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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龍 님의 서재입니다.

낙뢰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西龍
작품등록일 :
2020.05.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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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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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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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낙뢰전생-77

DUMMY

한 산야에서 방금 받아든 전서구의 내용을 다 읽은 사내, 남궁기는 삼매진화를 일으켜 종이를 태워버렸다.


‘변수 때문에 진퇴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적절한 소식이 와 주는군.’


할아버님인 노가주가 세상에 다시 나왔다는 사실은 남궁기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분이 활동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행동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궁기가 남궁립을 염두에 두고서 움직이려고 하지는 않는다. 남궁기와 노가주 사이에는 애초에 이해가 불가능한 서로의 영역이 너무 상이했기 때문이다.


남궁기는 남궁립이라는 좋은 패를 어떤 형태로든 움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 활용하지 못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남궁립이 ‘출도’ 했다는 사실이 남궁기에게는 중요했고, 그를 통해 얼마든지 가문의 방향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다.


범용한 자들이 흔히 겪는 실패 중 하나는 귀찮음에서 발생하는 나태라는 적이다. 고정적인 일에 고식적인 대응을 일삼는 일상을 보내는 위인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하던 대로 하고 싶다고 하는 마음이나 일의 경중을 제대로 재지 못 하고 변화해야 할 순간의 정보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시를 해버리는 일이 있다.


하던 대로 해도 괜찮을 거라는 나태함이 임기응변을 이끌어내지 못 하는 것이다.


고대 전국시대. 진나라의 군세를 잘 막아서고 있던 조나라의 대장군 ‘염파’는 어느 날 실각하고 명장 조사의 아들인 조괄이 군세를 통솔하게 되나 그의 지휘와 동시에 조나라군은 대패를 하게 된다.


그가 대장군으로 군을 통솔하게 된 데에는 병법에 밝아 이론으로는 아버지도 능가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세상은 정형화 되어 있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이치에 맞게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하는데 조괄과 같은 범용한 자들은 상상력이나 창조 능력이 부족해 바뀐 상황에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세상을 자기가 가진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실수를 하는 것이다.


남궁기는 보신과 안전주의 적인 성향이 확연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성향에서는 믿을 수 없게도 상황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대담하고 능동적이며 과감한 결정의 대단히 빠른 수준이었다.


조금 전까지 남궁기는 추적하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추적하던 대삼문의 병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고, 그 새로운 변수가 가문의 전력에 얼마만한 피해를 입힐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러나기에는 무천성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남궁기 자신이 추적에 자신을 드러낸 것을 떠나서 당주들의 대한 정보가 아직 확신의 영역에 있지 않았고, 이 일의 포기로 인해 무천성이 악감정을 가진 다면 그건 더한 피해로 되돌아 올 것이다.


그런 시점에 적절한 정보가 남궁기에게 주어졌고, 새로운 정보를 통해 남궁기는 기존의 방향을 철회하고 가장 가문이 피해를 적게 입을 선택의 결정을 내렸다.


“삼공자님. 그자가 도착했습니다.”


“알았다.”


당면한 큰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자 남궁기는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 떠올렸다. 본가에서 합비 까지 전서구가 도착하는 데는 약 이삼일 내외의 시간이 소요 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두 자리 수까지 나올 수도 있는 시일의 거리다.


남궁가 무인들을 찾는 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시나 해서 사람을 보내 보니 남궁기가 생각한 사람이 맞아 데려오라 일렀다. 허나 전서구를 받아 그 내용상에 떠난 시점이 적혀 있는 것을 본 남궁기는 의문이 들었다.


백탄에 도달한 고수가 쉬지 않고 달려온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자는 아직 열파다.


그가 잠깐 사이에 백탄에 도달했다는 실 날 만큼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얼마 전에 열파에 오른 그가 그랬을 가능성은 낮았다.


심지어 전서구보다 그의 소식을 먼저 듣고 사람을 보냈었으니 전서구보다 빨리 도착한 셈이다. 도저히 거리상 맞지 않아 축지법이라도 익힌 게 아닐까 의심해야 할 판이다.


본래의 남궁기라면 상대의 이런 의심쩍은 사실들이 부담으로 작용되며 속으로는 배제하고자 하는 마음이 싹텄을 것이나, 과거 이백의 독좌경전산을 읊는 그에게서 평소 그 시를 즐겨 암송하던 남궁기는 그 행위 탓에 자신도 정체를 모를 동질감이나 유대감의 한 줄기가 생겼는지 위와 같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이 소협. 신기한 친구란 말이지.’



