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390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6.11 12:55
조회
50
추천
3
글자
10쪽

31화 (대악마 소환 의식 7)

DUMMY

겟웜의 거체가 꿈틀대며 지축을 흔들었다.


모래 바닥 위에 준표의 피가 짙게 깔렸다.


아무래도 모래 바닥 위에서 싸우는 것이 전투적으로 불리했기에, 익숙한 환경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바닥에 잔뜩 깔린 피가 고체의 형태로 변했다.


이네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진 바닥 위를 준표가 달리기 시작한다.


그가 바닥에 깔린 피를 쉴 새 없이 조종한다.


-콰지직!!


바닥에서 돋아난 수십 개의 가시들이 갯웜의 등갑을 위를 찌르고 부서지고를 반복한다.


피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량의 피를 한 곳에 응축 시키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갯웜의 등딱지를 뚫을 만큼 가시의 내구도를 신경 쓸 수는 없었다.


바닥에 고체화 시킨 피와 손에 들고 있는 검, 그리고 가시들까지.


예전 같았으면 일도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모든 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가시들이 갯웜의 등딱지 위를 스크래치 내며 지나간다.


온몸이 단단한 껍질로 덮여 있는 그들은 어설픈 가시로 뚫기 역부족이었다.


“후 ··· 어쩔 수 없네 ···.”


아무리 찔러도 뚫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준표가 머리를 회전시켰다.


‘어떤 사냥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까?’


갯웜을 잡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무려 수십에 다라는 갯웜을 효율적으로 잡는 건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준표가 깔았던 모든 피를 회수한다.


그리고 특성을 발동시켰다.


[제한 시간 : 1 :00]


피의 격노가 발동하자 그의 몸 위로 검붉은 오로라 가 흘러나온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칼날에 피를 응축시킨다.


효율적인 사냥은 기대해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애초에 준표는 A급 게이트의 최소 레벨인 50도 안되기에, 효율적인 사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자만에 가득 찬 행동이었다.


물론 준표 정도면 자만해도 된다.


그가 피의 모든 감각을 칼끝에 집중시켰다.


검붉은 피가 더욱 찐하게 뭉친다.


칼날의 질이 실시간으로 높아진다.


“후 ···. 뭐, 이 정도면 ···.”


마계에서 주로 쓰던 퀄리티를 뽑아내는 건 무리였지만, 특성 덕분에 어느 정도 구현하는 건 가능했다.


현재 장비 중인 필멸자의 검 보다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이 정도면 갯웜의 등껍질을 뚫기 충분했다.


“흐읍!”


준표가 숨을 들이마시며 혈련을 일으킨다.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높은 수준의 혈련은 아니었다.


-카가가각!!!


준표가 양 팔에 힘을 실어 검을 정면으로 내지른다.


극에 다다른 칼날의 날카로움이 갯웜의 등갑을 뚫어버린다.


-쿠에에에에에!!!


갯웜이 처참한 비명을 흘린다.


껍질이 두꺼운 만큼, 속 살은 닭 다리살 처럼 부드러웠다.


“일단 한 마리.”


특성의 발동 시간이 지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갯웜의 등갑을 뚫어놓아야 했다.


지체할 시간 없이 준표가 바로 다음 갯웜을 향해 달려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옆에서 주둥이를 내밀던 갯웜의 등 위로 검을 내려찍었다.


날카롭게 돋아난 수십 개의 이빨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마찰한다.


-콰지지직!!


-케에에에에에!!!


강철처럼 단단한 등갑이 칼날을 이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썰려나갔다.


“두 마리 ···”


“백청검식(白靑劍式) 제1의 형 ···. 승천(昇天.)”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갯웜들은 무시한 채 진우가 눈을 슬며시 감는다.


머릿속에서 말해주는 그대로.


패왕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진우의 롱소드 끝에서 금빛 검기가 연기처럼 흘러나온다.


동시에 그의 몸을 감싸는 푸른 기운.


진우가 칼날을 밑에서부터 쓸어 올리듯 휘두른다.


바닥에서부터 청룡(靑龍)이 승천하듯 검격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콰가가각!!!


수십에 다라는 갯웜들의 갑각이 검격에 휩쓸리듯 부서진다.


