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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바이트 님의 서재입니다

흑탄의 사수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톤필리아
작품등록일 :
2014.07.10 15:07
최근연재일 :
2014.09.14 06:58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9,721
추천수 :
1,077
글자수 :
136,001

작성
14.07.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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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장 - 새로운 부임지 (3)

DUMMY

리브만토 시(市) 의 리브만토 역에서 내린 프리드는, 예상 외로 사람들의 표정이 평화로운데에 먼저 놀라움을 느꼈다.



'호오....'



아무리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해도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란드하겐 공화국의 영토였다. 게다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기아나 절망에 찬 표정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캇셀.아예바의 군복을 입고 있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시선 한둘쯤은 쏟아질 법 했는데 그런 일도 없다.


상당히 큰 도시라 분명 이 도시 역시 전쟁당시 점령전을 치루었을 텐데도 전쟁의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시의 풍경에 신선함을 느끼며 역을 나온 프리드는 역 입구에서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시계를 보았다.

오후 7시 10분. 슬슬 석양이 길어지는 시간이었다. 리아르드 마을은 열차가 다니지 않으니 가장 가까운 역인 이곳에서 내려서 담당 선임하사관이 자신을 데리러 오도록 되어 있는데......



"자...... 이제 어쩐다......"



초조한 마음에 다시 한번 시계를 보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리드 카스토레온 소위님?"


"......"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군복으로 몸을 감싼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아아. 난데......"


"처음 뵙겠습니다. 캇셀.아예바군 제 34보병연대 7중대 소속 선임사관 일레나 린네라고 합니다. 계급은 준위입니다."



절도있게 경례를 하는 그녀를 본 프리드의 감상은 약간 어이없을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군인답다' 는 것이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내내 바뀌지 않는 무표정과 감정 없는 목소리로 자세하나 틀림없이 경례하는 모습은 나무랄 데 하나 없었지만 그녀에게서 차갑다는 인상은 없었다.

감정이 없어 약간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은 처음부터 그런 것일까. 참, 지금 냉정하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음. 프리드 카스토레온이다. 계급은 소위. 오늘 이시간부로 자네의 직속 상관이 되었다. 잘 부탁하네 선임."



프리드가 마주 경례를 하며 자기 소개를 하자 그녀는 여전히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차를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아아. 부탁하네."



말이 끝나자 일레나 린네 준위는 채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의 짐을 들고 앞장섰다.


프리드는 잠자코 그 뒤를 따랐다. 여성이 남성의 짐을 들고 앞장서는 모습은 다소 기괴할수도 있으나 군대에선 그게 아니다.

단순히 그의 계급이 그녀보다 위인 것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자신의 짐을 들 이유는 충분하다.

만일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녀가 프리드의 짐을 들지 않고 내가 들고 있다면, 그녀가 비난받을 만한 행위인 것이다.


선임의 뒤를 걸으면서 프리드는 그녀의 뒷모습을 불가피하게 계속 보게 되었다.

키는 170cm 정도.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가? 여성치고는 짧게 자른 어깨에도 닿지 않는 금발머리는 뒷모습만 보면 사춘기 소년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아까 슬쩍 본 바로는 이목구비가 단정한 것이 상당한 미인이었다.


차는 평범한 지붕이 없는 군용 차량이었다. 뒷좌석에 프리드의 짐을 내려놓은 선임을 내버려두고 그는 조수석에 앉아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


"................"



어색하다.


정말 미치도록 어색하다. 프리드는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우선, 자신의 한심한 대인관계와 괴멸적인 사교성은 둘째치더라도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처음 만난 여성과 이렇게 얽힌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어렸을 때는 집안 사정 때문에, 군에 들어가고 나서도 전부 남자투성이인 부대라 여군들과 얽힌 적은 없고......

일반사병 시절에 누구나가 겪는 전투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고생할 시절, 동료들을 따라 매춘부를 사서 안은 적이야 있지만 그것은 정당한 경험(?) 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눈에 띄도록 빠르게 표정이 어색해지고 있을 자신에 비해 선임은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이건 강적이라면 강적이다.


어머니는 기억도 나지 않을 어릴때에 돌아가셨다.

여동생인 리이나는 그의 앞에서는 언제나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여성 사관이 마중을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게다가 이런 높은 레벨의 포커페이스라니.



"흠, 흠."



차가 시내를 벗어나고 다시 한가로운 들판 풍경이 펼쳐지고 날 때쯤, 더 이상 어색함을 견디기 힘들었던 프리드가 헛기침을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소위."



선임이 고개를 돌리며 묻는 말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미소를 지어보이며 움직이지 않는 입을 떼었다.



"문득 궁금해져서 그래. 란드하겐은 어떤 곳인가... 하고."



일순간 선임의 얼굴이 살짝 놀란 듯이 바뀌었다.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운전에 집중하며 대답했다.