***



수경장을 통해 합비 근교로 이동한 이사는 무작정 남궁가의 사람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대놓고 멸문한 문파의 주춧돌을 뒤적거릴 수야 없으니 잔당 토벌에 한 손 보태고 있는 남궁기에게 빌붙어 대삼문 무공의 한 자락이라도 주워 먹을 심산이었다.


다행(?)히 남궁기쪽에서 사람이 나와서 생각보다 빨리 남궁기와 만나게 되었는데, 이제는 의족과 의수를 정말 멀쩡한 수족처럼 부리는 남궁기가 미소를 띠며 이사를 반갑게 맞았다.


“오랜만에 보는 군요. 이 소협. 무슨 일로 여기까지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응?’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 왔냐고? 생각해보니 대삼문 멸문하는 현장에 도착해 주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배당했지 핑계를 생각하지 못 했다.


“역시 신목교 일 때문이십니까?”


“아, 맞습니다. 그거에요.”


순간 당황했던 이사는 남궁기의 말을 덥석 물어 상황을 모면했다.


“보고는 보내놨습니다만, 아직 답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허나 상당히 시일이 흘렀으니 오래지 않아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용건이 그것뿐이라면 마침 잘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응? 가다뇨, 어딜?”


“합비의 대문파 거검방 본문입니다.”


“....!”


안 그래도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까 고심하던 차에 이사는 이게 왠 횡재냐 하는 심정이 되었으나 왜 자기를 데리고 그곳에 가냐는 의례적인 물음을 던지며 좋아하는 티를 자제했다.


“사자림의 후인을 자처하고 계시는 이 소협은 제가 보기에 꽤 재목이 좋습니다. 훗날 실제로 사자림을 재건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니 안목과 견식을 넓힐 겸, 저와 동행하시죠.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음, 그렇다면야...”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상대방의 속셈을 알지 못 하는 조합의 두 사람은 남궁기가 길을 이끌며 거검방 본문에 도착을 했다. 이미 형편없이 파괴된 정문을 넘어 본문으로 들어가자 여기저기 시체들이 즐비하였다.


“상당한 수라장이었나 보네요. 이건.”


“...내원은 위쪽으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남궁기는 겁먹는 기색도 없이 짧게 소회하고 감상을 끝낸 채 따라오는 이사가 십칠 세의 담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거검방 본문의 현장은 격렬했다. 저 정도의 나이에 저런 태도는 천생이 살인마라서 피가 익숙하거나 아니면 상당한 수라장을 겪었을 경우겠지만 남궁기는 둘 다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설마 거검방 이상의 현장을 이사가 최소 세 번은 겪어 후자의 경우라고는 남궁기가 알 수가 없었다.


중간에 제지가 있었으나 남궁기의 신분을 밝히고 안내를 받아 거검방 정상에 도착했는데 이미 거검방의 평정을 한 채 정상에서 경계를 서던 고위무인이 용건을 듣고서 안 쪽에 기별을 보냈고 곧 출입을 허락 받았다.


남궁기와 동행하여 건물을 낀 채 중앙에 큰 마당을 둔 공간에 들어간 이사가 본 것은 한 시체를 끼고 세 명이서 갑론을박을 하던 현장이었다. 그러던 중 남궁기를 발견한 한 사내가 인사도 하기 전에 윽박 부터 질렀다.


“남궁기! 대삼문을 추적해야 할 네가 왜 이곳에 와 있는 거냐!?”


얇은 목소리의 남성. 여토복의 당주 매첨이 다짜고짜 무례하게 묻자 남궁기가 담대하게 답했다.


“대삼문 잔당에 큰 변수가 발생해서 더 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야 이 새끼야! 니가 자청했다면서!? 그걸 말이라고!”


왼 팔목이 잘려 진 채 지혈을 하고 눈에 붉은 실핏줄이 돌출 되어있는 묘일계 당주, 노지한이 노성을 터트렸다. 그는 한 동안 흥분해서 야유를 퍼 부었는데 평소라면 동료들이 말렸을 테지만 어쩐지 그들에겐 그럴 기력이 없어 보였다.


‘이 세 사람이 무천성 이십팔수의 당주들.’