“백청검식 제2의 형 ···. 천벌”


하늘 높이 솟아오른 진우가 속살이 드러난 수십 마리의 갯웜을 바라본다.


그가 땅을 향해 과감하게 검의 축을 비튼다.


무공이 모여든 칼날이 노란 금빛을 흘린다.


-카가가각!!!


1의 형에서 곧바로 2의 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칼날이 부드럽게 바닥을 향해 내리꽂힌다.


검이 꽂히며 생긴 충격에 바닥을 채운 모래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그와 동시에 수십 마리의 갯웜들이 괴성을 흘리며 쓰러진다.


A급 몬스터.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레벨 50부터 입장이 가능한 A급 게이트는, 매 년마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다.


대부분은 B급에서 A급으로 올라온 플레이어들이 그 대상이다.


C급부터는 등급이 높아질수록 엄청난 격차를 보이기에, C에서 B를 적응했다고 하나, A급의 엄청난 난이도를 적응 못하는 게 일방적이다.


하지만, 마계에서 수만 년을 싸운 준표와, 패왕의 후생인 진우는 적응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애초에 준표에게는 몬스터들이 귀여울 따름이었다.


먹이를 잡겠다는 본능에 지성이 녹아있는 생명체들.


죄악에 먹힌 악마들보다 몇백 배는 나았다.


-써걱!


마력이 응축된 칼날에 몸이 반으로 잘린 갯웜이 힘없이 쓰러진다.


-써거거걱!!


그 뒤로 행렬을 이루던 수십 마리의 갯웜들이 차례로 괴성을 흘린다.


검심이 반으로 부러진 칼날을 허리춤에 넣으며 민재가 짧게 한숨을 흘린다.


이 이대로 갯웜을 잡았다간, 준표와 진우에게 남는 게 없을 것 같았다.


그가 특성을 해제시킨다.


마력이 모였던 칼날이 서서히 그 빛을 숨겼다.


동시에 검심이 부러진 칼날이 모습을 들어낸다.


누구라도 사용을 꺼려 할 망가진 검.


하지만, 민재에게 망가진 검은 딱 맞는 스타킹처럼 딱 맞는다.


그의 특성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러진 날개 (A)’


망가진 물건에 마력을 부여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특성이다.


하지만, 투자한 마력 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힘은 막대하게 커진다.


덕분에 마력 스탯만 100을 넘기는 민재가 한국에서 이름 있는 마검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A급 게이트의 맛을 본 민재가 멀리서 사냥 중인 준표와 진우를 바라봤다.


특히나 진우에게 눈이 갔다.


아무리 봐도 돌아가신 스승님의 검술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흘러나오는 오로라와 식을 연결하는 움직임조차도 정확히 일치했다.


물론 같은 사람일 확률은 없었기에, 하늘이 준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사냥이 이어졌다.


특성의 재한 시간이 다 된 진우는 조금 힘든 사냥을 이었지만, 준표는 1분 동안 등껍질을 까놓은 덕분에 모아놓은 돈 까먹는 것 마냥, 빠르게 사냥을 이었다.


껍질 사이로 조금의 틈이라도 보인다면, 사냥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단순히 맨살 속으로 피를 주입한 후, 그 안에서 가시를 만들면 끝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면 내부의 혈관과 장기가 가시에 찔려 허무하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중간중간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갯웜들을 상대하는 건, 꽤나 골치 아팠다.


KTX와 맞먹는 크기의 지렁이가 그와 맞먹는 속도로 달려오니, 웬만한 플레이어라면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물론, 웬만한 플레이어라면 말이다.


***


“상태창.”


+


[상태창]


이름 : 박준표 (플레이어) (피의 군주)


<1차 개화 특성 : ‘공허 (B)’>


<2차 개화 특성 : ‘피의 격노(A)’>


<3차 개화 특성 : ‘해방 (X)’>


레벨 : 45

【‘킬러 위의 킬러’의 효과로 게이트의 레벨업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근력 : 70


체력 : 60


마력 : 30


혈(血) : 89


<킬러 위의 킬러(EX)>


<탐식 貪食(EX)>


+


준표가 덤덤한 말투로 중얼거리자 푸른 상태창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상태 창을 확인했을 때가, 레벨 30이었으니 한 번 확인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준표는 상태창의 생긴 변화에 눈을 의미 없이 깜빡였다.


