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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세가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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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a3194
그림/삽화
월하정인
작품등록일 :
2024.03.21 07:50
최근연재일 :
2024.06.16 10:00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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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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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1,161

작성
24.03.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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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0화 묵가의 제자(5)

DUMMY

당약란이 난처한 표정으로 세옥을 응시했다.

“누군가?”

홍명신이 세옥을 응시했다. 청수한 모습의 세옥은 눈이 컸다.

“서생인데··· 소녀의 정혼자입니다.”

“하하. 당문이 서생 사위를 얻으려는 것인가? 낭자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려는가?”

홍명신이 다시 청했다.

무림인들의 시선도 일제히 당약란에게 쏠렸다.

홍명신의 시선이 세옥이 들고 있는 서책으로 향했다.

“무슨 책인가?”

“묵자입니다.”

“호오. 묵자를 읽는가?”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묵가의 제자인가?”

“아닙니다.”

“동해어옹을 만난 일이 있나?”

“낙수에서 한 번 만난 일이 있습니다.”

홍명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마염이 얼굴을 찡그렸다.

저 놈의 정체는 뭐지?

일개 서생이라고?

무림세가인 사천 당문이 어찌 일개 서생을 사위로 받아들여?

그냥 죽여야겠네.


사마염은 암암리에 손바닥으로 내력을 끌어올렸다.

서생이 이상하게 눈에 거슬렸다.

개방을 비롯해 무림인들은 강을 살피면서 상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 당약란의 신형이 뒤로 스르르 물러갔다.

얼핏 보면 뒤로 쓰러지는 것 같은 자세인데 빠르게 멀어져 강으로 들어갔다.


아······.


홍명신의 입이 벌어졌다.

사마염도 경악했다.

당약란이 물 위에 서 있었다.

출렁이는 물결에 따라 가랑잎처럼 흔들리고 있다.


녹수소요보.


물위를 산책하듯이 움직이는 경공.

녹수소요보의 진수를 본 것이다.

그녀의 신형이 물 위를 스치듯이 빠르게 강물 위를 달렸다. 사람들이 넋을 잃고 당약란을 보았다.

무림의 경공은 많다.

문파마다 독특한 경공이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경공은 풀잎 위를 난다는 초상비(草上飛).

눈 위를 걷는다는 답보설흔(踏步雪痕).


녹수소요보는 천기문 대종사 천기노인의 독문 경공이다.

무림 최고의 경공으로 불린다.

당약란이 빠르게 세옥의 옆으로 왔다.

사마염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짝짝.


홍명신이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사마염의 부하들도 탄성을 내뱉었다.

“과연 명불허전이야.”

홍명신이 기뻐했다.

“부끄럽습니다.”

당약란이 홍명신에게 포권례를 올렸다.

“잘 봤네. 천기노인께서는 당문에 계시나?”

“아닙니다. 어디 계신지는 저도 모릅니다.”

“흠.”

“할아버지께서 당가촌에 있는 것은 확실한데 워낙 행적이 구름같은 분이라······.”

“우리가 당문으로 가면 되겠군.”

사마염이 내뱉었다.


당약란이 천기노인의 행방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얼마 되지 않은데 심기가 깊다.

“당문은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당약란이 싸늘하게 응수했다.

부맹주 양설부가 사마염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자중하라는 뜻이다.

“알겠소. 기회가 되면 초청해주시오.”

사마염이 안색을 바꾸면서 말했다.


당약란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가소로운 계집.’

사마염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오라버니. 가시지요.”

당약란이 세옥에게 말했다.

세옥이 무림인들에게 포권례를 올리고 당약란과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마염은 그들의 등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공자님. 우리는 조용히 용의 내단을 취해야 합니다.”

양설부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런 일이라면 아버지께서 직접 와야 하지 않소?”

사마염은 짜증이 났다.

무림맹주인 아버지가 양설부를 통해 그를 통제하고 있었다.

“맹주님은 황숙을 만나야 합니다.”

“왜 황숙을 만나는 거요?”

“천하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마염은 강을 노려보았다. 아버지가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림맹주로 만족하지 않고······.”

사마염이 불쾌한 듯이 내뱉었다.

“조용히 하십시오. 다른 사람이 듣겠습니다.”

양설부가 조용히 하라고 눈짓을 했다.

“용을 수색하는 일꾼은 구했습니까?”

“구하는 중입니다.”

그때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하늘이 어두워졌다.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둘러 걸음을 떼어놓았다.


크르르릉.


그들이 강에서 돌아가자 괴성이 들려오고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쏴아아아.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만두가게에서 가까운 당가촌의 관우묘(關羽廟)다. 사당의 지붕이 기와로 되어 있다.

빗줄기가 굵어져 만두가게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잠시 비를 피한 것이다.

세옥은 추녀밑에서 비를 피했다.

