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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무한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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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종이땡땡
작품등록일 :
2019.07.19 19:27
최근연재일 :
2019.08.25 13:54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1,868
추천수 :
252
글자수 :
177,178

작성
19.08.15 20:34
조회
246
추천
3
글자
10쪽

나는 영웅이 아니지만...

DUMMY

-이 시련을 클리어하시면, 개발자를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

'그래?'

-뭐,모든 답을 듣지는 못하겠지만요


약간이나마 답을 들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우선 시련을 클리어하고 볼 일이었기에 촌장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적은 누구지?"

작은 실마리라도 있으면 클러어가 수월할테니까.


"죄송하지만 적이 온다는 것 외엔 모릅니다"

결국 죽으면서 알아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밖에서 정찰하고 온다"


촌장이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당신이 정찰을 나간 동안 적이 침입하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자신은 목숨이 무한이지만 저들은 아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나에게 의지할 생각이겠지.

나는 단호하게 의지를 내비쳤다.


"너희가 따라오던가"

-저들은 여기에서 나갈 수 없으니까요

'참 불쌍한 설정이네'


이 마을에 갇혀 죽음을 기다려야하는 운명이 딱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마을의 밖으로 나가자 숲이 보였다.

황량한 대지의 겉을 둘러싼 숲은 어떻게 봐도 이질적이었다.


'저기서 오겠네'

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숲에 몸을 넣으려는 순간

텅-하는 소리와 함께 가로막혔다.


튜토리얼에서 겪었던 일이었다.

'탈출은 불가능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잠시, 그를 당황하게 하는 메세지가 떠올랐다.


[인원수: 49명]

인원수가 한명 줄어들었다.

심지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기에 몸을 돌리며 마을을 향해 달렸다.


숲을 건든다는 행위는 하나의 트리거였다.

발동되는 순간 적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알아채곤 빠르게 마을로 달려갔다.

마을 사람들과 기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보이자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충격파도 버티지 못하는 약한 적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을 쓰러트리는 나를, 마을 사람들은 경멸을 담고는 바라봤다.

살기위해 싸우느라 그리 오래 바라보진 못했지만.


[보상이 상으로 줄어듭니다]

[보상이 중으로 줄어듭니다]

[보상이 하로 줄어듭니다]

[인원수 10명]


아슬아슬하게 클리어가 가능한 수치가 되어서야 전투는 끝났다.

승리했지만, 그들은 환호할수 없었다.

누군가는 죽은 이 앞에 앉아 오열했고, 묵묵히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살아남은 촌장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눈은 부릅떠져 있었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상태였다.

표정과 걸음걸이를 보니 그는 지금 격분한 상태였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당신이 나가면 적이 침공할거라고!"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응시했다.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을 벌였으니까.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그래도 살아남았다는 전혀 도움 안되는 위로? 내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

그런 생각을 하는 최준원의 표정은 담담했고, 그걸 본 노인은 더욱 더 분노했다.


"뭐라도 말을!"

"좆까"

꼬우면 니들이 지켜.


담백한 욕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노인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숲을 건든 게 트리거라고? 확실하지도 않다.

무책임한 행동을 벌인 건 맞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사실이 있다.


자신의 목숨은 무한하며 영웅도, 만능도 아니다.

모두 지킨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공상은 해 본 적도 없다.

정보를 수집하며 그저 최상의 '보상'을 위해 부딪힐 뿐.


개발자부터가 모두 살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8명까진 보상이 최상으로 유지된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이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없다.


목숨 무한과, 하나뿐인 목숨은 그 가치가 다르니까.

촌장은 힘이 풀렸는지 손을 놓으며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전부 지킬 생각이 없으셨군요"

"..."


침묵으로 대답했다.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니었기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었다.


'기분...더럽네'

-.....


자신의 생각도 변명에 불과하단 사실은 알고있다.

그를 더더욱 불쾌하게 만든 건 재도전을 누른 후의 상황이었다.

살아남은 10명 이외엔 모두 다른 인물로 교체되어 있었으니까.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상황이 역겨웠다.

죽더라도 다시 '부활'한다고 생각했건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촌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물었다.


"뭔가,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분노했던 그의 표정과, 걱정하는 그의 표정이 겹쳐 더더욱 감정이 격해졌다.

개발자의 손에서 놀아났다. 내 생각 역시 잘못되었다.

차라리 10명을 살리고 끝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지만...


'좆같아서 그렇겐 못하겠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도발하는데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튜토리얼에서 낙하시킬때도, 시련에 집어넣는 것도.


'이 시련을 클리어하면, 개발자를 만날 수 있다고 했지?'

-...네


분명 개발자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거다.


나는 영웅도, 만능도 아니지만.

개발자의 의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영웅도 한 번쯤은 나쁘지 않겠지.


당하고는 못산다.