"전.란드하겐 공화국은 우리 캇셀.아예바와 합병하기 전까지 불과 4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였습니다. 원래 이 지역엔 60여 개 이상의 소수민족들이 살던 곳으로 언어는 같지만 언제나 크고작은 분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역사는..."



프리드는 선임이 입을 열자마자 아차, 하는 기분이 되었다.


이 여자, 내가 란드하겐이란 나라 자체에 대해 자세하지 못한 것으로 착각을 했군. 그거야 놀랄 만도 하지. 바로 이웃나라였던 란드하겐에 대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까지 치른 나라를 군인이 모른다는 건 한심한 것을 떠나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여성과의 대화 경험이 적은 터라, 말을 가로막을 타이밍을 놓친 프리드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어투로 말했다.



"룩 타르 시쿰. 유스티 미챠 융 코네.(미안. 그런 의미가 아니었네.)"



선임이 다시 한번 놀랐달까,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란드하겐어를... 하실 줄 아시는군요."


"음. 뭐...... 조금 배우긴 했지."


"발음이 유창하신 게 조금이라고는 믿기 힘들군요."



처음으로,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런 표정도 할 수 있잖아. 라고 무심코 말해버릴 정도로 선임의 웃는 모습은 솔직하게 매력적이라고 프리드는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은 짓을..."


"아, 아니야. 나도 그 뭐냐.....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말이지."



프리드 역시 자신을 탓했다.



그거야 오늘 처음 만난 상관이 자기가 웃는 것을 멀뚱히 보고 있으면 누구나 그러지 이 멍청아.



그러나 이런 교환 덕분에 어느 정도 선임의 성격을 알게 된 것 같긴 했다.


엄격하긴 하지만 딱딱하지는 않고, 냉정하기는 하지만 차갑지는 않다. 전선이라면 좋은 현장 지휘관이 될 수 있을 거다.

처음 보았을 때 보인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무감정은 그녀 나름대로 긴장해서 저도 모르게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가 선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고 있는데, 운전석에서 선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보다 훨씬 더, 누그러진 부드러운 목소리에 프리드는 반문했다.



"뭘 말이야?"


"아까 하신 질문...... 어떤 의미로 란드하겐을 알고 싶으신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아......"



프리드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처음에 아까의 역에 도착했을 때...... 조금 놀랐었지."


"......."


"사람들은 전부 활기있어 보였고 도시에서는 전쟁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나를 보는 눈빛에도 적대적인 느낌은 도저히 찾을 수 없더군. 그래서 문득 생각한 것 뿐이야. 어떤 일일까...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 그의 옆에서, 그녀는 석양 너머로 다시 한번 빙긋 웃었다.



"란드하겐은 아시다시피 여러 소수민족이 오랫동안 분쟁을 해 왔던 지방입니다. 공화국 건설당시 모든 지역을 한 이름하에 묶어놓기는 했지만 내전이라고 해도 좋을 심각한 분쟁이 계속되었지요."


"아아. 그렇다고는 들었어."


"그래서인지, 이 지방 사람들은 <란드하겐 공화국> 에 대한 애국심이랄까, 애착심이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 실제로 저희 군에 의해 오랜 분쟁이 사라진 것을 기꺼해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저희가 처음 이곳을 점령할때도 별 저항이 없었습니다."



"호오......"



어느 정도는 예상 하고 있었지만 그정도일줄이야. 프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란드하겐 공화국과의 전쟁은 반 년도 걸리지 않아 결착이 났다고 들었다.

그것도 정전이나 휴전 혹은 패배선언이 아닌, 국토 전부를 병합해버린 일이 겨우 반 년안에 이루어진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한다.



"선임은... 란드하겐과의 전쟁 때 참가했었나?"


"예?"


"아, 뉘앙스가 그렇게 들려서 물어본 것 뿐이야."



확실히 자신들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라고 했으니까. 그의 질문에 선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시 118 보병연대에서 복무했었습니다. 에르메티히 점령전에도 참가했었구요."


"그렇군."



그 말을 끝으로 선임과 프리드 사이에는 말이 끊어졌다. 그렇지만 아까와 같이 어색한 분위기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할 말이 없어진 상태였다. 프리드는 문득 리아르드 마을에 대해서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까. 새로운 부임지다. 차차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겠지.


군용 자동차 특유의 덜컹거리는 엔진음을 내며, 차는 석양 사이를 계속 지나간다.

6.jpg


작가의말

 3번째 연참입니다 ㅡㅡ;; 

 나름 불법(?) 홍보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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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장 - 3대대 7중대 (2) +4 14.07.15 1,407 52 11쪽
7 2장 - 3대대 7중대 (1) +5 14.07.14 1,164 50 9쪽
6 1장 - 새로운 부임지 (4) +4 14.07.14 1,345 45 14쪽
» 1장 - 새로운 부임지 (3) +4 14.07.13 1,168 40 10쪽
4 1장 - 새로운 부임지 (2) +3 14.07.13 1,312 49 11쪽
3 1장 - 새로운 부임지 (1) +3 14.07.13 1,322 4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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