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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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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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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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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08.2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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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6)

DUMMY

"저스틴!"

"태희, 에드워드? 용병들은 어쩌고?"

"얼른 여기서 나가야 해. 안 그러면 모두 죽는다."

에드워드가 그의 대검을 휘둘렀다. 느릿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한 그 몸짓은 적의 몸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모두들, 어서 여기서 나가자고. 우리 용병단은 포위망 뚫기 전문이니깐, 쉽게 나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어디로?"

"내 생각이 맞는다면…"

태희는 창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의 창은 전격처럼 적군을 향해 내리꽂혔다. 그는 창을 휙 털어버림으로서 다시 전투태세를 갖추며 말했다.

"이 근처에서 아군이 가장 많이 모여 있을만한 곳은 에레사크뿐이야. 설령 거기에 아군이 얼마 없다 해도 거기에는 성이 있으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 고로, 우리는 거기로 가자!"

뭔가 묘하게 어색한 말로 끝맺었지만 태희의 의견은 타당하게 들렸다. 결국 에레사크로 퇴각하기로 한 일행은 포위망을 뚫기 위해 준비했다. 저스틴과 에드워드, 태희가 뚫고 주변 수비는 아벨이, 그리고 아론과 데니는 리체의 호위겸 견제를 하기로 했다. 곧 저스틴의 하얀미르가 앞으로 쏘아져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화이트 드래곤 용병단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갔을까, 아직 포위망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저스틴이 멈춰버렸다. 에드워드와 태희는 주변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상대하느라 말할 여유가 없었고, 질문은 상대적으로 편한(할일이 없는) 리체에게 넘어갔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저기…"

일행은 저스틴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에선 델로아 공작이 말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덜덜 떨고 있는 아센의 국왕 존 로아 아빌로 아센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국왕을 구하고 싶어. 아무리 우리가 용병이라 하지만, 이 나라 국민이니깐…"

"난 이 나라 국민이 아닌데? 난 싱 사람이라고."

"음…난 아디스 공화국…"

"난 데리오스 제국에서 왔는데?"

"엘프는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아요."

태희를 시작으로 아론, 에드워드, 데니가 차례로 분위기를 깨트려버렸다. 이렇게 들으니 상당히 다국적인 용병단이었다. 원래 용병들이 정처 없이 떠돌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깐, 국왕을 구하고 싶다는 거잖아? 그럼 그렇게 하자고."

태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편하게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전부 '절대 안 돼.'였다. 국왕을 구하려 한다면 아센 왕국의 소드 마스터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로 들렸다.

"네가 그 말을 꺼냈을 때는 저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있다는 말이겠지? 뭐, 며칠 보진 않았지만 넌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성격이니깐. 그리고 내 생각엔 저 소드 마스터가 네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은데 말야."

저스틴은 태희가 이전에 한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태희가 저렇게 진지한 말을 한다는 것에 놀랐지만 말이다.

태희는 저스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스틴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국왕을 향해 달렸다. 저스틴이 빠르게 달려가는 것을 보던 태희는 일행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 그럼 우리도 가서 도와줘야지? 같은 동료잖아."

일행들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태희가 사족을 붙이지 않았다면 정말 태희에게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저스틴 혼자서 델로아 공작을 상대하게 하고, 왕을 구한 공은 우리가 나눠같자구. 그거라도 있어야 전쟁에 참가한 맛이 나지. 아아~ 아마 왕은 나의 훌륭한 인품을 보고는 감동해서 한자리 내릴지도 몰라. 그럼 뭐라고 하지? 음…"

일행들은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을 지으며 태희의 머리를 한 대 씩 쥐어박고 갔다. 저스틴을, 그들의 동료를 도우기 위해.


카아아앙!

델로아 공작의 검이 내려쳐지는 순간, 저스틴이 빠르게 왕의 앞으로 달려들어 하얀미르로 막아냈다. 저스틴의 검에는 하얀 빛이 어려 있었다. 델로아 공작의 검만큼은 아니었지만 검기를 다루는 자, 더 소드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검기였다.

델로아 공작은 갑자기 튀어나온 실력자에 놀라 뒤로 몸을 뺐다. 저스틴은 국왕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에게 따라붙지 않았다.

델로아 공작에게서 엄청난 존재감이 퍼져나왔다. 그의 존재감에 주변이 장악되는가 싶었지만 곧 그 존재감은 저스틴에게로 집중되었다.