약간은 뒤틀린 이 절칙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영웅이 되기로 하였다.


"적이 쳐들어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다"


가만히 선 채 적의 침공을 기다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주민 중 한 명이 외쳤다.


"적입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꽤 많은 인원이었다.

주민들을 둘러보며 하나의 명령을 내렸다.


"지켜라. 적은 내가 처리한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모든 책임을 다한거다.

생존한 인원수에 맞춰 적들도 더 많이 몰려들었다.

상관없었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적을 처치했으니까.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재도전의 기회가 무한하더라도, 그에겐 이게 마지막 기회였다.

오히려 재도전으로 더 많은 희생을 치를테니까.

급격한 변화를 보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위선이라고. 지금 생각이 바뀌어도 이미 늦었다고.


사실이다. 이건 하나의 자기만족.

개의치않았다. 시련은 하나의 싱글 플레이.

멀티 플레이면 몰라도 싱글 플레이라면, 위선이라도 상관없잖아?


피해를 감수하는 건 오로지 나 하나뿐.

개발자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내 만족을 위해서라면.

위선이던 뭐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처음봤던 주민들의 경멸어린 시선은 점점 동경으로 변해갔다.

민첩과 체력을 높인 뒤 겪어보지 못했던 피로가 느껴졌다.

그러나 주위에 보이는 풍경은, 피로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적은 착실히 줄어들어 주민의 수보다도 적었다.

곧 전투는 끝났다. 그는 기쁨에 젖은 채 인원수를 살폈다.

[인원수 50명]


감개무량했다. 결국 50명 전부를 지켜냈다.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가 하나같이 환호했다.

죽은 눈동자도 오열하는 이도 없었다.


처음의 광경과는 완전히 다른, 밝은 풍경이었다.

그는 그저 그 상황을 바라봤다.

그는 동조하지 않은 채 그저 그 광경을 지켜봤다.


촌장이 다가오며 양 손으로 자신의 손을 쥐었다.

눈물까지 흘리며 기쁨을 표하는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마을을 지켜주셔서"

"..."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대한 답은 없었다.

정확하게는 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찜찜한 구석도 남아있었고.


너무 쉬웠다. 이때까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클리어 메세지도 뜨지 않았기에 그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봤다.

그 생각은 정답이었다. 자신의 발밑에 마법진이 떠올랐으니까.


다급히 주민들에게서 멀어졌다. 분명 좋은 건 아닐테니까.

하늘에서 포물선으로 불덩이가 날아왔다.

불덩이가 떨어진 순간, 그의 표정이 굳었다.


데미지 때문에? 아니, 하나의 숫자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원수 49명]

...어째서?


적은 전부 처리했다. 마법 역시 주위에 피해를 주진 못했다.

주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은 목에 칼이 찔린 시체, 그 뒤를 향하고 있었다.


하나의 인형이 단검을 든 채 서 있었다. 하나의 메세지가 떠올랐다.

[배신자를 처치하십시오]

그는 달려갔다. 한때 마을 주민이었던, 살인마를 향해.


"하...! 모두를 지키다니 영웅납..."

수확을 두르지 않은 창으로 놈의 몸을 찔렀다.


날름거리는 혓바닥을 창으로 꿰뚫었다. 모든 근육을 절단했다.

축제 분위기가 완전히 깨지며 누군가 주저앉았다.

흥건한 피가 창에 묻었다.


그래, 처음부터 놈은 이럴 생각이었다.

48명. 이 수치가 정해진 이유가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에게서 무기를 거뒀다.


촌장이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한숨을 쉬어 복잡한 심정을 추스른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창을...넘겨주십시오"

넘겨주자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다가왔다.

하나같이 흉흉한 눈빛으로 다가온 그들이 할 일은 뻔했다.


창날이 살을 파고들며 누군가는 뼈를 부쉈다.

얼굴 살가죽은 바닥에 갈려 원형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살이 뭉개지고, 주민들에게 피가 튀었다.


"..."

그 광경을 무심하게 지켜봤다.

슬픔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주민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기분 더러웠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녀석은...

[배신자가 처치되었습니다]

이 메세지를 띄우는 놈이니까.


"....."

촌장이 다가와 말없이 창을 돌려줬다.

창을 돌려받은 그에게서 하나의 메세지가 떠올랐다.


[보상룸으로 이동합니다]

끈기의 시련에서 봤던, 백색으로 물들여진 공간이었다.


"전쟁은, 아무런 희생없이 승리할 수 없지. 그게 어떤 이유에서든 말이야"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눈 앞에 앉아있었다.

[개발자 카 리파 젠토]


"....."

개발자와 대면중인 최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계수에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 아닐텐데?"


최준원은 조용히 창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작가의말

시련에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무거운 분위기가 되버리네요.
클리셰 비틀기를...잘못했나봅니다
다음번엔...플롯을 더 정교하게 짜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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