이사는 대공자를 제외하고 직접 본 무천성 관계자는 각목교의 고수였던 양정과 그가 이끄는 하급무인들이 전부였다. 양정은 일개 고수에 불과한데도 기세가 당당하고 장내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거검방 정상에서 만난 당주라는 위인들은 어쩐지 이곳저곳이 상해 있는데다가 상당히 맥 빠지게 하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팔이 잘린 채 성을 내고 씩씩거리는 사람 때문에 뭔가 더 허접한 느낌이 있었다.


“크크크...흐하핫!”


침중한 상태로 계단에 걸터앉아 있던 장월록 당주 권혁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신뢰하던 방향에서까지 배신당하니 당황스럽군. 그래. 자신만만하게 떠나서 그런 비보를 전하러 여기까지 온 건가?”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어서...송구스럽습니다.”


“변수! 감당하기에는 힘들었다? 내가 착각했군. 천기수사, 신주팔달의 칭호는 허명이었나 보이. 아무튼 이로서 방향은 정해졌으니 그 점은 고맙군. 가자.”


“젠장! 그러니까 이딴 놈 소식 기다리지 말고 진작에 쫓자고 했잖아! 쓸데없는...!”


“닥쳐!!”


평소처럼 분노하는 노지한을 향해 기본적으로 냉철한 성품의 권혁 답지 않은 일갈이 터져 나오자 노지한이 당황하였다.


그리고 이사는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다가 고함 한 방에 쭈구리가 된 노지한을 보며 치킨을 떠 올렸다.


“무작정 쫓을 거냐? 부하들이 줄지는 않았지만 꽤 지쳐 있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매첨이 물었다.


“몰이는 숭양무관과 현의파에게 시킨다. 어차피 거검방이 궤멸한 이상 대삼문은 보호를 잃었어. 이전처럼 이십팔수의 전력을 흩어지게 해서 고수가 활약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 여토복, 묘일계, 장월록이 온전히 힘을 발휘한다면 가면이고 나발이고 얼마든지 나오라고 그래. 박살을 내주지.”


눈에서 깊게 내재 된 전의를 일으킨 권혁이 앞으로 나서며 옆에 있는 남궁기를 흘긋 보고 지나치려다 멈춰서고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아래에서 달려온 무천성 무인이 그런 행동을 제지했다.


“당주님! 본성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대삼문을 더 이상 쫓지 말고 복귀하...!”


쾅!


“그게 무슨 헛소리야!?”


장월록 무인은 평소에 본 적이 없었던 당주의 열받은 모습에 찔끔 놀라 말을 잇지 못 했다.


“어...저기 그게...!”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본성에서 이 쪽의 상황을 잘 모르고 내린 것 같다. 다 잡은 상황에 물러 날 순 없으니 넌 내려가서 대삼문 잔당을 쫓을 준비나 하라고 알려라.”


흥분한 권혁을 대신 해 나선 매첨의 말을 들은 장월록 무인은 더욱 당황했다. 평소라면 상명하복의 규칙으로 우렁찬 대답을 하겠으나...괜히 빨리 소식을 전달한다고 올라 온 게 실수였다.


“그..그게 본성에서 사람이...! 원...!”


“이십팔수의 위세가 대단하군요. 언제부터 이십팔수가 본성에서 내려 온 명령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무시 할 수 있게 된 거죠?”


장월록 무인의 말을 자르며 계단 아래에서 이마에 기괴한 문신을 새긴 앳된 나이의 소년이 걸어 올라왔다. 소년을 확인한 당주들이 놀라 소리쳤다.


“천시원주(天市垣主)님!”


-설마 삼원의 주인 중 한 명을 보게 되다니, 견식을 넓히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는 했지만 저도 해당할지는 몰랐는데 놀랍군요.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있던 이사는 남궁기의 놀란 어조에 대단한 사람이냐고 전음으로 물었다.


-무천성 이십팔수 위의 삼원은 신비한 곳으로 그 곳의 삼주는 더더욱 보기 힘든 희귀 인사입니다. 안휘를 넘어서 강호 전체로 따져도 말이죠.


‘흐음.’


남궁기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소년적인 겉모습과 하위 조직의 장들의 거센 반항에 직면한 모습을 보니 전혀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천시원주라는 직책이 확실히 위인 것 같은데 저런 상황을 보면 무천성이라는 조직의 기강도 개판인 것일까?


