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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탄의 사수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톤필리아
작품등록일 :
2014.07.10 15:07
최근연재일 :
2014.09.14 06:58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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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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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6,001

작성
14.09.0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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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장 - 일상 (5)

DUMMY

프리드리히 L. 카스토레온 소위의 아침은 빠르다.


틱- 틱- 틱- 틱- 하는 반복적인 기계음을 내며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서 돌아가는 은제 회중시계는 열 살 생일 때에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얼마 되지 않는 그의 사유물 중에서 그가 특별히 아끼는 물건이기도 했다.


그 시계가 다섯 시 반을 가리키기 5분에서 10분 전, 그는 잠에서 깨어난다.


프리드는 대다수의 많은 군인들이 그렇듯이, 아침을 즐겁게 맞이하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코 늦잠을 자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다지 업무가 많지 않은 7중대의 특성상, 그가 밤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설사 그런 일이 있는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는 기계적으로 아침에 눈을 떴다.



"............"



기상 나팔이 울리는 시간은 정확히 오전 5시 30분, 그보다 조금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는 졸린 눈으로 눈을 비비면서도, 수건을 들고 그의 침실이자 집무실을 나서서 아래층의 화장실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소위님. 좋은 아침이군요."


"하아아~암. 루벡 상사도 좋은 아침입니다."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어느 정도 정신이 들 때쯤이면, 프리드와 화장실을 나오는 것과 교환하듯이 루벡 말르워 상사가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간단히 그와 아침 인사를 한두 마디 나누고, 그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간다.



"어디 보자."



그가 집무실에 돌아가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난 밤 정리해 두었던 책상 위의 서류를 들고는 그 날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한다고는 해도, 이미 어젯밤에 문서상으로도 머릿속에서도 확실히 정리를 해 둔 일과를 빠뜨린 일이 없도록 재확인하는 일에 불과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서류들의 정리가 끝난 이후로 오후부터 확실히 1분대와의 주변 정찰 임무가 있었을 것이다.



보통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구겨진 잠옷을 벗어 던진 후에 말끔하게 군복으로 갈아입는 도중에, 7중대가 거처하는 성에는 기상 나팔이 울려 퍼진다.



"안녕하십니까 소위님."


"어어, 선임. 좋은 아침이야."



기상 나팔이 울린 후, 대략 5분쯤이 지나면 어김없이 일레나 린네 준위가 그의 집무실의 문을 두드린다.



"오늘은 5분대의 마이어 일병과 3분대의 구르트 상병이 휴가로부터 복귀할 예정입니다."


"복귀시각은 언젠데?"


"오후 7시까지입니다."


“그렇다면 1분대와 같이 귀환할 때쯤에는 이미 도착해 있겠군. 선임이 알아서 맞이해 줘.”


“예.”



선임이 찾아오면, 그녀와 함께 몇 가지 중대의 소식이나 차후 일정 등을 협의한다.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 7중대에서는 대부분이 사병들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좋은 아침입니다 소위님, 린네 준위."


"안녕하십니까 아이슬러 준위."


"아아, 좋은 아침."



그러다 보면 마치 자로 잰 것처럼 5시 45분 정시에 비앙카 아이슬러 준위가 그의 집무실로 들어온다. 프리드의 기상시각이나, 선임이 찾아오는 시간에는 적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변동이 있는데, 비앙카가 찾아오는 시간은 두 달간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

언제나 오전 5시 45분, 초침까지 정확하다.



"아침 점호시간입니다. 내려가시죠."


"응."



프리드와 일레나, 비앙카와 아래층에서 합류한 루벡까지 7중대를 운영하는 네 사람이 연병장으로 나오면, 이미 7중대원 62명은 모두 연병장에 정렬해 있다.

가끔씩 한두 명이 정렬에 늦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어김없이 칼날같은 비앙카의 징계가 떨어지고는 했다.



"전체 차렷! 중대장님께 경례!"



