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13화
국혼 다음날, 대원군이 나를 뒷뜰로 부르자 대원군과 함께 두 명의 어른이 있었다.
“전하, 평안 감사 박규수입니다.”
“오늘 평안으로 간다 하지 않았소?”
오늘 대전에서 인사(사폐)를 했던 박규수였다.
“맞습니다.
이제 제 나이가 있으니 한양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 후배를 한 명 소개시키고 싶습니다.”
“전하, 역관 오경석이라고 합니다.”
박규수는 할아버지가 다되었지만 오경석은 아직 30세 정도의 어린 나이였다.
“제가 말씀드린 밀정입니다.
불란서 담당이지요.”
대원군이 옆에서 짧게 거들었다.
워우, 밀사 오경석은 청나라를 방문했지만 불란서 담당이었다.
불란서, 프랑스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외교 상태창’
[외교/일본: 중립적, 청: 동맹, 미국: 중립적, 오란다: 중립적, 불란서:??]
세 사람 몰래 외교 상태창을 켰지만 불란서에 대한 정보는 아직 뜨지 않았다.
“불란서는 군력이 아주 강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 베이징과 베트남을 점령하고 있고 조선에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 그럼 중립적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외교/일본: 중립적, 청: 동맹, 미국: 중립적, 오란다: 중립적, 불란서:중립적]
외교 상태창이 업데이트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듣는 정보와 연동되는 듯하다.
“그렇군. 그렇다면 일본, 청, 미국, 오란다, 불란서 아무도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게 맞는 건가?”
상태창을 보며 다시 확인했다.
“물론입니다. 전하.
어떠한 나라도 조선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역관이 대답하기 전에 동석했던 대원군이 먼저 대답했다.
‘않습니다?’
이 부정형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내 표정에 나오고 말았다.
“전하, 불경스러운 말씀입니다만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개항을 해서 서양의 학문을 받아야만 조선이 부강해질 수 있습니다.”
박규수의 얼굴과 하얀 머리는 삽살개의 느낌이 들었다.
“맞습니다. 조선을 위해서는 서양의 학문이 필요합니다.”
“그만하거라.
이만하면 되었다.”
역관이 말을 이어받자 대원군이 바로 끊었다.
“자네가 5년전에 베이징에 다녀왔을 때도 그리 말했다고 들었네.”
그때면 내가 왕이 되기 전이다.
“그때도 개항은 옳지 않고, 지금도 옳지 않네.
자네들은 천주교도인 건가?
지금 천주교도들이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있을텐데?”
배교를 하는 자들은 풀어주고 있지만 목숨을 바쳐서도 천주교를 믿겠다는 자들이 많았다.
대원군은 그들을 모두 죽이자고 주장했지만 내가 안간힘을 써서 막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조선의 미래를 위해서 말씀드릴 뿐입니다.”
“그래, 오 역관은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게.
영의정께서는 몸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기분이 상한 대원군이 박규수와 오경석을 내보내려고 해서 내가 한마디 덧붙혔다.
“나도, 대원군도 서양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네.
가능한 대로 힘써주시게.”
아직 15세도 안된 나의 힘없는 말에 박규수와 오경석은 감동받은 얼굴이 보였다.
“그럼, 자리를 비켜주시게나.”
박규수가 한마디 더 하기 전에 대원군은 그들에게 나가라는 눈을 보였다.
박규수는 결국 입을 벌리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그래, 어떠십니까?
밀정을 만나보니?”
대원군이 자신의 비밀을 말해주자 이제 덜 걱정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불란서는 우리의 적이 아니군요.”
생각보다 이 게임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독립해서 살아남기.
다른 나라들은 조선을 치지 않을 테니 몇십년 후에 일본만 조심하면 되겠지.
“그렇다고 불란서가 우리의 친구인 것도 아닙니다.
미국이 우리의 친구가 아닌 것 처럼요.
조선의 우방은 청나라밖에 없는 걸 명심하십시오.”
끄으. 안타깝다. 내가 역사 공부를 더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의 청나라도 100년후면 없는 나라라구요.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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