“천시원주님! 결국 삼원의 결정사항인 것을 무천성의 의지로 둔갑시키지 마십시오! 대삼문에 대한 일은 과거에 마무리 짓지 못 한 것! 고지가 눈앞인데 어찌 되돌아간단 말입니까!?”


천시원주와 설왕설래하던 당주 중 가장 흥분 한 채 역정을 내던 노지한이 잘린 팔목을 흔들어 보였다.


“내 팔이 이 꼴이 났는데! 우릴 멈추려면 성주님의 교지라도 가져와야 할 겁니다!!”


순간 권혁과 매첨의 눈이 질책의 빛을 띠었으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노지한의 지나친 언동에 천시원주가 대단히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성주님까지 들먹이다니....과연 제가 이 곳까지 온 이유가 있습니다.”


“...?”


“천시원주님?”


부들부들-


‘저 새끼 왜 저래?’


실컷 아랫사람들에게 항변 당하던 천시원주라는 소년은 치킨의 말에 표정의 나빠지더니 갑자기 눈을 감고 전신을 부들거리며 이상증세를 보였다. 그러다 떨림이 멈추더니 서서히 떠진 눈에서 은빛 광채가 새어나오는 변화를 보였다.


“언제부터 이십팔수가 삼원 위에 존재하고 있었지? 기가 차는 사태야. 정목안(井木犴)과 규목랑(奎木狼) 놈들 때문에 이십팔수의 기강이 가관이로군....”


소년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고상한 노인의 항거하기 힘든 위엄 있는 말이 흘러나오자 상대가 누군지 깨달은 당주들은 황망히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자미원주(紫微垣主)님을 뵙습니다!”


-이 소협. 저들에 맞춰 일단 몸을 숙이세요.


안 그래도 돌아가는 상황에 눈치를 본 이사는 재빨리 남궁기의 말에 따르며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전음으로 물었다.


-삼원의 진정한 주인이나 다름없는 자미원주가 저 멀리서 천시원주의 몸을 빌려 이 곳에 현현한 것 같습니다. 신비한 수법인데 여러모로 안목이 넓어지는군요.


천시원주에게 대하는 태도와 달리 당주들의 태도가 매우 공손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건지 궁금한 이사가 이에 대해 물었다.


-자미원주가 외부인 강호에서 불리는 이름은 은룡대군(銀龍大君). 천하에 손꼽히는 신비한 인물이자 절세의 고수로 조화를 이룬 선배입니다. 이십팔수는 실력위주의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 천시원주에 비해 공경 할 수밖에요.


“어째서 이 상황에 멈추어야만 합니까?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대삼문의 싹을 뽑을 순간입니다. 저희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삼원이 그대들을 설득해야만 하는가?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이 이십팔수의 병력을 수습해서 지금 본성으로 복귀하게나.”


단호한 답에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 본 권혁의 표정이 더 이상 어그러트리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졌다. 깊은 호흡을 몇 번 내 쉰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표정을 회복시키지 못 한 채 어그러진 입매를 열었다.


“역시 자미원주님은 성주님을 편드는군요. 전대 성주님이 은퇴하신 데는 자미원주님의 영향도 작용하셨겠죠?”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여기서 갑자기 성주 애기가 왜 나오지?”


“그렇지 않으면 전대 성주님이 명령하신 대삼문 토벌이 이루어지려는 순간을 왜 막으시려는 겁니까!? 좋아요. 이상한 소리라 하시니 진짜 그런 이야기 하나 꺼내 보죠. 제가 여기서 아주 개 같은 경험을 했거든요. 저기 뒤에 누워 있는 시체가 보이십니까?”


힐끗-


“누군가?”


“대삼문이 멸문할 당시 마지막 문주의 대제자 였던 장석기입니다. 정체를 모르던 대삼문 잔당을 이끌던 수괴죠. 큰 부상이 고질적으로 괴롭혀 병자나 다름없던 상태였는데 일시적으로 내력 회복을 위한 비전단약을 삼키고 우리 당주들에게 달려들어 저희가 합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십니까?”


“말이 길 군.”


“수련을 오랫동안 못 해 기껏해야 백탄 초기의 수행을 회복한 녀석을 상대로 백탄 중기의 여토복 당주와 후기인 저, 그리고 묘일계 당주가 고전을 면치 못 했습니다! 백탄 초기의 일인을 상대로 저희 세 명이요! 묘일계 당주는 심지어 반격 당해 부상까지 입었죠!”


“그래서?”