다행히 오늘은 그런 불행에 휘말려야 하는 대원은 없는 모양이다. 프리드는 자신에게 경례를 해오는 중대원들에게 마주 경례를 돌려주면서 그들을 한번 스윽 훑었다.


도중에 그는 크게 하품을 하던 힐다 블로턴마이어 1분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면서 황급히 입을 다무는 그녀를 보면서, 프리드는 피식 웃어 넘기며 비앙카를 곁눈질했다.

그녀에게는 천만다행히도, 비앙카는 방금 힐다의 하품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프리드는 선서를 할 때와 같은 자세로 오른손을 들었다. 아침 점호의 일과인, 캇셀.아예바의 육군 복문신조 제창을 할 차례이다. 그는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위대한 캇셀.아예바 왕국의 자랑스러운 육군, 제 34 보병연대 3대대 7중대장 프리드리히 카스토레온 소위가 중대장의 권한으로 묻는다. 네놈들은 누구인가!"



그의 발언을 뒤따라 중대원들이 크게 외친다.




우리는 위대한 캇셀.아예바의 군인이다.


우리는 왕국을 수호하는 방패이자, 왕국의 적을 처단하는 검이다.


우리는 국왕 폐하와 총통 각하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우리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끝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우리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전우를 목숨으로 돌본다.


우리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수호한다.


우리는 왕국이 필요로 하는 한, 우리의 의무를 다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으며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우리는 진실과 정의를 수호한다.


우리는 신 앞에, 이 신념을 끝까지 이행할 것을 맹세한다.




"쉬엇!"



프리드는 빙긋 웃으면서 딱딱한 표정을 풀었다.



"좋은 아침이다 제군들."


"좋은 아침입니다 중대장님!"


"오늘도 다시 떠오른 태양과 함께, 제군들의 성스러운 임무의 날도 계속된다. 아침체조 후 각자 분대별로 맡은 바 일과에 전념하도록."


"예 중대장님!"



언제나와 같이, 여기에서 프리드의 아침 조회에서의 역할은 끝이 난다. 비앙카가 언제나와 같이 냉랭한 목소리로 중대원들에게 구보 지시를 내리는 것을 들으며, 프리드와 일레나, 루벡은 성 안쪽으로 돌아온다.










"여기 소위님 몫이요."


"음. 고마워 미이나."



오전 6시 20분. 사병들의 정상적인 아침식사시간에서 10분 전인 지금, 중대장인 프리드와 부사관들은 성 안쪽의 휴게실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시작하게 된다.


상냥하게 웃으면서 프리드의 앞에 스프 그릇을 놓은 군복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린 사병은 미네르바 레그 이병이다. 약칭은 미이나.

올해로 17세지만, 16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키와 헐렁한 군복이 마치 어린아이에게 억지로 군복을 뒤집어 씌운 듯한 느낌을 준다.


살짝 마음이 약하고 낯가림을 타서 막역해지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7중대에서는최연소의 막내인데다가 상냥하고 취사와 세탁 등 7중대의 가사일 전반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어서 중대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 이건 아이슬러 준위님이......"


"아, 고맙다 레그 이병."



그런 그녀도 천하의 비앙카와 친해지는 것은 무리가 있었던 듯 했다. 아니, 애초에 비앙카와 막역한 7중대원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프리드는 내심 한숨을 쉬면서도, 언제나와 같은 아침식사의 풍경에 쓴웃음을 지으며 갓 구운 듯 따끈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먹음직스러운 흰 빵을 집어들었다.



"뭔가 재미있는 소식이라도 있습니까?"



사관들의 아침식탁은, 그다지 즐거운 담화가 오가지는 않는다. 명백하게 분위기를 낮추고 있는 비앙카가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하지만, 선임 역시 쓸데없는 대화를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고, 그들 중 가장 붙임성이 좋은 루벡 상사는 아침 식사를 먹으면서 그날 자 신문을 읽는 취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뉴스는 없군요. 언제나와 같이 자잘한 소식들뿐입니다."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루벡 상사가 대답했다.