“녹수소요보 구결 다 외웠어요?”

당약란이 시린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보다가 세옥에게 물었다.

“응.”

“그럼 내력만 얻으면 되겠네요.”

“내력을 어떻게 얻어?”

“용의 내단을 취해요.”

“약란이는 필요하지 않아?”

“난 어느 정도 내력이 있어요.”

당약란은 세옥에게 내단을 취하라고 하지만 방법이 없다.

“내가 우의와 우산을 가지고 올게 쓰고 집으로 돌아가.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아.”

“여기 그냥 있어요.”

당약란이 세옥의 손을 잡았다.

“집에서 약란이를 기다릴 거야. 외할아버지도 어디서가 보고 계실지 모르고······.”

세옥은 만두가게로 뛰어 들어가서 우의와 우산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라버니가 입혀줘요.”

당약란이 어리광을 부리면서 하얗게 웃었다.

“에이그······.”

세옥이 혀를 차면서 당약란에게 우의를 입혀주었다.

당약란이 활짝 웃고 빗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인들이 너무 많아.


당약란은 세옥이 부인이 많아서 싫었다.

둘이나 셋도 아니고 49명이나 되다니.

세옥에게 짜증이 나고 있었다.

그것이 여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기주(冀州)에 크게 홍수가 난 일이 있었다.

수많은 농토와 집이 유실되어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걸인이 되어 떠돌았다.

나라에서 구휼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관리들이 부패하여 구휼미를 착복하고 도적들이 약탈했다.

도처에서 굶어죽는 이재민이 속출했다.

그때 세옥이 자신의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삶아 나누어주고, 죽을 끓여 이재민을 도왔다.


‘돈이 얼마나 많아서 이런 짓을 하냐?’


당약란은 세옥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뭄이 났을 때도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심지어 녹림당 무리나 죄수의 가족들까지 도왔다.

“이러다가 돈 몇 푼 모아놓은 거 다 날려버리겠네.”

당약란이 투덜거렸다.

“굶지는 말아야지.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굶는 것이다.”

세옥이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세옥을 칭송했다.

나라에서 세옥의 선행을 보고받고 벼슬을 주겠다고 했으나 사양했다.

“벼슬을 하면 폼도 잡고 거들먹거릴 수 있을 텐데······.”

당약란이 투덜거렸다.

“명예나 부귀는 부질없는 것이다.”

세옥이 한마디로 일축했다.


세옥은 옷도 화려하게 입지 않고 호화로운 집에서도 살지 않았다.

“이 대인······.”

관리들이 세옥에게 예를 올리고 학자들도 예를 올렸다.

이재민으로 구원을 받았던 사람들은 물고기도 잡아다가 주고 과일도 따다가 주었다.

“성인군자 납셨네.”

당약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약란아, 너는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냐?”

세옥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무공은 하나도 할 줄 모르면서······.”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왜 배우려고 하냐?”

“나쁜놈들을 만나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나쁜 짓을 하지 않는데 나를 해치겠냐?”

“뭘 몰라도 한창 모르네. 세상이 얼마나 사나운데··· 무공을 하나도 못하니 식인족한테 잡아먹힐 거야. 식인족들이 오라버니 팔다리를 잘라서 구워 먹거나 삶아 먹어도 좋아?”

“하하. 내가 맛있게 생겼냐? 말라비틀어진 나를 왜 잡아먹어?”

당약란이 식인족이라고 말하는 것은 식인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중국에는 식인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어린아이나 여자를 삶아 먹고는 했다.


역사에도 종종 등장한다.

춘추시대 제환공은 요리사에게 사람고기를 먹어본 없다고 하자 자신의 아들을 죽여서 제환공에게 바쳤다.

전국시대 악의장군이 증산국을 침략하여 도성을 포위하자 증산국은 악의의 아들을 죽여서 탕을 만들어 악의에게 보냈다.

악의는 눈도 깜박이이지 않고 탕을 먹었다.

“소귀에 경 읽기야. 그럼 도망가는 기술이나 배워둬.”

“그런 기술도 있냐?”

“경공 있잖아? 달아나기라도 잘해야지.”

당약란은 세옥에게 녹수소요보를 가르치려고 했다.

억지로 구결을 외게 하고 연마하게 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다.


녹수소요보······.


무림일절로 불리는 경공이다.

지붕위를 휙휙 날고, 물 위를 제비처럼 날았다.

세옥은 당약란이 경공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와아, 선녀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세옥이 입을 벌리고 말했다.

당약란이 세옥에게 녹수소요보의 구결을 가르쳐주었으나 연마하지 않았다.

세옥은 몇 번 흉내를 내다가 말았다.

한독 때문에 연마할 수없었다.


“오라버니는 분명히 식인족한테 잡아먹힐 거야.”


당약란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녹수소요보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경공이었다.

