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바이트 님의 서재입니다

흑탄의 사수

웹소설 > 자유연재 > 전쟁·밀리터리

톤필리아
작품등록일 :
2014.07.10 15:07
최근연재일 :
2014.09.14 06:58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9,720
추천수 :
1,077
글자수 :
136,001

작성
14.08.13 18:12
조회
1,013
추천
31
글자
18쪽

3장 - 반항 (7)

DUMMY

딜로크는 인사불성이었다.



"하하하하~! 마리이~ 안나~! 어디들 다 간 거야~"


"이미 한 시간이나 전에 돌아들 갔거든! 말하려거든 이거 좀 놓고 말해! 난 너를 좋다고 쫒아 다니는 마을 아가씨가...... 어, 어이! 너 어딜 주물럭대는 거야!"


"마리이~"


"우악, 그만 두지 못해! 기, 기분나뻐! 야 이 자식아! 손 떼라고!"


"으아...... 딜로크가 빌헬름에게 달라붙어 있어. 게다가 차마 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행동을...... 어이 릴리안, 너도 보지만 말고 좀 말려......"


"딜로크의 손이 스치듯 빌헬름의 다리 사이로로 흘러 내려갔다. [안돼 딜로크!], [걱정 마, 나한테 맡겨.] 빌헬름을 바라보는 딜로크의 얼굴엔 이미 홍조가 가득히 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얼굴은 점점 가까워지고......"


"어어어어어어이! 너까지 뭘 하고 있는 거야! 누가 진짜 입으로 표현하랬어! 아니, 그것 이전에 명백하게 왜곡돼 있겠지! 그 망상은 도대체 뭐야!"


"아앙....? 막스, 니가 입으로 표현할 수 없다며. 내가 대신 해줬는데 뭐가 맘에 안든다는 겁니까 이자식아. 딸꾹."


"너까지 취한거냐! 희망사항이냐? 아까 그 망상은 전부 너의 희망사항인거냐!"



같은 군의 전우이자 동성인 딜로크에게 맹렬하게 구애당하고(?) 있는 빌헬름 버크란디 일병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취기 없이 제정신으로 남아 있었던 막스 룽케 일병의 얼굴은 이미 반쯤 눈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망했어! 망해도 제대로 망했어! 7시는커녕 9시가 다 되 가잖아! 빌헬름, 네가 아가씨들 바래다 준다고 자리를 비우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어이! 너야말로 가게에 남아서 이 녀석들이 술 퍼 마시는걸 말리지 않고 뭘 한거야...... 랄까 이 자식 좀 떼어내 보라고! 내 바지를 벗기려 들잖아!"


"릴리안이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고! 저 녀석은 마을 아저씨들이랑 어울려서 부어라 마셔라 죽도록 퍼마시지......"



허둥대는 두 사람, 아니 주정을 부리는 두 사람까지 1분대의 네 사람들을 보면서 주점 안의 리아르드 마을 사람들은 다들 껄껄 웃고 있었다.

가끔씩 마을로 내려오는 7중대들의 군인들이야 그렇게 드문 광경은 아니었고,

그 중에서도 젊은 청년들이 모인 떠들썩한 술자리는 언제나 보면서도 즐거운 광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즐길 기분이 아니었지만.



"우린 이제 죽었어!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분대장이 알게 되면 우릴 막사 벽에다 세워 놓고 일렬로 슈타페(*기관단총) 를 갈길 거야. 아니, 진짜 문제는 분대장이 아니라......"



막스 일병의 말에, 빌헬름 역시 다시 한번 안색을 푸르르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게 아이슬러 준위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엔......"


"아니, 애초에 그렇지 않아도 딜로크 녀석이 어제 사고를 쳤는데, 그 녀석을 포함해서 이러고 있었다는 걸 중대장이 알았다간......"



