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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龍 님의 서재입니다.

낙뢰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西龍
작품등록일 :
2020.05.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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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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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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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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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낙뢰전생-73

DUMMY

혈귀조장의 말이 끝난 직후 독정의 효과가 시작되었는지 궁주는 실체화한 영법사를 돌려보내고 무릎을 꿇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필사적으로 내부의 독기를 제압했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서 핏줄이 붉게 달아오르며 마치 터칠 것처럼 부풀어 심상치 않은 내부 상태가 외부에서 보기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에겐 널 이길 수 있는 힘이 없다. 하지만 전략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난 그 모든 걸 상정해서 널 쓰러트릴 궁리를 해 왔다! 내가 널 이길 순 없어도 내력을 소모 시킬 재주는 있지! 만전의 상태라면 모르나 나와의 싸움에서 내력을 소모한 상태라면 독정의 위력을 죽일 수 없을 것이다....크하핫!”


혈귀조장은 진정 기쁜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멍청한 놈, 용소정에게 좋을 대로 휘둘리다니.....그놈이 기어코 위험한 장난감을 구해 사단을 일으키는군.”


궁주의 입가에서 까맣게 죽은피가 한 줄기 새어나왔다.


“쿨럭...누굴 바보로 아느냐..? 내가 용소정에게 받은 부시독정이 쥐약이라는 걸 모르고 이리 왔을 것 같아!? 네 년이...네 년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이다! 용소정에게 휘둘린 게 아닌 내가 나의 의지로 그의 제안을 수락하고 이 자리를 찾아 온 거야!”


발작하듯이 욕설을 내 뱉는 말을 무시로 받아 넘긴 궁주의 시선이 둘을 제외하고 장내에 유일하게 남은 진휴와 이사에게로 향했다.


“후후...삼합회주에게 추태를 보였군. 회주, 당신은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 짐작하고 있는가?”


“혈교의 내밀한 내부 사정을 제가 알 리가 있겠습니까?”


혈교!


무협지 지식으로 인해 익숙한 단어가 등장하자 이사는 흠칫 놀랐다. 진휴는 이미 상대의 소속을 눈치 챈 듯 하고 그 정체는 혈교라는 단체로 보이는데 내부 사정이라고 하는 것 보면 혈귀조장도 같은 소속인 것처럼 보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로 다툼이 있었나 보다.


“후...후후....혈교가 몰락하고 난 은밀한 하부세력이었던 운화궁을 가로채 그 곳의 지원으로 이 곳에 소녀궁을 세웠지. 헌데 지금의 혈귀조장이 죽고 싶지 않다면서 날 찾아 왔지 뭔가....”


“닥쳐!!!”


혈귀조장이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얼굴이 빨갛게 물들며 대노했다. 하지만 궁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노랗게 변색 된 안색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키킥...하도 불쌍하게 굴어서....자...비를 베풀어 주려고 마음 먹었...는데....소녀궁은 남자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웠거...든? 그래...서....”


털썩-


궁주는 채 말을 끝맺지 못 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부시독정의 강렬한 독기를 다스리지 못 하고 죽은 것이다. 부시독정은 절세고수가 남긴 독이긴 했지만 궁주가 멀쩡한 상태에서 독기가 스며들었다면 기운을 몰아내거나 차단할 수단과 재주가 궁주에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혈귀조장의 계략으로 내기를 소모한 궁주는 부시독정의 광폭한 기세를 억누를 내력이 충분치 못 했다.


혈귀조장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우엑-!”


궁주가 쓰러짐과 동시에 울혈을 토한 혈귀조장의 생도 그리 길어 보이지는 않았다.


“삼...합...회주....부탁이 있소.....”


“말해보시오.”


이사는 자신과 진휴를 죽이려 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부탁을 청하려는 혈귀조장이 괘씸하게 느껴졌지만, 진휴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무림을 전전하...다가....혹 나와 같은 신법으로 싸우는 무...쿨럭...인을 보면....대장 안혁기는 부끄러...운 생을 이어가다 졸속..한 종지부를 찍었다는 부고를 전해 줄 수 있겠소?”


