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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387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6.10 12:55
조회
50
추천
3
글자
8쪽

30화 (대악마 소환 의식 6)

DUMMY

백설화의 메시지를 본 준표가 두 눈을 비벼댄다.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천하의 백설화가 구조 요청이라니.


“단, 단장님께서 보낸 메시지입니까?!”


그때 옆에 있던 민재가 스크린 쪽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그의 몸이 쉴 새 없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가 평정심을 잃었다는 증거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준표가 깊게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민재의 표정에서부터 다급함이 물씬 풍겼다.


그녀는 민재에게 있어서 유일한 동무이자, 조력자였기 때문에,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진우가 몸을 들썩이는 민재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그의 손결에 민재의 들썩임이 조금은 잔잔해진다.


그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가다듬는다.


그 사이, 준표는 소파에 누워 있는 준성의 맥을 짚어보았다.


다행히도 단순한 기절인듯했다.


준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준성에게 각별한 정이 쌓인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을 끝까지 챙겨준다.


그것이 진정한 ‘왕’의 길이라고, 그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 ··· 일단은 레벨 업 루트를 계속 따라가죠.”


그때 생각에 잠겨있던 민재가 입을 열었다.


“구하러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진우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민재의 눈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동공이 허공에서 교차했고, 잠시 후 진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가 확신에 찬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는 건 아직 죽을 위기는 아니라는 걸 겁니다. 아마도요···.”


선택에 확신이 있긴 했으나, 그 역시 백설화가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게 맞는 것 같아. 어차피 지금 싸워도 악마교는 못 이겨.”


준표가 민재의 주장을 뒷받침 하듯 말을 이었다.


“그럼, 그렇게 하자.”


진우도 두 사람의 의견에 동의했다.


***


늦은 저녁.


준성의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악마교와 백설화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설명은 끝난 상태였고, 모두들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다.


처음에는 아들이 몹쓸 일에 휘말린 것에 준성의 부모님이 부정적이게 반응했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은 그 반응조차도 무산시켜 버렸다.


“아버님, 어머님 가능하시겠습니까?”


테이블 위에서 손을 분주히 움직였다.


불안함에 손이 떨리는 일종의 틱 현상이었다.


“뭐, 우리야 별장에 가서 숨어 있으면 그만이지만, 젊은이들은 괜찮겠는가?"


준성의 어머니가 걱정 섞인 눈으로 세 사람을 바라봤다.


“괜찮습니다.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민재가 자신의 가슴을 퉁퉁 치며 말한다.


“형님 ··· 매번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준표야 ··· 진우야 ···. 민재 오빠 ··· 매번 미안해 ···.”


준성과 수진이 자신들의 무력감에 빠진 듯 허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냐 ··· 오히려 우리가 미안해. 우리 때문에 괜히 이런 일에 휘말리고 ···.”


진우가 다급히 손을 휘젓는다.


사실 준성과 수진의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것과 다름없었다.


수진의 경우 게이트에서 만난 노숙자가 악마교에서 쓰던 재물이었고.


준성의 경우 준표의 강함을 진작부터 눈치채고 그를 따랐지만, 그가 악마교와 연관된 사람이었기에, 한국에 머물러있는 동생들과 부모님 전부 위험에 빠진 상태였다.


그런 그들이 사과를 할 이유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오히려 둘을 배제하고 사냥을 나갔던, 세명이 머리 박고 사과해야 했다.


“그럼, 정해졌네.”


준표가 식탁을 살살 내려치며 일어선다.


“준성아 그리고 누나. 두 분 안전히 모시고 가. 우리 셋은 백설화를 구할게.”


사실 준성의 부모님은 상당한 재력가였기에, 보디가드 몇 명 붙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별장 또한 몇 개 정도 있었기에, 사태가 끝날 때까지 숨어 있을 수 있었다.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준성이 한국에서 개고생 했던 이유는, 단순히 준성이네 집안 특유의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25살이 되기 전까지, 대학생 이후부터는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한국 재벌들이 자기 자식들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대하는 방면, 마인드 자체가 달랐던 가족의 교육은 한국과는 차별화돼있었다.


“아무튼, 슬슬 출발할까?”


준표와 일행들이 대리석 박힌 현관을 나선다.


“우리도 연락 해놨으니 곧 별장으로 출발할 거다.”


준성의 아버지가 꺼끌꺼끌한 턱수염을 문지르며 일행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부디 몸조심해 주세요.”


준표가 고개 숙여 별장으로 향할 멤버들을 향해 인사한다.


“자네는, 이번 일이 끝나면 한소리 들을 걸세.”


준성의 아버지가 덤덤한 말투로 준표를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준표도 알고 있었다.


준성과 수진을 끌어들일 이유 따위는 없었다는걸.


그럼에도 준성을 돈으로 끌어드린 이유는 아무래도, 마계의 왕이었던 그의 습관 때문이었다.


백성이 많을수록 왕의 권력이 강해지듯, 당시에 그를 고용한 건 별다른 이유 없이, 마왕이었던 습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둘 다 플레이어기도 했고.


준성은 쓸만한 탱커는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플레이어 쪽으로 특화된 사람이 아니었다.