그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막스와 빌헬름 역시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여기 저기 움직이면서 주사를 부리는 딜로크나, 술기운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로 의미 모를 말을 계속해서 중얼중얼거리는 릴리안에 비해 취기가 덜 올라왔다는 것뿐이어서, 계속 두 사람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는 그들의 노력은 좌절될 수 밖에 없었다.


막스 일병은 다시 한번 가게에 걸린 시계를 보면서 울상이 되었다. 오후 9시. 이미 복귀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긴 후였다.



"아무튼 이 녀석들을 일단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가게에 있으면 있을수록 술을 퍼마시니 역효과야."


"데리고 나가서 어쩌려고? 고주망태인 저놈들을 데리고 언덕을 오르겠다 이 말이야?"



빌헬름 일병의 말에 막스 일병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확실히, 모래가 가득 들어있는 포대자루나 다름없는 상태의 두 사람을 데리고 한 시간 거리에 가까운 오르막을 오라 가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봐, 군인 친구들, 뭣하면 그 두 친구, 위층에서 재우는 게 어때? 상태를 보아하니 단골이고 하니 그 정도는 허락해 주지."



진퇴양난에 빠진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든 것은 희끗희끗해지는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포마드 기름으로 빗어 넘기고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이 주점 '하얀 올빼미'의 주인이었다.

올해로 52세. 리아르드 마을의 유일한 주점을 운영하다 보니, 성격은 시원시원하면서도 친절한 정보통으로 통하는 아저씨였다.


웬만해서는 매사에 인생 경험이 풍부해 보이는 그의 충고를 들으면 엉뚱한 곳에서 발을 헛디딜 일은 없지만, 두 일병에게는 도무지 그 말을 듣는 것은 무리였다.



"맙소사, 아니 될 말씀을. 2시간 늦은 것만으로도 이미 영창감이라구요. 군 생활이 위태위태한데, 아예 무단으로 외박을 하라굽쇼?"


"아저씨, 우리가 군법회의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겁니까?"



격렬하게 터져 나온 그들의 비명과도 같은 반대에, 주인 아저씨는 쓰게 입맛을 다시며 린넨 천으로 깨끗이 닦던 유리컵을 내려놓았다.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어어이! 빌헬름, 일단 이 녀석들을 업어. 뭐가 어찌되었든 일단 가자고. 여기 이러고 있어봐야 상황만 더 나빠져."


"젠장......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그들이 취해서 낄낄대는 딜로크의 양 팔을 붙잡고 자리에서 억지로라도 일으키려는 순간, 녹슨 문의 경첩 소리와 함께 주점의 문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빌헬름과 막스, 두 이병의 안색이 죽은 사람의 그것처럼, 납빛으로 변했다.



"젠장......"



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싸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거기에 서 있었던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중대장인 신임 소위였기 때문이었으니까.










"호오......"



'하얀 올빼미' 라고 붙어있는 간판의 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프리드는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함께 온 잉게 티르카 이병이 자신의 등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등 뒤에 있어서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마 자신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주, 주주주주주주주주 중대장님!"


"겨, 경례!"



딜로크를 부축하고 있던 두 이병이 반사적으로 기세 좋게 경례를 한 것은 좋은데, 그 바람에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리느라 간신히 몸만 서 있던 딜로크가 우당탕탕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멋지게 바닥을 굴렀기 때문이었다.

한 여병은 일어서지도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뭔가 탁한 눈으로 자고 있는지 기절했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고 (그런데도 눈은 뜨고 있었다),

그나마 프리드에게 경례한 두 일병 역시도 태세가 만전이지는 않은 듯, 나름대로 취한 차렷 자세는 훌륭하리만큼 비틀려 있었고, 늠름하게 올라가 있어야 할 경례를 붙일 오른 손 역시 취기인지, 아니면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공포인지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뒤에서 티르카 이병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느끼며, 프리드는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나 보군 일병."


"주, 중대장님! 이, 이건 그런 게 아니라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프리드가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크게 미소를 지으며 살기로 번득이는 눈을 빛냈다.



"내가...... 발언을 허가한 적이 있나 일 병?"