“그리하지요.”


“감사...하오....”


털썩-


혈귀조장이 쓰러졌다. 이사는 궁주가 남긴 최후의 말이 신경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호기심이 일기로 차마 고인의 품을 확인하고자 하는 독심이 이사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혈귀조장이 왜 그렇게 악에 받쳐 있었는지 두루뭉술하게 이해가 되었다.


‘남자는 돕지 않는다고? 그 말은....’


이사는 공포와 놀라움, 안쓰러움과 오락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혈귀조원들의 시체를 좌에서 우로 고개를 움직이며 일견하였다. 이 녀석들은 왜 그렇게 분노에 차 있었는가? 궁주의 마지막 말에 답이 있는 것일까?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사는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인간의 어떤 존엄의 가치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혈교라고 하셨는데 이들의 정체를 아십니까?”


무언가를 골똘히 사색하고 있던 진휴를 향해 이사는 정보 획득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여 질문을 던졌다.


“혈교라고 근래에 망해버린 대세력이다. 사도련 서부에 위치한 광동무림을 예로부터 석권해왔던 세력으로 광동에 영향력을 침투시킨 사도련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단체였는데, 오 년 전 내부 다툼으로 갑자기 망해버렸어.”


갑자기 망했다고? 탄탄한 단체였다면서 그럴 수가 있나?


“아니, 내부 다툼이라면 정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이사의 질문에 진휴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니, 승리자는 없어. 교주와 반란을 일으킨 자 모두 죽어버렸거든. 하극상은 일어났는데 머리가 둘 다 사라 진거지. 이게 수습되지 않아서 대혼란에 빠진 혈교는 결국 지리멸렬한 채 몰락해버렸다.”


진휴의 손가락이 궁주로 향했다.


“혈교에는 칠혈(七血)이라는 실력 순의 고위직이 존재하는데, 궁주는 혈교 사상 최고의 여고수로 이름을 날린 혈수마녀 소빙빙이 아닌가 싶다. 사혈(四血)의 직위를 차지하고 있던 혈교 최고위 인사였지.”


소빙빙의 소개를 끝내자 이번엔 혈귀조장을 가리켰다.


“안혁기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 없지만 교주의 혈통을 보위하는 측근 봉신혈족인 성씨가 세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안 씨다. 무명을 날리지는 못 했지만 안씨 성을 지닌 것과 가진 실력을 보면 나름 혈교 내에서 고위 인사였을 것이야.”


이사는 혈교가 망하는 과정에서 아주 콩가루가 되었나보다 라고 여기며 의문을 잠시 접어두었다. 가진 정보가 적어서 혼자 망상해봤자 더 나올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소녀궁이 망했으니 운화궁은 해방 된 것 아닙니까? 이제 돌아가면 되는 상황 같은데요?”


“그게, 그렇지가 않아.”


“...?”


“뭐...흥미로운 걸 봐서 말이지. 일단은 내 감을 믿고 가고 싶군.”


이사의 제안을 뒤로 한 진휴는 척척 걸어 나가 소녀궁 내부로 진입했다. 이사가 알쏭달쏭하며 그의 뒤를 쫓는데 진휴는 피를 흘린 흔적을 따라 걸음을 이어나갔고 길이 없는 곳에서 피가 깔끔하게 끊어져 있었다.


“비밀통로인가....피의 흔적 때문에 숨기나 마나군.”


피가 끊어진 벽면 주변의 이 곳 저곳을 탐색한 진휴가 어떤 벽면을 누르자 그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피가 이어진 흔적의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려가지.”


계단을 내려가는 중간에 예리하게 베여진 상처를 입고 사망한 혈귀조원의 시체가 두 구 있었다. 그들을 끝으로 계단 끝까지 내려가자 어떤 감옥이 상비 된 밀실로 들어섰는데 그곳에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혈귀조원과 등에 검이 박힌 채 쓰러진 사군자 죽. 그리고 신원미상의 감옥 안에 결박 된 인물이 있었다.


