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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무한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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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종이땡땡
작품등록일 :
2019.07.19 19:27
최근연재일 :
2019.08.25 13:54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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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82
추천수 :
252
글자수 :
177,178

작성
19.08.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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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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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엔딩 혹은 튜토리얼

DUMMY

[아우둠라의 확장이 불가능해집니다]

그에게 수확이 있는 이상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근접전만을 허락한 그가 미묘한 웃음을 띄었다.


팔을 젖혔다. 앞으로 내뻗었다. 서로의 주먹이 마주했다.

폭음 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초월적인 전투와는 사뭇 달랐다.

화려함 없는 순수한 전투였다.

수확은 피했다. 불가능하면 맞받아쳤다.


남은 건 막았다. 몇개는 맞았다.

HP가 나오지 않았다. 잡념이 비워졌다.

공간이 축소되어 오로지 둘만 선 느낌이었다.


주먹을 비껴막았다. 적의 팔과 손가락의 간격이 좁아지도록.

손가락을 펼쳤다. 닿기만 하면 된다.

힘은 없다. 줄 필요가 없다. 맞춘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세계수는 나서지 않고 방관했다.

움직이기 전에 최대한 피해를 누적시켜야했다.

아우둠라가 천천히 박동했다.


개발자의 웃음이 점점 더 짙어졌다. 흥분에 한마디 내뱉었다.

[움직임이 좋아졌군!]

시스템이 아닌, 마치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음성같았다.


상념에 잠길 여유는 없었다. 동작을 놓쳐선 안된다.

잡는다. 물어뜯는다. 붙는다. 반격한다.

도막난 단어들이 몸을 잡아끌었다.


이건 게임. 패배라면 몰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떠오르던 단어들이 녹아내리며 몸에 스며들었다.

몸이, 본능이 이끄는 길을 거부하지 않고 순응했다.


잘못된 길이라도 따랐다. 어찌 맞던 공격의 교환은 가능했으니까.

현실이 아니다. 이 사실이 그를 주저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생각을 잃지마라]


최준원의 생각을 읽고 조언했다. 무슨 의미일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움직일수만 있다면 진게 아니다. 스킬의 본질 자체가 그랬다.

당첨이었다. 그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점차 아우둠라의 박동이 빨라졌다. 아마 모르고 있겠지.

둘의 눈에선 희열이 광기의 형태로 번들거렸다.

즐거웠다. 제자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타격 부위엔 상처만이 진하게 남았다.

전투가 지속되자 이변이 일어났다.

쩌저적- 뭔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백색 공간이 검게 물들어갔다.

최준원의 뒤엔 어둠이 카 리파 젠토의 뒤엔 빛이 남았다.

동등하다는 증거였다. 아니, 이미 '여기서의' 나를 넘었을지도.


서로 움직였다. 색이 뒤따라왔다.

빛과 어둠이 격돌했다. 기술은 의미없었다.

전투는 방금까지와 다를 바 없이 지속되었다.


우득- 서로의 몸이 점점 부러져갔다.

손으로 어깨를 쥐었다. 개발자도 마찬가지였다. 팔이 x자로 교차되었다.

서로를 지팡이삼아 선 그들이 공격을 주고 받았다.


처음은 얼굴이었다. 수확과 다르게 묵직한 주먹을 맞았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젖혀졌다. 눈에 힘을 주며 끝까지 적을 노려봤다.

턱 또는 팔을 노리고 어퍼컷을 날렸다. 회피는 불가능했다.


꾸드득. 콰득. 콰아앙-

살벌한 소리엔 간간히 폭음이 섞여있었다.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서로 힘이 다한 것이다.


최대한 힘을 쥐어짜냈다. 서로의 주먹이 동시에 적중했다.

둘은 비틀거리면서도 붙잡았다. 그대로 끌어당겨 박치기를 날렸다.

콰아앙- 폭음만이 힘을 잃지 않고 터져나왔다.


'졌군'

어느 순간부터 자동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패배를 직감한 후 항복할 수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성격이었다. 그리고 최준원 역시 어떻게든 자신을 죽이겠지.

점차 폭음 이외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카 리파 젠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준원의 모든 HP가 회복됩니다]

몸이 쌩쌩하게 변했다. 월드 메세지가 짧게 떠올랐다.

