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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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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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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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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고무보트 15

DUMMY

모터 시동이 안 걸리는 보트의 여섯 명은...


최후의 방법으로, 저 멀리 북한 해안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정확히 해안이라는 보증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최초에 해야 하는 것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냥 2파가 간 방향만 보고 저었다.


생각이 있다면, 먼저 출발 전에 GPS를 찍고, 가다가 GPS 최소 단위를 넘어설 정도에 정지해 GPS를 다시 한 번 찍어보면, 그들이 진행하는 실제 방위각을 확인할 수 있고 해류가 얼마나 밀리는지도 알 수 있다.


더 정확하게 중간중간에 GPS를 찍고 해안 상륙점으로 가는 각도를 계속 수정해야 한다. 그 수정각으로 나침반을 유지해야 ‘존나게 저어도’ 올바른 것이다. 높은 상공에서 보면 이들이 신의주로 향하는지 산뚱반도로 가는 방향인지 알 수 있다. 전형적인 실패는 사소한 실수에서 시작해 Mr. 머피가 개입하여 끌어준다. 물론, 고무보트가 물에 한 일주일 떠있는 게 가능하고, 물 한 방울 안 새고, 탑승자들 체력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면, 뭐 어디라고 못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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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를 안고 있는 나에게 담당관 기중사가 뛰다가 서서히 걸음으로 다가온다. 하사의 목에 손가락을 두 개 댄다. 손을 뗀 의무주특기 기중사는 조용히 가톨릭 성호를 긋고 손바닥으로 하사의 얼굴을 살포시 덮은 다음 무언가 암송했다. 잠시 후 차가운 눈빛으로 내 눈을 본다.


“선배님, 지금 터널 입구 진입도 못하고 있습니다, 성형이 빵꾸만 냈어요. 주둔지에서 넘들이 들이닥칠 것 같고. 도와주십시오. 터널 입구와 넘들 주둔지 중간에서 경계 차단 좀 해주십시오. 한원사님은 벌써 올라갔습니다. 원래 안 해도 되지만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실탄이랑 폭약 더 챙기러 왔지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기중사는 내가 거절할 경우를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등을 돌렸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인간끼리 단 몇 초로 충분하다.


“피곤하다. 여기 실탄 수류탄, 쪼끼 등 열고 니가 집어 넣어줘.”


“..... 너무 많은데요.”

“술독을 지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가느니라.”


기중사는 남은 실탄과 쓸 만한 걸 내 특전조끼 등 낭에 넣었다.


“같이 올라가서 제가 지점 찍어드리겠습니다. 한원사님이 거기 있는지는 모르겠고. 저 멀리 2지역대 섹터에서는 뭐가 막 터지더라구요. 터널에 진입한 것 같습니다.”


“포만 파괴하지 말고, 레일도 아작을 내. 지휘소 같은 거 있으면 소이탄으로 완전히 태워버리고. 그리고 배전반이나 뭐 전기도 조져.”


“알겠습니다. 햐, 이거 정말 무거울 겁니다.”

“태백산에서 4일치 보급 받고 은거지 올라 가냐?”


“그런 셈이죠. 가시죠.”

“저 201 안 쓸 거지?”

"일단 쓰십시오. 내부에서는 별로...“

“유탄도 다 챙겨 넣어.”

“두 정 쓰시려고요?”


“그럴 상황이 올지 모르지만. 비었건 찼던 탄창도 모두 집어넣어.”


“심하사 것도 수거해서 채우겠습니다.”

아, 심하사였지...


“무전기 하나 있으면 줘. 내가 밖에서 상황은 알려줘야 맞지 않아?”


“맞습니다. 그럼 이 무전기 받으십시오. 전 내러가서 대원 걸 받을게요. 지하라서 터졌다 안 터졌다 할 걸요.”


“몸 조심해.”


“몸조심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원사님도 조심하십쇼.”

“원사는 몸조심이 아니라 몸 간수야. 빨리 가봐. 시간 너무 끌었다.”