“훅...후욱...제길...방심했어. 지독한 년이야.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오른팔의 팔목이 절단 된 채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며 저승으로 가기를 기다리는 혈귀조원이 중얼거렸다.


“우리 구면이지요?”


그런 혈귀조원의 신색을 살핀 진휴가 눈에서 이채를 발하며 다가가 아는 체를 했다.


“훅..훅...삼합회주가 나를 다 기억해 주시고 영광이로군...”


“아는 분입니까?”


“절강 남부 명문 출신의 선배시다. 교류회에서 안면을 익힌 기억이 나. 촉망받던 분으로 아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소식이 사라졌다고 들었지. 알고 보니 뜬금없이 혈귀조에 투신을 하셨던 모양이로군.”


진휴가 무언가를 물어보려는데 한계가 가까워진 것인지 혈귀조원에게서 화광반조의 현상이 일어났다.


“아...아아..형..님...원..수는 갚았..습니다....그러니 그때 형님..을 두고 도망...쳤다고...너...무 구박하지...”


최후의 유언을 중얼거린 혈귀조원의 숨이 끊어졌다. 이로써 소녀궁 주변의 생존자는 진휴와 이사만 남은 셈이다. 혈귀조원의 눈을 손으로 감긴 진휴가 일어서는데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사가 지른 비명이었는데 그는 감옥 안에 결박 된 신원미상의 남자를 일견했다가 중요부위가 손상 된 채 절명한 것을 보곤 공포에 질려 뒷걸음을 친 것이다.


막연하게 추측하던 사실의 단면을 목도한 놀라움이랄까.


일자형태의 앉을 것에 끼워 진 채 결박당한 신원미상의 남자는 산발한 머리와 앙상한 몸을 하고 몸에는 용맹한 붉은룡이 문신되어 있었으나 빼빼 말라비틀어진 탓에 위엄이 손상되어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 되었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었어.”


역시 아래의 출혈이 결정타였나? 이사는 소름이 돋았다.


“누군지 아십니까?”


흥미롭게 살펴보는 진휴를 향해 질문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의 소교주였던 혈기린 사비후인 것 같다. 나와 같은 신주팔달의 일인으로 광동 안에서는 동년배에 적수가 없던 기재지. 가진 실력이나 신분 등으로 광동이나 혈교 내에서 최중요 인사였는데 이런 곳에 붙잡혀 있었군.”


“이 사람이 혈교의 소교주라고요? 아니 그럼 비상시에 교를 이을 수 있는 적임자 아닙니까? 교주와 하극상을 일으킨 자 모두 죽었다면 이 사람이 혈교를 이어야 하잖아요?”


“그 말대로다. 머리를 잃은 직후 혼란한 상황 속에서 혈교의 충성파들이 실종 된 소교주를 찾아 전국을 필사적으로 돌아다녔다는데 결국 소득을 얻지 못 하고 버팀목을 잃은 혈교는 몰락해버렸지. 알고 보니 소빙빙이 무슨 원한인지 중간에 가로 채서 감금을 하고 있었나보군.”


죽은 사비후를 자세히 살펴보던 진휴가 일어섰다.


“흠, 뭐 이미 망해버린 세력의 비사 따위 흥미 없다.”


이내 흥미가 떨어졌는지 진휴는 감옥 밖으로 나와 밀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 찾으십니까?”


질문과 동시에 진휴는 한 약방을 찾아 꺼내들었다.


“뭡니까 그게?”


“혈령단 제조법이다.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되는 독단으로 소빙빙이 운화궁주 외 고위인사들을 조종하던 수단이다. 못 된 자들이 하부세력을 키울 때 딴 마음 먹지 못 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흔히 하는 수법이지.”


약방을 챙긴 진휴가 나가자고 손짓했다.


“이걸로 운화궁은 해방이다. 이제 왕도경은 전적으로 삼합회에 협력할거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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