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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389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6.14 12:55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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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4화 (대악마 소환 의식 10)

DUMMY

민재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저, 저 모습은 ···.”


검은 무언가에 덮인 세 명의 남자들.


싸움 도중 이마에 있는 문신에서부터 검은 물체가 뻗어져 나왔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악마···.”


그들이 악마의 형태로 변했다는 것이다.


검게 물든 남자들의 피부 위로 붉은 눈알이 그윽한 살기를 품고 있었다.


“죽어 ···.”


세 명의 악마 중 가운데 서있던 악마가 꺼림칙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흉터에 가득했던 남자의 피부는 이미 검은 물체에 덮여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몸이 10미터는 족히 넘길만큼 커졌다.


“크어 ···. 어어 ···.”


나머지 두 악마가 언어 기능을 상실한 듯 입을 어버버 거린다.


“악마교!!!”


인간의 모습과는 이미 거리가 멀어진 남자들을 향해 민재가 거샌 마력을 뿜어낸다.


20년 전 자신의 스승을 살인한 존재.


그건 다름 아닌 악마였다.


소환 의식에서 소환된 대악마이자 악마교에게 피의 군주라는 존재를 알린 주범.


민재의 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마 위로 힘줄이 거세게 돋아났다.


“흐아아아!!”


민재가 엄청난 량의 마력을 검 검심 끝으로 모은다.


마력을 칼날의 형태로 응축시킨다.


“으어어 ···”


죄악과 결합된 남자가 자신이 사용하던 거대한 낫을 집어 든다.


작았던 낫이 팔에서부터 뻗어 나온 검은 줄기에 덥혀 커진다.


그를 따라 뒤에 있던 악마 둘도 각자 자신의 쌍칼과 망치를 집어 들었다.


“백청검식 ··· 제4의 형 ···. 참격(慘擊) 3연(連).”


민재가 마력이 응축된 칼날을 허리춤에서부터 쓸어 올리듯 휘두른다.


식에 맞춰 부드럽게 이어진 칼날이 순식간에 세 번 허공을 그었다.


세 갈레의 검격이 악마들을 향해 곧게 뻗어나갔다.


백청의 검기를 보며 악마들이 무기를 들어 올려 공격을 막는다.


-콰지지직!!!


-푸욱!!


-카가가각!!!


민재의 공격이 무색하게, 이미 죄악에 몸을 넘긴 그들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애초에 먹히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악마의 힘은 죄악이 가지고 있던 힘에서부터 발연된다.


그리고 그들이 지은 죄악은 당연히 살인(殺人).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 중 가장 크다고 알려진 죄악이다.


그렇기에 완전한 백청검식을 배우지 못한 민재의 공격은 그들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없었다.


전투와 살인에 이미 뇌와 신체를 먹힌 그들은, 비록 지성이 없지만 이미 A급 플레이어의 경지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엄청난 힘이 그들 안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세 명의 악마들이 동시에 괴성을 질렀다.


죄악에 먹힌 신체에 부담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습을 포기하면서까지 악마가 된다니 ···”


분노에 가득 찼던 민재의 목소리가 천천히 낮아진다.


분노에 평정심을 잃어선 안된다.


스승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분노는 사람을 망친다.”


민재가 덤덤히 중얼거리며 몸의 떨림을 멈췄다.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은 건, 당연하지만 근력이나 마력 스텟의 부재가 아니었다.


백청검식을 온전히 전수받기 전, 스승님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모든 검식의 형태는 몸에 익히고 있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십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최종 단계인 백청검식의 금빛 오로라를 낼 수 없었다.


이는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재능의 경지라고 하셨다.


민재가 지성을 잃어버린 세 악마를 보며 검이 쥐어진 손에 힘을 준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탓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남들보다 못하는 건 하나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악마교 ···. 너희들은 내가 기필코 부숴버리겠어.”


민재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스승의 존재는 재능 없는 사람을 한계치로 끌어올리기 위함이고, 악마교는 그의 스승을 뺏았아간 주범이었다.


민재가 가진 가장 높은 등급의 특성은, A급 ‘부러진 날개’ 뿐이었다.


당연하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월드 랭커 대부분 S등급 특성은 1개에서 최대 2개를 보유하고 있으니, A급 특성 또한 대부분의 사람이 많이 가지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그 한 가지를 극한으로 갈고닦을 수 있다면, 재능의 벽을 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다.


민재가 하늘 위로 뛰어오른다.


