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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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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0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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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4)

DUMMY

용병 1부대의 때 이른 돌격 때문에 1부대와 2, 3, 4부대 사이에 거리가 벌려졌다. 결과적으로 1부대만 돌격하고 나머지 부대들은 뭉쳐져 진격하고 있을 때 적진에서 커다란 불덩이가 생겨났다. 잿빛늑대 진영에서 적진을 관찰하고 있던 에스다 백작은 불덩어리를 보고 하얗게 질려버렸다.

"아뿔싸, 적의 마법 공격이다!"

불덩이는 천천히 천사 진영을 출발했다. 불덩이는 점점 가속도가 붙으며 빠른 속도로 용병들을 향해 날아갔다.

"흩어져라! 용병 부대는 산개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라! 우리 측 마법사들은 무얼 하는가!"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잿빛늑대 진영에서 용병들의 산개를 위한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장을 보는 에스다 백작의 얼굴색이 점차로 하얗게 변해갔다.

용병들 역시 바보는 아니었는지, 나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불덩이의 속도는 그보다도 빨랐고, 불덩이는 용병들이 뭉쳐있는 한 가운데에 정확히 작렬했다.

콰아앙!

전장의 모든 열기를 한순간에 휩쓸어버릴 만큼 강렬한 충격이 땅을 뒤흔들었다. 불덩이가 떨어진 곳을 기점으로 생성된 열풍이 둥글게 펴져나갔다. 붉은빛과 주황빛이 뒤섞인 강렬한 열파는 용병들을 휩쓸었고,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한 공기는 삽시간에 데워졌다. 고온에 녹아내리고, 열파에 타죽고, 공기에 쪄죽고.

그 광경을 보는 모든 이들은 불의 지옥을 연상했다. 불꽃은 그 많은 생명을 먹어 치웠음에도 뭐가 그리 부족한지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다. 전장의 모든 이들은 그 광경에 숨을 죽였다.

살아남은 이는 거의 없었다. 진열의 바깥쪽에 있어서 적의 마법이 작렬하기 전에 도망친 이들, 그리고 자신만의 특수한 방법으로 살아남은 이들 정도였다. 그나마 그들은 더 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 없었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거친 함성이 일었다. 마법 한 방에 잿빛늑대의 용병대가 거의 와해되긴 했지만, 적은 여전히 건재했고 전투 역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천사의 용병대가 잿빛늑대의 용병대와 맞부딪쳤다. 앞서 돌격했기에 적의 마법에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잿빛늑대의 용병 1부대는 용감하게 싸웠다. 하지만 압도적인 수의 차이는 어찌할 수 없었고, 잿빛늑대의 용병대는 포위되어버렸다.

현 시대의 전투에서, 포위되어 버린 부대는 사실상 괴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안쪽의 병사들은 아군에 둘러싸여 손발이 묶여버리고,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포위된 이후 사실상 싸우게 되는 병사는 제일 바깥에 있는 병사뿐이란 이야기다. 거기에 실질적으로 싸워야 하는 적의 수는 보통 두 배이기 마련이다. 둥글게 포위된 병사들은 보통 두 명, 많게는 세 명 정도를 감당해야 하기에.

물론 훈련이 잘 된 병사들은 포위당한다 할지라도 전투력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앞줄과 뒷줄간의 상호 조화를 이루어, 포위한 적들을 돌파하는 전술 또한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지금 포위된 잿빛늑대의 부대는 백병전은 뛰어나지만 단위전술에서는 가장 취약하다는 용병 부대였다. 승리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었다.

전장을 바라보는 에스다 백작에게 마법사들의 준비가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마법이 준비되자마자 날리지 않은 건,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을…날려라."

"하지만 아군과 적군이 섞여 있습니다."

"어차피 포위되어 있어. 저 부대는 곧 괴멸할 거야. 그럴 바에야 저렇게 적군이 모여 있을 때 날리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항명인가, 백부장 에딜?"

에스다 백작은 칼을 빼어들어 에딜에게 들이댔다. 에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서, 시간이 없다. 저들이 괴멸하면 기회도 날아가! 어서!"

