라 불리는 998년 이외에 당신과 우리는 계속 적이었습니다. 우리의 사상과 당신들의 신념은 맞물리지 못했습니다. 싸우긴 싫은데 장서만 가져가시죠. 의도는 몰라도, 샤를로시아 아가씨를 봐서 넘겨드리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프라는 오히려 불편하다고 생각하여 좀 더 도발을 해볼까 생각했다. 상대는 짤막하게 이야기로만 들은 1대1 근접 전투에서 역량은 성전기사에 비하여 극도로 낮지만, 주위 환경을 이용해 도구와 조잡한 마술로 자신에게 유리한 전투 공간을 조성하는 능력. 기술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나, 마술이란 개념 자체로 능력에 가까운 초자연현상이다.


따라서.


“싸울 생각은 이쪽도 없어요. 마술은 조금 곤란하니까 협상합시다. 협상!”


프라는 손가락질로 셰어를 가리키면서 일말의 사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넓은 방, 하지만 전투에는 부적합한 폐쇄적인 장소에서 상대는 정말 까다로운 다인전술계. 프라는 우선 장서를 번쩍 들어 올려 보이며 차근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현재 감옥에 갇혀있는 하이델베르크의 차기 당주를 구하는데 사용할거예요.”


솔직히 말해야 한다. 장서를 주는 명분이 셰어가 간직한다는 걸 로 알아서 결정해버렸다. 그렇다면 검 역시, 제대로된 명분이라면 평화롭게 주지 않을까 하는 미천한 생각을 해야했다. 전투는 피하자.


성력사용의 경지를 우수히 응용하는 천설란데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으려고 경계심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프라의 실력은 이들 전원을 처리할 수 있는 강함이 있어도 되도록 셰어를 위해, 그리고 이곳이 상대의 주 거점임을 감안해 감정에 이끌리는 전투는 지향하고 싶었다.


“그래. 내 말이 맞아. 위선에 찌들려 이기적인 성전기사씨. 성슈엘이 위험에 처한 판국에 아군과 싸우려 하다니. 한심하다 페이커야.”


살기 가득 두 진영은 프라의 외침에도 가만히 있었다. 그저 간단한 문장만 나누고 서로를 겨누는 눈동자.


때마침 문 너머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이곳으로 향하였다. 적의 지휘관을 나무라는 말투는 친함을 넘어 예의를 벗어났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함께 였다. 격화된 공기를 순환시킨 그녀는 셰어와 비슷한 얼굴이나 몸매는 더욱 셰련된 여성이 나타났다. 무장은 갑주와 검. 투구를 쓰지 않은 전투 준비의 자세는 전혀 아니었다.


“언니······. 꼭 가져가야해.”


“언니······? 샤를로시아의 원래 성전기사로 발탁될 후보······.”


셰어가 다친 그날, 기사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성전기사가 되었을 그녀를 프라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이름만 거론되었지 얼굴은 본 적이 없었기에. 셰어는 애절한 목소리까지 내가며언니를 설득하고자 열변을 시도했다.


“언니. 성슈엘이 부탁한 거란 말야. 그러니까 보내주면 안 돼?”


“어린애도 아니고 때를 쓰니? 성전기사가 되고 집을 떠나 혼자 살면 철은 들거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그럴거면 아픈 너를 놔두고 내가 했을 텐데.”


두 자매는 2살 차이. 2살 밖에 차이가 안나지만 2년 먼저 나온 그녀는 타고난 인간으로 운명을 선택 받아 어릴 적부터 강인한 면모를 보여왔다. 그에 비해 한 없이 여리고 어린 동생 셰어는 그런 언니를 우상으로 여기며 가문의 사정에 의해서 펼쳐진 선택을 스스로 집어내었다. 언니는 가문을 위해, 동생은 가문과 국가, 수많은 것들을 위해 세상에 발을 뻗는다.


그런 행복한 이야기만 된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녀는 친동생을 두고도 험악한 표정을 절대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랄하게, 몰아붙였다.


“성검은 내가 쓴다. 성슈엘이 잡혔단 얘기는 정보원에게 들었어. 그동안 전투 준비를 하는 통에 신경을 못 써서 그렇지, 관심이 없는 건 아니야. 우리는······.”


성전기사 프라의 입장에선 그리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절대!” 이번엔 프라가 그녀의 말을 끊고 이어서 공격했다.