특성을 이용한 자신만의 방식.


그것이 민재가 재능의 벽을 넘어서지 않고 돌아간 방법이었다.


백청검식의 ‘승천’을 응용해 점프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2의 형태인 '천벌'을 응용한다.


검의 축을 꺾어 악마들이 서있는 바닥을 향해 내려찍는다.


그의 마력이 담긴 공격을 악마가 낫으로 막아선다.


-콰지지직!!!


두 무기가 허공에서 격렬하게 부딪친다.


그때 옆에 있던 두 악마들이 옆에서 각자의 무기를 휘두른다.


민재가 재빠르게 3의 형대인 ‘발도’를 응용해 허공에서 몸을 비튼다.


유연하게 움직인 그의 몸이 두 공격을 자연스레 피해 간다.


지성을 잃어버린 악마들의 공격은 단순하게 짝이 없었다 ···.


“쯧 ···”


땅으로 착지한 민재가 왼팔 어깨 위로 생긴 작은 상처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찬다.


단지 실수 한 번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걸림돌 이었다.


악마화를 통해 초월적인 근력을 얻은 악마는, S급 플레이어인 민재와 거의 동등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먹으면 오히려 움직임이 경직되어 전투에 방해될 것이다.


민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악마들을 향해 검을 들어 올린다.


*


“크흑 ···.”


진우의 칼날에 뚱뚱한 남자가 신음을 흘린다.


무려 수십 번의 칼날을 진우의 몸에 박아 넣었지만, 진우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몸을 사리지 않고 공격해왔다.


“후 ···. 욱 ···”


남자의 거친 숨이 서서히 느려졌다.


“나 안 죽어 ···.”


진우가 특성 발동 후 다가올 후폭풍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불멸자 (SS)


특정 시간 동안 발동자를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사기적인 스킬이다.


하지만 이 특성에는 피해 갈 수 없는 큰 하자가 있었다.


바로 사용자가 정말 죽지만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특성 발동 시간이 끝나면 사망할 수도 있고, 죽음의 아픔 또한 배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특성 시간이 끝나기 전 승부를 내야 했다.


“그러니까 ··· 이제 제발 좀 죽어 ···’


이미 중식도에 장기가 들어있는 복부 여러 곳을 찔렸기에, 더 이상 전투를 끌었다가는 정말로 특성이 끝난 후 죽을 수 있었다.


빨리 지열이나 간단한 응급처치라도 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출혈이 살결을 타고 흐르고 있다.


“후 ··· 욱!!”


뚱뚱한 남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팔에 든 중 식도를 내려놓는다.


“....포기 한거야?”


중식도를 내려놓는 남자를 보며 진우가 희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남자의 입장에서도 포기할만했다.


몇 분 동안 계속해서 민재에게 칼을 쑤셔 넣었지만, 사기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한증 환자 같았다.


“크아아아아!!”


하지만, 남자가 중 식도를 내려놓은 이유는 전투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남자도 깨달은 것이다, 최후의 수단을 숨길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남자의 뼈와 근육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꺾이고 뒤틀린다.


“...?”


그 광경을 보며 진우가 경악한다.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짓거리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 ···”


진우의 입가에서 비통한 한숨이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남자가 또 다른 대비책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미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진우가 끝나버린 특성 시간을 보며 헛웃음을 흘린다.


곧 있으면 엄청난 신체적 고통이 밀려올 것이다.


‘불멸자’를 발동한 다음의 행동은 진우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극한의 상황에서 쓰는 최후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개화한 회귀자 특성.


신이 준 선물 같았다.


여러 기억들을 봤고, 자신이 전생에 유명한 패왕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 외에도 자신은 이미 몇백 번의 회귀를 걸쳤다는 사실조차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프리즈 길드의 김민재가 과거 자신의 재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물론 기쁨의 충격이었다.


평균 이하 플레이어의 한심했던 인생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고전을 치른 적 없었다.


패왕의 기억 조각에서 얻은 무공과 경험이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자만했던 걸까?


아무런 노력 없이 강해지려 했던 자의 최후라고 생각한다.


진우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눈앞에 남자는 검은 무언가에 섞여 거체의 괴생명체가 되고 있다.


“쯧, 다음 생의 나는 뭐 하면서 살까?”


민재가 쯧 하고 혀를 차며 나지막하게 한마디를 남긴다.


“다들 ··· 미안하다.”


민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을 것이다.