아침 식사가 끝난 이후, 프리드는 집무실에서 중대장으로서의 업무를 서둘러 처리하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오전 업무를 몇 가지 끝내 놓고는 자발적인 트레이닝이나 휴식을 취하며 독서 등을 할 테지만,


오늘은 오후에 1분대와 같이 정찰 임무에 나선다. 오후의 업무까지 오전에 전부 끝내놓고 정찰에서 돌아온 이후에 편안한 저녁을 맞이하고 싶은 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



프리드는 잠시, 괄괄하고 남자다우면서도 자신과는 계속 어색한 분위기로 남아있는 1분대장, 힐다 블로턴마이어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두 달 전,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그 사건 이후로, 그와 힐다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는 아직까지도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척 봐도 시원시원하고 뒤끝 없는 성격의 힐다는 쪼잔하게 옛날 일에 앙심을 품고 사소한 트러블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프리드의 말에는 제대로 복종하고, 딜로크 라르슈타인 이병 등 사건에 연루되었던 이병들 역시 대외적으로는 착실히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단지, 예기치 않은 일이 겹쳤다고는 해도 첫날부터 꼬여버린 자신의 인상과, 솔직하게 자신을 괴롭힌 상관을 인정하지 못하는 힐다, 그리고 인간관계에는 젬병인 프리드가 한데 섞여 현재의 이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서로 적대적이라 상관만 아니라면 으르렁댔을 그런 파탄적인 관계는 아니어도, 적어도 휴일에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 한 잔을 걸칠만한 관계 역시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1분대원들과 함께 바깥에 나가게 된 것이다.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군.”



농담 섞인 말을 하면서 혼자 쓰게 웃은 프리드는 만년필을 움직여 서류에 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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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4장 - 일상 (6) +8 14.09.14 677 34 16쪽
» 4장 - 일상 (5) +6 14.09.08 726 31 10쪽
24 4장 - 일상 (4) +5 14.09.03 757 31 16쪽
23 4장 - 일상 (3) +5 14.09.01 901 30 10쪽
22 4장 - 일상 (2) +3 14.08.28 845 35 13쪽
21 4장 - 일상 (1) +7 14.08.26 846 35 14쪽
20 3장 - 반항 (덤) +6 14.08.13 901 38 5쪽
19 3장 - 반항 (7) +3 14.08.13 1,014 31 18쪽
18 3장 - 반항 (6) +8 14.08.08 993 36 12쪽
17 3장 - 반항 (5) +4 14.08.04 1,132 39 14쪽
16 3장 - 반항 (4) +6 14.07.30 1,071 43 13쪽
15 3장 - 반항 (3) +5 14.07.29 1,015 41 9쪽
14 3장 - 반항 (2) +4 14.07.27 1,125 45 10쪽
13 3장 - 반항 (1) +4 14.07.24 979 47 10쪽
12 2장 - 3대대 7중대 (6) +5 14.07.21 1,205 41 12쪽
11 2장 - 3대대 7중대 (5) +4 14.07.19 1,182 43 9쪽
10 2장 - 3대대 7중대 (4) +4 14.07.17 1,425 46 11쪽
9 2장 - 3대대 7중대 (3) +7 14.07.16 1,100 44 11쪽
8 2장 - 3대대 7중대 (2) +4 14.07.15 1,407 52 11쪽
7 2장 - 3대대 7중대 (1) +5 14.07.14 1,164 50 9쪽
6 1장 - 새로운 부임지 (4) +4 14.07.14 1,345 45 14쪽
5 1장 - 새로운 부임지 (3) +4 14.07.13 1,168 40 10쪽
4 1장 - 새로운 부임지 (2) +3 14.07.13 1,312 49 11쪽
3 1장 - 새로운 부임지 (1) +3 14.07.13 1,322 46 8쪽
2 Prologue (下) +4 14.07.12 1,668 50 15쪽
1 Prologue (上) +6 14.07.11 1,777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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