에딜은 몸을 돌려 마법사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카앙!

"이런 제기랄!"

퐈악!

에드워드의 거대한 대검이 눈앞의 적군의 목을 흩고 지나갔다. 적군의 몸이 서시히 기우는가 싶더니 완전히 넘어갔다. 그 위로 날아오는 다른 이의 검을 막아내며 에드워드는 저스틴에게 소리쳤다.

"우리, 완전히 포위되어 버렸어! 이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

에드워드는 끊임없이 적을 베어 넘겼다. 하지만 몰아치는 적의 양을 줄어들지 않았다.

저스틴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그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어김없이 적은 쓰러졌지만, 이런 대인전은 처음이라는 점이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마법을 쓴다면 이 포위를 당장에라도 뚫어버릴 수 있었지만, 그는 가급적이면 마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마법을 쓸 경우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앙!

날라드는 적의 도끼를 저스틴은 칼을 들어 막았다. 그의 하얀 검은 도도하게 싸늘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가 하얀미르라고 이름붙이 이 검은, 카이낙사드가 선물로 준 검이었다. 그의 조상인 라이네시아가 자신의 뼈로 직접 만든 검이라는 부언과 함께.

저스틴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왼쪽으로 날아가는가 싶던 검은 적의 도끼를 가볍게 따돌리며 갑자기 방향이 꺽여졌다. 하얀 빛줄기가 적의 가슴을 헤집었다.

또 한 명의 적을 쓰러트리면서, 저스틴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방도를 찾아야 했다. 아군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따끔따끔한 기운도 신경이 쓰였다. 아마도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조금 있으면 시전할 것이다. 그리고 적의 진영에 작렬할 것이고…

이런!

저스틴은 갑자기 깨달은 놀라운 사실에 몸이 굳어버렸다. 적 역시 노련한 용병이었는지 저스틴이 경직된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트캉!

"어딜 한눈팔고 있는 거야! 죽고 싶어!"

저스틴의 위기를 본 에드워드가 그의 대검을 휘둘러 적을 베어 넘겼다. 어찌나 혼신의 힘을 다해 휘둘렀던지, 적은 검째로 잘려나갔다. 에드워드는 얼굴이 빨개지도록 저스틴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저스틴은 그 말을 싹 무시해버렸다. 그러고 있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이러고 있을 틈이 없습니다. 아군은 마법으로 우리까지 날려버릴 생각이에요! 빨리 포위를 뚫고 나가야 합니다!"

"그건 내가 아까부터 말한 거다!"

에드워드는 달려드는 적의 목을 날려버리며 말했다. 저스틴은 검을 고쳐 쥐었다.

"내가 쐐기의 끝이 되겠습니다. 뒤에서 따라와주세요!"

저스틴은 에드워드가 반응하기도 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손에 들린 하얀미르가 유선형의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우아한 몸짓은 이내 원뿔처럼 말려갔고, 하나의 점으로 귀결되었다.

푸화학!

점의 끝에 있던 적의 병사가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마치 마법 같은 그 위력에, 주변의 적병은 물론 에드워드마저도 당황하여 입을 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스틴의 검은 멈출 줄 몰랐다. 그 미려한 곡선이 우아하게 날개처럼 펼쳐졌고, 그의 주변은 빨간 꽃으로 수놓였다. 저스틴은 그 빨간 꽃밭 한가운데에서 하얀미르를 허공에 수놓고 있었다. 그의 검은 코트 자락이 대조적으로 나풀거렸다.

"맛들렸구만…"

에드워드는 혀를 차며 저스틴을 쫓았다. 저스틴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전세가 바뀌고 있었다. 이제껏 포위된 적들 속에 고립되어 있던 잿빛늑대의 용병들이 저스틴이 뚫은 곳을 향해 맹렬히 몰아쳤다. 한번 작은 구멍이 뚫린 댐이 수압차로 터져버리듯, 천사 진영의 포위망은 완벽히 뚫려버렸다. 잿빛늑대의 용병들은 저스틴을 따라 포위망을 벗어나고 있었다.


