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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님의 서재입니다.

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386
추천수 :
312
글자수 :
154,761

작성
21.05.31 12:55
조회
108
추천
8
글자
9쪽

20화 (헝그리 랜드 5)

DUMMY

자신이 방금 본 것들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필멸자의 검’이 소녀의 기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 저기요 ··· 괜찮으세요?”


이근수의 표정에서 걱정이 잔뜩 설 여있다.


“뭐 ··· 괜찮아요.”


준표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색하게 몸을 툴툴 털고 일어선다.


“혹시 ···. 그쪽이 보스를 죽인 건가요?”


이근수가 부러움의 눈초리로 준성을 쳐다봤다.


“맞긴 한데요.”


그의 질문에 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와!!! 믿고 있었다고!!!”


“영웅이다!!!”


“혼자서 브레스를 막을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때였다, 근처를 서성이던 플레이어들이 함성을 지른 것은.


“뭐 .. 뭐야?”


자신을 향해 경의를 표하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준표의 미간이 격하게 일그러진다.


“졸렬 잎 마을?”


타 닌자 만화에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상황에 그가 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말을 개무시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렇게 열광하는 게 조금 역겨웠지만.


준표가 딱히 신뢰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어둡게 물들었던 밤 하늘의 지평선 끝에서 일출의 빛이 새어 나온다.


노랗게 얼굴이 물든 이근수가 준표에게 손을 내민다.


“당신은 저희의 영웅입니다.”


몇백 년 만에 게이트를 공략했다는 사실에 웅장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제 이 게이트를 나가기만 한 면, 공략에 참가했던 모든 플레이어들은 팔자 피고 떵떵 거리며 살 수 있다.


안 그래도 게이트에서 가끔 몬스터가 새어 나와 골치 아픈 게이트였는데.


이렇게 공략되니 플레이어들도 한국을 위한 일을 했다며 기분이 좋을 것이다.


물론 단 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망했네 ···.’


이대로 간다면 모든 명예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준표의 몸이 잘게 떨려왔다.


준표에게 약간 관심 종결자 끼가 있었지만, 사회적인 관심은 준표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대상 1순위였다.


악마 교가 그의 행적을 눈치 체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게이트에 올 때 프리즈 길드에서 준비해둔 차량을 타고 은밀하게 나왔는데.


이렇게 그냥 나간다면 악마교한테 프리즈 길드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발칵 됨과 동시에 프리즈 길드에게도 꽤나 큰 페를 끼칠 수 있었다.


듣자 하니 악마교와 손을 잡은 길드 또한 적지 않다고 한다.


준표의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이 모든 관심을 한곳으로 돌릴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축제 분위기일 때 그는 홀로 머리를 회전 시켰다.


그렇게 게이트 소멸 시간이 다가와 모두가 게이트 밖을 향하려는 그때.


준표의 머릿속에 한 가지의 결론이 떠올랐다.


“여러분! 나가기 전에 잠시만 제 말을 들어 주시겠어요?”


준표가 밖을 향하는 플레이어들을 멈춰 세운다.


“뭐야?”


“무슨 일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독에 취한 중2병처럼 생각에 잠겼던 그의 돌발 행동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여러분들에게 좋은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준표가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제안이라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가장 먼저 이근수가 준표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푸른 계열의 사무라이 갑옷을 착용한 그의 엄청난 외모가 눈에 띄었다.


“제가 드릴 제안은 오직 여러분들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준표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진지한 분위기를 끌어낸다.


그의 차가운 눈망울에 플레이어들이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켰다.


“여러분들, 저희 이 파티 그대로 다음 미스터리 게이트를 공략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물론 그럴싸한 이유를 대기 위해 만든 거짓말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공략 날에 닷지(dodge) 할 생각이다.


하루빨리 힘을 되찾고 싶은 그가 파티를, 그것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맺을 리가 없다.


준표의 말에 주변이 웅성거린다.


“이 파티 그대로?”


“뭔 개소리를 하는 거지?”


“저기 영웅양반 오늘은 운이 좋았던거 아냐?”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예상했던 반응에 준표가 피식 웃음을 흘린다.


“여러분! 저희는 오늘 미스터리 게이트를 공략했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밖으로 나간다면 당연히 영웅이라는 수식언이 저희를 반기겠죠.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 거라고 생각합니까?”


준표의 한마디에 웅성임이 더욱 커졌다.


원했던 분위기가 형성되자 준표가 말을 이어갔다.


“제 생각에는, 길어봐야 10년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듣고 보니 ···”


“일리 있네 ···.”


“그럴 수도 있겠군 ···”


사람들이 특유의 자신이 아무 생각 없는걸 숨기는 노련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저희가 만약 미스터리 게이트를 하나 더 공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준표의 입가에 특유의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확실히 ··· 효과는 있겠네.”


“그, 그렇다면 ···.!”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인가요?”


술렁이는 인파 속에서 이근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정확해요.”


준표가 이근수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 위에 팔을 걸친다.


“그래서 저는 오늘 제가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영광을 이근수 군에게 넘길 생각이에요.”


준표가 어색함이 섞인 사람 좋은 얼굴로 이근수를 쳐다봤다.


“저,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죠, 근수 군이 말했다시피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저희 중 물이 가장 잘 들어오는 건 단언컨대 근수 군일 겁니다, 최근에 청룡 길드의 루키로 계약했으니 당연한 결과죠. 그런데 만약 근수 군이 이 게이트를 클리어했다는 사실이 퍼진다면 언론은 어떤 반응일까요?”


준표가 숨길 수 없는 사기꾼의 미소로 근수를 내려본다.


“저를 주목하겠죠 ···.”