“이탈리아 산타 가문이 전쟁을 막을 겁니다. 불필요한 희생을 낳을 순 없죠. 당신이, 성전기사단을 적으로 두고 행동을 하겠다면. 이런 전개를 바란 거도 아니고 말이죠. 주기 싫으면 빼앗겠습니다.”


성전기사 제 3위의 저력을······! 이젠 억누르며 대화를 통한 상황 타파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셰어 덕이라 할지언정 그녀 역시 성전기사라서 프라가 전신에 성력을 활성화하자 따라서 검을 뽑아 겨누었다.


특히나 프라는, 전신에 일으킨 살기 어린 성력을 감히 대적할 이가 없다고 여겨도 무방할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위 공기를 압축시키고 오래된 고성은 지반이 흔들려 진동을 내뿜었다. 단지 외부로 방출하며 활성화하는데 먼지가 도망가고 잔돌들이 요동친다.

“독일의 유대는 혈족이 지킨다! 가리발디가 반납한 영지로 통일된 그 땅에, 위대한 자손이 갇혀 있다고? 사랑과 자유가 죽은 지 오래구나.”


셰어의 언니를 포함해 페이커도 간단히 용납해주지는 않을 각오였는지, 프라와 똑같이 대응하고자 힘을 개방하였다. 싸워도 안 질 거 같은 기세등등함까지 엿보일 정도로 말이다. 자신감이라든지 일시적인 마음은 아니다. 처음부터 정한 각오를 실행하는 결단력 이였다.


반대로 프라는 거래를 성사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였고 도중 모호한 마음을 다잡아 열심히 임무를 완수하고자 다짐을 했었다. 만, 설마 이 지경까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힘으로 행동하는 게 이성적인 판단보다 앞섰다.


“성슈엘이 붙잡힌 건 유감이야. 뭐 어쩌겠어? 힘없는 사람이 희생될 뿐인 거지. 성전에 저항한 인간은 무게에 맞는 죗값을 치러야 돼. 성전기사의 존재를······.”


“입만 아프네. 예쁘게 생긴 아가씨는 셰어랑 파트너 기사인가 봐. ‘적절한 교정’을 해줄 겸, 아가씨도 같이 해줄게~.”


선전포고.


그녀가 먼저 두 발자국을 앞으로 움직였다. 페이커가 여태껏 지켜왔던 최후의 선을 그녀는 먼저 넘어버렸다. 지근거리에 도달했다. 이는 검기로 한방에 죽일 수 있을 거리를 프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다가왔다.


그리곤 허리에 찬 검을 뽑을 줄 알았다. 양 팔을 벌리는 것으로 모션의 착각을 인지했지만.


“검을.”


그녀의 한 마디에 순간 소름이 돋는 프라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둔 기회를 그녀는 발로 차버리고, 천설란데가 바로 벽을 돌려 원위치 시킨 비오토르 유란둠을 붙잡아 떼어내고 곧장 그녀의 양 손아귀에 쥐어졌다. 공격자세, 거만하게 왼손을 올려 검촉을 프라의 미간을 향해 노렸다.


“셰어. 너는 두려움에 실패했지만 나만은 샤를로시아 중에서 유일하게 깨우쳤어. 확실히 그 장서는 제루엘의 저주를 잘 다루고 있거든.”


프라는 그러거나 말거나 선제공격의 타이밍을 노리고자 잡음을 지우고 세포의 감각에만 집중하였다.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게, 어차피 상대도 마찬가지로 훤히 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기사다. 그렇다면 카운터 혹은 기습공격 말고는 헛수고라고 생각해서 전신에 뻗은 성력의 출력을 낮추고 내부 근육을 증강시켰다.


“언니. 설마 읽었어?”


“어. 어차피 노력의 차이이긴 한데, 난 성전기사가 아니니까. 가문의 역사를 품을 자격은 있지.”


말을 끝으로, 그녀는 우검을 횡으로 그으며 뛰어들었다.


‘카운터를 하기엔 낮아, 역습을 하기엔 다른 검이 빈틈을 노린다······.’


허리보다도 낮게 궤적을 그리는 검을 흘려 베기로 충격을 날린 뒤 프라는 바로 반회전을 하며 거리를 물렸다. 역시나 찔러 들어오는 좌검의 촉을 자신의 검촉과 맞부딪쳐 그녀와 프라는 공간이 순간 압축되었다가 터지면서 뒤로 물러났다.


“시시한 검격이나 나누자고 하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그녀는 일격에 관두지 않았다. 다시 돌격, 이번엔 아예 두 다리로 달리다가 속도를 추가하여 돌격 찌르기를 시전. 방금 전 충돌로 충격을 받았음에도 개의치 않고 좌측검으로 찔러온다.