[승자 최준원]


카 리파 젠토의 몸이 흩어져갔다. 그런데도 그는 미친듯이 웃어댔다.

웃음을 뚝 거쳤다. 그리고 하나의 책을 건내줬다.

"모든 훈련을 끝마친걸 축하하지"


갑자기 저런 태도를 취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공격해보았지만, 손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우둠라가 그를 쑥 통과했기 때문이다.


"안되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했다.

"나는 이미 죽었다고 인식되어있으니 소용없는 짓이다"

믿을 수 없어 몇번 더 시도해봤다.


무의미하단 걸 알고서야 그만뒀다. 이제 엔딩까지 온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네가 쓰러지면 세계가 멸망하나?"

여기 오기 전 들었던 비난이었다.


"막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겠지. 막는 방법은 이미 너도 알고있다"

아우둠라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분리"

개발자가 흡족하게 미소짓고는 말을 이었다.


"시련만을 훈련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이 세계 자체가 훈련이었다"

무엇을 위해?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기억을 더듬었다.

전투 중 들렸던 다른 세계에서 온듯한 목소리. 설마.


"이세계라도 가는 거냐?"

유일하게 떠오르는 그림이었다.

개발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그 세계를 바탕으로 이 게임을 만든 건가?"

"성좌, 지형, 몬스터는 다른 점이 있을 거다. 여긴 그저 전투를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처음부터 똑같이 만들어도 딱히 상관없어 보였다.

개발자가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조율자가 문제라서 말이지"

"그건 또 누구야?"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패널티를 가하는 놈들이지. 똑같이 붙여넣었다면 바로 인류를 이세계에 집어넣었을 거다"


아직도 의문은 꽤 남아있었다.

"동조율을 100%로 만들지 않은 이유는?"

"훈련을 빡세게 시키는 편은 아니라말이지. 너는 특별한 경우고"

특별한 경우? 개발자가 잠시 뜸을 들였다.


"네 수확은 이세계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조율자한테 걸린다며?"

"나도 어찌보면 조율자다. 널 후계자라고 우기면 어떻게든 되겠지. 다른 유저가 받을 특전은 없어지겠지만"


막나가는 신이었다.

"다른 유저는 어떤 특전을 받는거지?"

"기여도에 따라 다르겠지. 수확보다 좋은 건 없다고 장담하지"


직접 사용해봤기에 충분히 알고 있었다.

듣는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월드 메세지가 떠올랐다.

[이세계, 일리헨으로의 이동까지 30일 남았습니다]


"덤으로 원한다면 지금 당장 떠나도 된다"

지금 떠난다면 남들보다 더 앞서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 갈 생각은 없었다.


"현실에서 좀 더 즐기다 갈거다"

매정하게 인사도 없이 바로 사라질 생각은 없다.

대답을 들을때 쯤 개발자는 거의 다 흩어졌다.


"지켜보고 있겠다"

겨우 한 마디를 내뱉자 완전히 사라졌다. 땅에 하나의 팔찌가 떨어져 있었다.


[세계수의 주인]

[세계수가 당신의 말을 무조건 따릅니다]


-오랜...만이네요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정겨운 목소리였다.

감동의 재회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일단 좀 두드려맞자'

어딜 자연스럽게 넘어가려고.

-잠ㄲ...


변명은 나중에. 일단 죗값은 치러야했다.

-배신해서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던 그의 구타가 멈췄다.


사과를 받았다기 보단 하나의 메세지 때문이었다.

[잠시 뒤 세계가 붕괴합니다]

개발자처럼 공간이 흩어져가고 있었다.


'저걸 해결하라고 널 준거겠지?'

-네...

이제 절대로 배신하지 못할 테니 믿고 일을 맡기기로 하였다.


'일단 밖으로 나가면 시끄러울테니 전부 차단해'

너때문에 부터 시작해서 왱알거릴꺼다.

-알겠습니다


이제 내 손으로 결말을 지을 때였다.

개발자가 있었던 자리에 열려있는 포탈로 몸을 넣었다.

포탈은 자신의 섬으로 이어져 있었다.


세계는 점점 쪼개지고 떨어져나갔다.

바스라지는 세계를 지켜보는 이들은 나를 지켜보자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에겐 닿는 소리 없이 조용했다. 어느새 근처로 다가온 세계수가 그들을 바다로 집어던졌다.