사천 당문에서도 녹수소요보를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천기노인이 엄격하게 금지했

다.


*


가게의 문을 닫으려고 할 때 군사 한 사람이 비를 맞고 들어왔다. 그는 피풍을 두르고 삿갓을 쓰고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비가 많이 오나봅니다.”

세옥이 엽차를 갖다가 주면서 물었다.

“장마철이 아닌가? 한창 올 때지.”

군사가 손으로 얼굴의 빗물을 훔쳤다. 등옥이 군사에게 수건을 갖다가 주었다.

“만두 좀 주게.”

군사가 등옥에게 말했다. 그는 수건으로 빗물을 털었다. 30대로 보이는 군사였다.

“네.”

등옥이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는 화정과 유부인이 일을 하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어서 주방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세옥이 군사에게 물었다.

“조가군.”

“조가군이면 조광윤 대장군 군영에 가십니까?”

“음.”

군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광윤 장군이 이쪽에 와 계시군요. 얼마 전에 낙수에 있다고 들었는데······.”

“조가군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해. 태자께서 황제가 되셨으니 조광윤 대장군은 태자마마와 친구이니 오른팔이 되는 거지.”

반란군의 수장인 곽위는 주나라의 초대황제가 되었으나 불과 3년 만에 죽고 시영이 2대 황제가 되었다.

태자로 있을 때는 곽씨로 성을 바꾸었으나 다시 시씨로 성을 바꾼 것이다.

시영은 주나라의 2대 황제 세종이 되었다.

세종은 조광윤과 손을 잡고 나라를 잘 다스렸다. 벌써부터 명군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등옥이 만두와 따뜻한 국수를 내왔다.

“시원하다.”

군사가 국수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만두도 맛있어요.”

등옥이 활짝 웃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 마을에 무림인들이 많이 와 있던데 무슨 일인가?”

군사가 세옥에게 물었다.

“앞에 강이 있는데 용이 출현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진짜 용이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본 일이 없어서요.”

군사가 고개를 끄덕거리고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세옥은 계산대에 앉아서 서책을 읽기 시작했다.

손기량 노인에게서 가져온 <묵자>다. 손기량 노인은 묵자, 무림풍성 등 몇 권의 책을 세옥에게 주었다.

전령인 군사도 만두와 국수를 먹고 나갔다.

주방의 정리를 마친 등옥과 유부인이 내실로 들어갔다.

세옥은 가게 문을 닫고 서재 겸 침실로 들어왔다. 서책이 많아지면서 서재를 짓고 침상을 놓았다.


크르르릉.


강에서 또 괴성이 들리면서 지축이 흔들렸다. 세옥은 창으로 가서 강이 있는 쪽을 내다보았다.

문이 열리고 화정이 들어왔다.

“서방님, 저 씻었어요.”

화정이 뒤에 와서 세옥을 안았다. 화정에게서 육향이 물씬 풍겼다. 화정이 세옥의 앞으로 와서 목에 팔을 감았다. 눈빛이 몽롱하게 풀어져 있다.

“음.”

세옥은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녀와 몸이 밀착되자 하체가 뻐근해져 왔다.

세옥이 화정의 입술에 입술을 얹었다.

그녀의 입술이 저절로 열렸다.

“아이 좋아.”

화정의 입에서 단내가 뿜어졌다. 세옥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예쁘다.”

세옥이 탄성을 내뱉었다. 어둠속에서 화정의 희고 뽀얀 가슴이 드러났다.

“나 오늘 죽여줘.”

화정이 세옥의 귓전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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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무림지보(3) 24.05.11 134 1 12쪽
73 73화 무림지보(2) 24.05.10 141 0 12쪽
72 72화 무림지보(1) 24.05.09 13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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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마녀의 사랑(3) 24.05.05 157 0 12쪽
67 67화 마녀의 사랑(2) 24.05.04 152 0 12쪽
66 66화 마녀의 사랑(1) 24.05.03 155 1 12쪽
65 65 천 년 전의 여자(5) 24.05.02 160 1 12쪽
64 64 천 년 전의 여자(4) 24.05.01 146 1 11쪽
63 63화 천 년 전의 여자(3) 24.04.30 141 0 11쪽
62 62화 천 년 전의 여자(2) 24.04.29 153 0 12쪽
61 61 천 년 전의 여자(1) 24.04.28 159 0 13쪽
60 60 마왕퇴의 비밀(10) 24.04.27 155 0 12쪽
59 59 마왕퇴의 비밀(9) 24.04.26 159 0 12쪽
58 58 마왕퇴의 비밀(8) 24.04.25 151 0 12쪽
57 57 마왕퇴의 비밀(7) 24.04.24 155 0 12쪽
56 56 마왕퇴의 비밀(6) 24.04.23 155 0 12쪽
55 55화 마왕퇴의 비밀(5) 24.04.22 1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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