저스틴은 조용히 하얀미르를 아래로 내렸다. 그에게서 청량한 기운이 조용히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하나의 폭풍이 되어 델로아 공작의 기운에 맞섰다. 둘의 의지가 어찌나 강했던지 주변의 사람들은 은은한 하얀빛과 선홍빛이 둘의 주변에서 몰아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마른침이 입에 고이는 것을 느꼈다.

저스틴은 엄청난 중압감을 느꼈다. 델로아 공작은 아직 자신이 이길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만약을 위해 마법을 끌어올릴 준비를 했다. 일단 부딪히면, 둘 중 누구 하나는 살아남지 못하리라. 하얀미르가 지닌 빛이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넌…"

둘의 기운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델로아 공작이 입을 열었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고 풀렸다.

"그 때의 꼬마로군."

이전의 만남을 기억하는 것일까. 델로아 공작은 그 둘 이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고는 뒤돌아섰다. 동시에 주변을 내리누르던 두 사람의 기운도 사라졌다.

"다음에 다시 만나길."

델로아 공작은 그대로 말에 올랐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그는 엔젤 기사단을 이끌고 전장을 빠져나갔다. 천사군은 갑작스럽게 들려 온 철수 명령에 당황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잿빛늑대의 군사들도 철수하는 천사군을 막지 않았다. 양측 모두 너무나 지쳐 있었던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델로아 공작의 심경 변화에 당황해하던 존 아빌로 아센 국왕은 그 이유를 저스틴에게서 찾기로 했다. 살아남은 잿빛늑대들이 근왕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속속들이 모여들고 있는 와중에, 국왕은 저스틴에게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저 델로아 공작이 저렇게 군사를 물리면서까지 그대를 피하는가?"

저스틴은 왕을 바라보았다. 노왕의 얼굴에는 궁금함이 가득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용병으로 남을 것인가, 선조로부터 내려온 그 권리를 주장할 것인가.

저스틴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느꼈다. 자신의 양 어깨에는 크로아 고성에서 죽어나간 사람들의 생명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라이네시아의 무게를 느꼈다. 그 고귀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저스틴은 죽음의 문턱에서 나온 노왕의 발치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팔락, 그의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망설임은 없다. 이것으로 자신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영혼들을 어깨에 짊어진다. 케이 역시.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하늘은 파랗다.

"신, 크로아 공작 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가 고귀하신 잿빛늑대의 혈통을 이어받은 적법한 군주 존 로아 아빌로 아센 폐하를 뵙습니다. 고귀한 하얀 날개의 광영이 함께하시길."

고귀한 침묵이 종결되었다.

에센 평원은 침묵으로 휩싸였다. 그 어느 누구도 입을 때지 못했다. 크로아 공작이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다.

"노, 농담이지? 저스틴이 크로아 공작?"

저스틴은 미동도 없이 그저 왕 앞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국왕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증명하라."

단지 그 말만 내뱉을 뿐이었다. 노왕은 그 노쇠한 몸을 자신의 쓰러진 말에 기댔다.

저스틴은 자신의 품 안에서 항상 간직해오던 크로아 공작의 상징 라이네스아를 꺼내들었다. 그 찬란한 광채가 아센 평원을 밝게 물들였다. 주인의 심정을 대변하듯 라이네시아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난 300년간 크로아 공작의 상징이 되어왔던 라이네시아. 그 의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것만으로 자네가 크로아 공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자네가 우연히 그걸 얻었을 수도 있고, 그게 가짜일 수도 있…"

저스틴은 하얀미르를 들어 손가락에 살짝 대었다. 하얀 검기는 사라졌지만, 주인의 의지를 머금은 하얀미르는 그것만으로도 저스틴의 살을 살짝 가를 수 있었다. 저스틴은 흘러내리는 피를 라이네시아에 떨어트렸다.

라이네시아는 밝은 흰빛과 함께 피를 흡수되었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단순한 목걸이였던 라이네시아가 깨어나 그 하얀 목을 들어 하늘을 향해 길게 울었다. 크로아 공작의 피에만 반응하는 공작의 목걸이 라이네시아가, 그 긴 잠에서 깨어 지금 에센 평원에서 힘차게 운 것이다.

"왜…이제야 왔는가? 그대가 있었다면 지난 7년간 수많은 목숨들이 허무하게 스러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전 국토가 전화로 뒤덮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대만 있었다면…"

노왕의 눈에서 맺힌 눈물 한 방울이 그의 백성들의 피로 얼룩진 평원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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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이면 드디어 50화이네요..음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50화 기념으로 특집이 올라갈지도 모르겠네요.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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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 +1 10.10.20 85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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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7) +1 10.09.01 1,194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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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5) +4 10.08.18 1,73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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