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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탄의 사수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톤필리아
작품등록일 :
2014.07.10 15:07
최근연재일 :
2014.09.14 06:58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9,716
추천수 :
1,077
글자수 :
136,001

작성
14.07.29 16:02
조회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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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9쪽

3장 - 반항 (3)

DUMMY

그녀는 때마침 분대로 돌아왔는지, 적잖이 놀란 듯한 얼굴로 그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훈련 후 수돗가에서 물을 뒤집어썼는지, 젖은 상의와 머리, 목에 걸치고 있는 타월이 그녀의 구릿빛 피부와 묘하게 어울려 야성적인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지금 프리드는, 힐다의 외관이나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



"소위, 이것은 대체......."


"마침 왔군. 블로턴마이어 상병."


"딜로크, 아니 라르슈타인 일병이 무슨 잘못이라도?"



라르슈타인 일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자신 때문에 다시 한번 존경하는 분대장이 꾸중들을 것을 예상한 탓이겠지.

하지만 프리드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자네는 부하의 군 규율 위반을 허가하고 있는건가?"


"아, 저 중대장님. 제가......"


"난 자네한테 말하고 있지 않다 라르슈타인 일병!"



프리드의 노성에, 1분대원과 라르슈타인 일병은 물론이고, 힐다마저 움찔하는 표정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고개를 숙인 힐다에게서 작은 목소리의 사과가 나왔다.

꽤나 분했던 모양이던지, 꾹 쥔 두 주먹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보면서, 프리드는 쓰게 입맛을 다셨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예. 소위."


"좋다. 그렇다면 다음은, 제군들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하나씩 알려주겠다."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힐다나, 어색한 듯이 눈길을 피하는 라르슈타인 일병에게서 시선을 떼며, 프리드는 나머지 1분대원들도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훈련으로 1분대의 휴일이 캔슬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원래 있었던 예정을 내일로 옮길 생각이다."


"저...... 그 말씀은......?"



안경을 쓴 평범한 여병의 질문에, 프리드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오늘 휴일이 예정되어 있었던 1분대는 내일 휴식한다는 말이다 이병."



작은 환성이 울려퍼졌다. 과연 방금 전까지의 분위기를 생각해서인지 모두들 마음껏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환영받을 만한 결정이었다고 생가하며 프리드는 안색을 일부러 엄격하게 바꿨다.



"자, 그런데 다음은 나쁜 소식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1분대의 환호가 뚝 그쳤다.



"블로턴마이어 상병은 이 명령에서 열외한다. 분대장으로서 분대원이 상관에게 무례한 태도를 취하도록 잘못 교육한 벌이다. 이상."



짧은 정적을 찢은 것은, 엄청나게 당황한 듯한 금발머리 병사, 딜로크 라르슈타인 일병이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쇼! 소위님, 아니 중대장님! 어째서 그게 누님 잘못이 됩니까!"


"누님.....?"



프리드는 단순히 의문을 품고 물어봤을 뿐이었지만, 그것이 책망하는 어투로 들렸는지 그는 찔끔하며 말을 바꿨다.



"아니, 분대장님. 분대장님의 잘못이 아니잖습니까.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독단으로 분대장님은 관계 없......."


"딜로크."


"누님, 아니 분대장님도 뭐라 말 좀......!"


"딜로크!"



힐다가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소위. 그리고 알겠습니다."


"음. 이상이다."



다시 한번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힐다를 보면서, 프리드는 한숨을 쉬며 등을 돌렸다.

솔직히 이런 전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과 힐다의 트러블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설마 트러블을 해소하기도 전에 힐다보다 겁없는 일병이 불쑥 튀어나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탓이었다.

이건 만회하기가 꽤나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발걸음은 살짝 무거워졌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프리드와 힐다가 눈을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젠장!"


쾅- 하는 소리를 내면서 묵직한 군화가 한구석에 놓여 있던 주인 없는 사물함에 부딪혔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8시. 저녁식사를 끝내고 돌아온 1분대의 막사 내에서, 딜로크 라르슈타인 이병은 분이 덜 풀렸다는 듯 씩씩거리며 자신의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납득할 수 없어! 뭐가 좋은 중대장이냐. 완전히 또라이잖아!"


"말이 심해 딜로크."


"막스, 너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냐?"


"괜찮고 자시고, 네가 잘못한 건 맞잖아......"


"뭐라고!?"



딜로크는 거칠게 옆에 앉았던 병사의 옷자락을 잡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1분대원들이 웅성거리며 일어섰을 때, 착잡하면서도 조용한 목소리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시끄럽다 너희들."


"..........누님."


"막스 말이 맞다 딜로크. 다른 곳이었다면 군법회의감이라고해도 신기하지 않아. 오히려 운이 좋다고 생각해라."



슥슥 자신의 군화를 닦으면서, 힐다가 무심하게 맗는 소리에 딜로크는 물론이고 1분대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가장 화를 내면서 길길이 날뛸 줄 알았던 힐다가 묘하게 조용한 것도 그랬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계속하는 힐다가 묘하게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 누님, 정말 죄송함다."