준표는 꼽추의 남자와 싸우고 있었고, 자신들보다 강한 민재는 무려 세명과 고전 중이었다.


백설화는 악마교에 끌려간 상황이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일행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늘어날 것이었다.


죽음의 공포보다 최선을 다해 싸워주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북받쳐 올라왔다.


“크아아아아!!!!”


아련하게 바닥에 앉아있는 진우를 향해 악마화를 끝낸 남자가 다가온다.


이미 넝마가 된 진우를 보며 악마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다.


광기와 살기가 뒤섞인 비열한 웃음.


“크흐으흐흐으!!!!”


듣기 거북할 정도로 꺼림직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진우가 울먹인다.


“그래. 마음껏 비웃어라 이 씨발럼아.”


그가 욕지 거기를 내뱉으며 눈을 살며시 감는다.


“.....”


그가 반듯하게 앉아서 자신의 최후를 기다린다.


비참하게 발악하는 것보다 적어도 깔끔하게 죽는 게 보기 좋을 것 같았다.


악마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중식도 한 쌍을 집어 든다.


그리고 천천히 앉아있는 진우를 향해 걸어온다.


지난 몇 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게이트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납치를 당하고,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안이었다.


가족을 잃은 사고 후로 처음 병원복을 입고 있었다


그 후로 만난 사람들은 처음으로 동료라는 감정이 들었다.


전생의 자신이 거들었던 제자도 만났고, 처음으로 말이 잘 통하는 사람도 만났었다.


3대 길드에 취업해 성공이라는 느낌도 조금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진우의 가느다란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젠장 ···.”


그가 마지막 한마디를 뱉었다.


악마가 거대한 중 식도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거침없이 허공을 가르듯 내리쳤다.


-써걱!


무언가 칼날에 베인다.


머리통이 땅을 구른다.


진우가 자신의 머리통이 땅에 떨어졌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의식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몇 초 동안이나 계속 감각을 다듬었다.


“....?”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야 ··· 너 뭐해?”


진우에게 어그로가 끌려있어 손쉽게 목을 벤 준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진우가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 나?”


“응 너요.”


진우가 넝마가 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 명상.”


“지랄하고 자빠졌네.”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와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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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대악마 소환 의식 13) 21.06.17 30 0 9쪽
37 36화 (대악마 소환 의식 12) +2 21.06.16 40 3 9쪽
36 3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1) 21.06.15 38 3 8쪽
» 34화 (대악마 소환 의식 10) 21.06.14 45 2 11쪽
34 33화 (대악마 소환 의식 9) 21.06.13 47 2 10쪽
33 32화 (대악마 소환 의식 8) 21.06.12 47 2 9쪽
32 31화 (대악마 소환 의식 7) 21.06.11 50 3 10쪽
31 30화 (대악마 소환 의식 6) 21.06.10 51 3 8쪽
30 29화 (대악마 소환 의식 5) 21.06.09 64 2 10쪽
29 28화 (대악마 소환 의식 4) +2 21.06.08 65 3 9쪽
28 27화 (대악마 소환 의식 3) +2 21.06.07 74 3 10쪽
27 26화 (대악마 소환 의식 2) +2 21.06.06 66 3 8쪽
26 2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 +2 21.06.05 93 3 12쪽
25 24화 (실종) +2 21.06.04 75 5 8쪽
24 23화 (D급 게이트 2) +2 21.06.03 83 5 8쪽
23 22화 (D급 게이트 1) +2 21.06.02 89 5 8쪽
22 21화 (재회) +4 21.06.01 104 6 11쪽
21 20화 (헝그리 랜드 5) +2 21.05.31 109 8 9쪽
20 19화 (헝그리 랜드 4) +2 21.05.30 101 6 9쪽
19 18화 (헝그리 랜드 3) +4 21.05.29 104 7 8쪽
18 17화 (헝그리 랜드 2) +2 21.05.28 124 7 10쪽
17 16화 (헝그리 랜드 1) +2 21.05.27 160 7 9쪽
16 15화 (영입) +4 21.05.26 197 6 10쪽
15 14화 (소환 의식 4) +2 21.05.25 225 8 11쪽
14 13화 (소환 의식 3) +2 21.05.24 216 9 9쪽
13 12화 (소환 의식 2) +2 21.05.23 249 11 8쪽
12 11화 (소환 의식 1) +2 21.05.22 248 9 7쪽
11 10화 (S, 위의 EX 등급) +2 21.05.21 289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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