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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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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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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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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5,994

작성
10.09.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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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2)

DUMMY

"국왕 폐하께서 드십니다."

국왕의 등장을 알리는 잿빛늑대의 기사의 목소리에 모든 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국왕은 뒤에 젊은이 한 명을 대동한 채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국왕이 자리에 앉자 다른 귀족들도 따라 앉았다. 젊은이는 국왕의 뒤에 시립해 있었다.

"소식은 모두 들으셨을 거라고 믿소. 역적 아비스가 괴뢰 왕국을 세웠다고 하더군."

"당연히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폐하. 그들은 우리나라의 반역자일 뿐입니다."

데스탕틴 후작이 당연하다는 듯 바로 말을 뒤이었다. 그의 말에 다른 귀족 몇몇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제 그 델로아 왕국이라는, 괴뢰 왕국에서 서신을 전달해왔소. 델로아 왕국이 세워졌음을 정식으로 알리고, 아센 왕국에 선전포고를 한다는 내용이었소."

"결코 그 서신을 접수해서는 안 됩니다. 그걸 접수한다는 것은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괴뢰 왕국을 인정한다는 소리가 됩니다."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오늘 폐하께서 여러분을 모으신 뜻은, 그렇게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저 역도들에게 어떻게 해야 큰 타격을 주고, 나아가 현재 교착중인 이 전선에서 승기를 잡아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왕의 뒤에 시립해 있던 젊은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조금 웅성웅성하던 귀족들이 조용해졌다. 그러자 젊은이는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정작 이럴 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고작 한다는 소리가 서신을 접수하지 마라인가?"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것 같소이다, 태자 전하."

데스탕틴 후작의 말에 저스틴은 새삼 그 젊은이를 돌아보았다. 저 젊은이가, 태자 전하시라고?

태자는 데스탕틴 후작에게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왕의 재지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데스탕틴 후작은 그 모습을 고소하다는 듯 쳐다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 귀족들이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탸자 전하께서 말씀하셨지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다오. 그것에 대해서는 대군주이신 크로아 공작 전하께서 설명해주실 것이오."

저스틴은 어이가 없어 데스탕틴 후작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입가에 냉소를 띄우고 있었다. 데스탕틴 후작은 태자의 질문에 대답할 상대로 저스틴을 내새움으로서 저스틴과 왕 둘 다 곤란한 상황에 빠트린 것이다. 왕이라고 저스틴이 귀족들 틈에 잘 끼어들지 못함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지목당한 이상 저스틴은 대답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그는 이 귀족들의 몽드에서 무능력한, 단지 혈통으로 그 자리를 먹은 자로 낙인찍히고 아울러 그를 데려온 왕의 입지까지 좁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노려보고 있는 다고 바뀌는 건 없겠지.

저스틴은 비웃는 듯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스탕틴 후작을 향해 한 번 미소 지어 주고는 잿빛늑대의 기사에게 지도를 가져오게 했다. 곧 아센 왕국의 지도가 그들의 탁자 위에 펼쳐졌고 저스틴은 그 '생각하는 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현 시점에서 우리 아센 왕국군과 반란군은 얼어붙은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란군은 그들의 수도를 펠하임이 아닌 훨씬 남쪽의 상테-드-델로아로 정했습니다. 이건 그들이 남쪽의 신성왕국 데카와 로도크나 연방과 손잡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역적 아비스의 아티스 교단에서의 위치를 고려해 볼 때, 적어도 신성왕국 데카와의 연계는 확실할 겁니다. 거기에 왕국의 선포로, 그들의 사기는 매우 올라가 있습니다."

저스틴의 상황설명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델로아와 신성왕국 데카간의 연개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뭔가?"

태자 역시 이런 현실이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스틴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나무로 깍은 말을 집어 들어 그들의 위치인 에레사크 성에 놓았다. 말에는 잿빛늑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들의 사기가 매우 올라갔다고 해서, 경계가 더욱 삼엄해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계는 약해졌을 수도 있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기회에 펠하임을 탈환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스틴은 에레사크 성에 있던 말을 집어 들어 펠하임 성에 소리 나게 내려놨다.


그 소리가 만들어낸 정적이 홀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 소리가 의미하는 생명의 무게가 무엇인지 알기에 정적은 더욱 고요했을지 모른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병력은 그렇다 치고, 누가 지휘할 것이며, 보급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펠하임을 탈환하지 못했을 때는? 젊은 혈기로 그렇게 막 나서면 곤란하지."

겨우 그 침묵을 이겨낸 데스탕틴 후작이 이죽거렸다. 하지만 그에게도 저스틴의 말이 충격이었던지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륙의 전쟁사 전체를 뒤져보아도, 이렇게 무모한 작전은 없었다.

"병력은…아마 지금 이 자리에 계시는 귀족분들의 사병만 모아도 충분히 될 겁니다. 지금 우리와 반군의 병력은 거의 대등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으니깐요. 즉, 펠하임을 공격하는 것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군대가 되는 겁니다. 그럴 경우 현 전장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많은 귀족들의 눈이 저스틴에게 모였다. 왕을 압박하는 귀족들로서는 조금이라도 숨겨진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 지금까지는 왕의 입지가 많이 약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귀족들이 숨겨둔 사병이 있음을 알면서도 감히 그것을 공론화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저스틴이 당당히 그 숨겨진 사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었다.