"헉!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자아...... 그런데......"



프리드는 속으로는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겉으로는 일부러 표정과 목소리를 한층 더 차갑게 만들며 술집 안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했음이 분명한 주점 안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주점 안에는 지각한 1분대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 보이는 50대의 남성도, 척 봐도 1분대원들 만큼이나 취해 있는 남성들도 몇몇 무리가 있었지만, 그 모두가 자신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는 것을, 프리드는 느낄 수 있었다.


리아르드 마을 인근의 치안유지를 담당하는 7중대다. 그 중대장에게 할당된 권력은 민간인들로서는 상당한 것이었다. 당연히 긴장할 만도 하겠지.

프리드는 생각하면서 내심 한숨을 쉬었지만, 그렇다고 민간인들에게 폐가 된다고 해서 여기에서 1분대원들을 하하 웃으면서 그냥 데려갈 수만도 없다.



"외출 시간을 넘겨 부대 복귀 시간에 두 시간이나 지각...... 사유는 술에 취해서라......? 아직 주점을 떠나지 조차 않았고."



꿀꺽- 하고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으며 프리드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을 대라 일병."


"예! 1분대 막스 룽케 일병입니다!"


"1분대 빌헬름 버크란디 일병입니다!"


"......끝인가?"


"예?"



프리드가 다시 한번 히죽 잔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곳엔 지금...... 몇 명의 일병이 있지?"


"헉!"



막스와 빌헬름 일병이 둘 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딜로크와 이미 앉은 자세로 숙면하고 있는 릴리안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관등성명을 댈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



연기하는 배우와도 같이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프리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만일 비상시였다면 군법 회의감이다. 아니, 즉결 처분으로 총살도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알고 있는가 일병?"


"!"



숨을 삼킨 소리는 두 일병이 아니라 앉아있던 마을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낸 것이었다.

물론, 직접 그 무거운 소리를 선고 받은 두 일병의 안색은 이제는 거의 거무죽죽한 흙빛이 되어 있었다.



"으응......"


"헛! 디, 딜로크!"


"야, 너 지금 무슨!"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탓이었을까, 어느새 일어서서 프리드의 앞으로 비칠비칠 일어나 걸어간 딜로크를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프리드는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는 듯한 꼴사나운 딜로크의 모습에 내심 실소를 터뜨렸으나, 굳어진 표정을 유지하면서 그에게 말했다.



"할 말이라도 있나 일병?"


".................."


"......."


"......안나?"


"아니, 중대장이다."



누구냐 그건.


속으로 반문하며, 프리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자, 딜로크는 낄낄낄 웃어대더니, 프리드의 어깨에 손을 턱 하니 올리는 게 아닌가?



"우하하하~ 그랬었지. 중대장이다아! 우히히히. 오자마자 누님을 괴롭힌 못된 중대장님이 아니쇼!"


"컥!"


"헉!"



막스와 빌헬름 일병 두 사람과 프리드 뒤에 내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서 있던 잉게 이병이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심지어는 조마조마 숨을 죽이며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가 다수 나왔다.



"............"



반면에, 프리드는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


애초부터 아수라장일 것은 익히 예상이 끝난 상태였고, 또한 현재 상황은 자신이 긴장하거나 화를 내기는커녕 솔직히 웃기다.

혀 꼬인 소리로 말하면서 비틀비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병사에게 화를 내서 뭘 하겠는가?

비앙카 같은 규율에 엄격하고 원리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조금이라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타입의 장교라면야, 낯빛을 바꾸고 격노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나름대로 사병으로서의 경험이 풍부하고 장교의 경험 역시 길지 않은 프리드에게는 지금의 딜로크의 행동이 별로 모욕적으로도, 건방으로도 다가오진 않았다.


다만,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과연 현실에서 중대장에게 이러한 무례를 범하고 있는 일병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프리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한층 더 목소리를 낮추고 으르렁대듯이 말했다.