“부탁합니다. 단결.”

기중사는 몸을 돌려 내가 보는 방향 반대편으로 질주했다.

그래, 우리 부대에서 경례구호 ’단결‘은 최고의 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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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던 네 보트는 드디어 모터를 끄는 시점에 도달했다. 지-라이트는 보이지 않았다. 지역대장은 아마도 1파가 중요한 장애물 지대를 만났거나 해서 시간이 지체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GPS를 찍고 모터를 끄려는 찰라, 저 앞 해안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다. 네 보트 대원들 표정이 굳었다. 지역대장은 작전의 은밀성이 깨지는 심각한 교전이 일어났다 생각했고, 예비대로써 어서 달려가 엄호해야 한다는 판단에 도달했다. 지역대장은 소리쳤다.

“모터 끄지 말고 곧바로 전진, 밟아! 이대로 상륙한다!”


잠시 속도를 줄였던 네 보트는 다시 속도를 높여 정신없이 달렸다. 선수 첨병들이 GPS를 찍었으나, 서두르는 지역대장 명령에 좌표 확인 대신 총을 들었다.


정적 속에서 모든 것은 유리그릇처럼 박살났고, 그렇다면 속도전 돌격으로 목표를 격파하는 수밖에 없다. 총소리는 더욱 커졌고, 와중에 기관총이 등장했다. 기관총. 당연히 아군 것이 아니다.


모두 듣고 보고 있었다. 대원들의 눈이 커지고 입에서 욕설이 터진다. 모터 엔진 굉음과 총소리, 섬뜩한 기분. 무월광 속의 차갑고 하얀 섬광들이 터지고... 보트는 달리고, 노를 잡으려던 탑승자들은 거총하고 안전끈을 잡은 다음 곧바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며 중심을 잡고 버텼다.


그러는 가운데 1지역대 보트 네 대는 해안 모래와 돌이 섞인 곳을 그대로 처박으며 결국, 상륙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옥은 시작되었다. 기관총은 무시무시했고, 특히나 예광탄은 정신적으로 너희들은 거미줄에 걸렸다 조소하는 듯했다.


예광탄은 사람 목을 잘라버릴 수 있는 광선검처럼 보였다. 높은 곳에서 쏘는 기관총이 주변을 긁으면서 보트들을 뚫었고, 피~~익 피~~~익 바람 빠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네 보트 앞에 무언가 꽈릉! 폭발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위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있다. 작전 전, 가장 당하지 않았으면 했던 대표적인 최악이 등장했다.


지역대장은 깜짝 놀랐다. 무언가 발에 채였는데, 아무리 컴컴하다고 해도 그건, 자신들이 입은 것과 같은 디지털 픽셀 그 특유의 무늬였다. 몸을 구부려 쓰러진 사람의 몸을 돌렸다.


누군지 감이 오지 않는다. 얼굴이 완전히 검은색 위장에다 물기가 가득했고, 이미 숨이 끊어졌다. 아무래도 앞쪽 경사면 끝에 바짝 붙어야 한다는 생각에, 총을 들어 저 위쪽 섬광을 향해 한 탄창을 자동으로 갈기고 앞으로 뛰었고, 다른 대원들도 뒤따랐다. 뛰면서 생각했다. 보트 안에 실려 있는 장비는? 군장은? 탄창은? 수류탄은?


다이빙해 들어간 후,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옆에서 쏘는 대원의 총구 화염과 총소리였다. 너무 가까워 귀가 먹을 듯했다. 지역대장은 어깨를 쳤다.


“뭐가 보여서 쏘는 거야?”

“저기 위! 오른쪽에 기관총!”


지역대장은 난감했다. 역시 검은 얼굴. 순간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위장을 했더라도 1파 1-2-3중대원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하다 누구냐?”

상대가 짜증나는 듯 소리쳤다.

“5중대 김창열!”

“무슨 소리야?”

“당신은 누군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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