‘빠르다.’


프라는 상대의 공격속도에 경의를 담아 칭찬해본다.


‘살생은 금물이니까 목표는 좌측 허벅지.’


그녀는 그래도 살인만큼은 참자고 마음을 다스렸다.


프라는 그녀의 검이 살짝 궤도를 낮춘 걸 동체시력으로 파악했다. 그렇기에 사용한다. 생김새는 직선도의 장도이면서 그 끝은 살짝 휘어져 베기와 융통성의 방어, 손잡이는 한 손으론 남고 두 손으로 잡기엔 짧은 길이. 검날의 두께는 일반 서양기사용 검보다도 길다. 빛과 같은 새하얀색에 휩싸인 검신은 성력을 담으면 빛을 발한다.


신의 검,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우는 신성의 역사가 담겨있는 ‘대응하는 자의 검’.


성전기사 제 3위 산타 프라 오블리에리의 성검: 프라가라흐의 초격 한정 카운터 급소베기.


자신이 무얼 할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한 발자국 앞으로 가는 모션에 섞어서, 그녀의 좌검이 닿기 직전 ‘일부로’ 검날을 서로 맞대어 비아토르 유란둠은 직선을 향하게 하고 프라가라흐는 18도 상단을 향하여 두고··· 격한 마찰에 의해 반발력이 한 차례 갑자기 멈출 때, 억지로 두 손으로 휘어잡아.


“앤서러answerer.”

결과를 창조한다.


그녀의 좌검은 프라가라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가고 프라가라흐는 반발력이 살아나기 전에 이미 해당 장소를 떠났다. 두손으로 탑을 쌓듯 붙잡은 검은 역방향으로 내지르는 물리력을 조종하기엔 수월하다.


따라서, 카운터. 승기를 잡는다.


검신이 두꺼운 이유는 강도의 강화를 위한 계기, 손잡이의 길이가 애매한 이유는 초격 한정 카운터이기 때문. 프라는 그녀의 좌측 어깨를 깊게만 베어 상처를 내려고 했다.


“··· 그냥 찌르는 게 아니지.”


속삭이듯 귀에 닿은 그녀의 목소리에 흠칫 반응하고 말았다. 이미 눈앞에는 그녀의 갑주와 프라가라흐 사이에 분홍색 검 한 자루가······ 프라의 검과 부딪쳤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프라는 다음 행동을 잃어버리고 그녀는 좌검의 일방통행의 힘을 이용해 살짝 손목을 돌려 검촉의 방향이 재빠르게 돌아오는 걸로 검을 거꾸러 쥐었다.


“성전기사를 하나 다치게 하는데 내 목숨 하나 안 아까워.”


그것은 경의다.


그래도 가문을 대표하는 기사일 텐데도 성전기사라는 압도적인 적을 향해 한껏 예의를 갖추고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살인이 아니야. 우연히 겹친 불행한 일일 뿐이야.’


그녀는 자신과 함께 꼬챙이로 만들 생각으로 고민하지 않고 왼손을 당겼다.


작가의말

다음주 월요일 개강, 졸업 때문에 시간표가 양심이 없네요.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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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당신의 정의는 누굴 위한 겁니까[4] 19.09.19 19 0 14쪽
101 당신의 정의는 누굴 위한 겁니까[3] - 용기사 레이너의 포효. 19.09.13 19 0 13쪽
100 당신의 정의는 누굴 위한 겁니까[2] - 친퀘테레 대전[1] 19.09.08 28 0 10쪽
99 당신의 정의는 누굴 위한 겁니까[1] 19.09.04 64 0 9쪽
98 하이델베르크의 성 내부[5] - 무너져내린 유산. 19.08.30 123 0 11쪽
97 하이델베르크의 성 내부[4] - 그녀, 레비와 그녀, 프라. 19.08.26 33 0 10쪽
» 하이델베르크의 성 내부[3] 19.08.22 25 0 11쪽
95 하이델베르크의 성 내부[2] - 소란의 전조[2] 19.08.18 32 0 13쪽
94 하이델베르크의 성 내부[1] - 페이커를 찾아라. 19.08.14 23 0 9쪽
93 하이델베르크의 성[5] - 천년의 파수꾼, 성으로 안내하다. 19.08.09 32 0 9쪽
92 하이델베르크의 성[4] 19.08.06 3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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