묵묵히 할 일을 했다. 무력이면 몰라도 대화로 해결시킬 능력은 없었다.


-굳이 저들에게 인정을 베풀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 저들에 너도 포함되는 거 알지?'

-...할일이나 하죠


지금은 멸망을 막을 시간이었다. 감정을 해소하는 건 나중으로 미뤘다.

"분리"

왼팔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오른팔에서 고드름이 뭉쳐 원뿔을 만들었다.


얼음은 녹아 물이 되었다. 불과 합쳐지며 땅이 되었다.

부숴지며 만들어진 홈을 매웠다. 세계수가 봉합을 도왔다.

'이제 좀 조용해졌는데 차단 풀어봐'


"...나도 좀 데려가주지"

제일 먼저 리르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고신과의 전투. 듣기만 해도 자극되는 말이었다.


영상을 찍지도 않았기에 전투를 보여줄 방법은 없었다.

-아, 그거 있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전투가 기록된 수정구를 꺼냈다.


왜 쟤한테서 나오는 걸까?

-이미 현실에서도 생중계 된 일이니까요

'개발자가?'

-네


하긴 캡슐도 현실로 들고왔는데 이상할 건 없었다.

"어찌봐도 막싸움인데...수준이 높아보여..."

"성좌를 제외하곤 한 대도 못 버틸테니까요. 한방이 아니더라도 1:1론 아무도 못 이기고"


제니엘의 감탄하자 리르바가 갑자기 자신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여기있는 모두가 눈을 떼지 않고 전투를 돌려봤다.

"그 전투를 직접 보았다면 누구도 대적할 생각을 하지 못할걸세"


"어떤식으로 전투를 관람한겁니까?"

"유령처럼 자네 근처를 떠돌아다녔지. 버릴 각도가 하나도 없었네"

"...직접, 그것도 모든 각도에서..."


리르바가 스웨이벨에게 달려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의 여정은 이곳의 탐험이 끝나고 시작되었다네"

모험담이 시작되자 리르바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썩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군"

"진짜 엔딩은 아직 남아있으니까요"

"하긴, 진정한 시작은 지금부터니까 말일세"


한숨을 쉬곤 허공에 떠있는 메세지를 응시했다.

"성좌를 제외하면 최강이라는 타이틀이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구먼..."

일종의 튜토리얼인 이 세계에서 결국 중간보스였던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


잡담을 나누다보니 아우둠라가 완전히 사라졌다.

[세계의 복구가 끝났습니다]

"레벨룬, 내가 말했죠?"

그에겐 해 줄 말이 있었다.


영상을 빤히 쳐다보던 레벨룬이 고개를 돌리자 말을 이었다.

"멸망을 최대한 미뤄보겠다고"


[최고신 최준원]

"그 칭호를 달고 약속을 이룰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말이죠"



[모든 신이 당신을 경배합니다]

꽤나 길었던 튜토리얼의 끝이었다.


"아, 정가윤씨?"

바다로 빠지지 않은 인원들 중엔 정가윤도 남아있었다.

"네?"


"제 영상으로 재미 많이보셨죠?"

"수익은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아쉬워하는 기색없이 재빠르게 대답했다. 눈치와 개념까지 챙기고있다니. 좋아.


"제 계좌는..."

계좌번호까지 불러준 후 로그아웃 창을 열었다.

기특한 세계수를 이번만큼은 용서해주기로 하였다.


'이세계에도 인벤토리와 상태창은 있겠지?'

-네. 판타지의 단골소재니까요

치킨, 피자, 햄버거, 콜라, 사이다로 음식점을 차리는 녀석들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난 잠시 로그아웃한다"

"아, 저도 당장 입금하겠습니다"


캡슐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게임에서의 일은 해결이 끝났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기로 하였다.

몸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것도 조율자의 개입으로 생긴 영향일까?


평소의 잠옷차림을 갈아입은 그는 집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작가의말

이제 에필로그만이 남았습니다.

궁니르는 다음편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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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직접 대면하다 +2 19.08.12 283 5 9쪽
24 광란의 질주가 시작된다 +2 19.08.11 323 3 11쪽
23 새로운 대륙으로 +2 19.08.10 343 6 12쪽
22 약점을 보완하고 돌아왔다 19.08.09 33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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