"경고한다 일병. 지금 당장 내 몸에서 손을 떼라."


"어라아~? 헤헤, 사람한테 부탁을 할 때에는 태도를 좀더......히끅. 주웅대장니임."


"딜로크, 이 미친 자식!"


"저, 정말 죄송함다! 중대장님! 지금 당장!"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막스 일병과 빌헬름 일병이 창백해진 얼굴로 딜로크의 어깨를 잡아 강제적으로 프리드에게서 떼어 냈다.



"어, 어어...... 이거 놔라아. 나는...... 히끅. 위대애하신 주웅대장님과 얘기를......."


"아이고, 이 망할 놈아! 죽으려고 작정을 해도 정도가 있지!"



그러나, 딜로크의 힘이 의외로 센 것인지, 아니면 그를 떼어내려고 하던 두 사람이 의외로 취해 있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딜로크가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제압은 용의치 않은 듯 했다.


......이건 안되겠군.



프리드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선 것과, 두 사람이 버둥거리던 딜로크를 놓치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것은 동시의 일이었다.



"어!"



필연적으로 자신 쪽으로 쓰러지듯이 덮쳐오는 딜로크의 몸에서 독한 술 냄새가 확 풍기는 것을 느끼며, 프리드는 눈살을 찌푸리는 동시에 손을 휘둘렀다.



"!"


"우왔......"



딜로크의 추태로 잠시 어수선해졌던 주점 안이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마치 달려들듯이 쓰러지는 딜로크의 어깨를, 프리드가 살짝 손바닥으로 탁- 치는 듯 하더니, 어느새 덩치 큰 딜로크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털썩- 하고 마룻바닥에 등부터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저건......"


"한벳타......!"



놀라움의 소리를 높인 것은 프리드의 뒤에 서 있던 잉게 티르카 이병이었다.


캇셀.아예바의 전통 무술인 한벳타. 유수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맨손격투술 중에는 가장 고급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무술이었다.

캇셀.아예바가 현대에 들어서기 전의 왕정 시대에는 귀족들과 기사들이 주로 익히던 호신술이었지만, 특유의 화려함과 맨손 격투술이라는 이점으로 냉병기의 몰락에도 관계없이 현대까지 살아남았고 또한 국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무술이기도 했다.


그들이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의 어깨 관절을 손바닥으로 쳐내며 발로 자세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비틀린 몸체를 회전시키듯 빙글 돌리는 듯한 특유의 팔 동작은 이 한벳타를 상징하는 고유기술들 중 하나였다.



"대, 대단하다......"


"저렇게 깔끔하게 들어간 건...... 처음 봤어."



프리드는 대원들이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도 있고 감탄을 내뱉는 것을 보며 쑥스러워져 머리를 긁었다.

자신이 선보인 것은 그거야 한벳타에서 잘 알려진 화려한 기술이긴 했지만, 모든 무술의 화려한 기술들이 그렇듯, 실전에서 이것을 실현시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이번엔 상대가 제대로 덤벼오는 게 아니라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지듯 다가오는 것이었으니......

뭐, 자신 역시 어렸을 때부터 연마했던 무술이긴 하지만.


프리드는 혀를 쯧쯧 차며 땅바닥에 쓰러진 딜로크를 살펴보았다.

아마도 자신의 일격이 휘청대던 술주정뱅이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는지, 눈을 까뒤집고 쓰러져 있는 딜로크의 모습은 가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이건 아무래도 지금 수습하기는 무리겠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잔뜩 경직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두 일병들에게 말을 건넸다.



"룽케 일병, 버크란디 일병."


"예!"


"예!"


"아무래도 지금 네놈들과 제대로 된 대화를 기대하기는 무리인 것 같군. 받아라."



프리드가 던져준 물건을 양 손으로 받아내고 확인한 막스 일병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자신 중대의 차량의 열쇠였다.



"저...... 중대장님, 이것은?"


"흥......"



프리드는 실소하며 코트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냈다.