"멈춰!"

전투를 지켜보던 에스다 백작이 마법사들에게 명령했다. 마침 마법이 시전되기 직전이었던지 마법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마법진 한가운데에서는 푸른 전광이 일렁이고 있었다.

"무리입니다! 저렇게 형태를 갖춘 마법은 지금 시전하지 않으면 역류해버립니다!"

마법사들의 수장이자 에스다 백작의 수석마법사인 엔틴이 외쳤다. 지금 저 마법은 실현되기 직전. 만약 저기에서 바로 적진으로 날아가지 않고 역류해버린다면 마법진과 연결된 수많은 아군 마법사들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전장에서 흔히 쓰는 마법진은 증폭용 마법진으로, 마법진과 연결된 마법사들의 마나를 한 곳으로 모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마법진에 의해 증폭된 마법이 올바르게 캔슬되지 않고 역류해버린다면 마법사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극심해져 버린다.

완성 단계의 마법이 역류해버리면 마법을 이루고 있던 마나들이 시전자의 영혼의 빛인 에테르를 따라 시전자 내부에 영향을 끼친다. 흔히 말하는 내상을 입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마법진을 통해 증폭되어버린 마법이 역류되면 어떨까.

고위의 마법일수록 돌아가는 충격파도 크지만, 일단 고위의 마법이라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시전자가 그만큼 성숙하다는 말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건 없다. 그저 적당히 쉬어주면 되니깐. 하지만 마법진을 통해 증폭되어버린 마나는 시전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그럴 경우 마나는 시전자의 중추적 기관인 뇌를 하얗게 불살라버리며, 상태가 양호하다면 백치가 되는 쪽에서 타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통 그럴 경우 뇌가 새카맣게 타서 죽으니깐.

이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스다 백작은 마법을 멈추라고 명령했고, 그 말에 엔틴이 보일 반응은 뻔했다. 에스다 백작은 당황한 얼굴로 엔틴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늦출 수 있나?"

"…20초 정도가 한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지휘관의 재빠른 판단력이 전장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다행이도 에스다 백작은 평소 판단이 꽤나 재빠른 사람이었고, 다음 명령을 하달하기까지 1초 정도의 망설임밖에 보이지 않았다.

"적의 후방 쪽에 마법을 시전하라! 적이 조금 적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군에 피해가 최소한으로 갈 수 있도록 하라!"

엔틴의 손이 휘저어지고, 마법사들의 중창이 무겁고도 재빠른 날개처럼 울려 퍼졌다. "라이트닝 컨덴세션!"

마법진 한가운데 있던 뇌전이 적진을 향해 쏘아졌다. 마침 잿빛늑대군의 용병들은 거의 대부분 포위망을 탈출한 상황이었기에 마법은 더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적군의 후방 쪽에 떨어진다 싶었던 뇌전이 한 번 역동하더니 그 푸른 나래를 펼쳐들었다.

투화아악!

섬빛처럼 빠르게 퍼져나간 뇌광은 그 줄기 하나하나가 천사의 용병들의 무기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잿빛늑대의 용병들도 몇몇 당했지만, 거의 대부분 천사의 용병들이 마법의 수혜자였고 그들은 처참하게 몸을 부르르 떨며 스러져갔다.

"에스다 기사단, 돌격하라! 그 뒤를 이어 보병단 진격! 궁병단은 아군을 엄호하라! 적들을 섬멸할 시간이 왔다!"

평지전의 전통적인 전술대로, 첫 격돌과 엄청난 마법 싸움을 끝낸 에스다 백작이 돌격명령을 내렸다.

뿌우우우우

나팔이 길게 우짖었다. 기사들은 자신의 면갑을 내리면서 서서히 말을 앞으로 몰았다. 말의 속도는 천천히 빨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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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후면 3화도 끝나는군요..어느덧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5달째가 되어갑니다. 이럴때면 더더욱 옛날 글들이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음음. 예전 글들이 저에게 '힘내~'라고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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