"설마 숨겨둔 사병이 없다고는 말 못하시겠죠?"

"후, 그렇다면 자네는 우리가 사병을 내놓는 대가로 무었을 내놓을 것인가?"

"뻔뻔하군요."

저스틴의 말에 모두는 숨을 죽였다. 반역이 일어나기 전에도, 전대 크로아 공작이 살아있을 때도 그 누구도 이 노귀족에게 이렇게 대놓고 면박을 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데스탕틴 후작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젊은 공작에게서 누군가의 모습을 보았다. 아주 그리운, 아련한, 그런 사람의 모습이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노귀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사병 역시 왕국의 군대입니다. 이런 전시 상황에서의 동원권은 당연히 국왕 폐하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제가 무었을 내놓을 거라 하셨는데…"

저스틴의 말에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그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닌 존재였다.

"펠하임 탈환군을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저 멀찍이 앉아 있던 귀족 한명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저스틴으로서는 그가 데스탕틴 후작의 몽드에 속해있던 귀족이라는 것 밖에 몰랐다. 그 데스탕틴 후작의 몽드에 속한 귀족 A는, 저스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그가 군대의 최고사령관이 된다면, 이 아센 왕국의 병권이 모두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에게 저 반역자 아비스처럼 반역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가 만약 병권을 손에 쥔 체, 반역을 하게 된다면…"

"라덴 남작! 이곳은 어전이오! 말조심하시오!"

라덴 남작의 말은 데스탕틴 후작의 외침에 끊겼다. 저스틴은 라덴 남작의 말을 들으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저 정도로 믿음을 주지 못하는 놈이었던가 나… 휴우, 한심하군.

확실히 라덴 남작의 말은 어전에서 꺼내선 안 될 말이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과열된 분위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다른 귀족들은 데스탕틴 후작의 서슬에 말을 꺼내지는 못했지만,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는 표정이었다.

"이번 작전의 지휘관이 크로아 공작이라면, 이번 작전의 책임도 그대에게 있는 것이구려."

데스탕틴 후작의 말에 회의는 다시 분위기가 변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저스틴의 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데스탕틴 후작의 말에 의하면 저스틴이 지휘관이 되는 것은 이번 작전뿐이며,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는 것이라면 발 벗고 회피하는 귀족들로서는 저스틴이 나서서 져준다는 것에 이번 작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저스틴은 이런 상황에서도 실리를 따지는 귀족들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아마 이번 귀족들의 사병에 대한 동원령에도 귀족들이 자신의 사병을 전부 내놓지 않을 것이다.

참 콩가루 집안이라니깐…아니 콩가루 국가인가?

"그럼 크로아 공작을 지휘관으로 펠하임을 공략하기로 하겠소. 공작께선 수고해주시길 바라오."

국왕이 더 늦기 전에 크로아 공작을 지휘관으로 임명함으로서 회의는 일단락되었다. 귀족들은 뭔가 찜찜했지만 일단 왕명이 떨어진 이상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표정은 '전쟁에서 지고 오면 두고 보자'였다.

"나는 아무래도 미덥지가 못하오."

국왕과 태자가 홀에서 퇴장한 후 나온 데스탕틴 후작의 말은 무척이나 애매모호하고, 또 왕명에도 거스르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뜻은 명확하게 귀족들에게 전달되었다. 저스틴은 데스탕틴 후작과 눈을 마주하더니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 미덥지 못함은 전장에서 증명될 것입니다."

그의 검은 코트자락이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며 그를 따랐다.

회의는 종결되었다.

-----------------

한가위네요. 꼭 한가위만 같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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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아침의여운
    작성일
    10.09.23 03:25
    No. 1

    아무리 나이가 많은 후작이라지만 공작 한테 하오체라?
    그리고 태자 한테도 하오체라?? 후작이 나이가 많아서 노망이 든건가요?
    아니면 자기 힘이 황제 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 하는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서열은 그냥 명목상 존제 하는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꿈꾸기
    작성일
    10.09.23 18:59
    No. 2

    그러니까..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내전으로 인해 왕권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반대급부로 신귄은 더욱 강화되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신권의 대표인 후작이 공작과 태자에게 하오체를 쓴다는 것은 그리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 역사를 본다 해도 신권이 무척 강했던 고려조 이자겸 같은 사람들은 왕에게까지 막 대했다 합니다. 왕의 외조부면서 왕에게 왕의 이모들을 아내로 삼으라 한 사람이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리고 나이가 많은 대신을 존중하는 법도는 고려조나 조선조 왕이 노신에게 지팡이와 의자를 선물하여 왕 앞에서도 지팡이를 짚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따왔습니다. 비록 저 데스탕틴 후작이 매우 정정하여(?) 지팡이 같은 부분은 없지만, 그가 공작에 버금가는 대영주이고 또 노신이라는 점을 들어 하오체를 쓰도록 설정한 겁니다. 또한 이건 설정이긴 하지만, 데스탕틴 후작은 저스틴과 혈연관계랍니다. 어떤 혈연관계인지는 나중에....?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Bon
    작성일
    10.09.24 23:07
    No. 3

    잘 읽고 갈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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