"지금 중대장 권한으로, 너희들의 오늘 휴일 권한을 외박 권한으로 변경한다. 내일 아침 0700시까지 제대로 된 개념을 찾아 맨 정신으로 복귀하도록."


"주, 중대장님......"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프리드의 돌발 발언에, 주점 안이 술렁였다.

프리드는 다시 한번 혀를 차고는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쏘아붙였다.



"착각하지 마라. 네놈들의 규율 위반에 대해서는 내일 아침 아주 자세히 얘기를 해 볼 생각이다. 지금은 얘기해봤자 아무런 쓸모도 없을 것 같으니."


여하튼 당사자 중 절반이 기절해 있거나 숙면 중이니까. 라고 덧붙이며, 프리드는 등을 돌렸다.



"티르카 이병."


"예, 예! 중대장님!"


"자네도 남아라. 다들 많이 취했으니 자네가 책임지고 내일 데려오는 거다."


"중대장님은 어떻게 하시려고......"


"트럭 안에 바이크가 있었다. 나는 그걸로 돌아간다. 잘 들었겠지 네놈들. 내일 오전 7시까지다. 그것마저 어긴다면 평생 후회하게 해 주겠다."


"네! 아, 알겠습니다!"


1분대의 의식이 있는 세 명이 경례하는 모습을 보면서 코웃음 친 프리드는 그대로 등을 돌려서 주점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감에 따라 다시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하얀 올빼미의 안쪽은, 갑작스러운 전개로 인해 망연자실한 1분대의 세 사람과, 세상 모르고 잠든 릴리안 셈트 일병, 그리고 아직도 마룻바닥에서 기절해 있는 딜로크 라르슈타인 일병이 남아 있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탄의 사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르 정식 변경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14.08.04 942 0 -
26 4장 - 일상 (6) +8 14.09.14 677 34 16쪽
25 4장 - 일상 (5) +6 14.09.08 725 31 10쪽
24 4장 - 일상 (4) +5 14.09.03 757 31 16쪽
23 4장 - 일상 (3) +5 14.09.01 901 30 10쪽
22 4장 - 일상 (2) +3 14.08.28 845 35 13쪽
21 4장 - 일상 (1) +7 14.08.26 846 35 14쪽
20 3장 - 반항 (덤) +6 14.08.13 901 38 5쪽
» 3장 - 반항 (7) +3 14.08.13 1,014 31 18쪽
18 3장 - 반항 (6) +8 14.08.08 993 36 12쪽
17 3장 - 반항 (5) +4 14.08.04 1,132 39 14쪽
16 3장 - 반항 (4) +6 14.07.30 1,071 43 13쪽
15 3장 - 반항 (3) +5 14.07.29 1,015 41 9쪽
14 3장 - 반항 (2) +4 14.07.27 1,125 45 10쪽
13 3장 - 반항 (1) +4 14.07.24 979 47 10쪽
12 2장 - 3대대 7중대 (6) +5 14.07.21 1,205 41 12쪽
11 2장 - 3대대 7중대 (5) +4 14.07.19 1,182 43 9쪽
10 2장 - 3대대 7중대 (4) +4 14.07.17 1,425 46 11쪽
9 2장 - 3대대 7중대 (3) +7 14.07.16 1,100 44 11쪽
8 2장 - 3대대 7중대 (2) +4 14.07.15 1,407 52 11쪽
7 2장 - 3대대 7중대 (1) +5 14.07.14 1,164 50 9쪽
6 1장 - 새로운 부임지 (4) +4 14.07.14 1,345 45 14쪽
5 1장 - 새로운 부임지 (3) +4 14.07.13 1,167 40 10쪽
4 1장 - 새로운 부임지 (2) +3 14.07.13 1,312 49 11쪽
3 1장 - 새로운 부임지 (1) +3 14.07.13 1,322 46 8쪽
2 Prologue (下) +4 14.07.12 1,668 50 15쪽
1 Prologue (上) +6 14.07.11 1,777 5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