“아니 ··· 특성 등급이 알파벳 놀이도 아니고 ··· 뭐가 이렇게 많아?”


3차 개화를 할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개화하는 타이밍이 다르다고 하니, 세계는 운빨 망겜이 확실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새로 개화한 특성의 등급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E등급에서 부터 SSS등급 까지는 잘 알려져 있다.


EX등급은 워낙 희귀한 등급이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몇가지 사실들은 밝혀진 상태였다.


하지만, X 등급은 준표가 처음 보는 등급이었다.


아무리 그가 지구로 귀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들, 철저한 뒷조사를 끝 맞춘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운 좋으면 대박 스킬 이고.


안 좋으면 존망이라는 사실을.


준표가 떨리는 손을 특성 위로 갖다 댄다.


그러자 스킬의 간략한 설명이 나타났다.


<3차 개화 특성 : ‘해방 (X)’>

공허를 해방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읽어본 준표의 머리 위로 수백 개의 물음표가 떠올랐다.


“....?”


처음에는 당황했고, 그다음은 분노했다.


“씨발 ··· 이걸 지금 설명이라고 한 거야?”


그의 입가에서부터 심한 욕설이 터져 나온다.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명이 너무 불친절했다.


공허는 준표에게 있는 공허를 뜻할 것이다.


피로 가득한 그곳.


하지만, 공허를 해방하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뭐지 ···?”


처음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불친절하다고 느껴졌다.


“흠 ···.”


발동해 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준표가 잠시 침음한다.


한번 확인 해 볼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써볼 것인가.


물론 결론은 단순했다.


“지금 써보지 뭐 ···”


준표가 아무 생각 없이 특성을 발동시켰다.


“.... !”


작가의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네세요! 독자님들 감사함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1.06.17 56 0 -
39 38화 (대악마 소환 의식 14) 21.06.17 35 0 8쪽
38 37화 (대악마 소환 의식 13) 21.06.17 30 0 9쪽
37 36화 (대악마 소환 의식 12) +2 21.06.16 40 3 9쪽
36 3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1) 21.06.15 38 3 8쪽
35 34화 (대악마 소환 의식 10) 21.06.14 45 2 11쪽
34 33화 (대악마 소환 의식 9) 21.06.13 47 2 10쪽
33 32화 (대악마 소환 의식 8) 21.06.12 47 2 9쪽
» 31화 (대악마 소환 의식 7) 21.06.11 51 3 10쪽
31 30화 (대악마 소환 의식 6) 21.06.10 51 3 8쪽
30 29화 (대악마 소환 의식 5) 21.06.09 64 2 10쪽
29 28화 (대악마 소환 의식 4) +2 21.06.08 65 3 9쪽
28 27화 (대악마 소환 의식 3) +2 21.06.07 74 3 10쪽
27 26화 (대악마 소환 의식 2) +2 21.06.06 66 3 8쪽
26 2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 +2 21.06.05 93 3 12쪽
25 24화 (실종) +2 21.06.04 75 5 8쪽
24 23화 (D급 게이트 2) +2 21.06.03 83 5 8쪽
23 22화 (D급 게이트 1) +2 21.06.02 89 5 8쪽
22 21화 (재회) +4 21.06.01 104 6 11쪽
21 20화 (헝그리 랜드 5) +2 21.05.31 109 8 9쪽
20 19화 (헝그리 랜드 4) +2 21.05.30 101 6 9쪽
19 18화 (헝그리 랜드 3) +4 21.05.29 104 7 8쪽
18 17화 (헝그리 랜드 2) +2 21.05.28 124 7 10쪽
17 16화 (헝그리 랜드 1) +2 21.05.27 160 7 9쪽
16 15화 (영입) +4 21.05.26 197 6 10쪽
15 14화 (소환 의식 4) +2 21.05.25 225 8 11쪽
14 13화 (소환 의식 3) +2 21.05.24 216 9 9쪽
13 12화 (소환 의식 2) +2 21.05.23 249 11 8쪽
12 11화 (소환 의식 1) +2 21.05.22 248 9 7쪽
11 10화 (S, 위의 EX 등급) +2 21.05.21 289 1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