근수의 얼굴에서 억제하고 있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근수 씨가 주목을 받는다면, 많지는 않겠지만 저희도 당연히 주목을 받는 거고요. 자연스럽게 저희 파티는 미스터리 게이트 공략 파티라는 수식언을 얻겠죠.”


준표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인파를 향해 외친다.


“여러분! 저희는 오늘을 계기로 하나의 팀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모든 미스터리 게이트를 공략해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자고요!”


준표가 근수의 오른팔을 강하게 들어 올렸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부하들에게 승리를 맛보게 해주려는 듯한 행동이다.


노을이 지는 하늘과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몸이 들썩인다.


“얼쏘! 평범한 인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보자!”


“그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잘 해보자고!!!”


사람들이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지만,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거의 술자리와 맞먹는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통성명을 주고받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준표의 입가가 서서히 비틀어져 올라간다.


“흣, 단순하기는.”


***


게이트가 공략되었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퍼져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게이트 앞에서 플레이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자가 몸을 들썩인다.


“야 분명 청룡 길드에 이근수가 공략에 참여했다고 했지?”


“맞습니다 선배님”


“이건 특종이야 ···”


오랜만에 풍기는 특종의 향기에 서기자의 몸이 들썩인다.


그때 주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 벌써 왔나 보네 ···.”


다른 기자들의 발소리에 서기자가 미간을 일그러뜨린다.


당연하지만, 이런 특종을 놓칠 기자들이 아니었다.


어느새 모든 언론사의 기자들이 게이트 앞에서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게이트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얼마나 힘든 전투가 오갔는지는 그들의 흉터 남은 장비와 살결이 말해준다.


“오!!”


플레이어들을 향해 기자들이 카메라를 치켜들고 달려간다.


늠름한 모습으로 게이트를 걸어 나오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마이크를 건넨다.


“게이트를 공략한 건 누굽니까?”


“누가 가장 많은 기여를 했나요?”


“청룡 길드의 이근수 플레이어님 맞나요?”


기자들의 엄청난 질문 사례가 플레이어들을 감싼다.


“저기요!”


그때 부글 거리는 인파 속에서 한 플레이어가 손을 든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가 한곳을 향했다.


“이번 공략에서 가장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은 ···.”


잠시 뜸을 드리는 그의 행동에 기자들이 침을 꼴깍 삼킨다.


묘한 정적이 흘렀고.


그의 입에서 이름이 흘러나온다.


“청룡 길드의 이근수 플레이어입니다.”


준표가 피식 웃음을 흘린다.


그의 말에 모든 카메라가 이근수를 향했다.


“저 말이 사실인가요?”


“이근수 플레이어께서 정말 이 모든 공략을 주도하 신 건가요?”


개미 때처럼 몰리는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준표가 발걸음을 옮긴다.


“이게 윈 윈 이지.”


대기 중인 프리즈 길드의 차에 몸을 실으며 준표가 피식 가볍게 입꼬리를 올린다.


관심은 다른 사람이 받고.


보상은 혼자 다 먹는.


그야말로 준표가 원하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클리어 보상이 정산됩니다.]


[당신의 기여도 50%]


[레벨이 대폭 상승합니다.]


[‘킬러 위의 킬러’의 효과로 게이트의 레벨업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푸른 메시지 창들 보며 준표가 희열찬 웃음을 흘린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 봐.”


작가의말

오늘도 관심 주신 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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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대악마 소환 의식 14) 21.06.17 35 0 8쪽
38 37화 (대악마 소환 의식 13) 21.06.17 30 0 9쪽
37 36화 (대악마 소환 의식 12) +2 21.06.16 40 3 9쪽
36 3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1) 21.06.15 38 3 8쪽
35 34화 (대악마 소환 의식 10) 21.06.14 44 2 11쪽
34 33화 (대악마 소환 의식 9) 21.06.13 47 2 10쪽
33 32화 (대악마 소환 의식 8) 21.06.12 47 2 9쪽
32 31화 (대악마 소환 의식 7) 21.06.11 50 3 10쪽
31 30화 (대악마 소환 의식 6) 21.06.10 50 3 8쪽
30 29화 (대악마 소환 의식 5) 21.06.09 64 2 10쪽
29 28화 (대악마 소환 의식 4) +2 21.06.08 65 3 9쪽
28 27화 (대악마 소환 의식 3) +2 21.06.07 74 3 10쪽
27 26화 (대악마 소환 의식 2) +2 21.06.06 66 3 8쪽
26 25화 (대악마 소환 의식 1) +2 21.06.05 93 3 12쪽
25 24화 (실종) +2 21.06.04 75 5 8쪽
24 23화 (D급 게이트 2) +2 21.06.03 83 5 8쪽
23 22화 (D급 게이트 1) +2 21.06.02 89 5 8쪽
22 21화 (재회) +4 21.06.01 104 6 11쪽
» 20화 (헝그리 랜드 5) +2 21.05.31 109 8 9쪽
20 19화 (헝그리 랜드 4) +2 21.05.30 101 6 9쪽
19 18화 (헝그리 랜드 3) +4 21.05.29 104 7 8쪽
18 17화 (헝그리 랜드 2) +2 21.05.28 124 7 10쪽
17 16화 (헝그리 랜드 1) +2 21.05.27 160 7 9쪽
16 15화 (영입) +4 21.05.26 197 6 10쪽
15 14화 (소환 의식 4) +2 21.05.25 225 8 11쪽
14 13화 (소환 의식 3) +2 21.05.24 216 9 9쪽
13 12화 (소환 의식 2) +2 21.05.23 249 11 8쪽
12 11화 (소환 의식 1) +2 21.05.22 247 9 7쪽
11 10화 (S, 위의 EX 등급) +2 21.05.21 289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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