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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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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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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7.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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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2)

DUMMY

한 며칠 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천사 진영의 카람 백작도 잿빛늑대의 델라크 백작도 서로의 군을 돌보느라 싸울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덕분에 에센 평원에는 때 아닌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 한 용병단에 속하게 된 저스틴들은 급격히 친해지게 되었다. 거기에 이번 전쟁에서 적들의 포위를 앞장서서 뚫었던 그들이 한 용병단이라고 알려지자, 그들의 화이트 드래곤 용병단은 진중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져 버렸다. 그 인지도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델라크 백작마저 그들에게 함부로 못 할 정도였다.

"무슨일일까요. 언니?"

"글쌔, 나야 모르지, 뭐. 인간은 나보다 너희가 더 잘 알지 않아?"

어느새 언니동생하는 사이로 발전해버린 데니와 리체는 가볍게 말을 주고받으며 지휘관 막사로 들어갔다. 델라크 백작의 화이트 드래곤 용병단에 대한 호출이 있었기 때문에 용병단장인 리체와 호위 겸 말상대 데니가 온 것이다. 어느새 데니의 상처는 다 치료되어 있었다.

막사 안에는 델라크 백작과 에스다군의 백부장 에딜,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들어온 사람들이 여자, 거기에 한 쪽은 어려보이기까지 하니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화이트 드래곤 용병단의 단장을 부른걸로 아는데."

델라크 백작이 양 손을 깍지껴 턱을 받치며 말했다. 그의 어투에는 왠지모를 불쾌감이 배어나왔다.

"제가 화이트 드래곤 용병단의 단장입니다."

어린아이라고 깔보는 듯한 시선을 눈치빠른 리체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녀의 확실히 끊는듯한 말투는 듣는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초면부터 깔본 건 그들 자신들이 아닌가.

물론 저 권위주의적 인간들이 저런 인간 평등 사상을 머릿속에 박아놓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최고의 직위에 있다는 델라크 백작이 입다물고 있으니 그들도 입다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눈은 '백작님만 아니었으면…'하는 뜻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이런 어린 아이가 단장이라니, 의외로군. 어쨋든 그대들의 용병단에게 부탁할 것이 하나 있어서 불렀네. 적진에 정찰을 좀 다녀올 수 없겠는가?"

델라크 백작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의 말에 데니는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저번 전투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카람 백작군이라지만, 7명가지고 이렇게 시야가 트인 평원에서 적진을 정찰하라는 것은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말만 부탁이지 실질적으로는 명령이었기에 그들로서는 거부권조차 없었다.

리체 역시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답을 얼른 내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데니를 돌아보았다. 데니는 한참 망설이더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여기서 거부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그럼 수고해주게나."

델라크 백작은 그녀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정찰을 하는 것으로 단정지어버렸다. 그의 매몰찬 말에 그녀들은 그냥 막사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정찰이라니!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정찰명령을 들은 태희는 아주 방방 뛰었다. 다른 이들도 말만 안한다 뿐이지 불만이 얼굴에 역력했다.

"던, 진정하게. 리체가 하고 싶어서 이딴 명령을 받은 게 아니란걸 알지 않는가."

리체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태희도 그게 리체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을 어쩔수는 없었다.

"미안해요. 내가 좀 더 강경하게 나갔으면…"

"무슨소릴 하는 거야. 리체는 잘못 없어."

에드워드가 그 특유의 대검을 손질하며 리체에게 말했다. 리체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따라갔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리체야."

"아니에요, 아벨 숙부님. 숙부님이 미안해할 것 없어요. 오히려 제가…"

"아니다. 내가 갔어야 하는 건데…"

리체의 고개가 점점 더 숙여졌다. 데니는 가만히 리체를 안아주었다. 리체의 몸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떨림이 데니의 이를 악물게 했다. 그래도 어떤 말을 해주지 못할 만큼, 이번 임무는 어려운 것이었다.

"리체."

저스틴은 리체를 가만히 불렀다. 리체가 고개를 들어 저스틴을 바라보았을 때 저스틴은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다. 왠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미소.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우리도 잘못한 것 없고. 다만 저런 명령을 내려주는 윗사람이 잘못한 것 뿐이지. 그러니깐, 최대한 빨리 가서 임무를 완수하고 오자고. 모두 같이. 저 윗사람들에게 보란듯이."

"그리고 저놈들 엉덩이를 걷어차주자고!"

여느때와 같이 활기찬 태희의 말에 리체도 그만 웃고말았다.

"그럼 작전을 의논해 볼까? 던, 의견 좀 내주게나. 던은 이상하게 이런 전술 쪽에는 천재적이거든."

아벨의 말에 데니와 에드워드는 불신 가득 찬 눈빛으로 태희를 바라보았다. 태희는 그들의 눈빛을 보고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후훗. 에드워드, 데니.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 난…"

태희의 긴 사설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끄덕여진 에드워드와 데니의 고개짓에 의해 좌절되었다. 태희는 고개를 떨구는가 싶더니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그래도 난! 저놈들 엉덩이를 걷어차주기 위해서 최강의 전술을 짜내겠어!"

모두는 '고작 그딴 이유로?'라는 불신이 강하게 뒤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태희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태희가 중얼거리는 동안 그에게서 음울한 오오라가 피워져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느꼈다~정도였지만 점차로 강렬해진 오오라는 리체가 아티스의 디바인 마크를 꺼내들게까지 만들었다.

"좋아, 가자!"

그런 폭풍을 일으킨 주제에, 궁상에서 깨어난 태희는 기운차게 소리쳤다. 그 갑작스런 변화에 모두들 불안해했다.

"자, 작전을 다 짠 거냐?"

"훗, 가 보면 알다구, 아벨. 기다려라 델라크 백작. 내가 그 면상 일그러지는 것을 봐주마…으흐흐하하하핫!"

태희는 광소를 지으며 막사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이 사태에 모두는 서로서로 황당함을 주고받았다. 그 때 갑자기 태희가 다시 들어왔다. 방금 전과 다르게 멀정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일행들은 반사적으로 모여들었다.

"아론은 아직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으니 여기 남아. 그리고 다들 무장을 가볍게 하고. 여차하면 뛰어야 할 테니깐. 리체도 준비해. 성직자가 필요해질지 모르니깐."

태희는 정말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정상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평상시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모습도 아닌, 정말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어서 준비하라고. 곧 출발할 거니깐. 해가 점점 기울어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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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과 감상 부탁드립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모두 복된 일 많이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복날에 몸보신은...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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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2) +1 10.10.20 934 4 11쪽
60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 +1 10.10.20 855 5 12쪽
5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5) +1 10.10.13 891 8 7쪽
58 공작4화- 눈꽃 위의 냉기(14) +2 10.10.06 906 7 12쪽
57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3) +2 10.09.29 1,140 7 8쪽
5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2) +3 10.09.22 1,041 6 10쪽
55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1) +2 10.09.15 1,111 7 9쪽
54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0) 10.09.08 1,103 6 9쪽
53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9) +1 10.09.08 1,240 7 9쪽
52 특집 대담(對談)!! 1.-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 +2 10.09.01 1,093 3 2쪽
51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8) +2 10.09.01 1,237 7 9쪽
50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7) +1 10.09.01 1,19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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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4) +4 10.08.11 1,872 7 9쪽
4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3) +4 10.08.04 1,522 4 10쪽
»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2) +2 10.07.28 1,725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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