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겨울비 님의 서재입니다.

공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玄天
작품등록일 :
2011.02.18 23:24
최근연재일 :
2011.02.18 23:24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41,200
추천수 :
464
글자수 :
295,994

작성
10.09.15 23:22
조회
1,110
추천
7
글자
9쪽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1)

DUMMY

아르티네스 대륙력 7229년. 델로아 왕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의 탄생으로 아센 왕국은 긴긴 내전의 종지부를 찍고 둘로 갈라져버렸다. 새로운 왕국의 탄생 소식은 재빠른 날개를 달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센 왕국이었다.

"흐음, 난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니요! 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에요?"

"밝고 건전한 생각."

"자네가 밝고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은 이미 천국이 되었을 거네."

"그러니까 지금 주제에 적합하다고요."

"어이어이, 지금 주제는 '과연 리체가 술을 마셔도 되는가?'였다고. 도대체 어디가 적합하다는 거야?"

"적어도 작. 고. 통. 통. 한. 엘프보단 나을 것 같은데?"

"네놈! 죽여 버린다!"

"우헤헤, 찔끔했어?"

"거기서!"

…언제나 맑고 화창한 일행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제를 가지고 벌여지던 말싸움은 결국 언제나처럼 태희가 데니를 도발하면서 끝났다.

"말싸움? 이건 토론 이였다고!"

"누구 맘대로 토론이야! 이건 단순히 '던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데니를 갈굴까'란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조장한 던의 사기극이야!"

"음 이제 알았어? 역시 작. 고. 포. 동. 포. 동. 한. 엘프는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깐."

"…"

데니는 말없이 멈춰서더니 자신의 활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깊은빛의 엘프답게 활을 당기는 자세만으로 빛의 화살을 생성해냈다.

"텔 에그람 라디세네 이카인 도레이사! 작열하는 화염이여 이 화살에 임하라! 아로 도니세네 데스크 카람! 모든 것을 꿰뚫는 뇌전이여 이 화살에 임하라! 카츠야 다키세네 아카인 세스타! 가장 깊고 신성한 물이여 이 화살에 임하라!"

데니가 만든 빛의 화살 끝에는 불과 물, 그리고 전기의 기운이 서렸다. 태희는 잠시 멈춰서더니 그 살벌한 화살을 보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 하하, 설마, 그 무시무시한 걸 제게 날리려는 것은 아니겠죠? 아름답고 위대하신 깊은빛의 엘프 데니 양?"

데니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훗 하고 쿨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태희는 기겁하며 외쳤다.

"잠, 잠깐! 여긴 실내라고오오! 우와아아악!"

데니는 활을 높이 들어 태희를 겨눴다. 태희는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빛과 같은 속도로 방문을 열고 나가벼렸다. 데니가 활줄을 놓아 버렸기 때문이다.

데니의 화살은 태희가 나간 방문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그 모습에 다들 '안 돼!'란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태희의 말대로 이곳은 실내고, 저 무지막지한 화살이 나무로 된 문에 부딪힌다면 어떤 꼴이 날지는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곳이 석재로 된 성채라 하더라도 대형 사고로 번질 것이다. 괜히 마법 화살이 아니니깐. 특히 저거 한방이면 웬만한 집 한 채는 그냥 날려버린다는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데니의 얼굴에는 식은땀 한 방울이 더 추가되었다.

"잠깐, 그런 위험한 걸 나한테 쏜 거란 말야?"

태희가 사라진 방 밖에서 메아리가 들려왔지만 일행들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인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설명을 잘도 알아내는 태희에게는 적절한 보복일 것이다.

아무튼 그 위기는 갑자기 화살이 사라지면서 해결되었다. 마법 화살이 갑자기 사라지자 모두는 놀라서 방 안을 두리번거렸고 힘들다는 듯 소파에 기대고 앉은 저스틴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위험한 걸 성 안에서 난사하면 곤란하죠. 가뜩이나 일도 안 하는 공작과 그 무리들이라고 성 내에서 찍혀있는데, 이런 사고까지 일으키면 곤란하잖아요. 다음부터는 매직 미사일 정도로 끝내는 게 어때요?"

"그러니까 그건 꼬마 네놈이 우리를 특별대우해서 그런 거라고. 공작이란 인간이 이렇게 서민처럼 지내니깐 다른 귀족들이 우리를 눈꼴사납게 보는 거 아니겠어?"

"에드워드, 그 말 자체에 큰 어패가 있는 것 아시죠?"

"뭐가?"

에드워드는 언제나 그렇듯 포도주 병을 입가로 가져가며 말했다. 말 귀찮음과 무신경함이 뚝뚝 묻어나는 그 모습에 저스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진짜 괴물이다. 저거 저래 뵈도 마법이 중첩된 거라 잘만 따지면 4클래스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건데 간단하게 캔슬해버리다니."

데니의 감탄에 저스틴은 난감하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상대의 마법을 없에버리는 것은 디스펠뿐인데, 디스펠은 적어도 없에버리려는 마법보다 시전자가 두 클래스 이상이어야 한다고! 저 마법이 4클래스 급이라면, 저스틴은 적어도 6클래스 이상이라는 소리잖아! 그 정도면 대륙에서 50명 안에 들 대마도사라고! 저 나이에 가능할 리가…쿠에엑!"