‘솔직히, 저렇게 생겼는데 누가 약하다고 생각하겠어 ···’


준표가 준성을 처음 만났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흘린다.


3대 700은 될 것 같은 남자가 홀로 게이트를 들어가는 자신을 걱정해 주니, 그가 미래에 엄청난 플레이어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플레이어로서 성공할 거라 생각한 준표의 실수였다.


준성은 엄선한 교육 환경 덕분에 인격적으로 타고난 거지, 플레이어라는 재능을 받은 건 아니었다.


그렇게 짤막한 인사를 남긴 세 남자는 곧바로 A급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백설화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 지체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레벨과 능력치가 낮아도, 재능충 두 명은 사냥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백설 화가 남긴 루트대로 이번에는 한 공원에 위치한 게이트를 향했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게이트 근처에서부터 짠 내가 풍겼다.


늦은 저녁이었기에, 이번에도 게이트 관리인에게 민재의 레벨 해명을 하는 데는 애를 먹었다.


{적색 해변}


게이트 내부로 들어오자 이곳의 명칭을 알려주는 짤막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곱게 깔린 모래사장.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물과 섞여서 일까? 해변의 모래 또한 미세하게 적색을 띠고 있다.


고운 모래알 위에서 세 남자가 각자 무기를 꺼내든다.


A급 게이트쯤 들어오니, 진우도 사냥을 뛸 만했다.


A급 바로 위가 S급 게이트였기에, 중학교 6학년이 5학년 중간고사를 푼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즐길만하다.


-콰지직!


그때였다.


바닥에 숨어있던 ‘갯웜’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평범한 갯지렁이처럼 수백 개의 다리를 가지고 꿈틀 거리는 거대한 지네.


개미지옥처럼 모래 바닥에 숨어 있다가 일행들의 인기척을 느끼고 육지로 올라온 것이다.


갯웜의 이빨이 수시로 갈려나가는 소리가 게이트 안을 울렸다.


마치 분쇄기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이빨들이 마찰하며 듣기 싫은 괴성을 흘린다.


“간다.”


준표가 손끝을 물어뜯는다.


엄청난 량의 피가 그의 엄지 마디를 타고 흘러내린다.


“후 ···”


진우가 심호흡을 한다.


특성을 발동했을 때 흘러들어오는 기억들을 받아내기 위한 일종의 준비운동 같은 것이다.


그가 허공에 떠있는 선택지에서 ‘패왕 유민호’를 선택한다.


“흡!”


민재가 검심이 반으로 부러진 검을 뽑아든다.


[부러진 날개(A)를 발동합니다.]


그의 칼끝에서 마력이 담긴 칼날이 돋아난다.


*


“이제 출발하면 될 거야.”


백설화가 김민철을 향해 비릿하게 미소 짓는다.


“알겠다.”


김민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신호가 떨어지자 5명의 두건을 쓴 남자들이 A급 게이트 <적색 해변>을 향한다.


작가의말

오늘 찾아와 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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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대악마 소환 의식 14) 21.06.17 35 0 8쪽
38 37화 (대악마 소환 의식 13) 21.06.17 30 0 9쪽
37 36화 (대악마 소환 의식 12) +2 21.06.16 40 3 9쪽
36 3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1) 21.06.15 38 3 8쪽
35 34화 (대악마 소환 의식 10) 21.06.14 44 2 11쪽
34 33화 (대악마 소환 의식 9) 21.06.13 47 2 10쪽
33 32화 (대악마 소환 의식 8) 21.06.12 47 2 9쪽
32 31화 (대악마 소환 의식 7) 21.06.11 50 3 10쪽
» 30화 (대악마 소환 의식 6) 21.06.10 51 3 8쪽
30 29화 (대악마 소환 의식 5) 21.06.09 64 2 10쪽
29 28화 (대악마 소환 의식 4) +2 21.06.08 65 3 9쪽
28 27화 (대악마 소환 의식 3) +2 21.06.07 74 3 10쪽
27 26화 (대악마 소환 의식 2) +2 21.06.06 66 3 8쪽
26 2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 +2 21.06.05 93 3 12쪽
25 24화 (실종) +2 21.06.04 75 5 8쪽
24 23화 (D급 게이트 2) +2 21.06.03 83 5 8쪽
23 22화 (D급 게이트 1) +2 21.06.02 89 5 8쪽
22 21화 (재회) +4 21.06.01 104 6 11쪽
21 20화 (헝그리 랜드 5) +2 21.05.31 109 8 9쪽
20 19화 (헝그리 랜드 4) +2 21.05.30 101 6 9쪽
19 18화 (헝그리 랜드 3) +4 21.05.29 104 7 8쪽
18 17화 (헝그리 랜드 2) +2 21.05.28 124 7 10쪽
17 16화 (헝그리 랜드 1) +2 21.05.27 160 7 9쪽
16 15화 (영입) +4 21.05.26 197 6 10쪽
15 14화 (소환 의식 4) +2 21.05.25 225 8 11쪽
14 13화 (소환 의식 3) +2 21.05.24 216 9 9쪽
13 12화 (소환 의식 2) +2 21.05.23 249 11 8쪽
12 11화 (소환 의식 1) +2 21.05.22 247 9 7쪽
11 10화 (S, 위의 EX 등급) +2 21.05.21 289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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