딜로크가 힐다 앞으로 가서 고개를 숙였다. 힐다를 크게 존경하고 있었던 모습으로 비추어볼 때, 자신의 잘못으로 힐다에게 피해가 놀아간 것이 견디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됐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누님, 전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슴다. 징계를 할 거면 저한테 하면 돼지, 왜 누님을......"



딜로크의 불평에도, 힐다는 묵묵히 자신의 군화를 닦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방금 전까지 그와 싸울 뻔했던 막스 포위머 이병이 그의 뒤에서 귀를 기울이던 다른 1분대원들과 함께 딜로크의 옷자락을 꾹꾹 잡아당겼다.



"뭐야, 분대장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잘 모르겠는걸요. 하여튼 뭔가 정말 이상해......."


"힐다씨가 저러니까 어쩐지 엄청나게 불편한 느낌이야."



소곤소곤 1분대원들이 말하는 와중에, 딜로크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위험해 저건......."


"위험하다니?"


"누님이 진짜로 화났어."


"에엑? 어딜 봐서? 저건 화나기는 커녕...... 그렇지 막스?"


"아, 으음..... 신기할 정도로 침착해 있는 듯이 보이는데......"



딜로크가 진저리를 쳤다.



"바보녀석들! 누님이 진짜 화났을 때는 오히려 평소보다 조용하다구. 그 왜, 늑대는 평소에는 멀리까지 짖지만 사냥할 때는 몸을 숙인다고 하잖아."


"들린다 바보들아."


""""히익!""""



순식간에 힐다에게서 거리를 벌리는 1분대원들을 보면서, 힐다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같은 짓들 하지 말고 어서 자라. 난 잘거다."



침상에 눕는 그녀를 흠칫흠칫 바라보며, 1분대원들이 흩어졌다.

그렇게, 아마도 1분대 역사상 최고로 어색한 분위기의 밤이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쳇."



투덜거리며, 딜로크 역시 벌러덩 자신의 침상에 누웠다.

1분대 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힐다를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는 그로서는 다른 사람의 걱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도때도 없이 화를 펑펑 내고, 이리저리 투덜대고, 입이 거칠고 성질도 급한 누님이지만, 분노가 오래 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새 중대장에게 비록 지금은 머리끝까지 화가 올랐다고는 해도, 다소의 어색함은 남겠지만 결국은 머지않아 풀릴 것이다.

좋게 말하면 시원시원하고 대범한 스타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남자 중의 남자, 사나이다. (여성인 만큼)


문제는 자신이다. 자신은, 그 중대장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이라도 다 알고 있는 듯한 그 묘한 눈초리도, 자신과 나이 차이도 거의 나지 않으면서 훌륭한 사람 행세하는 것도, 일부러 하고 있는 듯한 무감정한 목소리도 맘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누님에게 그런 처사를 한 것이 용서되지 않는다.

자신은, 과연 이후로도 그 중대장을 보면서 제대로 중대 생활을 예전처럼 할수 있는 것인가?


젠장, 이게 다 그 멍청한 소위 때문이군.


한숨을 쉬면서, 그는 복잡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당분간, 잠이 들기는 틀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작가의말


언제나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변화무쌍한데, 건강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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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4장 - 일상 (5) +6 14.09.08 725 31 10쪽
24 4장 - 일상 (4) +5 14.09.03 756 31 16쪽
23 4장 - 일상 (3) +5 14.09.01 901 30 10쪽
22 4장 - 일상 (2) +3 14.08.28 845 35 13쪽
21 4장 - 일상 (1) +7 14.08.26 846 35 14쪽
20 3장 - 반항 (덤) +6 14.08.13 901 38 5쪽
19 3장 - 반항 (7) +3 14.08.13 1,013 31 18쪽
18 3장 - 반항 (6) +8 14.08.08 993 36 12쪽
17 3장 - 반항 (5) +4 14.08.04 1,132 39 14쪽
16 3장 - 반항 (4) +6 14.07.30 1,071 43 13쪽
» 3장 - 반항 (3) +5 14.07.29 1,015 41 9쪽
14 3장 - 반항 (2) +4 14.07.27 1,125 45 10쪽
13 3장 - 반항 (1) +4 14.07.24 979 47 10쪽
12 2장 - 3대대 7중대 (6) +5 14.07.21 1,205 41 12쪽
11 2장 - 3대대 7중대 (5) +4 14.07.19 1,182 43 9쪽
10 2장 - 3대대 7중대 (4) +4 14.07.17 1,425 46 11쪽
9 2장 - 3대대 7중대 (3) +7 14.07.16 1,100 44 11쪽
8 2장 - 3대대 7중대 (2) +4 14.07.15 1,407 52 11쪽
7 2장 - 3대대 7중대 (1) +5 14.07.14 1,164 50 9쪽
6 1장 - 새로운 부임지 (4) +4 14.07.14 1,345 45 14쪽
5 1장 - 새로운 부임지 (3) +4 14.07.13 1,167 40 10쪽
4 1장 - 새로운 부임지 (2) +3 14.07.13 1,312 49 11쪽
3 1장 - 새로운 부임지 (1) +3 14.07.13 1,321 46 8쪽
2 Prologue (下) +4 14.07.12 1,668 50 15쪽
1 Prologue (上) +6 14.07.11 1,777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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