어느 틈에 들어왔는지 저스틴에게 아예 대놓고 삿대질을 하며 떠들던 태희는 데니의 우아한 킥을 맞고 쓰러져버렸다. 데니는 '이제 좀 시원하네.'라는 표정을 지으며 태희를 자근자근 밟았다.

"저스틴 씨, 설명해주셔야 하지 않나요? 아니 아니, 설명해줘야 하지 않아?"

리체는 저스틴의 시선을 느끼고는 얼른 말을 반말로 바꾸었다. 저스틴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저스틴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저스틴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저스틴이라고 불러도 돼. 씨라고까지 붙이면서 반말을 쓰는 건 이상하잖아?"

"아무튼 빨리 설명이나 하라고. 그렇게 막. 강. 한. 공작씨."

아론의 퉁명스런 목소리에 저스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묘하게 아론과 아벨은 리체에 관련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단 말야.

"음, 그러니깐…그냥 우리 가문의 능력치가 좋아서라고 생각해. 알다시피 선조가 드래곤이잖아?"

"이거 왠지 불공평한걸."

"숙녀의 발아래 깔려있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데? 그나저나 태희, 넌 언제 니 이야기를 할 생각이냐?"

태희는 갑자기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더니 "으으윽"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그러고 미동도 하지 않는 그를 모두는 황당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잿빛늑대의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스틴을 향해 기사의 예를 취해보였다.

"지엄하신 국왕 폐하의 명에 따라 긴급 제장회의가 열림을 알려드립니다. 공작 전하께서도 꼭 참가하시라는 국왕 폐하의 명입니다."

"긴급 제장 회의?"

저스틴은 불신의 눈초리로 잿빛늑대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알기로 지금 긴급회의가 열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적 아비스 크라티에 델로아가 그의 도시 상테-드-델로아에서 델로아 왕국이 건국되었다고 선언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모두의 표정이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저스틴은 두말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의 검은색 코트가 펄럭이며 가라앉았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벨이 모두의 대표 격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스틴은 잿빛늑대의 기사를 따라 긴급 제장 회의가 열리는 에레사크 성의 홀로 나아갔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귀족들이 무장을 한 채로 회의를 위해 마련된 탁자에 앉아있었다.

그가 홀로 들어서자 귀족들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의 자리는 왕의 바로 옆 자리였다. 왕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귀족들은 자신이 속한 몽드에 따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거의 대부분의 귀족들은 자신의 몽드에 속한 귀족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종종 둘 혹은 셋의 몽드가 뭉쳐 서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몽드에 속하지도 않고, 자신의 몽드를 가지지도 못한 저스틴은 조용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작 전하께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스틴은 자신에게 물은 눈앞의 귀족을 바라보았다. 귀족파의 태두라 불리는, 데스탕틴 후작.

참 웃기는 일이지만, 나라가 이짝이 난 이후에도 귀족들은 여전히 왕의 권력을 제한하려 했다. 왕권과 신권 간의 파워게임을 이 마당에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귀족파를 이끌고 있던 것이 바로 70노령에도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서는 그, 데스탕틴 후작이었다. 평생을 나라를 위해 살아왔던 이 노귀족의 눈에 갑자기 굴러들어와 공작의 위를 차지한 저스틴이 곱게 보일 리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새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점잖게 저스틴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대답을 재촉하는 그의 눈에는 경시의 빛이 서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2 공작-5화 믿어주면 안 될까?(13) +1 11.02.18 766 6 9쪽
71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2) +1 11.02.14 609 3 7쪽
70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1) +1 10.12.10 1,132 6 9쪽
69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0) +2 10.12.07 736 7 8쪽
68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9) +3 10.12.03 1,170 4 7쪽
67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8) +2 10.11.30 790 4 12쪽
66 공작5화-믿어주면 안 될까?(7) +2 10.11.24 852 3 9쪽
65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6) +3 10.11.17 1,194 5 10쪽
64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5) +4 10.11.10 786 6 10쪽
63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4) +1 10.11.03 766 6 9쪽
62 공작 5화-믿어주면 안될까?(3) +1 10.10.27 839 7 8쪽
61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2) +1 10.10.20 934 4 11쪽
60 공작 5화-믿어주면 안 될까?(1) +1 10.10.20 855 5 12쪽
5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5) +1 10.10.13 891 8 7쪽
58 공작4화- 눈꽃 위의 냉기(14) +2 10.10.06 906 7 12쪽
57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3) +2 10.09.29 1,140 7 8쪽
5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2) +3 10.09.22 1,041 6 10쪽
»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1) +2 10.09.15 1,110 7 9쪽
54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10) 10.09.08 1,103 6 9쪽
53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9) +1 10.09.08 1,240 7 9쪽
52 특집 대담(對談)!! 1.-저스틴 린카스터 크로아 +2 10.09.01 1,093 3 2쪽
51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8) +2 10.09.01 1,237 7 9쪽
50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7) +1 10.09.01 1,195 8 11쪽
49 공작4화-눈꽃 위의 냉기(6) +4 10.08.25 1,303 7 10쪽
48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5) +4 10.08.18 1,731 5 9쪽
47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4) +4 10.08.11 1,872 7 9쪽
46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3) +4 10.08.04 1,522 4 10쪽
45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2) +2 10.07.28 1,724 5 7쪽
44 공작 4화-눈꽃 위의 냉기(1) +4 10.07.21 1,774 7 12쪽
43 공작 3화-인간일 수 밖에 없는것들(16) +4 10.07.14 1,728 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