울컥-


“설사 홍수의 고수라도 맞서 싸울 자신이 있는 게 저희들입니다! 무천성의 무공은 최고니까요! 그런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장석기에게 물음을 던지니 약의 효과가 다해 쓰러지면서 그러더군요!”


[나의 무공이 설계 적으로 상수에 있다.]


“....”


“꽤 의미심장한 말 아닙니까? 혹 자미원주님이 저희를 물리시는 데는 이 사안과 연관이 된 점이 있습니까?”


격앙 된 권혁의 질문들은 진위에 닿지 못 했다. 표정 변화 없이 무슨 말인지 인내하며 경청 했던 자미원주는 이내 흥미를 잃고 보라는 듯 하품을 크게 했다.


“무슨 애기를 하나 했더니, 자기들이 부족한 실력으로 낭패를 당하다가 적의 격장지계에 놀아나서는 위계도 무시하고 날뛰는 것이었군. 정목안 패거리들로 아는데 이렇게 앞 뒤 구분 못 하며 앞가림도 못 하는 자들이 당주 직을 맡고 있다니....”


“내가 장석기의 격장지계에 놀아났다고! 누굴 바보로...!”


점점 광기를 드러내며 한걸음 앞 선 권혁의 몸을 매첨과 노지한이 막아섰다.


“여토복, 자네가 그나마 알아먹을 것 같군. 이십팔수들을 수습해서 복귀하도록.”


“네넵! 알겠습니다!”


더 이상 대삼문을 쫓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다. 나름 처신에 일가견이 있는 매첨은 권혁이 무언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린 것 같아 불안한 미래가 엄습해오는 기분을 느꼈다.


용건을 끝낸 은룡대군은 사라지기 직전 섬광처럼 이사와 남궁기를 일견하곤 은빛 광채를 발하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잠시 부들거리다 원래의 천시원주로 돌아 온 소년은 간신히 정리된 것 같으니 잘 복귀하라면서 자리를 뜨고 아직 혼란한 채인 이십팔수의 당주들 또한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계단 아래로 향했다.


“어떻습니까? 이 소협? 꽤 재미있는 광경 아니었습니까?”


“솔직히 그렇습니다.”


정말이다. 쉽게 보지 못 할 순간에 우연히 이 자리에 와서 흔치 않은 고급정보를 막대하게 얻었다. 그러한 결과에 공로가 있다면 이 자리로 안내한 남궁기가 일등공신이었다.


“저는 솔직히 힘든 상황을 예상하며 이 곳에 왔습니다.”


“...네?”


“장월록 당주는 제가 힘이 부치고 역할을 다하지 못 했다고 밝히며 가문으로 돌아가려는 의향을 내비쳐도 어떻게든 저와 제 전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부딪칠 야망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가 어떤 패를 내미느냐에 따라서 저를 곤란하게 만들고 움직이고자 하는 기량이 그에게는 있었습니다.”


“장월록 당주라면...마지막에 미친 것처럼 악다구니를 쓰던 사람 말입니까?”


“하하.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에게는 그의 심상을 변화시켜 저에게 신경 쓰지 못 하게 할 정도의 사건이 있었나 봅니다. 계산한 바는 아니지만 저로선 편하게 처리 된 셈이죠. 흔치 않은 광경도 보고 말이에요.”


굳이 노가주님의 출도를 언급하며 서로의 가진 패를 피곤하게 저울질 할 상황이 만들어 질 없이 해결되어 남궁기는 실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남궁세가로 돌아가 신목교의 연락을 기다릴 거냐는 남궁기의 물음에 이사는 고개를 끄덕여 동행의 의사를 밝혔다.


그리곤 떠나기 직전 잠시 시간을 달라 하고 파헤친 거검방의 건물에서 이사는 단 하나의 무공서적도 건지지 못 했다.


남궁기에게 편승하여 합비에서 남궁세가가 있는 경정산까지 산천을 유람하며 당도한 이사는 곧바로 또 다시 남궁세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비보에 신목교의 연락이고 뭐고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삼합회 멸문!


이사는 혼란에 빠진 채 수경장 술법을 이용해 물속으로 빠져 들었다.


작가의말

수정 완료2

***


거검방 주변을 가로막은 무천십일문 이름을

승표무관->숭양무관

정의파->현의파   

로 수정하였습니다 앞에 명칭이 급하게 지은 거라 ㅠㅜ 수정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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